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56)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56)화(56/247)
“네?”
하녀의 말에 난 너무 기가 막혀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래서 뒤져 보았더니 이런 것들이 나왔지 뭐야.”
그들이 증거랍시고 내민 것을 본 내 눈이 크게 뜨였다.
그것은 공작성에 머물 때 연회를 위해 공작 부인이 내게 준비해 주었던 드레스였다.
“그건 마님이 제게 사 주신 거예요!”
나는 다급히 외쳤다.
다이애나와 똑같은 그 드레스는 내 보물 중 하나였기에, 옷장 속 깊은 곳 상자에 넣어 놨다.
그 옆에는 비앙카가 준 편지도 소중히 보관해 두었는데.
충격과 분노로 눈앞이 벌벌 떨렸다.
그때 드레스를 들고 있던 하녀가 코웃음을 쳤다.
“뭐? 마님이 사 주셔? 마님께서 아무리 널 예뻐한다 해도 넌 하녀야. 그런데 이런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드레스를 사 주셨다고? 이건 네가 평생 일해서 돈을 모아도 살 수 없는 비싼 드레스인데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진짜예요. 마님이…….”
“소냐, 네가 분명 그랬지? 아가씨 옷장에서 이 드레스를 봤다고.”
그러자 다이애나의 꾸밈 시중을 드는 하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완전 똑같아. 저 애가 훔친 게 분명해.”
“감히 상전의 것에 손을 대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언제고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난 알았다고! 저런 손버릇 나쁜 애를 지금껏 저택에서 활개 치게 했다니.”
이미 나를 도둑으로 확신하는 대화에 피가 차갑게 식었다.
억울하고 기분이 말할 수 없이 더러웠지만, 나는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마님께서, 아가씨와 똑같은 것을 사 주신 거예요.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못 믿겠으면 마님께…….”
“푸흡.”
그때 드레스를 들고 있던 하녀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눈매를 휘었다.
“세상에, 당돌한 것 좀 봐. 이젠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하는 거니? 내가 그럼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 아니면 설마 마님께서 널 예뻐하신다고 이런 일을 넘어가 주실까 봐?”
“그런 게 아니라…….”
답답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바로 반박하려는 때였다.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구겨진 편지를 발견했다.
“어, 어떻게, 이런 짓을…….”
그 순간 입꼬리를 비틀며 웃는 하녀의 얼굴이 괴물처럼 보였다.
동시에 나는 저 하녀를 남김없이 갈가리 찢어 버리고 싶다는, 낯설고도 흉포한 충동을 느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나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겨우 말했다.
“정말로,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거짓말이 아니라…….”
그 순간 기시감이 들었다.
이전에도 이런 일을 겪어 본 듯한 기분…….
〈이 거지 년이 감히 내 물건을 훔쳐?〉
〈아, 아니에요!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하하.”
착각이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언제나 구구절절 진심을 다해 빌었지만, 돌아오는 건 조롱과 무시뿐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웃었다.
내가 갑작스레 웃자 하녀들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점차 방 안의 온도가 싸늘해졌다.
하지만 도리어 내 몸은 기묘한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마치 화살을 맞은 것처럼 심장에 불같은 통증이 일었다.
그때였다.
“너같이 나쁜 애는 벌을 받아야 해.”
한 하녀가 싸늘하게 말하자, 곧 다른 하녀들이 내 두 팔을 잡아챘다.
그리고 내 치맛단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종아리가 드러났다.
분노로 몸을 떨자,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하녀가 옅은 비웃음을 지으며 기다랗고 얇은 막대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위협하듯 말했다.
“여길 나가면 오갈 데도 없는 고아 계집애 주제에. 별로 볼 것도 없는 네가 이렇게 날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너무 평범한 게 잘못이었다.
나를 질시하는 사람들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내가 사랑을 받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들의 눈에 나는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해서 자신들보다도 못한, 그래서 왜 사랑을 받는 것이 자신이 아닌 나인 것인지 불만을 품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무리 인정받으려 노력을 하고, 실제로 무언가를 해낸다고 해도 결코 인정할 수 없는.
흰 눈을 뜨고 보게 만드는 그런 사람 말이다.
쉽고.
만만하고.
언제든 밟아 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
나도 내가 볼품없고 초라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 사랑을 받을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역시.
하지만 이렇게 짓밟히는 것까진 참을 수 없었다.
마침내 가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거 알아?”
나는 이 뜨거운 불을 토해 내듯 중얼거렸다.
“내가 지금까지 당신들 봐준 거야.”
“뭐? 당신들?”
“난 정말 참았어.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고.”
정말이었다.
사실 나는 언제든 엘라드 공작가를 떠날 수 있었다.
아직 어리다고,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선 돈도, 시간도 필요하다고.
공작가가 베푼 은혜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떠나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중 어느 것도 거짓은 아니었으나, 동시에 모두 허울 좋은 핑계이기도 했다.
