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how far had you reach? RAW novel - Chapter 109
진화, 어디까지 해봤니? – 109 >
[트레이스-!] [과부하율이 300퍼센트 초과 되었습니다. 조정이 필요합니다.]리케의 보고에 나는 현재 팔 속에서 몰아치는 에너지를 재빨리 줄였다.
지금은 진화에너지로만 이뤄진 상태가 아니라서 까딱 잘못했다간 터져나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웜홀 생성이라는 게 공간을 강제로 비트는 과정이다 보니 그렇게 한 번 어긋나면 본래 계획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튕겨나거나 운이 나쁠 경우 먼지처럼 뭉개질 수도 있다.
[설마 했는데 신체를 유물화 시키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몸 전체를 하면 에너지를 못 쓰니까. 되는 것도 있는가 하면 안 되는 것도 있고,]내가 이번에 쓴 유물화 능력은 사용 조건이 어마어마하게 까다로운 능력이었다.
애당초 고대의 기술들이라는 것들이,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 활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고 제작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회로의 구조뿐인데 그것만 파악한다고 모방할 수 있었으면 벌써 리케가 완성품을 만들어 양산 과정을 거치고 있었을 테니.
각 유물에 들어가는 재료도, 원리도 다른 상황에서 내가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에 유물들이 보이는 반응들이었다.
에너지가 내부에서 응집되는 것을 거부하지만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에너지가 회로를 통과할 때 일어나는 반응이 바로 그 특수 능력들이다.
나는 그 반응들을 포착해 순간적이라도 같은 반응을 내게 할 수 있는 물질들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기술적인 지식이 높은 리케와 다아트의 생성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테티스, 다윈의 연구원이었던 나이트메어도 참여했다.
결과는 한 번 쓰고 나면 버려야 하며 에너지 반응에 따라 빠르게 성분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반의 반쪽짜리 일회용품이었지만 한 가지 용도로 쓰자면 나쁘지 않았다.
[에너지를 이런 식으로 막 터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군.]데몬 하트가 에너지를 10배로 불린다면 이 유물화 능력은 에너지를 100배까지 확산시킬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데몬 하트 같지 않아서 생산된 에너지를 전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한 공간에 무식하게 때려 박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폭발적으로 튀어나간 에너지는 리케가 모든 오차를 계산해 마더쉽의 유물을 통해 그 방향을 제어하므로 나는 유물화된 팔이 터져나가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만 하면 되었다.
[이대로 무사히 진행했을 시 95퍼센트 확률로 목표했던 위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계 6곳을 빙 둘러 돌진하고 있는 꼴이니 퀸도 당혹스럽겠군요.] [인공지능이 본체라던데 아마 지금쯤 방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래 봐야 할 수 있는 게 없겠지만.]***
-무슨 짓을 하려는 셈이지?
가이아는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거대한 에너지 반응을 느끼고 있었다.
첫 번째로 생성된 웜홀로 진입한 물체를 다른 성계로 날려 보냈더니 그곳에서 다시 웜홀이 열렸다.
그걸 다시 비트니 도착하는 성계에서 다시.
그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하자 가이아는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그녀가 비틀어 보낼 수 있는 성계 모두에 웜홀들을 열어 그 장소들을 하나로 연결할 셈인 것이다!
‘그래서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웜홀을 전부 연결해도 결국 비튼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영원히 그 궤도 안을 떠다닐 뿐이다.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군단이 있는 성계로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상대에게 인공지능이 붙어있는 것을 알고 있던 가이아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벌이자고 이 난리를 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퀸.
-뭐지?
수많은 예측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와중에 웨일의 목소리가 그 끼어들었다.
머리 쓰는 것은 싫다며 제 몸의 통제권까지 가이아에게 넘긴 그였기에 가이아로선 다른 보고할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인간들 쪽에도 웜홀이 열려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침공하기 위한 통로가 아닌가. 아······ 그렇군.
웨일의 말에서 실마리를 짚어낸 가이아는 사고를 우뚝 멈추었다.
