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49)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49)화(49/247)
* * *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벌써요?”
알렌의 말에 목검을 내려놓은 잭이 물었다.
오전의 검술 훈련을 끝내고 대련을 시작하면 점심시간도 지나치기 일쑤인 알렌이었다.
잭의 표정을 본 알렌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형이 왔거든. 아버지보다 더 얼굴 보기 힘든……. 아! 이젠 우리가 수도에 왔으니 자주 볼 수 있으려나?”
머리를 긁적이던 알렌이 눈을 끔뻑이다 손뼉을 쳤다.
“그럼 우리 대련도 봐 달라고 하면 되겠다. 사실 우리 형이…… 아니다, 말 나온 김에 지금 가 보자. 분명 도서관에 있을 거야.”
형이라는 주제를 꺼낼 때부터 잔뜩 들뜬 알렌은 어리둥절해하는 잭을 끌며 본관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가는 내내, 제 형이 얼마나 멋지고 똑똑하며 못 하는 것이 없는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만 들으면 세상 둘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잭은 예전에 다이애나가 제 오빠들이 잘생겼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 남매들은 우애가 참 좋구나 싶었다.
물론 알렌의 얼굴을 보고 그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알렌의 말을 대충 한 귀로 흘린 잭은 본관으로 가는 길에 빨빨거리며 청소 도구를 들고 바쁘게 오가는 리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때였다.
“시녀장?”
“……작은 도련님.”
알렌은 평소와 달리 침착함을 잃은 듯 분주하게 계단을 오르는 시녀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 무슨 일 있어?”
“아뇨……. 잠시 큰 도련님께 가던 길입니다.”
“그래? 잘됐다. 나도 형한테 가고 있었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며 알렌이 앞장섰다. 당연하게도 목적지는 루치오가 살다시피 하는 도서관이었다.
“형, 나 알렌이야! 들어갈게.”
들어오라는 말도 듣지 않고 알렌은 문을 활짝 열었다.
“리아?”
그리고 이곳에서 보리라 생각지 못한 얼굴에 눈이 커졌다.
“신경 쓰지 말고 먹어.”
그때 느른히 앉아 찻잔을 들고 있던 루치오가 말했다.
자세히 보니 테이블 위에 산뜻한 연어 샐러드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샌드위치가 차려져 있었다.
리아는 루치오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불편한 얼굴로 알렌 쪽의 눈치를 보더니,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입에 넣어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황당하게 보던 알렌이 물었다.
“형, 지금 뭐 해? 리아, 너는 여기 왜 있고.”
리아는 입에 음식이 있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표정에서 저 또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 * *
조금 전.
리아는 영락없이 제가 벌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루치오는 종을 흔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온 하녀에게 말했다.
〈따뜻한 차, 그리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해라.〉
그러곤 할 말은 그게 전부라는 듯 그는 만년필을 집어 무언가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하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차갑고 엄격한 루치오의 성정으로 보아, 사적인 공간에 허락도 없이 멋대로 침입한 자를 결코 그냥 둘 리 없었다.
하여 그가 당장이라도 아이를 끌어내 엄벌을 줄 줄 알았던 하녀는 우물쭈물하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안 나가고 거기 서서 뭐 하지?〉
결국 싸늘한 눈으로 루치오가 다시 바라보자 허겁지겁 달려 나갔지만.
리아는 그 모습에 눈치를 보며 저도 함께 따라나서려 했다.
그러나 루치오가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일을 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냥 가려고?〉
〈그, 그럼 마저 청소를 할까요?〉
〈아니. 다른 일.〉
리아는 그의 대답에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루치오가 시킨 일은 별것이 아니었다.
그가 한참 끄적이던 종이를 북, 찢어 리아에게 건넸다. 언뜻 보니 책의 제목 같았다.
눈치 빠른 리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도서관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두 명의 하녀가 음식을 준비해 왔다.
조금 전보다 많아진 기척을 보아 문 앞에 다른 하녀들도 와 있는 것 같았다.
리아는 신경 쓰지 않는 척 사다리를 조심히 올라 루치오가 주문한 책을 꺼내 그의 옆에 하나씩 가져다 두기 시작했다.
음식을 내려놓던 하녀들은 자신들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양상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만 루치오가 가만히 있으니 아무도 표를 내지 못하고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리아가 모든 책을 찾아왔을 때.
〈잘했어. 이제 이걸 먹도록 해.〉
루치오는 그리 말하며 찻주전자를 들어 제 잔에 따랐다. 잠을 깨려는지 민트 향이 진하게 나는 차였다.
찻잔을 드는 손가락마저 우아한 그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자, 리아는 망설이다 조심스레 말했다.
〈저, 배 안 고픈데요. 아침을 늦게 먹어서.〉
거짓이 아니었다. 유달리 아침잠이 많은 다이애나 덕분에, 항상 아침은 느지막이 먹는 편이었다.
