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70)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70)화(70/247)
“어머! 엘라드 공작 부인 아니신가요?”
한 중년 부인이 반가운 얼굴로 아는 체하며 다가왔다.
“아…… 프티에 백작 부인.”
“공작 부인께서도 아드님을 보기 위해 방문하셨나 보죠?”
자신도 아들을 보러 왔다며 환하게 웃은 프티에 백작 부인은 빠르게 눈을 굴렸다.
그녀의 눈이 다이애나의 손을 잡고 있는 알렌에게 닿기 무섭게 반짝거렸다.
‘이 사람은 참 한결같구나.’
나는 내 과거의 기억보다 젊지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프티에 백작 부인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현재 무역 사업을 크게 하는 프티에 가문의 안주인인 그녀를 나는 꽤 잘 알고 있었다.
딸이 셋이나 있는 그녀는 수도의 어떤 부인보다 더 열성적으로 정보 길드를 방문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뒤, 집안의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가문이 통째로 파산할 위기에 놓이자 딸의 사윗감을 찾느라 더욱 혈안이 된 사람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희랑 동행하시지 않겠어요?”
백작 부인이 살가운 태도로 웃으며 청했다.
“아…… 곧 여기서 큰아들과 만나기로 해서요.”
“어머, 저희 아들도요. 공녀는 지난번에 저희 아이들과 살롱에서 만난 적이 있으니 함께 구경하면 더 좋지 않겠어요?”
서로의 자녀들이 친분을 맺게 하려는 것은 귀족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프티에 백작 부인의 태도는 꽤 노골적이었다.
그녀의 뒤에 나란히 선, 보닛을 쓴 비슷한 얼굴의 세 소녀를 슬쩍 본 공작 부인이 난처한 얼굴을 했을 때였다.
“어머니.”
나는 한 소년이 프티에 백작 부인의 옆에 서는 것을 보며 얼어붙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게다가 프티에 백작 부인까지 만난 만큼 혹시 마주칠지 모른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바로 맞닥뜨릴 줄은 몰랐다.
“나왔구나, 케니스! 어서 엘라드 공작 부인께 인사드리렴.”
“안녕하십니까. 저는 루치오 님의 1년 후배인 케니스 프티에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백작 부인의 말에 소년이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더니 겸손하게 인사했다.
루치오의 이름이 나와서인지 공작 부인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소년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알렌과 다이애나에게도 말을 걸었다.
“루치오 님의 동생분들이시군요! 이번에 수도에 올라오신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는 마치 루치오와 친분이 깊은 것처럼 말하곤, 여동생이 셋이나 있는 오라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지 무릎을 굽혀 다이애나에게 다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케니스 프티에. 그는 바로 내게 도둑 누명을 씌우고 모욕을 주었던 그때 그 소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겉보기엔 꽤 신사적이고 건실한 귀족 영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실체를 아는 나로서는 이 모든 행동에 소름이 끼칠 뿐이었다.
다행히 알렌도 그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이애나가 대충 인사를 받아 주고 얼른 놈을 보냈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흐아앙, 괴물 싫어!”
그때 다이애나가 갑자기 소리치며 알렌에게 안겼다.
정말 못 볼 것이라도 마주한 양 구는 다이애나를 보며 공작 부인도 당황하고 프티에 백작 부인의 낯빛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특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케니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야차처럼 구겨지는 얼굴은 마치 나를 도둑이라며 몰아붙이던 때와 비슷했다.
나도 모르게 겁을 덜컥 먹으려는 찰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공녀님께서 낯가림이 심하시군요.” 하고는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울음이 더욱 커지고, 알렌의 표정도 안 좋아지기 시작하자 민망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게다가 이 소동을 구실로 주변에 있던 다른 귀족 부인들이 공작 부인에게 아는 체를 하기 시작하자, 공작 부인을 독점하려던 프티에 백작 부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럼 부인들끼리 잠시 얘기나 나누죠. 그 정도 시간은 있을 듯하니.”
그때 제 자식들을 소개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난 부인들을 완전히 떼어 내지 못한 공작 부인이 말했다. 홀로 그들을 감당하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러곤 아직 기대를 놓지 못하고 눈을 반짝이는 이들 앞에 퍽 단호하게 말했다.
“알렌, 여기서 형을 기다리렴. 그리고 루치오가 오면 먼저 들어가 구경하고 있어. 곧 뒤따라갈 테니.”
알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공작 부인은 다른 사람들이 제 아이들을 소개할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
프티에 백작 부인은 물론이고 다른 부인들의 얼굴에도 실망이 번졌지만, 모두 귀족답게 곧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케니스는 자리를 뜨는 부인들과 우리를 번갈아 보다 여전히 훌쩍이는 다이애나의 모습에 오늘은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우리에게서 관심을 거뒀다. 그러곤 넉살 좋게 아카데미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로 안내하겠다며 다급히 부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 와중에 알렌과 다이애나의 옆에 멀뚱히 서 있는 나를 차갑게 바라보는 것을 보니, 귀족이 아닌 자를 무시하는 성정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다이애나. 이제 갔으니까 얼굴 들어도 돼.”
