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8)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8)화(8/247)
충격적이게도 원장은 납치단과 손을 잡고 정기적으로 노예 시장에 내보낼 아이들을 데려오고 있었다.
필시 얼마 전 다이애나를 데리고 보육원을 방문했던 그 덩치들도 납치단 일당일 것이다.
분노에 눈가가 절로 뜨거워졌다.
“절대 가만 안 둬.”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가까스로 이성을 다잡은 나는 책상에서 아무 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마법을 써 곧바로 장부와 거래 내역서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원본은 가져가고, 금고에는 복제본을 넣어 두려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무 의미 없는 종이로 돌아가겠지만 잠깐의 눈속임이면 됐다.
‘곧 엘라드 공작이 올 테니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한 마나 덕분에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복사본이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마나 양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도 알아봐야 하는데…….’
“크흑.”
그때 갑자기 목에서부터 피가 울컥하고 터져 나왔다.
갑작스레 많은 마나를 사용했더니 약한 몸이 버티질 못한 것이다.
어마어마한 탈력감이 느껴졌지만 나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재빨리 손을 들어 핏방울들을 모두 소멸시켰다.
동시에 휘청, 하고 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려한 대로 마나는 바닥나고, 손부터 몸 전체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지만 증거물을 바라보는 내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났다.
* * *
“또 게으름을 피우는 거냐, 이 버러지들아!”
며칠 전의 밤을 떠올리며 당장이라도 뒤엎고 싶은 것을 겨우 내리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버러지?”
“아무것도 아니야! 다나한테 한 말 아니야.”
나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원장의 말을 따라 하는 다이애나를 보며 다급히 말했다.
왠지 예감이 안 좋았다.
어젯밤, 여느 때처럼 술을 마시러 나간 원장은 자정이 되기도 전에 귀신이라도 본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보육원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다이애나를 찾았다.
내가 몇 번이고 당부한 덕인지, 다이애나는 덩치 큰 원장을 마주하고도 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울먹거리지도 않았다.
평소 다이애나가 얼마나 원장을 무서워하는지 알기에, 나는 원장이 돌아간 뒤 다정하게 볼에 입 맞추며 아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곧 너의 아버지가 너를 구하러 올 것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기억대로라면 내일 공작이 방문할 것이다.
이제 정말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다나, 언니 청소하고 올 테니까, 조금만 자고 있어.”
* * *
“엘라드 공작이라니, 설마…… 설마 아닐 거야. 그래, 맞아. 걘 은발이 아니야. 밝은 회색이라고!”
초조한 듯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정신없이 중얼거리는 원장의 말에, 한참 걸레로 바닥을 닦던 내 손이 멈칫했다.
그때 원장이 나를 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너. 어제 그 회색 머리 여자애, 데리고 와.”
“……네?”
“두 번 말 시킬 거야!”
눈을 부릅뜨며 겁을 주는 원장에 나는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아니야. 괜히 공작과 엇갈리면 어떻게 해!’
초조하게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던 난 불현듯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과거에도 원장은 다이애나에게 이리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다.
결국 공작이 찾아오기 전날에는 다락에 가두기까지 했고.
당시에는 당연히 다이애나가 보육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벌을 준 거라 여겼는데…….
〈너희들, 무슨 말을 듣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야 한다!〉
엘라드 공작이 보육원에 들이닥쳤을 때, 원장이 마당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 전에 했던 말까지 떠오르자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무려 엘라드 공녀를 납치하는 데 관련되었고, 이 사실이 밝혀지면 제 목숨은 그날로 끝이라는 것을.
숨이 턱 막혀 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드니 어느덧 침실 문 앞이었다.
“다나?”
당연히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다이애나는 침대 옆에 서 있다가 나를 발견하곤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온니이…….”
“왜, 왜 그래?”
당황한 내가 재빨리 다가갔으나 다이애나는 오히려 뒤로 주춤 물러서며 울기만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괜찮아. 언니가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몇 번이나 차분한 어조로 말하자 조금 진정했는지 아이가 겨우 울음을 그쳤다.
그제야 안도한 나도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아…….”
축축하게 젖은 다이애나의 옷과 이불.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안 다이애나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훌쩍였다.
“다나…… 쉬야 해쏘.”
“괜찮아.”
“안 갠차나…….”
위로하는 말에 반박하는 것을 보니, 영리하고 눈치가 빠른 다이애나는 이 보육원의 열악한 환경을 이미 알아차린 듯했다.
“온니 미아내.”
다이애나는 연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얼른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 아이를 안아 들었을 때였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내 말이 우스워?”
벌컥 하고 문이 열리더니, 2층까지 올라온 원장이 흉흉한 시선으로 나와 다이애나를 노려보았다.
