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3)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3)화(3/247)
* * *
눈앞의 상황이 너무나 꿈 같아서 한참을 굼뜨고 어리바리하게 굴던 나는, 원장의 호통 소리를 듣고서야 이것이 현실임을 자각했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흐르던 미끌미끌하고 뜨끈한 피의 감촉 또한 여전히 생생했다.
엘라드 공작가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내 삶이 어째서 이런 식으로 다시 이어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끝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나를 신께서 불쌍히 여겨 기회를 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무력했던 8살 때로 돌아오긴 했지만…….’
“리아, 뭐 해?”
“응?”
“빵 안 먹어?”
한참 생각에 빠져 빵은 먹지도 않고 있으니, 옆에 앉은 에밀리가 나를 불렀다.
왠지 모를 초조함과 기대가 섞인 목소리.
내가 들고 있는 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에밀리를 보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에밀리, 이거 먹고 싶어?”
“으응? 아, 아니야! 리아도 먹어야 하는데.”
“난 오늘 별로 배가 안 고파. 그러니까 이거 에밀리 먹어.”
“진짜? 진짜 나 먹어도 돼?”
신이 나 어쩔 줄 모르는 에밀리의 반응에 내 기분도 조금 풀어질 때였다.
“야! 안 먹을 거면 나 줘. 너흰 키도 작고 힘도 약하니까 먹어도 내가 더 먹어야지.”
어이없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보육원에서 덩치가 가장 크고 나이도 제일 많은 토마스가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웃기지 마. 내 걸 왜 네가 먹는데?”
“뭐, 뭐?!”
토마스는 평소 겁 많고 조용했던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입을 뻐끔거리다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어디서 말대꾸야? 내가 먹는다면 먹는 거지! 너 혼나 볼래?”
그리고 한쪽 팔을 위협적으로 움직이며 내게 다가왔다.
곧장 한 대 칠 것 같은 폼이었으나, 나는 도리어 턱을 치켜들었다.
덩치가 아무리 커 봤자 못 먹고 자란 아이들 중에서다.
성인 남성도 아닌 저런 10살짜리 꼬마 녀석,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소란 피우지 마.”
그때 한쪽 구석에 있던 짙은 회색 머리의 소년이 말했다. 토마스와 동갑인 잭이었다.
“이 기생오라비 같은 게 왜 끼어들어?”
평소 잘생긴 잭을 무척이나 질투하던 토마스는 대번에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래도 잭은 못 이길 텐데.’
싸움은 덩치가 다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였다.
“방심하긴! 이건 내가 먹는다!”
어느새 다가온 토마스가 혓바닥을 내밀며 내 빵을 들고 잽싸게 도망쳐 버렸다.
“저 얍삽한 자식이!”
내가 소리치며 따라가려 했지만 에밀리가 다급히 붙잡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토마스에게 대드는 내가 이상한지 아이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잭까지도.
갑자기 쏠린 시선에 몹시 민망해진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토마스를 쫓지 않은 것을 하루 종일 후회할 줄도 모르고.
* * *
꼬륵, 꼬륵, 꼬르르르륵.
쭈그리고 앉아 꽁꽁 언 손으로 바닥을 청소하던 나는 배를 움켜쥐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쫓아갔어야 했는데.”
그때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왜 괜히 빵을 양보하려고 해선.”
창틀에 앉아 유리창을 닦고 있던 잭이었다.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안 그래도 배고픈데 시비를 걸어?
들고 있던 걸레를 내던지고 일어나 눈을 부라리자, 잭이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네가 빵을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도 없었어.”
“그럼 내 잘못이란 거야?”
“그래.”
“우씨!”
엄밀히 따지면 잭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어린애를 상대로 화가 났다는 것이 민망할 법도 한데, 몸이 어려진 탓에 정신까지 어려진 건지 나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잭이 크면 어떤 어른이 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제대로 맞붙어서 이기려면 기회가 지금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 달려들어?’
진심으로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어?”
나는 놀란 눈으로 내 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걸레를 들고 있던 손에는 아침에 나온 흑빵 반쪽이 올려져 있었다.
“이거 나 주는 거야……?”
“먹기 싫으면 버려.”
“안 버려!”
먹을 걸 왜 버려? 아무리 딱딱한 흑빵이라도 배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
“잭, 너 역시…… 좋은 아이구나?”
나는 속으로 만고불변의 진리인 ‘먹을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을 외치며 잭을 바라보았다.
“너…… 오늘 좀 이상해.”
그러자 잭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 말에는 깜짝 놀랐다.
잭과 나는 같은 보육원 출신이긴 하지만, 몇 번 말도 해 보지 않은 사이였다.
그런데 내가 달라진 걸 어떻게 알았을까?
괜히 뜨끔해 다급히 화제를 바꿨다.
“근데 이거 나 왜 줘?”
하루에 식사는 딱 한 번뿐이니 분명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 둔 것일 텐데, 왜 이 빵을 내게 준 건지 모르겠다.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죽겠으니까 좀 조용히 하라고.”
“이익!”