알렌의 말에 고개를 빼꼼 든 다이애나가 주변을 살폈다.
알렌은 그런 다이애나가 예뻐 죽겠다는 듯 킥킥 웃었다.
“잘했어. 앞으로도 이상한 사람이 말 걸면 오빠한테 숨는 거야. 알았지?”
“우웅. 무서웠어.”
다이애나는 콧물을 훌쩍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혹시 다이애나가 여름 감기라도 든 건가 싶어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나 저거 사 줘! 파란색!”
하지만 다이애나는 금세 밝은 얼굴로 손을 번쩍 들더니, 시계탑 근처의 노점상에서 파는 얼음 주스를 가리켰다.
알렌이 당장이라도 그쪽으로 움직이려 하기에 나는 다급히 그를 제지했다.
“도련님, 여기 계세요. 큰 도련님이랑 엇갈릴지 모르니까 제가 얼른 다녀올게요.”
“그럴래? 그럼 돈은 여기…….”
“후훗. 제가 사 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내가 두둑한 주머니 두 개를 내보이며 뽐내자, 알렌과 다이애나가 동시에 “우와!” 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나는 웃음을 꾹 참고 잭과 함께 시계탑 쪽으로 향했다.
함께 온 호위 중 일부는 공작 부인을 따라갔고, 아이들은 테이즈를 주축으로 한 나머지 호위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가 잭에게 나를 따라가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잭, 너도 하나 마셔. 내가 사 줄게.”
“나도?”
“응!”
잭이 이번에도 놀러 온 게 아니라고 뺄까 싶어 나는 다이애나와 알렌의 몫인 파란색 두 개에 이어 빨강, 초록, 노란색을 추가로 시켰다.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날이 더우니 남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막 계산하려는 참이었다.
“……?”
갑자기 잭이 제 용돈 주머니를 내게 건넸다.
이걸 왜 나한테 주냐는 듯 쳐다보자 잭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 돈 필요 없어. 너 가져.”
친구로서 참 한숨이 절로 나오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주머니를 잭에게 다시 밀었다.
“잭,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돈이 필요 없다니. 사람은 자고로 주머니가 든든해야 마음도 편한 법이야.”
물론 잭이야 앞으로 탄탄대로를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에게 줘 버리는 건 문제가 있었다.
지금만 놓고 봐도, 만약 내가 양심 없이 냉큼 받아 다 써 버렸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내가 쯧쯧, 하고 혀까지 차자 잭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연륜이 담긴 조언을 아직 어린 잭이 받아들이기엔 힘들 것이라 너그럽게 이해하며 내 돈으로 계산을 마쳤다.
시킨 양이 많아 느긋하게 기다리며 주변을 살필 때였다.
시계탑 바로 아래, 아름다운 분수대가 눈을 사로잡았다.
쨍쨍한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물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거지였던 나는 항상 새벽에나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잭, 저기 분수대 보여?”
“분수대?”
“응. 저 위에 천사 동상도 보이지? 저기에 소원을 빌고 동전을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어.”
아카데미 방문 전에 워낙 알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 대서 그런지, 잭은 내가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영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분수대를 다시 응시할 뿐이었다.
나보다 두 살이 많긴 하지만, 보육원에서 세상 물정 모르게 살아온 것은 똑같은데 참 똑똑하다 싶었다.
과거에 나는 의심할 줄 모르고 새벽마다 달려가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굶지 않게 해 주세요. 아플 때 누가 괜찮냐고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곳에서 자 보고 싶고…… 아니, 아니, 다 괜찮으니까 하나만 들어주세요. 저는…….〉
나는 눈을 감고 아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당연히 동전을 던지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울적해했다.
〈자, 동전.〉
그러던 어느 날, 루치오가 나타났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심장이 떨어질 뻔한 내게 루치오는 동전을 내밀었다.
〈던지고 소원 빌어라.〉
〈이, 이, 이거, 너무 큰 돈인데……!〉
그가 내게 건넨 동전은 금화였다. 동화도, 은화도 아닌 금화.
하지만 어서 가져가라는 듯 바라보는 루치오에게 압박을 느낀 나는 손을 달달 떨며 동전을 던지고 후다닥 소원을 빌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행동이었다.
‘그 돈이면 배불리 먹을 수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간만에 눈총받지 않고 편하게 잘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처음 본 금화에 놀라고, 금화를 분수대에 던진 내 행동에 심장이 벌렁거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지내는 사람이 대체 왜 그 새벽에 그곳에 나타났는지.
“너도 해 보고 싶어?”
그때 잭이 감상을 깨듯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저거 다 미신이야.”
금화까지 주고 빌었는데 내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모님이든 형제든, 먼 친척이라도 좋으니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