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how far had you reach? RAW novel - Chapter 87
진화, 어디까지 해봤니? – 87 >
[막간1 – 작은 마리아의 이야기]대대로 요한슨 가문의 사람들은 막가파 성격으로 유명했다.
먼 선조의 경우는 카프 연합의 초대 구성의원이었음에도 1년도 안 돼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당장 5대조만 거슬러 올라가도 불법적인 일과 연관되어 잡혀간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로저스는 의무교육과정을 다 마치기도 전에 모 카르텔과 엮어 불법개조시술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고향에서 추방되었다.
제우스에 의해 제정된 엄격한 시민법은 이를 어긴 자의 사회 복귀를 철저하게 거부했다.
로저스는 16살의 나이에 추방자 신세가 되었으나 거기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었다.
요한슨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아니. 그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몸담은 카르텔과 적대하는 집단이 일으킨 소동에 부모가 희생되었으며 그로 인해 1급 시민권이 박탈됨으로써 동생 마리아는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1급 시민과 그렇지 않은 자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불치병을 앓고 있던 마리아 요한슨에게 그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로저스는 부모의 죽음에 이어 마리아까지 병원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을 듣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집단의 힘을 빌려 복수를 마치고 보스의 소개로 동생을 상급의료시설에 맡기고 났을 때 그는 더 이상 자신은 밝은 세계로 나가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추방자가 된 시점에서 동생 마리아와 그는 호적 상 한 가족이 아니었고, 병원에서 요구한 보호자도 믿을 만한 대리인에게 맡기는 신세였다.
면회는 1년에 많아야 한두 번.
그것도 정부의 눈을 피해 몰래 나다녀야 했기에 한 번도 성사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가족들이 전부 곁을 떠나고 홀로 남아 병마와 싸우게 된 마리아 요한슨은 어린 나이임에도 굳게 의지를 다졌다.
오빠 로저스가 자신을 위해 인생을 희생한 만큼 반드시 나아보이겠다고.
약해빠졌으나 그녀의 몸속에도 요한슨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견딘 세월이 무려 10년.
낫는다는 보장도 점점 사라져갈 무렵이었고, 로저스는 그 사이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동안 로저스가 무리를 해서 넣어놓은 여러 개의 의료보험 덕분에 그녀가 병원비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일은 없었지만 그 짧은 기간은 작은 마리아의 심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불법탐험대를 이끌고 있는 만큼 언제 어디서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것이 로저스였고, 그에 대한 각오도 여러 번 했었을 터.
그러나 아직 스물도 되지 않았으며 충분한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소녀가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리아양? 보험 계약 기간이 곧 만료됩니다. 보호자분께서 갱신을 요청하지 않으셨으므로 앞으로 6개월······.”
연이어 찾아오는 보험회사 직원들의 냉정한 통보도 그녀의 마음을 갉아먹는데 한몫했다.
로저스의 대리인으로써 보호자가 되어준 사람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그로부터 돈을 받아 대신 납부해주는 정도의 역할이다.
그녀를 위해 어마어마한 액수의 입원비와 치료비를 감당해줄 여유가 없으며 그럴 까닭도 없다.
“마리아 요한슨씨?”
절망에 빠져 들어가는 그때.
필립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 곁을 떠난 오빠를 원망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저주하다 허망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로저스는 멀쩡히 살아있었고, 위기의 순간에 동료들을 데리고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기는 했으나 그것이 긴 시간 동안 마음 깊이 새겨진 상처를 치유해주지는 못했다.
세라프가 ‘이블 원’에 대한 감시를 위해 위치 추적 시스템을 작동시키려 했을 때 그 버튼을 누르는 역할을 자청한 것도 어찌 보면 그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작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소리지? 리케의 서버를 해킹했다니?]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 똑똑한 척하는 인공지능은 저를 해킹했을 때 그 흔적을 통해 역으로 자기 역시 해킹당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혀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기껏 해봐야 자 작은 로봇 안에 구축된 서버에 침입하는 건 일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지?]로저스의 따지는 듯한 물음에 세라프는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데카로 떠나겠다며 세뇌를 풀어준 이블 원에 의해 로저스는 더 이상 그를 주인님으로 섬길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굳건하게 이어져 있던 정신적인 결속이 시원하게 풀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작은 마리아는 머릿속이 복잡해짐과 동시에 한 가지 충동이 일었다.
로저스는 기본적으로 뭐든지 될 대로 되라는 성격이지만 의리와 정이 깊어 한번 자기의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인 존재를 쉽게 내치지 못한다.
본인이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일반인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그녀의 병원비를 댄 것만 봐도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마리아 요한슨은 자신이 오빠의 짐을 덜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까이 접근해 시스템이 발동할 때까지 리케를 붙잡고 있으면 되는 역할이다.
그녀는 마리 언니 같은 다른 탐험대원들처럼 리케와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고, 그녀 자신이 이블 원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괴물이지만 자신을 되살려준 존재.
갑자기 등장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인 끝에 세상을 혼돈으로 밀어 넣고 본인은 훌쩍 사라지려는 그에 대해 궁금해진 것이다.