순간 심장이 미칠 듯이 두방망이질했다.
내가 처음 길드에 들어갔을 때, 테렌치움은 위험한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에서 의뢰를 받았다.
귀족은 물론 하급 기사들부터 용병, 평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었고, 원장처럼 덩치가 큰 남자가 술주정을 부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무척 무서웠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터의 변덕으로 번화가에 위치한 카페로 본부가 바뀌었고, 그 이후로 더는 덩치 큰 남자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아서 이런 공포를 잊고 지냈다.
어쩌면 이겨 냈다고도 생각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오, 온니…….”
내가 놀라 굳어 있자 다이애나가 나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할 새가 없었다.
다이애나를 발견한 원장이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때는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얼른 다이애나를 안고 고슴도치처럼 몸을 말았다.
“으윽.”
하지만 단말마의 신음 소리를 낸 것은 내가 아니었다.
놀라 눈을 번쩍 뜨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잭의 회색 머리였다.
* * *
“히끅…….”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옆에서 훌쩍이는 작은 소리에 움찔하며 눈을 뜬 나는 새까만 시야에 곧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차렸다.
보육원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꼭대기 다락방이었다.
이번에는 다이애나가 원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으니 다락에 갇힐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애초에 다락에 가둔 건 다이애나가 엘라드 공작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스스로가 한심했다.
“……다나.”
“온니!”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가 내 품에 안겼다. 울먹이는 목소리에 내 표정도 일그러졌다.
울컥하는 마음에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았지만, 아이를 안심시키려 나는 억지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다나, 언니가 그랬지. 너희 아버지가 곧 널 구하러 오실 거라고.”
“웅.”
“언니 믿지?”
“웅. 다나, 온니 미더.”
아이의 상냥한 말씨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이리 의지하는 아이가 고맙고 안타까웠다.
“그래. 다나, 잠시만.”
아이의 등을 몇 번 쓰다듬은 나는 재빨리 몸 안의 마나를 살폈다.
어제 마법을 쓴 이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식사도 하지 못한 탓인지 마나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까스로 손을 들어 작은 불꽃을 피워 냈다.
곧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잭…….”
정신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있는 잭을 보자 말문이 막혔다.
과거에서도 잭은 원장에게서 다이애나를 감싸다 함께 다락에 갇혔었지만, 이번엔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게 다친 것 같았다.
‘모두 다 내 탓이야.’
내가…….
내가 죽음으로부터 다시 돌아와서.
끔찍한 기분에 울고 싶어졌지만, 손가락 끝의 불꽃이 처음보다 현저히 작아진 것을 발견한 나는 얼른 냉정하게 잭을 살폈다.
잭의 상태를 보니 정신을 잃고 하루는 족히 지난 듯했다.
아마 지금쯤 엘라드 공작이 보육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의 수색 끝에 이 다락방을 발견하겠지.
“기다릴 수 없어.”
이 아이들을 1초라도 더 어둠 속에 갇혀 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때마침 위태롭게 일렁이던 불꽃마저 적막 속으로 사그라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조금 전 불꽃이 켜졌을 때 봐 두었던, 다락방 창문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으윽.”
얼마나 여러 겹으로 창문을 막아 둔 것인지 맨손으로 열심히 판자를 떼어 내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여린 손가락이 나무 가시에 찔려 피가 나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판자가 조금이지만 뜯겨 나가 얇은 빛줄기가 들어오고, 바깥의 풍경이 좁게나마 보였다.
그제야 내가 어둠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 다이애나가 하얗게 질렸다.
“오, 온니. 피, 피나…….”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다이애나를 위로한 나는 몇 번이고 힘을 주었다.
판자를 어느 정도 뜯어내자, 이미 깨져 있던 창문의 구멍이 드러났다. 이대로 소리를 치면 바깥까지도 잘 들릴 것 같았다.
하지만 잠깐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돌아왔다.
다이애나가 아무리 크게 “아빠!”를 외쳐 대도 바깥은 고요하기만 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오러를 다루는 제국 최고의 기사단이 함께 왔을 텐데.
그럼 이 소리와 기척을 알아챌 것이라 믿었는데.
초조함에 습관처럼 목걸이를 손에 쥔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내가 직접 가야겠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릴 사람은 역시 나밖에 없었다.
창문으로 땅을 내려다보며 거리를 가늠하던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이 정도 높이에서도 가볍게 착지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너무 약했다.
운이 좋으면 다리나 팔이 부러지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운이 나쁘면 죽을지도 모른다.
‘살고 싶어.’
이렇게 상황을 망쳐 놓고도 나는 여전히 살고 싶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욕망으로 각인된 것처럼.
결국 나는 마지막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