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how far had you reach? RAW novel - Chapter 28
진화, 어디까지 해봤니? – 28
몸을 조금 회복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니 내 영역 전체가 군단 놈들로 덮여있었다.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있는 거지······?
저 위에 떠있는 뮤츠 같은 녀석들은 또 뭐야. 지휘관인가.
콰콰쾅!
리케는 언덕을 중심으로 거대한 해자를 파놓고 전차 수백 대로 포화를 퍼붓고 있었다.
1층 주택 크기의 오르그들도 한 방에 짜부라질 위력의 포탄이 군단의 중심을 헤집었다.
그 앞에는 언제 모였는지 쿠파를 비롯한 내 영역 소속의 오르그들이 방진을 짜고 해자를 건너오는 군단 놈들을 찢어발겼다.
무오!
보스 쿠파가 포효하자 쿠파들의 등과 가슴에서 일제히 광물 포탄이 발사되었다. 비교적 갑각이 약한 군단의 잔챙이들은 일제사격 한 번에 수천이 나가떨어졌다.
지상은 당분간 큰 이상이 없을 정도로 그 방어가 단단해 보였다.
공중에는 새부리 와이번들이 분전하고 있었지만 적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내가 열심히 만들어 둔 포탑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에 근근이 막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옆에서 각성한 여자는 드디어 머리가 돌아버렸는지 에너지를 줄기줄기 내뿜으며 날뛰었다.
잘 보니 적을 죽인 다음에 그 에너지를 흡수해서 다시 내뿜는데, 그새 능력의 응용을 터득한 것 같았다.
흠, 저 정도면 내 코딱지 정도는 벨 수 있겠군.
퀘엑! 퀙!
깊이 파였던 해자 절반은 이미 시체로 가득했다.
그러나 수천, 수만을 죽여도 그 몇 백배가 넘는 숫자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
아군의 시체를 밟고 넘어와 물어뜯는 군단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제일 약한 녀석들을 보내서 간을 보는 게 군단 놈들의 특성이다. 그걸 생각하면 저 멀리 있는 본대가 당도하면 이 싸움은 거기서 끝나겠지.
*
눈앞에 에너지를 가득 품은 먹잇감들이 널려있는 풍경은 어찌나 찬란한지.
나는 삼일을 굶은 것처럼 주변에 있던 녀석들을 마구 끌어당겼다.
입으로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다.
[에너지 최상위 + 공간 최상위]의 테크를 결합해 일정 공간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모조리 끌어 모을 수 있으니까.내가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잔챙이들은 한줌 핏물로 변해 에너지를 헌납했다.
키에엑!
내 안의 에너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발휘할 수 있는 힘도 강해졌다.
내가 나아가는 방향이 휑하니 비어버리니 군단 놈들도 내 존재를 눈치 챈 듯 그 머리 중 일부를 내 쪽으로 돌렸다.
건방진 놈들이군. 전부 몰려와도 모자랄 판에?
나는 지금까지 모았던 에너지를 전부 입자광선포로 쏘아주었다.
-!
내 앞에 모세의 기적이 벌어졌다.
하늘이고 땅이고 내가 바라보는 일직선 상의 모든 것이 날아간 것이다.
광선포 가장자리에 걸쳐있던 탓에 신체 일부를 잃은 오르그들이 비틀대면서도 전진해서 느리게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소모된 에너지는 다시 엄청난 속도로 차올랐다.
내가 한 번 더 광선포를 쏴주려 하자 허공에 떠있던 뮤츠 중 하나가 휘오옷 하며 기성을 터트렸다.
그러자 오르그들의 본대에 있던 덩치 큰 녀석들이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프레데터 같은 머리에 고릴라처럼 울끈불끈한 몸을 가진 놈들은 영락없이 방어력에 올인한 생김새였다.
놈들은 그 먼 거리를 두 번의 점프로 뛰어넘어 내게 덤벼들었다.
나는 가장 먼저 들이대는 놈의 머리를 잡고 가볍게 터트려버렸다. 육탄전으로 하면 니들이 이길 줄 알았니?
한 놈을 즉사시킨 나는 반대편의 손에 에너지를 모아 허공을 후려쳤다.
그러자 공기가 일그러지며 동료가 죽은 것을 보고 멈칫하던 놈들의 사지가 떨어져나갔다.
졸지에 몸뚱이만 남은 머리가 구슬프게 울었다.
크허어!
내가 오르그들을 강제로 진화시키며 얻은 힘과 스피드는 양산형 개체 따위가 당해낼 수준이 아니었다.
어린 애들처럼 떼를 쓰며 달려드는 녀석들을 몇 번 지르밟아주다 재미가 없어진 나는 시체를 걷어차 뮤츠같이 생긴 녀석 쪽으로 날렸다.
놈은 보호막을 펼쳐 막아냈지만 뒤이어 날아든 입자광선포에 통구이가 되어 추락했다.
자, 남은 놈들. 너희도 이제 그만 까불고 내려오자.
