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9)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9)화(9/247)
* * *
“이런 산간에 보육원이 있다니.”
엘라드 공작을 필두로 렉시온 기사단이 테사르 보육원 앞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제멋대로 자라나 있는 잡초.
삭아서 한 줄기 바람에도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나는 낡은 그네.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공작은 서늘한 눈길로 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원장을 불러와라.”
“존명.”
그리고 잠시 후.
“귀, 귀한 분께서 오신 줄 몰랐습니다.”
허겁지겁 남루한 차림의 한 남자가 보육원에서 뛰쳐나왔다.
남자는 공작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저 아이들을 확인하겠다는 공작의 말에 발 빠르게 움직여 눈발이 날리는 마당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을 뿐이었다.
헐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은 벌벌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린 공작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원장은 대뜸 마른 아이들의 팔을 들어 보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국가에서 나오는 적은 보조금으로 아이들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호소였다.
그 노골적인 모양새에 공작은 대답 대신 빠르게 아이들을 훑었다.
역시나 다이애나는 없었다.
아이의 실종이 납치단의 소행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이런 보육원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공작은 원장에게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굽신대고 겁을 먹은 것처럼 굴면서 저리 노골적으로 후원을 바라거나, 아이들을 걱정한다면서 정작 이 추위 속에 내몬 일련의 행동들에.
“너희들. 은발에 푸른 눈을 한 여자아이를 본 적이 있느냐.”
공작이 묻자, 아이들이 눈에 띄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호기심에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던 아이는 휙, 하고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물으시지 않느냐, 어서 대답해!”
원장이 채근하자, 개중 가장 연상으로 보이는 아이가 말했다.
“그런 애 본 적 없어요.”
“거짓을 고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저, 정말이에요.”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공작의 얼굴이 한결 차가워졌다.
그 모습을 본 원장은 소름이 돋았지만, 다시금 뻔뻔한 표정을 지었다.
큰맘 먹고 지금까지 번 돈의 반을 들여 구매한 인식 방지 아티팩트를 다락방과 제 금고에 설치해 놨다.
아무리 엘라드 공작과 렉시온 기사단이라도 아이와 노예 거래에 대한 증거를 찾지는 못할 것이라 자신했다.
그때였다.
쿵!
본격적인 수색이 진행되기도 전에 공기 중의 마나가 크게 요동쳤고, 이를 가장 먼저 감지한 비앙카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마나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그렇군. 원장, 보육원을 좀 살펴도 되겠지?”
원장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공작은 시선을 돌렸고, 수색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순간 원장의 등줄기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 * *
“……이게 무슨.”
가장 먼저 마력의 흐름을 읽고 도착한 비앙카는 뜻밖의 장면에 전신이 굳었다.
땅에 쓰러져 있는 아이의 모습에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었다.
“단장님!”
멍하니 있던 그녀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함께 온 수하 중 하나였다.
“마나가 저 아이에게서 느껴집니다.”
그의 말에 비앙카는 어째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순도 높고 강력한 마나를 느꼈다.
아이의 몸에서 차마 제어되지 못한 마나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던 것이다.
다만 마력이 제멋대로 뒤틀려 있었다.
‘근처에 다른 출입구는 없으니 위층에서 떨어진 모양인데, 그런 것치고는 상처가 덜해. 추락하는 몸을 보호하려고 무의식중에 마법을 쓴 건가?’
흔하진 않지만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마법을 제대로 배우기 전, 제 마나를 감당하지 못해 폭주를 일으키는 경우가.
문제는 이대로라면 저 작은 몸뚱이가 그대로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
비앙카는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단걸음에 다가가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뒤뜰의 주변을 기사들이 둘러쌌고, 동시에 엘라드 공작과 그 뒤를 쫓은 원장이 도착했다.
이내 쓰러져 있는 리아를 발견한 원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분명 창문을 판자로 몇 겹이나 막아 뒀는데 어떻게!
게다가.
“압빠!”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엘라드 공작이 곧바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리아가 뛰어내린 후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던 다이애나가 공작을 발견하고 외친 소리였다.
공작은 이곳에서 만나리라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딸을 발견하자마자 안도감에 숨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무섭게 인상을 굳혔다.
다이애나가 아슬아슬하게 깨진 창문 너머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던 것이다.
위험천만한 자세의 다이애나가 금방이라도 저를 받아 달라며 뛰어내릴 기세라 공작의 입이 단박에 열렸다.
“다이애나, 꼼짝 말고 기다려라.”
그 순간, 더는 질릴 수 없을 것 같던 원장의 얼굴이 거의 질식사 직전으로 변했다.
“쿨럭!”
그때 비앙카의 도움으로 날뛰던 마력을 가라앉힌 리아가 기침을 토해 냈다.
“……!”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깜빡거리던 리아는 얼음처럼 시린 푸른 눈을 보고 얼어붙었다.
며칠을 함께 지낸 다이애나와 똑 닮은 색임에도 본능적인 공포에 입이 절로 움직였다.
“사, 살려 주세요.”
