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43)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43)화(43/247)
* * *
“잭, 여기야!”
기사단 숙소 앞에 서 있던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잭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리아! 무슨 일이야?”
“그렇게 뛰어오지 않아도 되는데…….”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불렀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나온 것 같았다.
‘제대로 내 말을 전달해 줬구나.’
솔직히 종자에게 잭을 불러 달라 부탁하면서도 다른 사용인들처럼 무시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하긴, 종자들은 나를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예전에 공작성에서 잭을 괴롭히는 종자들과 한판 붙은 뒤로 연무장에 들를 때마다 묘하게 두려움과 동경이 섞인 시선을 느끼곤 했으니까.
“많이 기다렸지?”
“응?”
“네가 왔다고 해서 거짓말인 줄 알았거든. 네가 나 찾아온 거 처음이잖아.”
“……그랬던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잭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랬어.”
딱딱한 잭의 표정에서 언뜻 서운함이 스치는 것 같아 나는 놀랐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혹시…….”
“자, 여기!”
나는 혹시나 잃어버릴까 손에 꼭 쥐고 있던 동그란 약통을 건넸다.
“효과 좋은 연고야. 작은 찰과상쯤은 하루면 낫고, 크게 베인 상처에도 효과가 있대.”
“…….”
“물론 훈련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잭은 내가 건넨 연고통을 손에 든 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민망해져서 나는 아무 말이나 떠들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좋은 거야. 무려 공작가의 주치의인 바르도 자작님이 직접 만드신 거래. 참. 다음에는 몸의 기력 회복이나 성장에 좋은 약도 만들어 주신다고 했어.”
무엇이든 좋으니 말해 보라는 자작에게 나는 지난번에 본 잭의 손에 난 상처를 떠올리고 연고를 부탁했다.
내가 다친 줄 알고 놀랐던 자작은, 기사단에 들어간 친구에게 준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연고를 챙겨 주었다.
다음에 함께 오면 직접 보고 뼈와 근육에 좋은 약을 챙겨 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만간 스플레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기 위해서라도 방문할 예정이라 잭도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넌 내가 아직도 그렇게 약해 보여?”
“응?”
“아니야. 약한 거 맞으니까.”
고마워할 줄 알았던 잭의 반응이 영 이상했다.
‘약하다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잭은 보육원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키도 커지고 체격도 튼튼해졌다.
게다가 무서운 속도로 실력이 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약하기는 무슨.
“아무튼 고마워. 약은 잘 쓸게.”
그때 내 뾰로통해진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잭이 말을 이었다.
“그만 가자. 사용인 숙소까지 데려다줄게.”
“…….”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데려다줄 필요 없어. 나 혼자 가면 돼.”
“같이 가. 늦었어.”
“진짜 괜찮아.”
“…….”
나름 단호하게 거절했으나, 잭은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먼저 앞장서기 시작했다.
선물까지 줬는데 기뻐하는 기색은 하나도 없고, 도리어 기분이 나빠 보였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잭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나빠졌다.
“잭. 너 뭐 할 말 있어?”
숙소 근처까지 온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자 잭도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 또 바보같이 당하고 있는 거 아니지?”
“뭐?”
이번에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미간을 좁히며 쳐다보자 잭이 알 만하다는 듯 혀를 찼다. 나는 한층 더 기분이 나빠졌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너야말로 날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데.”
평소의 나답지 않게 톡 쏘며 되묻자 잭이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래, 맞아. 미안해.”
잠시 부정하던 잭은 금방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내게 사과했다.
이렇게 순순히 나오니 화를 내려던 것이 조금 민망해졌다.
“그래서 왜 그런 거야? 무슨 일인지나 자세히 얘기해 봐.”
내 물음에 잭은 다시 입을 다물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다시 기분이 나빠져 내 눈이 가늘어지려는 것을 본 잭이 다급히 말했다.
“너 요즘 잘 지내는 거 맞아?”
“응? 뭐가?”
“사람들이…….”
말끝을 흐리는 잭을 보고서야 나는 대충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아무래도 사용인들이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나 보다.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은걸.”
“하지만……. 너 괴롭힘 당하는 거 아니야? 일거리를 다 너한테 몰아준다든가, 따로 불러내서 혼낸다든가.”
“그런 일 없어. 참, 나를 뭘로 보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잭의 표정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잭이 말하는 그런 괴롭힘은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완전히 무시해서 문제지.