그러고 곧장 다이애나가 오전 수업을 받으러 가면, 리아는 그날의 할 일을 배정받으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기껏 용기 내 솔직하게 말했더니 반응이 영 좋지 않았다.
루치오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지는 것을 본 리아는 어쩔 수 없이 ‘하하, 그런데 너무 맛있게 보여서 먹고 싶네요.’ 하며 샌드위치를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놈의 공작가 식구들은 어째서 사람을 볼 때마다 음식 고문을 하려고 하는가, 속으로 외치면서.
그리고 그 순간 밖에서 알렌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현재의 상황.
이 기나긴 사연을 말하지도 못하고 빵을 우물거리며 삼키는 리아 대신, 루치오가 알렌에게 대답했다.
“뭐 하긴, 차를 마시지.”
“리아는? 여기 왜 있는 건데?”
“청소를 하러 왔다던데.”
“청소?”
눈을 끔뻑거리던 알렌은 뒤늦게 펄쩍 뛰었다.
“여기에 청소를 하러 왔단 말이야?!”
형 루치오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만큼, 그의 냉정한 성격을 아주 잘 아는 알렌은 덜컥 겁이 났다.
가끔 아버지를 따라 수도에 올 때마다 그의 형은 항상 이곳에 머물곤 했고, 그가 허락하지 않은 때에는 어떤 사용인도 이 주변을 얼쩡거리지 못하게 했다.
이를 어기면 아버지보다 더 무섭고 냉혹하게 벌을 내리며 사용인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형의 눈에 들고 싶어 안달이 난 하녀들도 몸을 사리곤 했는데.
“왜 그랬어! 여긴 형 개인 서재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지금 상황을 보면 리아가 위험하지 않은 것을 뻔히 알 수 있는데도, 알렌은 초조하게 소리쳤다.
자신이야 동생이니 갑자기 들이닥쳐도 넘어가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리아에게 루치오가 너그럽게 굴어 줄 리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알렌의 추궁에, 입에 있던 것을 꿀꺽 삼킨 리아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항상 비어 있는 곳이라서 몰랐어요.”
그러자 알렌의 말문이 막혔다.
이곳은 공작가의 직계들만이 이용하는 곳.
아버지는 새벽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시고 저택에 머물 때도 항상 집무실에 계시는 데다, 어머니도 수도에 온 후로 유례없이 바빠지셨다.
자신은 검술에 푹 빠져 있고, 다이애나는 아직 동화책이나 읽을 나이니 이 도서관에 올 사람이 있을 리가.
루치오가 오기 전까지는 항상 불이 꺼져 있던 곳이니, 리아가 오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어째서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았던 거지?’
둔한 그조차 이상하게 생각하던 때였다.
알렌의 뒤에 서 있던 시녀장이 한 발짝 나와 섰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 밑의 하녀가 무언가 착오를…….”
“착오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처리는 확실히 해.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시녀장이 허리를 반으로 접어 가며 고개를 숙였다.
루치오는 여전히 싸늘한 눈빛이었으나 더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시녀장은 그것을 신뢰라고 생각하며 허리를 폈다. 그리고 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그만 아이를 데리고 나가겠다 말하려던 때였다.
“앞으로 이 아이에게 이 도서관 관리를 맡길 테니 그렇게 알아 둬.”
“……예?”
루치오의 말을 들은 시녀장의 표정이 순간 이상해졌다.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은 것처럼.
하지만 그녀의 반문에 루치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러니까 내일도 여기에 오는 거다. 다른 일은 하지 말고 곧장.”
눈치를 보며 빵을 야금야금 뜯어 먹던 리아에게 말했다.
“내가 아카데미에 돌아가도, 계속.”
“…….”
“넌 내가 시키는 일만 하는 거야.”
놀랐는지 눈을 깜빡거리는 리아의 답을 기다리듯 루치오가 턱을 괴었다.
“도련님.”
그때 시녀장이 딱딱한 목소리로 루치오를 불렀다.
“왜 이 아이에게, 이곳 관리를 맡기시는 건지……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침 알렌도 궁금했던 터라, 아닌 척 귀를 쫑긋 세웠다.
느른히 리아를 보고 있던 루치오가 고개를 돌렸다.
“헬렌.”
“……예, 도련님.”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나가 봐.”
루치오는 돌아서는 시녀장을 보다 그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알렌과 잭을 발견했다.
“그래서, 알렌. 너는 갑자기 무슨 일이지?”
“아…… 그냥 형한테 우리 대련하는 거 봐 달라고.”
“지금은 바빠. 오후에.”
단칼에 잘라 낸 루치오가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알렌은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잭을 소개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알렌이 물었다.
“그, 근데 형. 리아한테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것저것.”
“그럼 지금 차려진 이 음식들은 뭐야?”
정확히는 리아가 도대체 왜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 말에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무성의하게 대답하던 루치오가 고개를 들어 중얼거렸다.
“보상. 먹이를…… 가장 좋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