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97)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97)화(97/247)
시녀장은 루치오를 바라보며 엘라드 공작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루치오가 젊은 시절의 공작과 놀랍도록 닮은 이유도 있었지만, 독 기운까지 얹어져 식별이 잘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잠시 후.
거칠게 숨을 토해 내던 시녀장이 꺽꺽거리며 몸을 바동거렸다.
미리 들은 설명대로 심장과 장기가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모양이었다.
사지가 의자에 결박된 탓에 괴로운 몸부림으로 바닥에 넘어진 시녀장이 헐떡이며 괴로워했지만, 루치오는 이를 보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조차 그녀가 이 독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니까.
루치오는 무감한 시선으로 바닥을 뒹구는 시녀장을 보다가, 조금 전 지나쳐 간 리아를 떠올렸다.
‘그래도 이제 좀 익숙해진 건가.’
매번 마주할 때마다 긴장한 기색을 보이던 아이가 어느새 자신을 똑바로 올려다보게 되었다.
심지어 오늘은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까지.
그리고 그런 작은 아이가 해독제를 만들어 냈다.
만일 해독제가 없었다면 독에 당한 것을 알고서도 어머니를 보내 드려야 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남은 동생들은…….’
루치오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가정이든 결말은 끔찍했다.
하지만 그는 리아에게 수고했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마주친 타이밍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행할 흉악한 일을 위해 가까스로 살기를 억누르고 있었기에, 자칫 방심하면 겨우 경계를 푼 아이를 겁먹게 할지도 몰랐다.
‘잠깐 서운해하는 편이 소름 끼쳐 하는 것보단 나을 테지.’
그런데 도망치듯 서둘러 자리를 뜬 것은 본인이면서, 시무룩해질 리아의 얼굴을 떠올리자 루치오의 기분이 몹시 저조해졌다.
“아아아악!”
그때 눈을 까뒤집으며 몸부림치던 시녀장이 괴성을 질렀다.
어느새 허리춤에서 검을 꺼낸 루치오가 그녀의 어깨를 찔렀기 때문이다.
혼절 직전이던 시녀장의 눈이 고통으로 잠시 또렷해지자 루치오가 물었다.
“어머니에게 건넨 초대장에 독을 묻힌 것이 맞는가. 또 다른 배후는?”
“으아악!”
“말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어깨에서 검을 뽑아낸 루치오가 이번에는 허벅지를 찔렀다.
사실상 답을 듣기 위해 건넨 물음이 아니었다.
이미 심문하기 전에 시녀장의 방을 뒤져 독을 발견했고, 확인 절차도 마쳤다.
평소 공작 부인을 측근에서 보좌했던 시녀장이었으니 물건에 독을 묻히는 것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물로 닦아 내기만 하면 흔적이 남지 않는 독을 쓴 터라, 어떻게 독을 흡입시켰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매일 공작과 아이들이 함께하니, 공작 부인만 중독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했을 터.
그러다 시녀장의 행적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녀가 공작 부인에게 초대장을 전달하는 것부터, 확인이 끝난 것을 소각로에 태우는 것까지 매번 직접 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물건이야 닦아 냈을 테지만 종이는 태우는 것이 가장 안전했겠지.”
“끄으윽…….”
루치오의 중얼거림에 시녀장은 끔찍한 고통으로 피를 토해 내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도…… 도미니크 님.”
힘겹게 이름을 부르자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날붙이처럼 벼려진 눈길이 차갑게 와 닿았다.
귀족으로서의 기품이 그대로 묻어나는 자태,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시선, 아주 작은 빈틈조차 내보이지 않는 그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당신의 손에 죽을 수 있다면…….”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에 줄곧 무표정하던 루치오의 얼굴에 금이 갔다.
어쩌면 바로 심장을 찔러 주었을지도 모르는데.
루치오는 별 더러운 말을 들었다는 듯, 귀를 털어 내며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쉽게 죽이지 않겠다는 듯 검날은 목을 가늘게 베어 냈다.
루치오의 은발 곳곳에 새빨간 선혈이 튀어 올랐다.
“고문한 뒤, 불에 태워라.”
테이즈는 서늘한 긴장으로 등허리를 바로 하며 루치오의 명에 고개를 숙였다.
그날, 공작저의 지하 감옥에서는 마치 지옥과 같은 비명이 밤새도록 울려 퍼졌다.
* * *
며칠 뒤 페이룬트 공작 부인이 공작저를 방문했다.
“우리 리아! 날이 갈수록 예쁜 짓만 골라 하니, 더 욕심이 나는데 어쩌면 좋지?”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엘라드 공작 부인의 병간호를 했다는 것을 안 페이룬트 공작 부인은 나를 보자마자 내 볼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며 기특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언니 아파요!”
“엄마, 하지 마!”
그때 다이애나와 에이든이 펄쩍 뛰며 페이룬트 공작 부인을 말렸다.
그리 세게 잡아당기지도 않았는데.
두 아이의 눈에는 내가 무척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결국 페이룬트 공작 부인이 웃음을 터뜨리며 내 얼굴에서 손을 떼었을 때였다.
