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31)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31)화(31/247)
* * *
한참을 울고 나니 힘이 하나도 없었다.
더럽다고 다가오지 말랬는데도, 내가 눈물을 보이자마자 연회장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한 다이애나는 끝내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꼴도 보기 싫다고 포효하더니, 결국은 지쳐서 숨만 헐떡였다.
결국 연회는 그렇게 파하고, 공작 부인의 명으로 욕실에 들어간 우리는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깨끗하게 씻고 밖으로 나왔다.
다이애나는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고요한 적막이 찾아오자 새삼 엉망으로 끝난 연회 생각에 속이 상했다.
‘그래도 다행이었지.’
나는 테이블 쪽으로 넘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컵을 곧바로 놓았다.
그리고 악착같은 본능으로 나를 밀친 이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소녀의 드레스 허리춤에 달린 레이스는 아주 쉽게 뜯어졌다.
‘그러고 보니 진짜 드레스를 찢어먹은 건 나네.’
물론 공작은 내게 그 소녀의 드레스를 변상하라고 하지 않았다.
듣기로는 내가 입었던 드레스가 엄청나게 비싸 아무래도 그 소녀의 가문이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어린 소녀의 치기 어린 실수치고 과한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다 자업자득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소녀가 그리 발뺌하며 알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았다면 나는 레이스 자락을 숨겼을 것이다.
애초에 알렌과 공작이 아니었다면, 오늘처럼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언제든, 누구에게라도 짓밟힐 수 있었다.
‘역시 돈이라도 많아야 해.’
평민이고 고아인 내가 권력자의 비호 없이 이 세상에서 짓밟히지 않고 살 방법은 돈밖에 없었다.
이전 생에서 나는 귀족임에도 돈이 없어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고, 평민이어도 부호라며 대접을 받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때의 나는 평민에 돈도 없었지만,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수도에 가면 제대로 돈을 벌어 봐야지.’
어느 정도 구체적인 계획이 섰기에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부자가 될 꿈에 부풀어 조심스럽게 다이애나의 방에서 나온 나는 멈칫하고 굳었다.
“도련님?”
뜻밖의 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렌의 방은 다이애나 방 근처였기에 우연히 지나가는 중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따라와.”
역시나 목적은 나였는지 알렌이 짧게 내뱉곤 먼저 몸을 돌렸다.
그 목소리가 사뭇 딱딱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나름 화해한 거 아니었나?’
연회장에서 알렌은 내 편을 들어줬고, 마지막에는 나를 건드리지 말라며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다이애나까지 울며 소리친 덕분에 나를 조롱하던 아이들은 급격히 태도를 달리하며 내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 모습에 새삼 권력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어 씁쓸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 덕분에 알렌과 화해했다고 여겼는데, 다 내 착각이었던 걸까?
“헉.”
깊은 생각에 빠져 멍하니 알렌의 뒤를 쫓던 나는 그를 따라 다이닝 룸에 들어섰다가 정원에서 보았던 대왕 초콜릿 분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먹어.”
“네?”
“이거 먹으라고.”
뜬금없는 명령에 나는 얼이 빠졌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알렌은 음식을 먹이는 고문을 즐기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자비로운 벌이었다.
마침 아침부터 연회 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 배가 고팠던 나는 조금 눈치를 보다 비스킷을 하나 집어 초콜릿 분수에 갖다 댔다.
곧 비스킷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던 초콜릿을 듬뿍 머금었다.
이를 홀린 듯이 보다가 나를 쏘아보는 알렌의 눈초리에 다급히 입 안에 넣었다. 그러자 묵직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맛이 가득 퍼졌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달콤해서,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참이나 그 맛을 음미하던 난 여전한 시선에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가, 감사…….”
“미안해.”
“네?”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알렌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난번에 화냈던 거.”
“…….”
“그동안 너한테 못되게 굴고 나쁜 말 한 것도 다, 전부 내가 잘못했어. 널 보면 다이애나를 잃어버렸던 게 자꾸 생각나서, 네 잘못도 아닌 일들에 괜히 화풀이했어.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나는 알렌의 솔직한 사과에 조금 놀랐다.
시드 발레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그는 소문이 자자하던 그 정의의 수호자, 알렌 엘라드 같았다.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는걸요. 게다가 도련님이 아가씨를 생각해서 고른 선물이었잖아요. 그리고…….”
나는 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떼며 밝게 말했다.
“저 같아도 갑자기 출신도 모르는 고아가 소중한 여동생 옆에 붙어 있으면 걱정했을 거예요. 저는 다 이해해요.”
“저기, 그건.”