그 말에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미형의 엘라드 공작이 눈살을 찌푸리자, 순간 섬뜩함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무서운 사람.’
제국에 엘라드 공작이 냉혈한이라는 소문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리아는 그 소문이 진실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이전 생에서 엘라드 공작은 원장을 즉결 처분한 뒤, 다이애나의 위험을 지켜만 보고 끝내 입을 열지 않았던 테사르 보육원의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영지로 돌아간다. 유일하게 딸을 지켜 준 잭만을 데리고.
갈 곳이 없어진 보육원 아이들은 부랑아 신세가 되어 떠돌았고, 결국 거지 패에 들어가게 되었다.
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추위에 덜덜 떨며 종일 동냥한 것을 우두머리에게 뺏기고, 쫄쫄 굶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느 날은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썼다.
다음 날이 오는 것이 너무나 싫어서, 폐가 찢어지도록 헐떡이며 도망쳤었다.
‘그걸 또 반복할 순 없어.’
이번에는 절대로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위에 잭이…… 친구가 아파요. 도와주세요.”
“이 작자가 그리 만든 거야?”
옆에 있던 비앙카가 묻자 리아의 눈이 커졌다.
적갈색 머리를 높이 묶은 여자는 강하고 선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리아는 그녀의 모습에 한결 마음이 편해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맨날 욕하고, 우리를 다 노예로 팔 거라고 했어요!”
“노예?”
지금 드러난 학대의 정황만으로도 말문이 막히는데 노예라니.
비앙카가 기가 찬 표정을 짓자, 원장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렸다.
“거짓말입니다!”
그가 다급히 리아의 입을 막으려 손을 뻗었다.
큼직한 손이 다가오자 리아는 곧 들이닥칠 통증을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악!”
동시에 원장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리아는 제 앞을 막아선 커다란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얼핏 보니 공작에게 잡힌 원장의 손목이 완전히 반대로 꺾인 것 같았다.
그 순간 맺혔던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리아는 당황하며 눈물을 닦아 냈다.
‘나는 놀라지 않았어. 나는 무섭지 않았어.’
공작의 분노가 향한 곳은 그녀가 아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안심할 수도 없었다.
“아이야!”
리아는 뒤에서 비앙카가 부르는 소리를 뒤로한 채, 보육원 마당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오래전 기억처럼 벌을 받듯이 헐벗은 차림새로 일렬로 서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리아는 아릿해지는 심장을 느끼며, 미리 표식을 남겨 두었던 나무 아래를 맨손으로 파기 시작했다.
“온니!”
그때 한 박자 늦게 비앙카와 기사들, 그리고 포박된 원장과 함께 다이애나를 안은 공작이 나타났다.
리아는 기사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는 잭을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파랗게 질린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묵직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게 무엇이지?”
“원장님이 지금까지 아이들을 거래한 내역이 적힌 비밀 장부예요!”
결단코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여기던 원장은 리아가 공작에게 내민 서류의 익숙한 겉표지를 보고는 당황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발광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기사들에 의해 재갈까지 물게 되었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원장이 맥없이 제압당하는 것을 본 아이들의 눈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그 마음을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 있는 리아는 절박하게 외쳤다.
“노예 거래뿐 아니라 횡령이나 비리를 저지른 자료도 많아요! 원장은 우리를 사람 취급한 적 없어요. 애들이 다나에 대해 모른 척했겠지만, 그것도 다 협박을 받아서…….”
리아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비앙카뿐 아니라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어져만 갔다.
특히나 공작의 눈동자는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무서웠다.
“그래, 네 말대로 아이들은 내게 다이애나 같은 애를 본 적 없다고 했지. 그래서 넌.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냐? 이유가 어찌 되었건 저 아이들은 내게 거짓말을 했다.”
냉정한 목소리에 리아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아이들이 어떤 처지가 되어 어떻게 살지, 그 결말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용서해 주세요. 무서워서 그런 거예요. 잘못했어요!”
리아는 냉큼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눈칫밥을 거저먹은 것이 아니라는 듯 아이들도 하나둘씩 리아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엉엉 울며 죽이지 말아 달라 빌었다.
헐벗고 마른 아이들이 울며 ‘살려 달라’ 비는 모습에 다이애나 역시 감정이 동화된 것인지 입술을 꿈틀거리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관자놀이를 가볍게 누른 공작이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 달라니.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던가.”
“……흐끅.”
“안 죽일 테니 그만 울어라.”
“……끅?”
“용서하겠다는 뜻이다.”
끝내 아이들 모두 다른 보육원으로 옮겨 주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리아는 겨우 울음을 그쳤다.
그토록 걱정하던 일이 해결되자 울음을 멈추고서도 온몸에 힘이 없었다.
“온니!”
그때 힘겹게 만난 아버지의 품을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때리며 바닥으로 내려온 다이애나가 리아를 향해 달려갔다.
“온니 갠차나?”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단 다이애나는 리아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
그제야 공작과 기사들은 다이애나가 울먹거린 이유가 바로 저 아이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그들의 소중한 아가씨를 살핀 이가 누구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