“부인, 어서 와 앉아요.”
마침 차와 다과가 모두 준비되었는지 엘라드 공작 부인이 자리를 안내했다.
그녀의 모습에 페이룬트 공작 부인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걱정했는데 이렇게 건강해진 모습을 보니.”
“고마워요. 참, 황후 폐하께서도 많이 놀라셨죠? 하필이면 황궁에서 쓰러져서…….”
말끝을 흐리는 엘라드 공작 부인의 표정에 난처함이 떠올랐다.
정신을 차린 뒤, 엘라드 공작이 황궁에서 벌인 일을 들은 공작 부인은 기함했다.
다른 귀족 가문의 사용인은 그렇다 쳐도 황궁의 시종들까지 모두 검사하다니.
아무리 황제의 신임과 총애를 받는다고 해도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염려한 것이다.
“무슨 그런 걱정을. 황제 폐하께서 다 용인하신 일이니 가능했던 거고, 황후 폐하께서도 전혀 개의치 않아 하셨는걸요.”
페이룬트 공작 부인은 들고 있던 부채를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히려 전말을 아시고선 더욱 분개하셨으니 그런 걱정은 말아요. 그런데 여전히 가문 내에 그런 불순한 무리가 있다니, 공작께서 걱정이 많겠어요.”
“……네. 그래도 이제 거의 뿌리 뽑은 것 같으니까요.”
공작 부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이 능숙하지 않은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쓰러진 장소는 황궁. 그것도 많은 귀족 가문의 귀부인들이 모인 자리였다 보니, 공작 부인의 일은 공공연한 화젯거리였다.
그 덕에 귀족들 사이에서 시녀장이 범인으로 알려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엘라드 공작가는 추잡한 스캔들이 공작가를 둘러쌀 것을 염려해 시녀장의 독살 시도 사건을 공작 부인을 못마땅해하는 가신이 배후였던 것으로 사건을 조작했다.
마침 시녀장의 가문이 이전에 축출된 발레리 백작가와도 아주 가까웠던 터라 이야기가 쉬웠다.
애초에 진즉 처리되었어야 할 가문이 시녀장 덕분에 화를 피했었다고 하니 겸사겸사 좋은 마무리였다.
“그런데 정말 혈색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데요?”
그때 페이룬트 공작 부인이 엘라드 공작 부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정말 그 해독제 덕분인 건가요? 다들 앞다퉈 부인을 살린 약을 사려고 한다던데.”
“그렇긴 한데……. 아직 실제로 판매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극독에 당했던 공작 부인이 스플레시아로 만든 해독제를 먹고 살아났다는 소문은 자연스럽게 퍼졌다.
다렐의 길드장 말대로, 어떤 독이든 해독할 수 있는 해독제는 존재가 알려지자마자 순식간에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정치적 이유든, 사적인 원한을 졌든 제 목숨이 가장 귀한 줄 아는 귀족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황제도 관심을 보였다고 공작이 말했었지.’
바르도 자작에게 황궁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을 무척 아쉬워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정작 명의로 이름이 높아진 바르도 자작은 몹시 난처한 눈치였다.
일단 함께 스플레시아를 키우던 마법사들과 의원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얼버무리는 것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내 공로를 가로챈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나는 내 비밀을 지켜 주고, 더 캐묻지 않는 것만으로 그녀에게 충분히 감사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해 내가 직접 마나를 주입하며 스플레시아를 키워 냈지만, 재배 원리는 이미 찾은 상태였다.
비록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마력석으로 재배에 성공하면 내가 전수한 조제법으로 다시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초창기에 만든 해독제가 연달아 실패한 게 조금 걸리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내가 마음이 급해서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싶었다.
어쨌거나 앞으로 정말 제국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도 마냥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였다.
“누나!”
볼을 발그레 붉힌 에이든이 내게 쿠키를 내밀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공자님. 지난번에 두고 가셨던 쿠키, 먹지 못해 죄송해요.”
공작 부인이 황궁에서 쓰러진 날, 공작저에는 에이든이 직접 만든 쿠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가하게 먹을 것을 즐길 때가 아니어서 고이 보관만 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 버렸다.
내가 미안해하며 말하자 에이든은 배시시 웃었다.
“괜찮아. 그래도 이번엔 꼭 먹어 줘.”
“네!”
착한 꼬마 아이가 직접, 그것도 나를 위해 만든 것을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냉큼 대답한 나는 에이든이 먹여 주겠다며 입 앞까지 건넨 쿠키를 그대로…….
“와그작와그작.”
먹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다이애나!”
눈앞에서 다이애나에게 쿠키를 입 속으로 빼앗긴 에이든은 펄쩍 뛰었다.
“누나 주려는 걸 왜 네가 먹어!”
“언니는 내가 먹여 줄 거거든!”
“그래도 이건 내가 만든 건데!”
갑자기 티격태격하는 에이든과 다이애나의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할 때였다.
“다이애나, 너 나빠. 너는 매일 누나랑 있으면서. 나는…… 난 이제 드함바로 가는데.”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 입술을 삐죽이던 에이든이 폭탄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