당장 은행에만 가도 스플레시아를 발견하며 받은 돈을 찾을 수 있었고, 독립 준비는 꼭 이곳이 아니어도 괜찮았으며, 은혜는 다른 방법으로도 갚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계속 하녀로 일하며 이런 뒷말과 괴롭힘을 참은 것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다이애나의 곁에 있고 싶어서.
공작 부인을 살리고 싶어서.
그렇게 이번 생엔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겠다 다짐해 놓고, 또 마음을 내어 주고 만 것이다.
“멍청하긴.”
“하!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너?”
내 말에 얼어 있던 하녀가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회초리를 허공 높이 들어 올렸다.
“……?!”
“꺄, 꺄악!”
“아아아악!”
그 순간 하녀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붉음뿐이었다.
화염이었다.
* * *
“내가 시간을 잘못 안 건가?”
다이닝 룸으로 들어서던 공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저녁 시간이 되어 왔는데, 식탁에는 알렌 한 명뿐이었다.
“알렌, 다른 가족들은?”
알렌은 저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영문을 몰라 하며 공작이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미안해요, 조금 늦었어요.”
공작 부인이 루치오와 함께 다이닝 룸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둘이 같이 와? 앞에서 만난 건가.”
“아, 그게…….”
말끝을 흐리던 공작 부인이 수줍게 미소 지었다.
“조금 전까지 같이 차를 마셨거든요.”
“둘이?”
공작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서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새어 나왔다.
이를 본 공작의 얼굴에도 슬쩍 미소가 번졌다.
“내일 태양이 서쪽에서 뜨겠구나. 대체 무슨 일이냐?”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무심하게 대꾸하는 큰아들에 금세 흥미가 떨어졌다.
“다이애나와 리아는?”
다이닝 룸의 의자가 꽤 찼음에도, 여전히 휑하게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어린 여자애 두 명이 없는 것뿐이었지만 그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은 고작이 아니었다.
“아가씨께선 아직 오수중이십니다. 너무 곤히 주무셔서 깨울 수가 없었습니다. 늦게라도 깨시면 따로 식사를 올려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평소처럼 딱딱한 말투로 시녀장이 대답했다.
훈련이 끝나고 다이애나를 찾아갔다 허탕을 친 알렌은 뒤이어 찾아간 도서관에도 없었던 리아를 떠올렸다.
둘이 어지간히 신나게 놀았겠구나, 생각하며 혀를 찰 때였다.
“리아는요? 다이애나는 자더라도, 애 저녁은 먹여야죠.”
“글쎄요. 아가씨를 깨우러 갔을 때 없었던 것을 보니 도서관에 있거나 숙소로 돌아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용인 식당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작 부인의 말에 시녀장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애초부터 그녀는 리아가 이곳에서 식사하는 것을 마땅치 않아 하던 터라, 공작 부인은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시녀장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였다.
“내가 데리고 올게!”
그때 알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서관이든, 숙소든 당장이라도 리아를 찾아 데리고 올 태세였다.
‘사용인 식당이라니.’
알렌은 원래도 조금 먹는 애가 사용인들 사이에 떨어진다면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식사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를 알지 못하는 공작과 공작 부인은 평소 리아에게 툭툭대던 알렌이 웬일로 리아를 챙기는가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녀와라.”
“어? 어.”
그때 생각지도 못한 루치오의 승낙이 떨어졌다.
얼떨떨해하면서도 알렌이 서둘러 몸을 돌릴 때였다.
“허, 헉. 시녀장님.”
웬 하녀 한 명이 머리와 옷이 흐트러진 채로 다이닝 룸에 난입했다.
시녀장이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멋대로…….”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급해서!”
“무슨 일이지?”
낮은 목소리에 그제야 공작과 그 가족들을 발견한 하녀가 멈칫했다.
그녀가 시녀장의 눈치를 보며 말을 주저하자, 공작이 차갑게 인상을 굳혔다.
“두 번 물어야 대답하는 건가?”
“그, 그게. 사용인 숙소에 불이 나서!”
겁에 질린 하녀가 외쳤다. 동시에 공작 부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숙소에? 아니, 어쩌다…… 리아는!”
“불의 크기가 어느 정도지?”
자리에서 일어난 공작이 물었다. 현장을 보러 가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시녀장이 막아섰다.
“제가 가 볼 테니 식사하시지요. 밖에 비가 내리고 있으니 금방 꺼질 것입니다. 별일도 아닌 일에 직접 움직이실 필요는…….”
“아니.”
그때였다.
루치오가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매사 모든 일에 무심하던 그는, 불이 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돌연 아득한 긴장감을 느꼈다.
“아버지, 직접 가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루치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작이 자리에서 튀어 나갔다.
따라나서는 루치오를 보며 알렌도 같이 움직이려 했지만, 공작 부인이 만류했다.
“알렌, 너는 여기 있어. 엄마가 가 볼 테니.”
그렇게 공작 부인마저 다이닝 룸을 나서자, 홀로 남은 알렌은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크게 벌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