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57)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57)화(57/247)
* * *
“별일 없을 겁니다, 마님.”
공작 부인은 우산을 들고 따라오는 집사의 말에 벌벌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지금도 숨이 몹시 차올랐지만 조금 더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앞서 나간 공작과 루치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초조해하던 공작 부인은 숙소 앞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 때문인지, 외관상으로는 연기도 없고 불이 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작은 불이었나 보다, 안심하면서도 그녀는 리아의 얼굴을 직접 보고 무사함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계단을 올랐다. 그러다 멈칫했다.
저만치 떨어진 복도에서 공작과 루치오가 무서운 얼굴로 굳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쪽에 연기가 자욱했다.
“……여보?”
왠지 모르게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공작 부인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공작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동시에 믿을 수 없게도 불길 한가운데 작은 아이가 드레스를 부둥켜안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리아가 핏발이 선 눈으로 외쳤다.
“난 언제든 떠날 수 있었어. 어디든 갈 수 있었다고!”
* * *
“불! 불이야!”
“꺄아아악!”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새된 비명과 함께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방 안에서 갑작스레 불길이 피어났으니까.
나를 양쪽에서 붙잡고 있던 하녀들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에 다급히 내게서 손을 떼었다.
화르륵!
하지만 문 앞을 빼곡하게 채웠던 이들이 도망치는 동안, 내 방 안에 있던 이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문 쪽에 불길을 만들어 막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피어난 불은 빠르게 옮겨붙었다.
뜨거운 열기와 독한 연기가 자욱한 와중에, 그들은 불길이 미처 닿지 못한 방 안쪽으로 몰아세워졌다.
금방이라도 화염 속에 갇힐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휩싸인 눈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굽히고 비앙카의 편지와 드레스를 주워 품에 안았다.
분노로 눈앞이 떨릴 때마다 불길이 크게 일렁였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불은 나를 해치지 못해.’
오히려 저 불보다 내 몸이 더 뜨겁게 느껴졌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게 너무 힘들어 거칠게 헐떡이자,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살려 줘!”
나는 고개를 돌렸다.
공포로 사색이 된 얼굴이 보였다.
아까 전의 당당함과 조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꼴이 우스웠다.
내가 조소를 흘리자, 하녀의 얼굴이 좌절로 얼룩지더니 곧 소리를 질렀다.
“이, 악마 같은 계집애!”
악마라고? 그래. 어쩌면 맞을지도.
내겐 신성력도 통하지 않고, 분노에 휩싸여 이런 비이성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
나는 차게 웃으며 물었다.
“내가 악마라면 당신은 무엇이지?”
“…….”
말없이 굳은 그들을 보자 다시금 분노가 차올랐다.
“나는 너 같은 사람에게 매를 맞으려고 이곳에 들어온 게 아니야.”
난 이를 으드득 물며 말했다.
“너희에게 괴롭힘받기 위해 돌아온 게 아니라고!”
내가 크게 외칠수록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나는 내 가슴에 들끓는 불을 토해 내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기가 아니면 갈 데가 없다고? 난 여태껏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곳에서 살아왔는데. 다른 곳이라고 무슨 상관이겠어? 난 언제든 떠날 수 있었어. 어디든 갈 수 있었다고!”
날 몇 번이나 스카우트하려던 길드도 많았고.
벨루스 공국으로, 비앙카에게 갈 수도 있어.
현생과 이전 생의 기억이 뒤섞여, 나조차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채 외쳤다.
하지만 분노는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지독한 외로움만 사무쳤다.
목에 피가 나도록 소리쳐도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곳에서 홀로 사투하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리아.”
고요하게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엘라드 공작이 엄청난 살기를 뿜어 대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루치오도 함께였다.
그들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울음을 삼키며, 분노한 와중에도 생각했다.
화가 났나?
내가 그들의 집에 불을 내서?
그럼 이제 버림받는 건가?
하지만 겁이 나지는 않았다.
그저 다이애나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니 많이 슬펐다.
더 이상 울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일 때였다.
“리아, 이리 오련.”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위험해. 어서.”
