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how far had you reach? RAW novel - Chapter 65
진화, 어디까지 해봤니? – 65 >
“…(이건인간들이우리에게강요했던결과다너역시그렇게진화해왔다)”
[거짓말!]“…(참으로둔하고멍청한생물이다지금가지고있는능력들이정말로자신이노력해서생겨난것이라고믿고있는것같다)”
나이트메어의 음성에는 낼름이에 대한 경멸과 조소가 어려 있었다.
낼름이는 혼란에 빠졌는지 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강요’라는 단어에서 낼름이와 나이트메어가 보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일반적인 실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추해냈다.
평범하게 특수한 약물이나 기계를 통해 진행한 실험이 아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처럼 포식을 통해 진화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었다.
두 녀석 모두 처음에는 보통의 오르그들처럼 본능에 충실한 존재들이었겠지.
따라서 인간들은 딱 둘만 집어서 실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오르그들을 실험장에 밀어 넣어 환경에 따라 진화시키고 보다 우월한 진화를 획득한 동족을 포식하게 함으로써 단계적이지만 급격한 변화를 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최종 결과가 낼름이, 그리고 나이트메어인 것이고.
[거짓말이야······ 멜라는 나를 정말로 아껴줬어요. 그렇게 착한 그녀가 내게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위선일 리가 없다구요!]“…(선악은인간들에게나존재하는것이다그런아무짝에도쓸모없는것에매몰되어있으면진화가정체될수밖에없다)”
[낼름이는 진화에 집착하지 않아요! 친구들이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고통 받았으니까요.]“…(네가타자의고통에민감한것도인간들이의도한대로진화한결과일뿐이다거기서벗어나려면너는나처럼되어야한다)”
나는 둘의 대화에서 나이트메어가 낼름이를 교화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단순히 듣기로는 끊임없이 낼름이를 조롱하고 비하하며 우쭐대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진화에너지의 방향성을 바꾸라는 의미가 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낼름이는 그 속뜻을 읽지 못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낼름이는 멜라를 죽이고 친구들마저 잡아먹은 당신처럼은 되지 않아요! 멜라는 낼름이도 사람이라고 했지요. 당신은 사람이 아니에요!]“…(이나약하고어리석은존재는그긴세월동안아무것도배운게없는것같다)”
“…(무가치하다)”
촤악!
나이트메어는 잠시 침묵하더니 냅다 촉수를 휘둘러 낼름이의 몸통을 갈라놓았다.
그것에는 내가 어떻게 반응해볼 새도 없었다.
낼름이는 완전히 위아래로 분리된 채 바닥을 뒹굴었다.
눈이 달린 상체가 버둥거리는 것을 나이트메어의 촉수가 다시 한 번 내리쳤다.
완전히 확인사살을 하려는 듯 가차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나도 이번에는 늦지 않아서 제때에 나이트메어를 기습할 수 있었다.
“…(!)”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었다면 입자가 없다 해도 나이트메어는 충분히 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을 터였다.
막아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능력을 내보여 나를 가루로 만들어버렸을 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러나 낼름이가 녀석의 성질을 긁어놓은 덕에 나이트메어는 내 움직임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고, 내 고유무기는 놈의 촉수를 뚫고 턱 관절에 굵은 구멍 하나를 내어놓았다.
그 구멍을 타고 결정이 깨지며 대부분 흩어졌음에도 여전히 품고 있던 에너지가 흘러들자 나이트메어는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몸을 거칠게 떨었다.
아니.
실제로 내가 무기의 칼날을 통해 놈의 몸에 한계치의 전기를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초월테크로 간섭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녀석은 구멍이 뚫린 시점에서 그대로 전기통구이가 되고 말았다.
메뚜기 눈이 경련하며 삐걱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촉수들이 후두둑하고 떨어진 곳에서 아지랑이 같은 게 피어오르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녀석이 아닌데?
황급히 전기를 주입하는 것을 멈추고 물러났지만 아지랑이 사이에서 일어난 폭발은 꼼짝없이 나를 덮쳐왔다.
