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9)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9)화(29/247)
“아, 아가씨! 저는……!”
소녀는 당황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노려봤을 뿐 소녀가 실제로 위협을 가하진 않았기에 나는 다급히 다이애나를 붙잡았다.
“아가씨, 저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구치만!”
“정말이에요. 우리 저기 가서 놀아요.”
“후웅!”
내 간곡한 부탁에 볼을 뿌, 하고 내민 다이애나는 못마땅해하는 눈길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며 내 손을 잡았다.
걸어가며 슬쩍 뒤를 보니, 소녀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쩐지 불길한데.’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게다가 내 손을 잡고 걷는 다이애나가 너무 조용한 것도 신경 쓰였다.
“……아가씨, 화나셨어요?”
시무룩해 보이는 작은 뒤통수에 묻자 다이애나가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다나가 온니 지켜 주려구 했는데.”
“…….”
“온니한테 못되게 구는 사람 싫어. 그래서 혼내 주려구 했어.”
그런데 내가 막아서 그러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는 듯 다이애나의 눈꼬리가 아래로 축 떨어졌다.
나는 괜히 먹먹해지는 마음을 누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소리세요? 아가씨는 이미 절 지켜 주셨는걸요?”
“……다나가?”
“네. 아까 제 앞을 막아 주셨잖아요. 얼마나 용감하고 멋졌는지 몰라요.”
“……진짜?”
눈을 반짝거리면서도 영 의심스럽다는 듯 조심히 묻는 다이애나에게 정말이라며 엄지까지 세우자 축 처져 있던 작은 어깨가 기쁨으로 부르르 떨렸다.
금세 입꼬리를 씰룩이는 다이애나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왔다.
이리 작고 사랑스러운 데다, 나를 지켜주겠다는 멋진 용사님이 또 있을까.
괜히 뿌듯해진 나도 어깨를 쭉 펴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야외라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온도를 조절하는 마도구 덕분인지 공기가 꽤 따뜻했다.
오히려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이 더 싸늘한 것 같았다.
“쟤가 아가씨가 데려왔다는 애야?”
“뭐야, 하나도 안 예쁜데.”
“저것 봐. 아가씨랑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
아주 조그마한 소리였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기감을 세우고 있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똑똑히 들려왔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모두 다이애나에게만 관심을 보일 거라 예상했는데.
‘물론 내가 다이애나의 총애를 독차지했다는 이유겠지만.’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호기심과 대다수의 경멸.
마치 내가 어린 다이애나를 조종하며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듯한 눈빛.
‘시드 발레리랑 비슷한 표정이네.’
불편하긴 했지만 상처받진 않았다.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나 역시 조금은 그렇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이애나의 총애가 식으면 난 공작가에서 어중간한 위치가 될 터.
그러니 수도에 올라가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메이드복을 입고 확실하게 내 몫을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작가를 떠난 후 제대로 독립하려면 자금을 마련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적은 돈이지만 매달 하녀 봉급을 받아 종잣돈을 모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실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결심했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그냥 편하게 내 특기나 경력을 살려 다시 정보 길드에 취업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그건 아니라는 결론만 나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혹 같은 업계에 있다 다시 마주칠지도 모를 테렌치움의 동료들 때문이었다.
마스터나 간부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고, 특히 제이드를 만나면 복수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싫었다.
‘더 이상 동료라고 부를 수도 없는 관계지만…….’
게다가 자칫 테렌치움을 적으로 돌린다면 인생이 이전보다 더 고달파질 게 뻔했다.
‘그래. 그냥 신경 쓰지 않고 내 삶을 사는 게 최선이야.’
이왕이면 돈이나 많이 벌어 일생을 편하게 지내자며 새삼스럽게 결심을 다진 나는, 일단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저 멀리서 혼자 고독을 곱씹으며 다가오지 말라는 아우라를 팍팍 풍기는 반항적인 소년 말이다.
알렌이 평소와 달리 다이애나의 옆에 꼭 붙어 있지 않고 혼자 툭툭, 발로 땅만 차고 있으니 아이들이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가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것이 보였다.
‘지금 가면 사과 안 받아 줄 것 같은데.’
괜히 보는 눈도 많은데 소란만 일으킬지도 모른다.
고민하던 나는 무릎을 굽혀 다이애나의 귀에 속삭였다.
잠시 후, 전쟁을 앞둔 장수라도 되는 양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다이애나가 졸랑졸랑 알렌에게 걸어가서 대뜸 손을 뻗었다.
다이애나가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얼어붙었으면서, 아닌 척 무심한 표정을 가장하던 알렌은 결국 입꼬리를 들썩이며 다이애나를 안아 들었다.
‘둘 다 귀여워.’