그 사이 이미 이블 원은 여섯 번째 성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무려 가이아 자신의 손에 의해.
-외통수였군. 하.
방금 그녀는 이블 원이 연 통로를 비틀어버림으로써 자신이 두 가지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자신이 연 웜홀을 닫아 인류에의 침공을 포기하고 옥쇄하던가, 아니면 그 통로로 이블 원이 침략해오길 기다리던가.
웜홀은 열 수 있는 조건이 한정적이고 지금 군단이 주둔하고 있는 성계들은 인류 쪽으로 가는 웜홀을 제외하면 모든 조건이 사라진 상태다.
이블 원이 연결한 웜홀을 가이아 자신이 비틀어버렸기 때문에.
이 정도면 싸움을 피하고자 웜홀을 비틀기 시작했을 때부터 예정된 결과였다고 봐야 할 터.
가이아는 그 가정을 자신이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런 뻔한 수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그녀는 아데카를 떠나게 된 것이 개탄스러워졌다.
시스템이 폭주하면서 다운되어버린 그녀의 본체에 있었다면 이런 가정은 쉽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탈출하기 전에 급조한 몸의 성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데카의 본체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싸움을 준비해야겠군. 테티스 그 아이가 원하는 게 이런 거라면······ 오케아노스!
-퀸. 명령을.
-아데카로 회군한다.
가만히 앉아서 파멸을 기다리는 건 그녀의 사상에 맞지 않았다.
제 몸을 잃고 또 소중한 딸이 희생된 뒤부터 계속.
그렇게 인간들에게 당하고도 엇나가는 딸의 선택을 존중해 줄 생각은 오래전부터 버렸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아이가 마지막으로 잡은 동아줄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해줘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류를 멸망시키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세력이 크게 위축되었으니 저 이블 원이라는 이레귤러만 없앤다면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얼마나 자신 있는지 한 번 볼까.
***
-군단이 물러갑니다!
-뉴올림포스가 해방되었습니다. 근방에 오르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언제 오르그들이 밀어닥칠지 몰라 불안에 떨었던 인류 사회는 특종으로 가득 찼다.
군단이 일제히 전선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보고도 믿기 어려운 소식으로 말이다.
“무슨 일이지?”
소돔이라는 불가해한 질병에 대한 대책 마련과 이블 원의 선전포고라는 초유의 사태를 동시에 받아든 인류가 걱정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다.
유적지로 떠났던 특임부대가 빈손으로 돌아온 뒤 신 연합정부의 수장으로 등극한 막시밀리안은 루카스 대령과 로저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범인 색출에 나섰다.
이블 원의 성질을 누가 긁었는가가 그 색출의 대상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카스와 이블 원의 대화를 중심으로 정보를 취합한 결과 다윈 사가 그 대상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블 원은 제우스의 조치에 대해 굉장한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부르고뉴에서부터 쭉 지켜본 바로는 주인님께선 인간들이 같은 인간이나 다른 외계종족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을 안 좋게 보시는 것 같았지요. 그게 저희들이 말하는 정의감이나 도덕 같은 감정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하찮은 것들이 유세 부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급을 나누고 그에 따라 삶의 위치를 결정하는 건 제우스와 다윈의 결정이었다.
다만 이것은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보인 잔혹성의 결과이기에 무조건 그들의 책임이라고 볼 수만도 없었다.
소돔에 감염된 성계를 버리라는 제우스의 권고에 막시밀리안 역시 동의했으니까.
처음에는 살릴 수 있는 이는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히려 소돔에 노출된 사람들을 돕던 병사들과 그들이 옮겨온 유해물질에 닿은 시민들이 대거 감염되자 수많은 이들이 감염자들을 버릴 것을 촉구해왔다.
그들 중에 감염된 성계에 가족을 둔 사람도 있는 것을 확인한 막시밀리안은 그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제우스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다수의 의지를 따르고 소수의 뜻도 존중하고 있다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결국엔 그도 다윈과 한통속이 되어 시민들을 외면한 것뿐이었다.