제법 빠르게 대응했음에도 나는 다시 구덩이 밑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아지랑이 사이에서 스윽 하고 멀쩡한 모습을 드러낸 나이트메어는 아래로 추락하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정형화된기습은먹히지않는다그렇기에스스로족쇄를채우고앞만바라보는존재를두려워할필요가없는것이다)”
녀석은 내가 기습할 것을 미리 예측하여 신기루 같은 허상을 만들어 나를 그곳으로 유도한 듯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분명히 녀석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나이트메어가 살아온 세월을 감안하더라도 방금과 같은 수법은 전투 센스부터 다른 느낌이었다.
사바르나 염소대가리에게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순수히 나이트메어 자신이 갈고닦은 능력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녀석으로부터 새로운 공격이 날아왔다.
먼젓번의 입자가 충격에 반응하는 충격입자였다면 이번에는 물질에 달라붙어 강제로 형태를 변환시키는 변환입자였다.
내가 펼친 보호막은 그 입자들에 닿는 즉시 마구 일그러진 끝에 붕괴하려고 했다.
황급히 간섭력을 전개하지 않았다면 깨진 안전유리마냥 알갱이가 되어 우수수 떨어져 내렸을 것이 분명했다.
나이트메어의 촉수들이 다시 모여드는 것을 본 나는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나 그것 또한 녀석이 판 함정이었다.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위치에 충격입자들이 무수히 깔려있었고, 그 속으로 뛰어든 나는 다시 한 번 아찔할 정도의 폭발에 시달렸다.
이번에는 외피만 손해를 봤던 전과 다르게 몸 안쪽까지 피해가 파고들어왔다.
나는 오랜만에 몸에서 솟구치는 내 체액을 보앗다.
분수처럼 치솟아 점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체액을 보자 미칠듯이 강렬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보통 사람들이 피를 보면 흥분한다고들 하는데 그건 오르그인 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눈이 돌아가고 나니 그때부터는 에너지를 아껴서 어쩐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저 산만한 촉수들을 모조리 잡아 뜯고 비웃는 듯이 흔들리는 머리통을 헤진 걸레짝처럼 다져주마.
다진 고기가 되고 나면 족쇄로 두들겨 맞는 게 얼마나 아픈지 알게 될 테니.
나는 염소대가리를 얻으면서 얻은 테크를 모두 동원해 간섭력을 극한까지 강화했다.
데몬하트가 마구 펌프질하며 뽑아낸 에너지가 그 위로 모이자 원반형태로 압축된 에너지가 양 팔에 달라붙었다.
원반은 내 의지와 결합해 천천히 회전하다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푸슝!
정면으로 쏘아진 광선 공격은 원반 위를 빗겨 튕겨나갔다.
그리고 내 육신은 그 광선이 원반에 닿기도 전에 이미 놈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광선이 원반 위에서 분해되어 충격입자로 변하자 나는 그것을 원반으로 후려쳐 폭발을 일으켰다.
충격입자 자체가 내 뒤쪽에 생성되었기 때문에 그 폭발은 추진력을 붙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용의주도한 녀석이 내 앞에도 입자를 깔아두었지만 거리를 확실하게 좁힌 시점에서 나는 더 파고들 생각이 없었다.
나는 날아가는 속도를 더해 에너지 원반을 있는 힘껏 내던졌다.
둥글면서도 납작한 형태에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의 회전력을 더하자 그것과 부딪힌 입자들은 본래 있던 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밀려나갔다.
충격입자끼리 부딪혀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변환입자끼리 묶여 괴이한 형태의 결정들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그 중 제일 압권이었던 것은 충격입자가 변환입자와 부딪혔을 때 발생한 상호작용이었다.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충격입자가 마구 변환된 끝에 튀어나온 빛이 가느다란 실선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실선들은 외부고 내부고 멀쩡한 곳 하나 없는 내 육신에 닿아도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다.
정말로 실이라도 된 것처럼 낭창거리다 흩어질 뿐이었다.
이렇게 보니 폭죽쇼를 코앞에서 보는 기분인데.
마침 하늘도 어두웠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감상을 억누르며 에너지 원반이 나이트메어가 방어하기 위해 꺼내든 촉수 뭉치를 두들기는 것을 지켜보았다.
