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96)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96)화(96/247)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이러는 건 다 너 때문이라고!”
물을 뚝뚝 흘리며 공작 부인의 노성을 받아내던 시녀장이 표독스럽게 소리쳤다.
“네까짓 게! 네까짓 게 공작님의 옆에 붙어 있으니까!”
루치오는 바락바락 소리를 내지르는 시녀장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미리 준비했던 자백제를 쓸 필요도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들켰다고 생각한 것인지 범인이 감춰 두었던 진짜 얼굴을 알아서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만 아니었어도 나는……!”
“당신, 공작 부인이 되고 싶었던 건가?”
시녀장의 표독스러운 외침에 가슴을 부여잡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다독이는 아버지를 대신해 루치오가 입을 열었다.
시녀장은 목소리에 이끌리듯 고개를 돌려 루치오를 올려다보았다.
옛날 어느 과거, 보잘것없는 남작 영애였던 시절에 처음 봤던 엘라드 공작과 똑같이 생긴 루치오를.
차라리 경멸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함께한 세월이 몇 년인데, 루치오는 제 존재를 인지조차 못 하던 엘라드 공작과 꼭 닮은 무심한 눈빛이었다.
“아니야! 그런 자리를 욕심낸 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루치오의 말에 부정하던 시녀장이 입술을 떨며 말했다.
“난…… 그냥 공작님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인데.”
수십 년간 숨겨 온 고백과도 같은 말에 엘라드 공작의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이를 본 시녀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알고 있었어. 나 같은 게 어떻게 그 옆에 설 수 있겠어.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러나 슬픔은 잠시일 뿐, 다시 그녀의 원망은 공작 부인에게 향했다.
“하지만 너도 아니야. 공작님 곁엔 너 같은 천박한 여자가 아니라 고귀한 여자가 있었어야 해. 나는, 공작님께서 걸맞은 사람을 새로 맞이하면 기꺼이 충성을 바칠 생각이었다고!”
가당치도 않은 말에 잠자코 듣고 있던 엘라드 공작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공작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어떤 여자가 와도 당신 눈에 찼겠어? 또 똑같은 짓을 반복했겠지.”
“……뭐?”
“잘 들어. 이 사람이 선택한 사람은 나야. 애초부터 당신이 판단할 문제도 아니었고. 하지만 당신의 말 중 하나는 맞네.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 사람 옆에 설 수 없을 테니까.”
공작 부인의 말에 시녀장이 눈을 부릅떴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느라 실핏줄이 다 터진 눈이 보기 추악했다.
엘라드 공작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만 끌어내라.”
그 말을 끝으로 시녀장은 정신을 잃었다.
* * *
테이즈가 기절시킨 시녀장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공작 부인이 무너지듯 공작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공작은 며칠 만에 몰라보게 야윈 아내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때 루치오가 바르도 자작에게 물었다.
“정말 몸 상태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까?”
“예. 사실 원래라면 이런 극독의 경우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혹 살아난다 해도 후유증이 심하지요.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시력을 잃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마님께선 후유증은커녕 기존의 몸에 있던 독소도 모두 빠져 몸조리만 잘하시면 오히려 전보다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몸이 회복된다고 마음의 상처까지 낫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 이미 한 차례 들은 이야기임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 내용에 공작이 헛웃음을 흘렸다.
“스플레시아라는 그것…… 정말 대단한 거였군.”
처음 리아가 공작성의 후원에서 스플레시아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솔직히 큰 감흥이 없었다.
의원들과 약제사들이 단체로 몰려와 연구를 지원해 달라고 했을 때도 그 가치를 알아서가 아니었다.
잘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가볍게 허락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괜히 전설의 약초가 아닌 게지요. 하지만 모든 것은 리아가 온 힘을 다해 해독제를 만든 덕분입니다. 만일 그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해독은커녕 스플레시아로 중독된 게 맞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히 예견되는 결과에 바르도 자작은 고개를 저었고, 속절없이 아내를 잃을 뻔한 공작 역시 아내의 어깨를 다시 힘주어 안았다.
“그런데 각하, 리아가 스플레시아를 키워 내고 해독제를 만든 일은 어떻게 정리하실 예정입니까?”
지금까지는 워낙 상황이 긴박해 해독제를 만드는 것에 전념했다.
하지만 이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리아가 어떻게 이 놀라운 일을 해냈는지 파헤치고 싶었다.
바르도 자작은 의원으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미친 듯한 학구열과 호기심을 느꼈다.
“그건…….”
앞으로의 상황을 고민하듯 침묵하는 공작을 보며 루치오가 미간을 좁혔다.