언제 온 것인지 공작 부인이 애가 타는 얼굴로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빨개진 눈을 급히 닦으며 입매를 가다듬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말하려 했다.
‘저는 괜찮아요, 마님.’
하지만 그 말을 하려던 순간,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심장이 있는 가슴께를 움켜쥐자 시야가 아득해지며 호흡이 가팔라졌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 손끝이 떨려 왔다.
머리털이 곤두설 만큼 격렬한 열기가 전신에서 솟구쳤다.
이 열기를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리아!”
무슨 정신으로 열려 있던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는지 모르겠다.
뒤에서 공작 부인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미친 듯이 뛰며 열기를 내뿜는 심장과 몸을 식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쏴아아아.
투둑투둑 내리던 빗방울은 어느새 굵어져 하늘이 뚫린 듯 억세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온몸이 추적추적하게 젖어 들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제발 이 고통이 가시길 바라며, 비를 맞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 주변으로 물안개가 뿌옇게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사방에는 빗소리가 가득했다.
그렇게 비 내음을 맡고 있으니 슬픈 기억이 떠올랐다.
아카데미 근처에서 길거리 생활을 할 때였다.
내가 속한 거지 패거리는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노려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짓을 종종 했다.
대부분이 귀족 출신이라 그런지, 식당 주인들에 비하면 돈이 없어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며 아이들끼리 시시덕거리는 것을 몇 번이나 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동냥만 하는 아이들에게도 도둑질을 하라고 강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버텼다.
신념이나 양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키지가 않았다.
너무 배가 고프면 빵을 훔치고픈 유혹이 찾아올 때도 있었지만 꿋꿋이 버텨 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 거지 년이 감히 내 물건을 훔쳐?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아, 아니에요!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땅에 떨어져 있어서, 주워 주려고…….〉
퍼억!
소년이 내 멱살을 잡았다가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하필이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 바닥은 더럽고 축축했다.
소년은 내게 계속해서 도둑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소년이 상점을 지나가던 중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때때로 거지들에게 욕을 하며 무섭게 겁을 주던 사람인 것을 알아보고 주저하긴 했지만, 물건을 잃어버린 것을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 염려되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소년은 내가 달려가 만년필을 내밀자마자, 내가 제 물건을 훔쳤다고 소리를 질러 댔다.
이해할 수 없었다.
훔칠 것이었다면 왜 내가 굳이 그를 붙잡았겠는가.
하필 아카데미 정문 앞이라 상점가를 찾은 학생들이 많았다.
제발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해서 맞는 와중에도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나와 함께 다니던 보육원 아이들이나 거지 패거리는 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이미 달아난 지 오래였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빙 둘러싸 구경하고만 있었다.
서러움과 두려움에 휩싸인 나는 문득 누군가를 떠올렸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나를 위해 나설 이유도 없을뿐더러,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마저 나를 도둑에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하늘은 내 간절한 바람을 끝끝내 무시했다.
〈아…….〉
짙고 차가운 증오가 담긴 푸른 눈과 마주쳤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 순간, 무슨 힘이 났는지 나는 소년을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미끄러워진 땅을 달리다가 몇 번이고 바닥에 넘어졌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길바닥에 쓰러졌다.
가물거리는 눈을 깜빡이며 나는 생각했다.
‘다음 날이 오지 않기를…….’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힘없이 웃었다.
문득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일 내게 부모님이 계셨다면 이런 날 보고 분명 슬퍼하셨을 거다.
오빠나 남동생, 혹은 자매가 있었다면 크게 속상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죽는 줄 알았던 나를 구한 것이 바로 마스터였다.
그를 따라 정보 길드에 들어간 나는 정말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결국 허망하게 죽어 버렸었지.
‘그런데 어째서 지금.’
왜 죽는 순간에 보았던 푸른 눈이 엉망으로 흔들리며 나를 보고 있는 걸까.
루치오의 눈빛에서 분노와 슬픔을 어렴풋이 느낀 나는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나 사실 당신을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많았어.”
대체 나는 어떻게 알아봤어?
정말로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내 이름은…… 가르쳐 준 적 없던 내 이름은 어째서 알고 있던 거야?
파르르 떨리는 눈을 보며 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