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41)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41)화(41/247)
갑자기 알렌이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방을 나가 버렸다.
나는 혹시라도 잠든 다이애나가 깰까 걱정하며 문을 바라봤다가 공작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민망해 보이는 공작 부인의 웃음에 나도 어색하게 마주 웃었다.
‘아들 키우기도 쉽지는 않군.’
그리 생각하며 인사를 올리고 공작 부인의 방에서 나온 나는 들고 있던 편지를 가슴에 꼭 안았다.
생각지도 못한 깜짝 편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 * *
철썩.
파도가 성벽에 부딪혔다가 하얀 비말이 되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마치 풍경화를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벨루스 공국의 대공성은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그 내부는 고요하고 침울했다.
그때 고요를 깨고, 분주한 발소리와 함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단장님!”
“아, 닉이로군. 혹시 내게 편지가 온 건가?”
“예? 그런 것은 없습니다만.”
기사단장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던 비앙카는 막 들어온 부관 닉의 대답에 실망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 둔 머리핀을 만지작거렸다.
그 아이가 앞머리를 올리고 이마를 드러내면 더 귀여울 것 같아 무심코 사 버린 것이었다.
이를 책상 위에 올려 두자, 닉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기다리는 편지가 있으십니까?”
“음…… 기다린다기보다, 자꾸 생각이 나네.”
“헉! 단장님, 설마 남자가 생기신……. 아니, 그럼 이건 그 남자가 선물한 겁니까? 어우, 센스가 진짜, 이건 애들이나 쓰는…… 것 같지 않고 좋네요, 아주.”
“시끄럽다.”
비앙카는 헛소리를 하는 닉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왜?”
“아, 비 전하께서 깨어나셨다고 본성에서 사람을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가 계시는 게…….”
뒷말을 흐리는 부관에 비앙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비앙카의 편지를 받은 지도 며칠이 지났다.
나는 내가 난생처음 받아 본 편지를 쓴 사람이 무려 비앙카 마르에타라는 사실에 감격하고 전율하며 그날 바로 답장을 쓰려 했다.
하지만 벌써 며칠째, 엄청난 벽에 부딪혀 버렸으니…….
그렇다. 나는 편지 서두의 호칭에서 막혀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친애하는 비앙카 님에게’라고 쓰려 했지만 이건 너무 친한 척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르에타 백작님께’는 애 같지도 않고 너무 딱딱했다.
게다가 호칭뿐 아니라 내 동경의 마음을 담고 싶어, 호칭 앞에 쓸 말도 망설여졌다.
수많은 고민 끝에 현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벨루스 공국의 기사단장이신 비앙카 마르에타 백작님께’에 마음이 쏠렸다.
그녀는 애국심이 엄청난 사람이니, 공국에 대한 내용을 넣기로 한 것은 꽤 잘한 것 같은…….
“으악, 아니야!”
다시 생각하니 이게 무슨 주접인가 싶었다.
‘도대체 왜 마스터와 간부들은 내게 글자와 무예, 마법, 약초 기르는 것까지 가르쳤으면서 편지에 답장하는 것은 가르치지 않은 거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나는 다시 머리를 쥐어짰다.
비록 비앙카는 내가 훌륭한 편지를 쓸 거란 기대가 전혀 없을지라도 나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한 답장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휴, 누구 도와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공작 부인은 너무 바쁘고 다이애나는 이제 막 글자를 배우는 상태다.
마지막 보루인 알렌이 있었으나, 공작 부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공부도 게을리하고 평소 책을 전혀 읽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내가 낫지.”
알렌이 들으면 펄쩍 뛰고 난리 칠 소리지만, 그래도 길드 생활을 하며 이것저것 보고 읽은 게 있는데, 역시 내가 낫지 아무렴.
그러나 오늘도 일찌감치 청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한참이나 끙끙대며 고민한 보람이 없게 편지지는 백지상태였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시계를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다이애나의 마지막 수업은 비교적 일찍 끝나는 미술 수업이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저택 후원으로 피크닉을 가기로 다이애나와 약속했다.
‘어쩌면 알렌도 올지 모르겠네.’
내가 다이애나와 피크닉을 간다는 말을 듣고 알렌이 굉장히 부러워하는 얼굴로 보던 것이 생각났다.
그에겐 오후 훈련이 있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높은 확률로 알렌과 마주칠 것 같았다.
생각에 잠긴 채 정신없이 걷던 때였다.
“언니!”
내 예상보다 수업이 더 일찍 끝났는지 다이애나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 뛰지 마세요! 넘어져요!”
“꺄아!”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한 다이애나는 곧바로 내 품에 안겨 들었다.
정원에 있던 정원사와 지나가던 하녀들 모두 깜찍한 공녀의 등장에 시선을 빼앗긴 듯 나와 다이애나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때 다이애나가 버둥거리며 내 품에서 빠져나와 무언가를 건넸다.
“언니 언니, 선물!”