“아버지, 그 문제는…….”
“리아가 원하는 대로 해 줘요. 아무것도 묻지 말고, 부담스럽게 하지도 말아요.”
그때 한창 울던 공작 부인이 고개를 들었다.
붉게 젖어 있었지만, 여느 때보다 단호한 눈빛에 공작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에게는 아내뿐 아니라 제 목숨을 빚진 것과 같았다. 나아가 가족의 행복도.
그러니 아이가 원하는 것을, 그의 힘이 닿는 데까지 들어줄 것이다.
* * *
시녀장의 처분에 관한 것까지 간략하게 이야기를 마친 뒤 자작과 루치오는 밖으로 나왔다.
자작 역시 공작 부인을 치료하느라 무리했기에, 그녀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매만지며 계단을 내려갈 때였다.
앞서가던 루치오가 갑자기 멈춘 탓에 그의 등에 가볍게 부딪힌 자작이 깜짝 놀랐다.
“죄, 죄송합니다. 소공작님…….”
하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올려다보니 루치오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리아?”
바르도 자작은 막 아래층 계단을 내려가는 작은 아이를 보고 놀랐다.
마침 소리를 들었는지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의원님. 큰도련님도 계셨네요.”
“…….”
루치오가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기에, 괜히 민망해진 자작이 애써 밝게 물었다.
“아가씨와 함께 있는 줄 알았더니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 게야.”
“아가씨께서 배가 고프다고 하셔서 간식을 챙기러 가고 있어요.”
“저런. 다른 이를 부르지 않고 왜 직접.”
“그게…… 지금 집사님이 다른 사용인들을 불러 모으셔서요.”
이미 집사에게 시녀장의 일을 언질해 두었으니, 그가 사용인들에게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철두철미한 소공작의 명이겠거니 생각한 바르도 자작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는 루치오를 대신해 말했다.
“리아, 네가 고생이 많구나.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아가씨를 모셔야 하니.”
“괜찮아요. 제 일인걸요. 그리고 아가씨를 모시는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밝게 웃으며 답한 아이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어렸다.
소문 자자한 공녀의 총애만큼이나 아이도 공녀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기특하고 착한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참. 정말 마님의 말씀대로 너는 엘라드가의 복덩이가 틀림없구나.”
“아, 아니에요!”
다급히 손을 젓는 리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것이 귀여워 바르도 자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긴. 너무 겸손해도 못쓴단다. 소공작님도 그리 생각하시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아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루치오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무리 더는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매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지만, 이전 생에 내내 그것을 목표로 했다.
게다가 루치오에겐 매번 어리숙한 모습만 보여서인지 칭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는 말까진 아니어도, 수고했다 같은 말은 듣고 싶어.’
하지만 리아의 바람과 달리, 루치오는 딱딱한 얼굴로 바르도 자작에게 말했다.
“전 마무리를 하러 갈 테니, 자작께서는 이만 쉬십시오.”
“예? 아, 예.”
한마디 해 줄 법도 한데, 루치오는 그대로 리아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왠지 모를 섬찟함에 팔을 쓰다듬던 자작은 루치오가 사라진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리아를 발견하고 멋쩍게 웃었다.
“자, 우리도 내려가자꾸나. 아가씨께서 기다리시겠다.”
“……네!”
멍하니 있던 리아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하지만 앞장서는 바르도 자작을 따르는가 싶던 리아는 어느새 멈춰 서서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 * *
촤악.
얼굴에 날아든 물벼락에 정신이 든 시녀장은 서늘한 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몸이 결박된 탓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여, 여긴…….”
음침하고 어두운 돌벽으로 사방이 막힌 곳을 보니 숨이 저절로 삼켜졌다.
20년 가까이 공작저를 관리해 오며 지하 감옥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은 처음이었다.
“여유가 넘치는군요. 지금 본인 몸에 독이 퍼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때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시녀장을 보며 테이즈가 차갑게 말했다.
눈을 크게 뜬 시녀장이 매섭게 테이즈를 노려보려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에, 키가 큰 인영이 감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도, 도미니크 님?”
시녀장의 떨리는 목소리에 테이즈가 눈살을 찌푸렸다.
“감히 각하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아니, 독 때문에 더 미쳐 버린 건가?”
“몇 시간쯤 남았지.”
“방에 숨겨 놓았던 남은 독을 모두 썼으니 고작해야 12시간도 남지 않았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루치오는 호흡이 잘되지 않는지 가쁘게 숨을 내쉬는 시녀장을 혐오의 눈길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