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83)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83)화(83/247)
사실 수도는 인적 드문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눈감고도 다닐 정도로 리아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과묵한 잭이 평소답지 않게 이것저것 말을 늘어놓으며 설명해 주는 것이 고마웠기 때문에 리아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때였다.
“어?”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는 사람인가 하고.”
리아는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잭은 이를 의아하게 보았다. 평생 저처럼 보육원에서 살아온 리아가 수도의 사람을 보고 아는 사람으로 착각하다니.
하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듯한 리아가 낯설고 또…… 예뻐 보여서 잭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정작 그런 눈길을 눈치채지 못한 리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사실 며칠 전부터 공작저 밖을 나설 생각에 어쩔 도리 없이 마스터와 간부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우연히 지나쳐 가며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계속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
조금 전 지나가던 검은색 머리의 사람을 마스터로 착각하고 말았다.
‘평소 길드에서도 보기 힘든 사람인데 무슨…….’
“……리아!”
“어?”
“다 왔어. 어서 내려.”
얼마나 깊이 생각에 빠져 있었던지, 공작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수도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는 중앙 광장에 도착해 있었다.
잭의 손을 잡고 짐마차에서 내린 리아는 얼떨떨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기억과 같은 부분, 달라진 부분을 세세히 살피고 있는 사이, 그런 리아가 신기해하며 구경 중이라고 생각한 잭은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일단 뭐부터 먹자. 배고프지? 분명, 식당이 이쪽…….”
최대한 능숙하고 익숙한 척하며 리아를 안내했지만, 잭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제대로 가는 것은 맞는지, 혹시 팔과 다리가 같은 쪽으로 나가는 것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이윽고 한 식당 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여기? 정말 여기가 추천 식당이야?”
“응. 왜?”
잭이 고개를 갸웃하자 리아가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
“잭, 혹시 여기서 먹어 본 적 있어?”
“……아니. 실은 다른 기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랬구나! 나도 다른 하녀들에게 들었는데!”
갑자기 반색한 리아가 잭의 옆으로 바짝 붙어 소곤거렸다.
“이 집보다는 옆집이 훨씬 나아. 가격도 저렴하고 인심도 후하거든. 물론 요리는 기본이지. 특히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야. 아, 아니, 일품이라고 하더라고.”
다급히 말을 바꾼 리아는 그래도 잭이 고집을 꺾지 않을까 염려하며 바라보았다.
만일 잭이 최악의 식당으로 소문난 곳을 고르지만 않았어도 아는 체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
다행히 잭은 눈을 끔뻑이더니 리아가 가리킨 식당의 간판을 보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처음 가려 했던 가게의 간판을 본 후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즈가 추천한 식당을 착각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저기로 가자.”
이후 이어진 식사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단골 식당을 찾은 리아의 만족감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음식을 크게 가리지 않는 잭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잭에게 놀라운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축제 때를 제외하곤 공작저 밖을 나와 본 것이 처음일 리아가 무척이나 수도가 익숙한 사람처럼 잭을 이끌기 시작했던 것이다.
〈서점에 가려면 그쪽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아.〉
〈군것질을 하려면 여기.〉
〈볼거리는 저쪽이 많지!〉
〈검? 검이라면, 내가 진짜 괜찮은 무기 상점을 아는데!〉
한참 넋이 빠져 리아의 뒤를 쫓아다니던 잭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리아. 너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이것도 하녀들한테 들은 거야?”
“응? 으응.”
“……무기 상점을?”
“기사님들께 선물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너…….”
어색하게 말끝을 흐리는 리아를 본 잭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정말 오늘 기대 많이 했구나. 하긴 네가 같이 나가자고 찾아왔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마, 맞아. 나 엄청나게 기대했어.”
“근데 오늘은 왜 보석상에 안 가? 축제 때는 보석만 잔뜩 샀었잖아.”
부러 용돈까지 받아 왔는데, 오늘의 리아는 액세서리를 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역시나 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난번에 많이 샀잖아. 근데 막상 사고 보니 할 때도 별로 없더라고. 그냥 다음에 살래. 그보다 여기야.”
그녀가 가리킨 곳은 귀족들과 고위 기사들만 찾는 고급 무기 상점이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게 리아의 생각이었다.
검 자체가 뛰어나면 위력도 다르고 예리함도 다르니 자연히 체력과 마나 소모도 훨씬 적기 때문이다.
“렉시온 기사단의 견습 기사라고 말하면 아마 알아서 잘해 줄 거지만, 그래도 꼼꼼히 살펴봐. 그리고 네 손에 맞게 다시 제련해 달라고 해.”