“그보다 감사했어요. 아까 나서 주신 거.”
“그건 당연한 거야! 걔가 나쁘게 굴었잖아. 넌 억울했고. 나는 이제……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않을 거야.”
그 말을 하는 알렌은 어쩐지 울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무거워진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나는 가볍게 말했다.
“역시 도련님은 멋지시네요.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세요. 잘생긴 얼굴 찌푸리지 마세요.”
그러자 알렌이 숨을 들이켰다.
“너, 너는 왜 그런 말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하는 거야?”
“부끄러워해야 하나요? 사실인데.”
“하, 하긴 맞아. 난 잘생겼어.”
얼굴을 잔뜩 붉힌 알렌이 긍정했다.
나는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생기셨어요.”
“넌 못생겼어.”
“…….”
기껏 칭찬해 줬더니, 이 자식이.
사과는 하지만, 싹수없는 말투는 그대로인 모양이다.
“못난이.”
알렌이 실실 웃으며 한 번 더 말했다.
누가 모르나, 나 못생긴 거?
매일 다이애나가 예쁘다, 예쁘다 해 줘도 다 안다고!
알고는 있지만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아 표정이 절로 뾰로통해졌다.
그 모습을 본 알렌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비록 종일 정신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하루의 마무리였다.
* * *
해가 바뀌었다.
생일이 정확지 않은 나와 잭은 보육원 방식대로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 9살과 11살이 되었고, 알렌 역시 생일이 지나 11살이 되었다.
그 사이, 수도로 가는 준비도 문제없이 착착 진행되었고, 나 또한 다이애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평안하고 무탈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공작이 나를 불렀다.
의아해하며 그의 집무실에 가 보니 뜻밖에도 공작성의 의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 아이입니까? 스플레시아를 발견했다는 아이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여성이 깡마른 손가락으로 은테 안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물었다.
엘라드 공작가의 주치의인 바르도 자작이었다.
제국에서 의술로 가장 유명한 바르도 자작가의 가주인 그녀는 뛰어난 실력으로 형제들을 제치고 가문을 승계한 여인이기도 했다.
비록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를 꺼린 황제 탓에 황실이 아닌 엘라드 공작가의 주치의가 되긴 했지만, 실력은 황궁의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공작 부인을 살리지 못해 그 자리마저도 물러나게 됐지만.’
어쨌거나 이후에도 그녀는 여러 약초를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해 본초학의 일인자라 불리게 되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공작이 나를 부른 이유를 알아차렸다.
‘워낙 희귀한 약초라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전혀 할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
의원들이 생각보다 스플레시아의 가치를 잘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긴 가벼운 위장병이나 염증 치료는 물론이고, 궁극의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약초니까.’
다만 효능이나 생김새를 기록한 서적이 워낙 오래되고 희귀해 아는 정보가 많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기꺼이 알고 있는 것을 이것저것 늘어놓았다.
“생김새가 일반 잡초랑 비슷하지만 줄기랑 잎 부분이 달라요. 여기 잔가시 같은 털이 보이시죠? 그리고 잎은 잎맥이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 나가요. 그게 잡초랑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오오, 정말 그렇군!”
“내 생전에 스플레시아를 보게 될 줄이야…….”
“각하. 마법사들과 협력해 재배 연구를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투자금이나 시간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이런 귀한 약초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입니다!’라는 표정으로 의원들이 눈을 빛내며 공작에게 말했다.
말수가 적은 편인지 내내 조용히 있던 바르도 자작조차 지그시 공작을 바라보았다.
공작은 흥분한 그들을 무심하게 보다 “연구를 시작하도록 해.” 하더니 갑자기 내게 툭 말했다.
“역시 네가 복덩이가 맞나 보구나.”
“예?”
뚱딴지같은 말에 의원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나도 귀를 의심했다.
“내 아내가 그러더군. 우리 집에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나 또한 네가 행운이 많이 따르는 아이라 생각한다.”
공작의 말에 나는 쩡하고 얼어붙었다.
나는 그저 두 번째 생을 얻어 얼떨결에 여러 문제를 수월하게 헤쳐 나갔을 뿐이다.
‘정말 복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어려움 자체를 겪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멍하니 공작의 말을 듣던 이들이 “오오, 그렇지요! 아가씨께서 무사히 돌아오시도록 돌봐 주기도 했고!” 하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더니 부담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야, 혹시 다른 약초는 보지 못했느냐?”
“그래.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해 주렴.”
“이참에 의술이나 약학을 배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은데.”
부담스러운 눈빛 공세에 당황한 나는 한 발짝 뒤로 주춤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