이블 원에게는 자신이 일부러 따라온 것이라고 홧김에 말했지만 정말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부나방이 불빛에 이끌리듯 자신이 타죽을 걸 예상하고 일을 벌이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막상 이블 원과 함께 우주에 떠있으니 무섭고 두려운 감정보다는 설레는 듯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모험을 떠나는 용사 일행에 합류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소 냉정한 어조로 혼자서 살아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녀는 이블 원의 목소리에서 귀찮아하면서도 신경써주는 느낌을 받아 조금 기뻤다.
[요망한 인간.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항상 감시하고 있을 거라는 걸 명심해라.]리케가 바로 옆에서 전조등을 흘기고 있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실제로 리케가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방법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녀의 육신이 가진 충격 흡수력과 초능력을 생각하면 마리아 파티가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던 보스 쿠파조차 그녀를 죽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블 원과 함께 있으면 지금보다 더 강해지는 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그러려면 우선 신뢰를 얻어야겠지? 흐흥.’
인간을 하찮게 여기지만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하면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주는 게 이블 원이라고 들었다.
당장은 그녀가 저 위대한 존재에게 도움이 될 일은 없겠지만 그녀는 이곳이야말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펼쳐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인간들 사이에서 천사님 소리를 들으며 떠받들어진들 결국 예쁜 상징물이나 치료 셔틀이나 되겠지만 여기선 그녀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며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하며 이블 원 옆을 떠돌다 보면 언젠가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도 오겠지.
기왕에 한 번 더 얻은 능력이고, 생명이니 좀 더 영악하게 살아보리라.
그렇게 생각한 마리아 요한슨은 자신을 노려보는 리케를 향해 상큼하게 웃어보였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걸, 리케. 나는 우리 오빠와 마리 언니와는 달리 원하는 건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리거든? 그 알량한 부관자리가 언제까지 네 손에 있을 수 있는지 두고 보라고.] [뭐라고!]***
[막간2 – 테티스의 이야기]테티스의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그녀의 과거의 행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머니 가이아의 군단을 수차례 거꾸러뜨리고 북부에서 세력을 기르고 있던 어떤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진 그녀는 인간들에게 ‘마운틴’이라 불리는 오케아노스를 끌어들였었다.
오케아노스는 그녀에게 삼촌이라고 불렸는데 그 때문인지 그녀의 말이면 다른 일은 다 제치고 달려와 들어주는 경향이 있었다.
가이아가 내린 명령인 아데카의 수비를 저버린 대가는 후일 최전선에 투입되는 것으로 치르게 되지만 오케아노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테티스가 오케아노스를 끌어들여 인간들의 우주선을 공격하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들이 탈출하게 되면 외부 세계에 저 기이한 존재가 알려지게 될 테니까.
가이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생겨난 이레귤러의 존재를 다윈이나 제우스가 알게 되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터.
그들의 관심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출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의 다윈이라는 집단은 동료를 배신하고 학살한 끝에 자신들의 과거를 감춘 경력이 있다.
-실패함 접촉······ 하지만 있음 기회.
에너지를 묶어놓는 기술에 오케아노스가 당해 인간은 물론이고 자신이 관심 가지던 존재마저 사라졌을 때 그녀는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 존재는 다시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똑똑함. 끌어들임. 군단.
제우스의 철통같은 대응에 인류 세계를 침략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와중이었다.
정찰대 일부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가이아는 그저 기뻐했지만 테티스는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정찰대의 귀환을 도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쳐들어간 성계에서 다시 한 번 그 존재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가이아가 그의 손에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움직여 시선을 끌어놓고는 인류 함대와 가이아의 군단이 부딪히는 와중에 냅다 이쪽으로 넘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작은 행성에서 발견된 그 존재는 전보다도 월등히 강해져있었다.
하데스를 비롯해 가이아의 호위 부대 상당수가 그곳에서 소멸되었을 정도였다.
오케아노스와 히페리온, 두 삼촌의 합공을 이상한 물건으로 막아냈을 때는 그녀도 깜짝 놀랐다.
-할 수 있음. 올바른 진화. 저 존재라면.
오르그들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건 테티스가 오랫동안 맡아온 임무.
그녀는 그 존재가 사용하는 물건의 정체를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그것이 가이아의 오랜 동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도.
-그러나. 죽음. 돌아오면. 이곳으로.
놀라운 정도의 전투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본거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이아와 싸우게 된다면 저 존재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심지어 가이아는 이미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기에 전처럼 눈에 띄지 않게 힘을 기르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머니 가이아의 뜻은 웅대하다.
하지만 테티스가 품고 있는 꿈 역시 그에 뒤지지 않았다.
올바른 진화를 위해서라면 지금까지 순종해왔던 어머니에게 반기를 드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가이아를 대신할 수 있는 분체, 그리고 그와 연결된 유일한 심복이기에.
그녀는 가이아를 위협할 수 있었다.
테티스가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던 타르타로스 시스템을 폭주시켰을 때, 가이아의 분노가 휘몰아쳐 그녀를 흔들었다.
-테티스-!
-굿바이. 가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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