내가 계속해서 광선포를 쏴대자 뮤츠들은 도저히 못 버티겠다고 생각했는지 허둥지둥 내뺐다. 나는 에너지를 흡수하며 천천히 그 뒤를 쫓았다.
이렇게 죽였는데도 에너지가 부족하네······.
잔챙이들만 학살했더니 뭔가 미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 괴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우웅-!
쿵! 쿵!
놈들의 덩치는 하나하나가 거의 아파트에 필적했다.
꽃잎처럼 벌어진 입에 돋아난 이빨사이로 푸른 진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바로 그 밑에 있던 녀석들이 녹아내리는 것으로 봐서는 산성이 강한 소화액인 듯하다.
온몸에서 증기를 내뿜으며 전진하는 놈들의 위로 솟은 촉수들이 천수관음마냥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놈들의 포효에 거대한 파동이 흘러나와 내 동굴이 있는 방향을 덮쳤다. 그 파동에 맞은 전차들이 하늘 높이 치솟더니 산맥 쪽으로 튕겨 날아갔다.
쿠파를 비롯한 오르그들도 마찬가지였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처리하려고 광선포를 쏘자 놈들의 촉수 근처에서 보호막이 생겨났다.
광선포의 입자는 그 방어를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막지는 못해서, 일부가 보호막을 관통해 놈들의 몸을 두들겼다.
꿍!
내 공격에 열이 받았는지 놈들의 촉수 사이에서 붉은 색을 띈 무언가가 발사되었다. 정면에 거대한 가시를 장착한 올챙이 같은 놈들이었다.
연기와 함께 미사일처럼 치솟은 그것들은 하늘에서 대뜸 변태를 시작했다.
싸우는 도중에 눈앞에서 진화라니 이것들이 선을 넘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내 몸은 순식간에 놈들의 위에 도달했다.
거대 괴수들 중 하나의 머리통이 내 손에 붙잡혔다.
꽈득!
보호막을 깨부수고 손톱을 박아 넣어 그대로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하자 놈이 비명을 질렀다.
꾸오오!
내 손가락 사이로 넘친 에너지가 황금빛으로 흘러나왔다.
놈의 에너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니 순식간에 놈의 커다란 등짝을 거쳐 팔다리까지 금색 실선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흘러든 에너지는 곧바로 초월 테크로 내뿜어졌다.
검둥이를 상대할 때와는 달리 그 에너지는 구체로 뭉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검으로 변모했다.
나는 그것을 잡고 변태 중인 올챙이들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뮤츠들이 보호막을 걸어도 소용없었다. 간섭력에서 밀리니까.
내가 다른 괴수들에게도 같은 작업을 하려는 그 때, 군단 사이에서 갑각이 메카 로봇처럼 멋있게 자란 녀석이 튀어나왔다.
네 개의 팔에 에너지가 압축된 칼날이 달린 형태였다. 녀석은 내 주위를 돌며 칼날을 마구 찌르고 휘둘렀다.
사바르들보다 속도는 부족하지만 갑각의 강도나 에너지에 대한 내성은 월등히 뛰어난 듯, 녀석은 내가 일으킨 에너지 충돌을 무술의 고수처럼 민첩하게 피해냈다.
충돌의 여파가 녀석의 갑각을 두들겼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나는 녀석의 몸보다 큰 에너지 소드를 손에 들고 있었기에 그것을 방패처럼 휘둘러 공격을 물리쳤다. 공간을 압축해 녀석을 끌어당기자 그 몸이 보랏빛을 발하며 저항했다.
씨잉!
얼굴 왼쪽에 이질감이 느껴져 고개를 틀었더니 언제 날렸는지 뒤로 돌아온 칼날이 머리 뒤쪽의 뿔을 긁고 지나갔다.
나는 떨어져나간 뿔 조각을 흘긋 본 뒤 녀석의 앞뒤로 잽싸게 보호막을 전개했다.
칵!
보랏빛의 특수에너지가 보호막을 뚫고 들어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나는 녀석이 보호막을 파괴하는 순간을 노려 에너지 소드를 휘둘렀다.
녀석은 위쪽의 팔을 교차해 막았지만 에너지 소드는 보호막과 함께 녀석의 몸통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후, 간섭 능력까지 비등했으면 시간이 끌릴 뻔했네.
나는 추락하는 녀석의 시체에서 테크를 흡수하고 다시 거대괴수들에게 날아갔다. 놈들은 도망가려 했지만 그만한 덩치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무리였다.
마침내 거대괴수들이 모두 쓰러지고, 하늘에는 거대한 에너지 소드 일곱 개가 나란히 떠올랐다.
그 검들은 다시 내 의지에 따라 수천 개로 분열되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에너지 덩어리들이 군단을 향해 그 칼끝을 향했다.
그 위로 우뚝 선 내가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커험!
[게이트 오브 바-] [대장님, 아래에서 대규모 에너지 반응이 감지됩니다!]리케의 경고에 나는 즉시 반응했다.
꽈과과광-!
따로 조종할 필요 없이 직선으로 쏘는 것만 해도 난리가 났다. 놈들이 지르는 괴성이 천지를 물들였다.