이번에야말로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 잭을 흘겨보던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창문 너머, 하얗게 눈이 쌓인 보육원 앞마당으로 우락부락한 사내와 여자아이 하나가 들어서고 있었다.
* * *
그렇게 현재.
원장의 소개와 다이애나의 인사를 들은 나는 완전히 굳어 있었다.
‘……하필 오늘이라고?’
엘라드 공작가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돌아온 날이 엘라드 공작가의 막내 공녀 다이애나가 테사르 보육원에 들어온 날이라니.
‘이를 과연 우연으로 넘길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어쩌면 다이애나와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과거에 다이애나가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엘라드 공작이 보육원을 공중분해 하지 않았을 테고, 나 역시 하루아침에 길거리 거지가 되어 그 고생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이 순간으로 돌아온 건, 첫 번째 전환점에서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라는 뜻이 아닐까?
내 소맷자락을 쥐고 있는 아이의 푸른 눈을 보며 긴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새삼스러운 심정으로 아이를 살폈다.
‘지금 와서 보니 확실히 귀족 영애 느낌이 나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이의 남다름이 느껴졌다.
귀티가 흐르는 예쁜 외모는 차치하고서라도, 다이애나의 옷은 더러워지긴 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헌 옷을 얻어 입는 보육원 아이들에게선 볼 수 없는 재질과 디자인의 옷이었다.
“저기.”
“……웅?”
“몇 살이야?”
“나 3짤! 아니 4짤인데!”
다이애나는 통통한 손가락을 세 개 들어 올렸다가 다급히 네 개로 바꿨다.
생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나이가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 기억과도 일치했다.
지금은 겨울이고, 다이애나의 생일은 가을이었으니까.
‘역시 10년 전으로 돌아왔어.’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다이애나의 14살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듯, 다이애나가 “흐끅.” 하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이전 생에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다이애나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려 조심했다.
다이애나는 어리광이 심하고 툭 하면 울어서, 함께 있다가 덩달아 원장에게 혼이 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사실 4살짜리 애가 어리광 피우고 우는 건 당연한 건데.’
그것도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진 아이가 말이다.
아무튼, 이상하게도 다이애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것과는 달리 고개를 돌리면 몇 번이고 눈이 마주칠 만큼 나를 빤히 보거나 내 주변을 맴돌곤 했다.
당시의 나는 그것이 몹시 부담스러워 도망을 치며 다이애나를 피해 다녔다.
“미아내…… 다나 귀찬케 안 하께.”
그때 다이애나가 시무룩하게 손을 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말이 없으니 저를 거부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큰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되레 보고 있던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야!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이미 나는 과거에 이 어린아이를 한 번 외면했었다.
아무리 원장이 무서워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는 얼른 다이애나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다이애나가 놀란 듯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헉. 너무 귀엽잖아!’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덜컹했다.
나는 놀란 심장을 달래며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다이애나와 달리 나는 예쁜 외모가 아니라 경계를 푸는 데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일단 우리 씻으러 갈까?”
내가 다정하게 말을 걸자, 몇 번 더 눈을 깜빡이던 다이애나가 “웅!” 하고 대답했다.
공용 욕실로 가는 내내,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아이들부터 의아해하는 기색의 잭까지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아주 뜨거웠지만 내 발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나와 보육원 아이들에게 닥칠 다난한 미래를 바꿀,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였으니까.
* * *
“앗! 안 돼!”
내가 다급히 수도꼭지를 잠그자 다이애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했다.
“여긴 물이 부족해서.”
테사르 보육원은 수도가 연결되긴 했지만 산간에 붙어 있어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었다.
나는 능숙하게 공용 욕실 한쪽에 놓인 큰 대야에서 담겨 있는 물을 한 바가지 뜨고, 헌 옷을 잘라 만든 천에 물을 적신 뒤 꾹 짰다.
손이 얼음장 같은 물에 닿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삼스레 구차한 현실이 확 느껴져 기분이 착잡해졌지만, 얼른 고개를 저었다.
‘며칠만 버티면 돼.’
지난 생에선 다이애나가 보육원에 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엘라드 공작과 기사들이 들이닥쳤었다.
그 사이 다이애나를 잘 보살피고, 원장의 비리 증거를 찾아내 폭로한다면 분명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자, 만세!”
일단 더러운 옷부터 벗기고 씻기려 하자, 착하게도 다이애나가 양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옳지.” 하며 나는 나보다 한 뼘 작은 다이애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물기를 짜낸 천으로 얼굴과 손을 닦기 시작했다.
어디서 제대로 구른 것인지, 아직 다 닦지도 못했는데 물이 동이 났다.
한 번 더 물을 퍼 젖은 천으로 머리카락을 닦아 주던 나는 멈칫했다.
먼지와 흙이 묻어 흔한 회색처럼 보이던 머리칼을 닦아 내자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 은발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가 행동을 멈추자 다이애나가 푸른 눈을 깜빡였다.
은발과 벽안. 대표적인 엘라드 가문의 특징이었다.
“맨날 우리보고 멍청하다 그러더니, 원장 자기가 제일 멍청하네. 누가 봐도 귀족이잖아.”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리던 나는 순간 움찔, 하며 몸을 굳혔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