그 사실에 딱히 죄책감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었지만 이블 원이 말한 ‘그 대상’에 자신을 포함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남아있었다.
어떻게 하면 다윈과 제우스에게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길 수 있을까, 그리고 수많은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코앞까지 밀려든 군단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로 한창 고민하던 와중, 앓던 이 중 하나가 쏙 빠진 셈이니 막시밀리안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벌써 이블 원이 퀸을 처치했나? 아직 다윈 사를 제압하지 못한 상황인데······.”
현 인류가 보유한 전력의 상당수를 점유하고 있는 게 그들이다 보니 함부로 손을 대기가 쉽지 않았다.
이블 원의 침공을 알고 있는 막시밀리안을 비롯한 상층부 몇은 다윈을 희생양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궁지에 몰릴수록 다윈이 그 뛰어난 기술력으로 자신들을 지켜주길 바랐고, 극렬한 추종자 몇은 연합정부보다 다윈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세상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군림할 메시아라며 이블 원이나 퀸을 추종하는 정신 나간 인간들까지 날뛴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던가.
이 상황에서 다윈 사를 제압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라도 하면 내부에 강력한 적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반향이 엄청날 것이다.
‘정부의 수장이라고 한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으니.’
그렇다고 이블 원이 쳐들어오는 걸 그대로 방임할 수도 없다.
차라리 몰랐으면 다행이겠는데 알아버린 이상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것이다.
막시밀리안은 스트레스로 인해 거칠게 뻗은 금발을 쓸어넘기며 피로에 찌든 눈동자를 격자무늬의 천장으로 향했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기분이군. 마리나 의장이 어떻게 죽었지?’
***
한편, 공개되지 않은 모처의 거대한 회의실.
밝은 빛과 그에 비치는 하얀색 타일이 가득한 공간에 총 열두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곳의 바깥은 수많은 로봇들과 시스템으로 보안이 지켜지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안쪽은 어떤 기계적인 장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실은 그들이 지금부터 나눌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
열두 명 모두 어떤 신체적인 특징도 보이지 않는 흰색의 슈트를 입고 있었으며, 목소리 역시 변조된 뒤였다.
그나마 그들 사이에 나름의 지위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중앙에 떡하니 놓인 의자부터 좌우로 쭉 원형으로 퍼진 의자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 하나였다.
마침내 가장 큰 의자에 앉은 사람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가이아가 군단을 뒤로 물렸다. 예상되는 결과는?
-2번이 발언을 요청하겠다.
-허가한다.
-이블 원이 이쪽으로 올 것이다. 현재 가이아를 움직이게 할 만한 존재는 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들어맞는다고 가정할 시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어떻지?
-터전을 버리더라도 도주하는 수밖에 없다. 저 가이아가 싸움을 피할 정도라면 현 인류가 놈의 손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연. 다들 동의하는가?
중앙에서 흘러나온 물음에 열한 명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특임부대에게서 얻어낸 정보에 따르면 이블 원은 인간을 칠 계획이었다.
인간을 부흥시키고 지배할 그들이 놈과 벌어질 전쟁에 휘말렸다간 인류는 그대로 끝이다.
다행히 다윈은 이런 사태를 대비해 여러 성계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고,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면 그곳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죽어 나갈 인간들은 아깝지만 가망이 없는 것은 빠르게 버리는 게 나았다.
-또 천 년을 기약해야 하는가.
-우리는 기반이 남아있으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 오히려 군단이 쓸려나갔으니 전보다 상황은 좋아질 수도 있다.
-이블 원이라는 강적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 괴물도 옆에 붙어있는 인공지능만 제거하면 양팔을 묶어놓는 셈이지. 이미 수는 써뒀다.
-그러면 제우스에게 명령을 내려야겠군.
이 방에서는 제우스에게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회의가 마무리된 후에는 모든 결과가 그에게로 전달되겠지.
그렇게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중앙의 인간을 한 명이 의뭉스런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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