하지만 잭은 마치 당하면서도 모르는 바보를 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 진짜 괜찮다니까? 잭, 그 건방진 종자들한테서 널 구한 게 누구였는지 잊은 거야?”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잭의 어깨를 쳤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흔들고는 곧바로 숙소로 뛰어 들어갔다.
순간 친구라고 이리 걱정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울컥하는 마음에 콧잔등이 시큰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그러나.
잭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한 다음 날부터 나는 더 이상 괜찮지 않아졌다.
* * *
촤르륵.
계단에서 떨어진 물에 옷은 물론이고 몸까지 흠뻑 젖었다. 걸레를 빤 물인 듯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황망하게 서 있는데, 마침 위에서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계단 위에 있던 하녀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진짜, 이건 너무하잖아.”
나는 주먹을 꼭 쥐며 이를 악물었다.
얼마 전부터 이런 노골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차라리 은근하게 무시하던 때가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쩐지 잭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 때부터 이러는 것 같은데.’
내가 여전히 걱정스러웠는지 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찾아왔다.
‘나와 잭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사용인들의 눈빛이 어쩐지 전보다 싸늘해진 것 같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내게 마음을 써 주어 고마워하던 것도 잠시, 나는 인기 많은 잭이 아주 조금 원망스러워졌다.
“하, 괜히 남 탓은.”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고개를 저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를 무시하던 때부터 이런 기류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바르도 자작을 만나기 위해 한 번, 그리고 약초학과 마도서가 있는 별관 도서관에 가기 위해 한 번.
이렇게 두 번 별관을 방문했을 때 다른 사용인들이 왜 나는 제대로 일하지 않고 저리 노느냐며 뒷말을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엄연히 나도 봉급을 받는 하녀 신분이니 틀린 말도 아니라 그 이후로는 별관에 가지 않았다.
어차피 사서가 내게 전문 서적이 아닌 아동 도서 쪽만 안내해서 별달리 원하던 지식을 구할 수도 없었다.
어쨌거나 상급 하녀에게 내게도 할 일을 배정해 달라 청했더니, 소극적이던 이전과 달리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내게 매일 업무를 할당했다.
교묘하게 공작 부인이나 다이애나, 알렌과 마주치기 어려우면서 힘든 일을.
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 잭의 말대로 된 것 같았다. 거기다 이런 저열한 괴롭힘까지.
물론 우습게 여겼던 괴롭힘이 심해지자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정신은 어른이라도 몸은 어린애가 맞으니까.
그리고 어린아이를 이리 괴롭히는 것은 선을 넘은 거니까.
하지만 내 고민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짧게 끝났다.
며칠 전, 황궁 파티에서 늦게 귀가한 공작과 공작 부인을 발견한 나는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힘드네요. 대체 다들 왜 그렇게 말을 빙빙 돌려 가며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게 귀족다운 거라니. 솔직히 나만 바보 된 것 같고, 눈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속상해요.〉
〈지금이라도 영지에 내려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 무리하지 마.〉
〈싫어요. 난 당신 아내고 아이들 엄마니까. 무조건 해낼 거예요.〉
공작 부인의 말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나는 그녀가 꽤 수도 생활에 적응을 잘했고, 잘 지내는 줄 알았다. 그녀가 밝은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공작 부인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배은망덕한 스스로에게 경멸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 나 힘들다고 공작 부인에게 짐을 보탤 생각이었다니.’
물론 시드 발레리에게 했던 것처럼 나를 괴롭히는 못된 사용인들을 알리는 게 공작가에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집 밖에서도 힘든데 나 때문에 집 안까지 시끄럽게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나오는데도 참으면 진짜 바보인 거지.’
아주 조용히, 나를 괴롭히는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결심을 하던 나는 당장 급한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아. 마지막 옷이었잖아.”
다이애나의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 돼 가니 얼른 몸에서 나는 악취를 지워야 했다.
바로 숙소로 달려와 샤워를 마친 나는 빈 옷장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지급받은 메이드복은 모두 더러워져 빨아 버린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공작성에서 입던 옷을 꺼내 입었다.
“그래, 옷이 뭐가 중요해. 나만 당당하면 되지.”
분명 이 차림새를 보면 사용인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것이 뻔했지만, 그렇다고 벌거벗고 다닐 수는 없으니.
대신 공작성에서 하고 다니던 작은 앞치마를 야무지게 두르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본관으로 향하던 때였다.
“어? 루치오, 저 애가 네 동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