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55)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55)화(55/247)
* * *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예뻐 보이고 싶냐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루치오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표정인데 왠지 뻔뻔하게 느껴졌다.
왜 내가 자기한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건지 모르겠다.
‘놀리는 건가?’
확실한 건 그의 성격이 굉장히 나쁘게 보였다는 점이다. 내 기분도 점차 나빠졌다.
나는 왠지 모를 반발감을 느끼며 딱딱하게 말했다.
“아니요.”
“……뭐?”
“도련님 눈에 예뻐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저는 아가씨 눈에만 그러면 충분하거든요.”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던 루치오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한참이나 말없이 내 얼굴을 응시하는 시선에 입이 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욱하는 마음에 그의 심기를 어지럽힌 것이 조금 후회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덧붙였다.
“제가 특이한 거니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도련님께 예뻐 보이고 싶은 사람은 아주 많을 거예요.”
“…….”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인정까지 했는데도, 루치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그의 얼굴을 넋 놓고 보았던 것 때문에 내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나 보다.
“진짠데.”
투덜거리듯 한 번 더 덧붙이자 그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릴 때였다.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서관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언니!”
노크도 하지 않고 들이닥친 사람은 다이애나였다.
놀라 일어서자 다이애나가 곧장 품에 안겼다.
“언니 보고 싶었어!”
“헤헤, 저도요.”
한참이나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나는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아가씨, 혼자 오신 거예요?”
“응! 혼자 왔어!”
다이애나가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은 수업이 끝나면 복도에서 기다리는 하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간 뒤 나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도서관에 오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이렇게 사용인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다음부턴 저를 부르세요. 아니면 복도에 다니는 하녀나 시종들에게 데려다 달라 하시고요.”
“다나 길 아는데?”
다이애나가 큰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나 애기 아닌데!’ 하는 것 같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 순간 마음이 약해질 뻔했지만, 얼른 정신을 차렸다.
“자꾸 혼자 다니시면 안 돼요.”
활기찬 성격의 다이애나는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이야 아이의 활동 영역이 안전한 공작저에 있으니 안심이라고 해도, 자꾸 습관이 되면 전처럼 밖에서 길을 잃을지 모른다.
‘사실 지금도 저택이 워낙 넓어서 마음이 안 놓인단 말이야.’
그때 내 걱정 어린 표정을 본 다이애나가 결연한 눈빛을 했다.
“알았어! 이제 언니랑 같이 다닐 거야!”
솜방망이 같은 주먹을 꼭 쥐고 외치는 말에 심장이 아파 왔다.
“네! 꼭 저랑 다녀요.”
감격에 취해 대꾸하자 다이애나가 배시시 웃으며 다시 품에 안겨 왔다.
“헤헤, 언니 좋아해.”
“저도요.”
“세상에서 제일?”
“그럼요. 아가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럼 숨바꼭질해!”
다이애나의 천진난만한 요구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숨바꼭질은 요즘 다이애나가 푹 빠진 놀이 중 하나였다.
“오늘은 어디서 할까요?”
“후원이 좋아!”
후원에는 작은 꽃밭과 분수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여기저기 숨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으니까 중정은 어떠세요?”
나의 설득에 넘어간 다이애나가 기대된다는 듯 얼른 가자며 나를 끌었다.
무심코 밖으로 나서려던 내가 멈칫했다.
나는 그제야 이 공간의 주인인 루치오의 존재를 깨달았다.
다이애나가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어, 도련님. 저는 이만 가 봐도 될까요?”
몹시 민망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묻자 루치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바였다. 그는 다이애나와 보내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했으니까.
나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하고, 다이애나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섰다.
* * *
탁.
도서관 문이 닫히고.
“하…….”
홀로 남은 루치오는 멍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다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된 건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새벽부터 아카데미에 가 일정을 조정하고 간식거리를 사 오거나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조금 전 했던 그런 멍청한 말도 하지 않았을 텐데.
“예뻐 보이고 싶긴 하냐니.”