운 좋게 피한 녀석들은 살았지만 나머지는 한 줌 핏물로 변해 흩어지고 말았다.
에너지 소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압축이 풀려 그 끝에 가서는 일대를 집어삼킬만한 크기가 되었다.
그 중 하나는 뮤츠들이 모으고 있던 에너지와 부딪히고는 폭발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리케가 경고했던 에너지 반응이 이거 같은데, 가만히 놔뒀으면 뭘 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한 자루를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 소드들은 무사히 목적을 달성했다.
위력이 약해졌음에도 영향권 안에 있는 녀석들은 무사할 수 없었다. 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군단 개체가 무릎을 꿇기까지 5초면 충분했다.
그 광경을 만족스럽게 음미하며 에너지를 갈취하는 내게 겨우 살아남은 뮤츠 하나가 악을 질렀다.
다른 뮤츠들과 달리 머리에 관 같은 걸 쓰고 있는 녀석이었다. 놈은 그렇게 성질을 부리고는 허공으로 몸을 접어 사라졌다.
두고 보자, 뭐 이런 건가? 그보다 방금 그 기술 공간이동 같은데······.
*
-멍청이! 쓰레기들! 전부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음!
드레드의 분노가 지휘관들에게 쏟아졌다.
전위를 총괄하던 지휘관은 이미 그에게 목이 뜯겨 죽은 뒤였다.
지휘관들은 철저히 세뇌되어 이지를 상실한 채 태어나는 하위 개체와 다르다. 이성도 있고 가진 바 힘도 엄청난 그들이지만 절대적 통수권자 드레드의 분노 앞에서는 하위 개체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 놈에게 수십만이 당함! 말이 안 됨! 무능함!
-이 버러지들! 똥 덩어리······ 퀸, 명령을.
여왕에게서 연결이 오자 드레드는 순식간에 공손한 말투로 돌변했다.
땅에 박혀있는 그 거대한 육신이 조금 쪼그라들었다.
지휘관들은 그 모습에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군단을 움직일 준비를 하도록.
-인간들의 본거지는?
-당연히 알아냈지. 멍청한 인간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서 알려주었다.
-인간들. 아주 멍청함. 하지만 퀸. 문제가 있음.
-뭐지?
드레드는 수치스러웠지만 여왕을 속일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 북쪽의 야만족들과 싸우다 군단의 상당수를 잃었노라고.
-시간만 주면 직접 가서 처리하겠음.
-미안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인간들에게 시간을 주면 줄수록 전쟁이 길어진다.
-군단을 전부 보내면 저 야만적인 놈들이 내려올 수도 있음.
-그건 네가 처리하면 되지. 그렇게 신경 쓰인다면 내 호위대를 보내겠다.
-그렇다면 알겠음.
연결이 끊기고 드레드는 다시 지휘관들에게 정신을 돌렸다.
-군단을 전부 집결시켜야 함. 내가 수송체를 준비하는 동안 모두 군단을 정비함!
*
나는 적들을 추격하는 것을 포기했다.
당장 죽인 녀석들의 에너지만 모아도 어마어마한 양이라서 검둥이의 테크를 올리고도 넘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싸움 뒤에 겨우 되살아나던 내 영역은 아주 박살이 나버렸다.
집게들이 살던 협곡은 위쪽이 완전히 무너졌고, 습지는 증발해버렸다. 가엾은 흔들이들. 좋은 곳으로 갔겠지.
그나마 멀쩡한 게 제법 멀리 떨어져 있던 바위산이다. 쿠파들은 그게 좋다고 덩실대고 있었다.
나는 그저 진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검둥이의 집을 불태우고 신을 좀 냈더니 내 집도 불타버린 셈이다. 그것도 대부분 내 손에 의해서.
[복구하려면 또 시간이 걸리겠군요. 군단이 또 쳐들어올지도 모르니 그냥 놔둘까요?] [집 근처만 정리해.]나야 날아서 이동하면 되지만 노예들로선 해자가 있으면 다니기 불편하겠지.
오르그들의 무게를 견딜만한 다리를 건설하느니 그냥 일부를 완전히 메우라고 지시했다. 군단이 또 몰려오면 그 부분만 밀어버리면 되도록.
멀리서 본 풍경과 가까이서 본 집의 꼬락서니는 한참이나 차이가 났다.
리케가 심혈을 기울여 깎아놓은 웅장한 계단과 장벽은 죄다 을씨년스럽게 부서져 있었다.
포탑은 그나마 땅 안쪽에서 에너지를 충전했다가 공격할 때만 밖으로 나오는 형식이라 절반 정도는 건졌다.
각성한 인간이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게 무슨 이유인가 싶었더니 포탑을 지키고 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내 경험상 각성을 했다면 그 몸이 무사하지는 못했을 텐데?
[이번에 각성한 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불행하게도.]리케는 담담하게 죽음을 이야기했다.
녀석의 말대로 차갑게 식은 둘 옆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그쪽으로 다가가자 첫 번째로 각성했던 여자가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게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갔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