놀라 받아 든 그것은 수업할 때 쓰는 도화지였다.
“아가씨, 이건……!”
나는 입을 틀어막고 다이애나를 바라보았다.
내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도화지를 힐끗거렸다.
그리고 그림을 확인한 이들의 얼굴에 하나둘 물음표가 떴다.
아무래도 다이애나가 그린 삐뚤빼뚤한 그림의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모양이다.
“……저 핑크색 덩어리는 뭐지?”
심지어 이런 목소리까지 자그마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내 눈엔 보였다.
이 분홍분홍하고 핑크핑크한 것은 바로…….
“아가씨! 공주님을 그리신 거지요?”
다이애나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 속 공주님이라는 것을!
어찌 모를까. 내가 마르고 닳도록 읽어 주는 책인데.
“응! 맞아!”
내가 그림을 알아봐 준 것이 기쁜지 다이애나가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내게 안겼다.
“감사해요, 아가씨. 제게 이걸 선물로 주시다니.”
“헤헤, 언니가 내 공주님이니까!”
신이 난 다이애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제야 그림 속 정체를 깨달은 사람들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아가씨는 정말 공주님을 좋아하시는군요.”
“응! 좋아해!”
한 나이 지긋한 정원사가 묻자 다이애나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천진난만한 다이애나의 모습에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을 때였다.
어디선가 ‘풋’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참, 우리 공녀님께선 너그럽기도 하시지.”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소피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살롱에 가셔서도 내내 리아가 예쁘다고 어찌나 칭찬을 하시던지. 다른 귀족 영애들이 모두 다 이 하녀를 궁금해하더라고요.”
뜻밖의 말에 귀 끝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며칠 전 다이애나에게 살롱에 다녀온 소감을 물었더니,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재미있었노라 답했다.
내심 서운한 마음과 기특한 마음이 공존했었는데 그곳에서도 내 이야기를 했을 줄은 몰랐다.
“누가 봐도 어여쁜 아가씨가 공주님이라고,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는 아이니 누군들 기대를 안 하겠어요?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다른 영애들이 공작가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랄지도 모르니까요.”
“푸흡.”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 과장된 몸짓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동안 다이애나가 내게 예쁘다고 할 때마다 나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솔직히 기뻤다.
주변 사람들도 나를 따르는 다이애나가 귀엽다며 웃어넘겨서 크게 신경 쓴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놀림을 받으니 평소 알렌이 못난이라고 부르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런 자기도 별로 예쁘진 않으면서.’
내 외모에 큰 자신감이 없었기에 평생 남의 외모를 평가하며 깎아내린 적 없었는데, 속에서 불쑥 가시가 튀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불퉁한 표정으로 소피를 노려보고 있으니 다이애나가 나와 소피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아가씨. 그저 아가씨의 너그럽고 지혜로운 성품에 감탄했을 뿐이에요.”
“다나가 너그러워?”
“그럼요.”
소피가 방긋방긋 웃으며 살갑게 말했다.
“보통 아가씨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예쁘고 고운 것을 좋아한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아가씨께선 사람의 외면보다 내면을 더 중시하시니, 따르는 이로서 자부심을 느낀답니다.”
“흐응…….”
어린 다이애나는 소피의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입에 발린 칭찬 속에 들어 있는 뼈를 느끼지 못할 리가.
아무리 평민인 하녀들보다 귀족 출신인 시녀의 직위가 훨씬 높다고는 하지만, 그녀 또한 결국 사용인이다.
그리고 지금 소피의 말은 결코 일개 사용인이 공녀에게 할 만한 언행은 아니었다.
내가 아가씨께 그게 무슨 언사냐며 화를 내려던 때였다.
“……이것들이.”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언제 온 것인지 알렌이 무서운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다이애나, 뭘 멍하니 듣고 있는 거야.”
“응?”
다이애나는 제게 딱딱하게 말하는 알렌이 낯선지 겁먹은 얼굴로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너 비꼬는 거잖아. 리아가 예쁘지도 않은데 예쁘다고 한다고.”
알렌은 소피의 말에 웃음으로 동조한 사용인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그런 알렌의 눈동자는 소름끼치도록 차갑고 무서웠다.
언제나 장난기 많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새삼스레 그가 엘라드 공작의 아들이 맞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가 뿜어내는 살기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닌데도, 살갗이 따가울 정도였다.
“아닌데! 리아 언니 예쁜데!”
하지만 이제야 저를 칭찬한 것이 아님을 눈치챈 다이애나는 그런 살기 따위는 느끼지 못한 듯 씩씩거리며 성을 냈다.
“이, 이, 못생긴 게!”
다이애나는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솟는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알렌은 그런 다이애나를 위로하듯 어깨를 짚으며 소피를 노려보았다.
“감히 공녀를 비웃어? 그것도 공작가의 사용인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도, 도련님!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어찌 아가씨를…….”
겁에 질린 소피가 원망 어린 눈길로 힐끗 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