제 입으로 한 말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 와중에 당돌하게 돌아오는 답이 당혹스러워 순간 말을 잃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 딱 자르니까 오히려…….”
말끝을 흐린 루치오는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말이 안 됐어. 여길 맡기다니.”
본관 도서관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가족을 제외하곤 누구도 이 장소에 접근할 수 없게 했었다.
‘그런데 그리 쉽게…….’
아버지인 엘라드 공작은 그가 언급했던 후원 건 때문에 아이에게 도서관 관리를 맡긴 것이라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전혀 아니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그 아이에 대해, 루치오는 관심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 나지 않게 걸으며 도서관에 들어온 낯선 침입자의 정체를 안 순간, 사실 리아보다도 루치오가 훨씬 더 당황했다.
‘왜 화가 나지 않았을까.’
만일 다른 하녀였다면, 멋대로 제 공간에 들어온 이를 결코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은 아이의 반응에, 루치오는 곧바로 사용인들 간의 알력 다툼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에게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인간은 쓸모 있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으로 분류될 뿐이니까.
하지만, 다이애나를 보살펴 줬다는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들이 각별하게 여기는 아이라서?
어쩌면 저를 두려워하듯 경계하는 시선이 굉장히 거슬려서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전혀 이성적이지 않고 다분히 충동적인 결정으로 아이에게 도서관 관리를 맡겼지만 본인도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먹이고 싶은 거지.”
꼭 책에서 본 내용 때문이 아니어도, 작고 마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충동이 일었다.
설마 자신이 남을 보고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 눈치를 보는 건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억지로 음식을 구겨 넣은 아이가 입을 앙다문 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람쥐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됐건 이런 불필요한 관심은 하등 쓸모가 없었다.
루치오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 냈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나서는 리아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런 취급을 처음 받아 봐서 그런가.’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오던 상황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다시 한번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 키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은 아이를 상대로 무슨.
금세 냉소를 지워 낸 루치오는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표지의 로맨스 소설을 펼쳤다.
“75. 121. 199.”
오늘 입수한 쪽지에 적힌 페이지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단락에서 원하던 것을 찾은 루치오는 곧바로 도서관을 나섰다.
* * *
다이애나와 한창 놀고 점심과 간식까지 든든하게 해치웠다.
아침부터 과식한 탓에 배를 퉁퉁 두드리던 나는 낮잠을 자는 다이애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저녁 식사 전까지 좋은 꿈 꾸세요.”
새근새근 잠든 아이에게 속삭이듯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루치오는 어디로 또 외출한 걸까. 도서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다시 책을 읽을까 하던 나는 문득 지금이야말로 비앙카에게 답장을 쓸 기회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벨루스 공국에 관한 책의 내용은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삽화를 보면서 답장을 쓰고 싶었다.
그곳이 얼마나 멋지게 보였는지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관 도서관의 책은 밖으로 들고 나갈 수 없었다.
루치오나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서 개인적인 편지를 쓰는 것도 괜히 부끄러웠고.
‘하지만 지금이라면!’
공작 부인에게 받은 예쁜 편지지가 방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얼른 밖으로 나가니 날이 흐린 탓에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게다가 투둑투둑,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다시 올 때는 우산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사용인 숙소로 향했다.
얼마 전 도서관 일로 하녀들이 대거 잘린 후 아직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서 숙소는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였다.
사람은 줄었는데 일은 그대로이니, 각자 배정받은 하루 할당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끝마치지 못하면 벌점까지 받게 되어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물론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눈치가 보여서 조심스럽게 숙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어쩐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계단을 한 층 오를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내 방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다들……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내 방 앞에 서 있는 하녀들을 마주한 순간 숨이 턱 막혀 왔지만, 나는 티 내지 않고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방 쪽으로 걸어가니.
“……!”
방문이 활짝 열려 있고, 방 안을 마구 파헤친 흔적이 있었다.
“마침 왔네.”
침입자들은 내 동요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뻔뻔하게 말했다.
“네가 아가씨의 물건에 손을 댔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