살아있는 촉수 기생체들로 에너지를 빨아먹는다는 계획은 좋았지만 녀석은 내가 날린 원반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왼쪽에 있던 것을 평범한 속도로 먼저 날리고 오른쪽의 것은 점점 속도가 빨라지게끔 날렸다.
따라서 감각을 세밀하게 조율하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힘들기는 했다.
나는 녀석이 방심한 틈을 노렸고 원반들은 내 계획을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원반 두 개가 충돌하자 그 속에 압축되어있던 에너지들이 기지개를 펴듯 힘차게 뛰쳐나왔다.
앞의 원반은 기생체들에게 붙잡힌 상태였기 때문에 뒤의 원반이 기생체들을 박살을 내버리며 앞쪽의 에너지들을 밀어내는 모습이었다.
나이트메어는 촉수들을 모조리 잃고 그 자신도 충격파에 휩쓸렸다.
나는 끝까지 서서 녀석이 또 신기루를 만들어낼 것인지 거리를 둔 채 지켜보았고, 아지랑이가 생겨나자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고유무기의 파편에 모조리 끌어 모았다.
씨융! 우르릉!
벼락처럼 날아간 그것은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아지랑이 뒤에 숨은 녀석의 본체를 꿰뚫어버렸다.
이윽고 목 졸린 오리 같은 소리가 흐릿한 풍경 사이로 흘러나왔다.
케엑-!
그게 네 비명소리냐?
더 계속해서 즐길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군 그래.
에너지도 한계까지 쥐어짜냈고, 강인하던 육체도 갑각이 전부 뜯겨져나가 비루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보호막과 에너지를 압축해 틀어막았다고 해도 파고든 충격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달아올랐던 머리가 식으면서 눈앞이 아찔해졌다.
체액을 너무 많이 쏟았나.
억지로 정신을 붙들 수야 있겠지만 나이트메어를 완벽하게 처치하지 못한 시점에서 가망이 없다.
곧 분노한 녀석의 광선 공격이 날아올 것이고 나는 그것을 피하지 못할 테니까.
축적된 충격이 풀려나옴에 따라 몸이 천천히 굳어가는 내 앞에 낼름이의 잘려나간 하체가 들어왔다.
점액질로 가득해서 녹아내린 젤리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뻣뻣해지는 팔을 움직여 그것을 움켜잡았다.
목구멍 속으로 그것을 힘겹게 넘기는 순간, 돌연 시야가 암전되었다.
***
“낼름아! 오늘은 적응 훈련을 해야 하니 빨리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했잖니.”
“배가 불러서 몸이 무거워여. 어젯밤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요.”
“어머. 진화 실험에 성공했으니 몸이 변하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지. 오늘 훈련을 마치면 금세 적응하게 될 거야.”
“······.”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이곳에 와있는가.
눈앞에 있는 금발 여자는 또 누구고 왜 나를 낼름이라 부르는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내 손이 여자의 손을 붙잡는 게 보였다.
“그럼 갈까?”
“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야가 새하얀 복도를 따라 천천히 흘러갔다.
조금씩 기우뚱대는 게 똑바로 걷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흠, 낼름이의 몸속으로 들어온 건가.
분명 나는 나이트메어랑 싸우고 있었는데 말이지······.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며 뚝뚝 끊기던 생각이 이어졌다.
내가 과거를 되짚어가는 사이 눈앞의 장면은 육중해 보이는 문을 지나 희미한 전등만 남은 어둑한 복도에 와있었다.
복도는 길었고, 곳곳에 장막으로 가려진 유리창이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그 앞을 지나는데 별안간 한쪽에서 거센 포효가 터져 나왔다.
쿼어어억!
시야가 빠르게 그쪽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여자가 슬쩍 물러나며 틀어막았다.
흘러내린 금발 아래에서 친절함 뒤로 냉혹함을 품은 눈이 빛을 발했다.
“여길 지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낼름아?”
“다른 소리는 무시하고 가야 해여.”
“자, 그럼 가자.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시야는 다시 앞으로 고정되었다.
그 뒤로도 복도 끝자락에 다다를 때까지 괴성이 여러 차례 들려왔지만 시선은 아주 잠깐 위아래로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빛의 자국을 밟자 등 뒤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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