검을 구경하고 싶다 한마디 하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무기 상점으로 데리고 올 줄은 몰랐던 잭은 쏟아지는 리아의 조언에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바로 살 생각은 아니었어. 보급품으로 나오는 검도 나쁘지 않고.”
“보급품? 잭, 너는 종자가 아니고 견습 기사잖아. 정식 기사를 목표로 하면서 네 손에 맞는 검 하나 없으면 안 되지.”
“그, 그런가?”
“그래. 참, 오늘은 일단 예약금만 걸고 다음에 부단장 아저씨랑 같이 와서 구매한다고 해.”
“뭐? 그건 조금……. 나 오늘 돈 충분히 가져왔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리아는 옅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저씨한테도 아버지 노릇 할 기회는 드려야지. 앞으로 쓸 검을 사 달라고 하면 아마 좋아하실 거야.”
“그치만.”
“잭, 넌 어른스러운 게 장점이지만 그래도 겨우 열한 살짜리 애야. 아저씨랑은 이제 가족이잖아. 좀 더 어리광을 피워도 된다고 생각해.”
“어리광…….”
예상치 못한 단어에 잭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리아가 자신도 알렌처럼 어리게 보는 것은 아닌가 싶어 덜컥 심장이 떨어졌다.
“그러는 너는 아홉 살이면서 누구보고 어리광을 피우래.”
“뭐? 하하. 너하고 내가 같아?”
잭의 툴툴거리는 말투에도 리아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어깨까지 떨며 웃었다.
“그럼 느긋하게 고르고 있어.”
“뭐? 너는?”
“난 케이크 좀 사려고.”
“같이 가.”
“아니야. 어차피 포장할 거니까. 참, 내가 사려는 케이크는 인기 제품이라 시간 좀 걸릴 거야.”
리아는 잭이 붙잡을 새도 없이 “그럼 구경 잘해!” 하고 손을 흔들며 빠르게 사라졌다.
잭은 그런 리아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았다.
* * *
“너무 아는 체를 많이 했나?”
오랜만에 수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들떠 버렸다.
약간 후회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며 무기 상점이 있던 골목길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리 챙겨 왔던 로브를 뒤집어썼다.
전신을 가리는 잿빛 로브는 얼굴을 가려 주었지만 작은 아이의 몸인 터라 어쩐지 더 수상해서 이목을 끌 것 같았다.
‘윽,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외모 바꾸는 마법을 익혔을 텐데.’
마법을 쓸 줄 아는 테렌치움의 길드원들이 가장 애용하는 것은 바로 외양 변화 마법이었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여러 곳에 잠입하면서 동시에 신상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마법과 달리 외양을 바꾸는 마법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마스터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깨너머로 익혀 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길드원도 간단하게는 머리색부터 인상, 심지어 나이 조절도 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하다못해 변장이라도…… 아니, 그건 됐다.”
마법에 재능이 없는 길드원은 신출귀몰한 변장을 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조차 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배우지 않은 것이다. 변장은 제이드의 주특기였기 때문이다.
나를 미워하고 무시하는 걸 뻔히 아는데, 그에게 가르쳐 달라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쳇.”
옆에 있는 상점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손가락을 튕겨 보았지만, 외양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마나가 충만하니 지금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나는 혀를 쯧, 하고 차며 다시 로브를 꾹 눌러쓰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 외출의 진정한 목적지로 향할 차례였다.
* * *
딸랑.
문을 열자, 맑은 종소리가 들렸다.
내가 온 곳은, 수도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디저트 전문점 ‘루에제’였다.
‘정보 길드 ‘다렐’의 은거지이기도 하고.’
이곳이 본부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매번 나를 스카우트하려고 접촉할 때마다 ‘루에제’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었다.
정보 길드에서 다루는 정보의 수준은 곧 정보원들의 수준과도 직결된다.
그만큼 타 길드의 정보원에게 접촉하는 임무를 배정받을 정도의 상급자가 상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서 오세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과 귀족 영애들이 가득 들어찬 곳에 로브를 뒤집어쓴 어린애라니.
적잖이 수상해 보일 텐데도 점원은 능숙하게 응대했다.
괜히 케이크를 한 번 둘러보던 나는 말했다.
“제가 찾는 건 진열장에 없네요. 따로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저희는 따로 제작 주문을 받지는…….”
“민트 초코 케이크.”
나는 그녀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저는 그걸 주문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