사이좋은 어린 남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절로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 분위기가 좀 더 무르익으면 자연스레 저 틈에 끼어 사과해야겠다.
나는 다이애나에게 약속한 대로 간식거리를 챙겨 가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원 한쪽에 아기자기한 티 푸드들을 모아 놓은 테이블이 보였다.
그쪽으로 다가가던 나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초, 초콜릿 천국……?”
저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계단식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화려한 대왕 초콜릿 분수와 그 옆으로 초콜릿 무스 케이크, 초콜릿 마카롱, 초콜릿 쿠키, 초콜릿 크림 푸딩, 생초콜릿까지!
엄청난 양의 초콜릿 더미를 보며 나는 엘라드 공작령에 사는 아이들에게 초콜릿의 인기가 대단한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름 귀족이라 점잔을 빼는지 테이블에서 무언가 먹으려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뭐, 나야 편하고 좋지.’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나는 접시를 하나 집었다.
다이애나는 디저트보단 닭 다리를 더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없으니 요기가 될 만한 음식 위주로 집어 들 때였다.
“킥킥. 쥐새끼처럼 훔쳐 먹으려는 꼴 좀 봐!”
조롱기 다분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다이애나가 옆에 없으니 용기가 난 모양인지 아이들이 슬금슬금 내 주변으로 다가와 전보다 더 크게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내가 눈물이라도 흘리길 바라는 듯 보고 있었지만, 이런 말에 울거나 상처를 받을 정도로 나는 약하지 않았다.
‘이것보다 더 심한 조롱과 멸시도 많이 당해 봤는걸.’
다만, 강도나 횟수에 상관없이 모욕을 당하는 것은 여전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특히 아이의 몸은 너무나 솔직해서 귓가가 빠르게 뜨거워졌다.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척 음식을 모두 담은 뒤 음료수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이대로 다이애나에게 가면 된다.
그 아이의 옆에 있으면 이런 부끄러움도, 씁쓸함도 모두 잊힐 테지.
“뻔뻔하긴. 역시 평민은 자존심도 없는 모양이야.”
“아무리 좋은 옷을 입혀도 출신은 숨길 수가 없는 법이죠.”
“…….”
귓가를 울리는 조롱을 무시하고 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쨍그랑!
누군가 내 등을 떠미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몸이 기울며 테이블로 엎어졌다.
덕분에 눈을 즐겁게 하던 음식들이 바닥을 구르고, 처참하게 깨진 그릇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넘어지면서 쏟은 음료수가 머리부터 뚝뚝 흘러내렸다.
“푸핫!”
잠시 조용하던 주변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몇몇은 웃었고, 몇몇은 나 때문에 옷을 망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멀찍이 서서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다름 아닌 그 소녀가 나를 테이블로 민 범인임을 직감한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척이었구나.’
얼마나 신경이 딴 데 팔렸으면 이런 어린애의 장난도 피하지 못하고 넘어진단 말인가.
많은 눈이 드레스와 바닥에 널브러진 음식들, 유리 조각, 그리고 그 사이의 나를 쳐다보았다.
한순간에 구경거리가 된 나는 쩡하니 굳어 버렸다.
나를 빙 둘러싼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과거 무력했던 길거리의 거지로 돌아갔다.
그러자 머리끝이 비쭉 서며 갑자기 심장이 뜨거워졌다.
나는 무심코 목걸이를 손에 쥐며 생각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마법을 쓴다면 큰 문제가 될까.
‘당연히 되겠지.’
공작가에 민폐를 끼치기 싫어 분란 없이 넘어가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미 테이블이 엎어지며 소란이 일었으니, 조용히 넘어가는 것은 물 건너간 일이다.
이렇게 된 이상 예전에 제이드와 밥 먹듯이 싸웠던 것처럼, 아니면 잭을 괴롭혔던 종자를 혼쭐낸 것처럼 저 소녀를…….
충동과 이성 사이의 끈이 간당간당하던 순간이었다.
“으아앙! 온니!”
“오지 마세요, 아가씨! 여기 접시가 깨져서 위험해요.”
다이애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정원에서 일어난 소란이 안까지 들렸는지 어른들도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엉망이 된 내 모습을 보이기 싫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리아?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밖으로 나온 공작 부인이 나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다급히 외쳤다.
그녀가 얼른 하녀들에게 주변을 정리하라고 소리치는 동안, 다이애나는 알렌에게 붙잡혀 내게 다가오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순간 날뛰던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고 긴장으로 빳빳해졌던 몸도 축하고 늘어졌다.
‘그래,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
“엄마! 쟤가 리아 밀었어!”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알렌이 부채를 쥔 소녀를 가리키며 붉은 얼굴로 씨근덕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