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how far had you reach? RAW novel - Chapter 88
진화, 어디까지 해봤니? – 88 >
[테티스라는 이름은 네임드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름은 넘버링들뿐.
넘버링이 아니더라도 이름이 붙은 오르그들이 있기에 리케에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부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모를수밖에없다테티스는인류와의전쟁에서모습을드러내지않았기때문이다)]나이트메어는 거기까지 언급하고 말을 줄였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말해서는 안 되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었다.
녀석 같은 경우는 군단에서도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으니 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궁금한 것이 몇 가지 있었지만 나는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아데카에서 할 일은 정해져 있고 거기에 그 테티스라는 존재가 중요한가 생각해보니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란을 일으켰으면 좋고 아니어도 앞으로의 계획에 별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나이트메어가 하는 말의 진의를 살피기에 좋은 기회겠지.
진짜로 반란이 일어났고 그게 테티스가 일으킨 것이라면 녀석의 말에 신뢰성이 생기는 거지만 아니면 앞으로 녀석의 말은 그냥 흘려들으면 된다.
그렇게 리케의 안내를 따라 다시 초고속 드라이브를 발동시키기를 수차례.
주저할 것도, 감상에 젖을 것도 없이 아데카로 진입한 나는 눈앞에 놓인 광경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반란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나는 아데카에 들어가면 두 광경 중 하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르그들이 우글거리며 나를 노리고 있거나 아니면 둘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거나.
그런데 정작 눈앞에 놓인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죄다 이사 가버린 건 아닐 텐데.]아데카는 정말 군단의 본거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끔했다.
리케가 행성의 지름으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데카 절반을 뒤덮고 있어야 할 포자와 점막이 당장 내 눈앞에는 하나도 없었다.
그저 넓게 펼쳐져 있는 황무지와 산을 끼고 있는 식물군집들뿐.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반대편으로 진입했나 싶었지만 리케는 내가 올바르게 들어왔다고 확인해주었다.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래로 쭉 내려가니 내가 만든 요새가 보였다.
[내전이라도 벌였다면 그 시체나 조금의 흔적이라도 남아있어야 정상일 텐데요. 지금 같은 상황은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리케는 착륙하는 즉시 요새 앞에 세워진 기지의 장악에 들어갔다.
본래 자기가 만든 것이니 장악이고 뭐고 없을 것 같지만 우주선으로 서버를 옮기기 직전에 다른 존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가놨다고 한다.
잠들어있던 드론들이 사방으로 날아간 뒤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그걸 통해 파악한 아데카는 대기권 높은 곳에서 보았던 광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르그들은 정말 소수를 제외하면 멸종에 가까울 정도로 사라진 것이다,
[강한 개체만 살아남은 건가?]나는 요새의 계단에 앉아 내 앞으로 끌려온 보스 쿠파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리케의 말로는 현재 이 근방에 남아있는 오르그 몇몇 중 하나가 이 녀석이라는 듯하다.
녀석은 전보다 몸집이 훨씬 작아진 상태였는데, 오히려 힘은 더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혼자서 바위산의 광물을 신나게 독점했는지 온몸이 황금빛 광물로 번쩍이고 있었다.
혹시 쿠파들이 없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이 자식이 다 죽여서 그런 거 아닐까?
[대장님에 대한 공포가 여실히 박혀있는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는데 얌전히 따라오더군요. 저쪽의 와이번 개체에서도 살아남은 하나가 있는데 녀석도 데려올까요?] [대충 누구일지 알 것 같으니 됐다.]집게나 지네 녀석들은 전멸.
보스급이라고 다 살아남은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보스 쿠파나 보스 와이번은 정말 넘버링 유망주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력한 녀석들이었으니 당연히 논외가 될 수밖에 없을 테지.
나이트메어에게 잔챙이들이 모조리 씨가 말라버린 이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없냐고 묻자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군단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게 한참 전이라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는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수단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반란을 일으킨 녀석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면 되겠지.
[그렇다면 그 테티스라는 녀석의 위치는?] […(알수없다)] [넌 중요한 것만 모르냐?] […(역으로묻겠다네가퀸이라면내게자식이자분체의위치를알려주었을건지말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외견부터 행동거지까지 뭘 알려주고 싶지 않게 생긴 놈이라 녀석의 항변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작은 마리아에게 내 데몬 하트를 넘기고 숨겨두었는데 이 녀석에게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테니까.
그나마 녀석이 퀸의 위치는 알고 있어서 직접 본거지로 찾아가는 것은 가능할 듯해보였다.
발할라도 있겠다, 그냥 닥치고 돌격해볼까 생각하는 내게 나이트메어가 경고했다.
[…(지금퀸에게갈생각이라면관두는게좋을것이다퀸은이행성에대한온전한제어권을가지고있다)]아데카 안에서라면 나 정도는 발할라를 들고 있든 아니든 찢어발기는 게 가능한 것이 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까지 강하다고?
나도 나름대로 강함의 끝을 본 것 같은데 그 위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정보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를 속여서 녀석이 얻을 이득이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가만히 누군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 어차피 이기든 지든 싸워서 먹고 먹히는 게 우리 아닌가?] [그게 대장님의 본래 계획이기도 했지요. 이번에 생산한 발할라는 고대의 유물을 결합시킨 완성품. 나이트메어는 이전 버전을 보았을 뿐이니 반드시 대장님이 밀린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리케는 보스 쿠파가 살아남은 것으로 봐서는 넘버링과 상당수의 네임드들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다른 넘버링들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 막 덤비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만 개량된 발할라를 실험해 볼 필요는 있었다.
[녀석들이 한 군데에 뭉쳐있지는 않을 테니 각개격파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히려 잔챙이들이 없어서 찾기가 수월하겠어.] [그러면 바로 드론들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늘도 깨끗하니 인공위성도 띄울 수 있어서 관측 범위가 아주 넓어지겠군요.]리케는 광물들을 캐올 로봇들을 만들랴, 발할라를 비롯해 고대의 결정을 양산할 수 있는 제작소를 세우랴 바쁘게 움직였다.
그동안 내가 한가하게 놀았는가 하면 아니다.
이전과 달리 행성 한 바퀴 일주하는 건 금세 완료할 수 있게 되었기에 굳이 리케의 드론이 아니더라도 직접 아데카를 돌아다니며 녀석들을 찾고 있었다.
다만 지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워낙 넓은 행성이라 꼼꼼히 살피려면 단기간에는 불가능했다.
나라고 고속으로 날면서 로봇마냥 지상을 쭉 스캔할 수도 없고, 그렇게 했다간 대번에 발각 되는 일만 남는다.
하이드 녀석과 싸우면서 느꼈지만 역시 내가 모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에게 기습당하면 내가 얼마나 강하든 위험한 건 사실이니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쿠파 녀석들이 없으니 조금 진척이 느리기는 하군요. 광물층이 상당히 단단해서 로봇부터 개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리케는 인류 세계를 드나들면서 여러 도시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지금까지 가지지 못했던 제조 데이터를 빼돌린 상태.
그래서 이전에는 전투용과 채집용을 따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공용이 가능한 버전으로 로봇을 개량한 모양이었다.
용도에 따라 부품들을 탈부착하는 방식인데 이전까지는 이런 바리에이션이 불가능한 기종의 설계도만 가지고 있어서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고.
[슈퍼 인공지능이라고 자처하더니 인간들이 만든 설계도도 구상하지 못하는 거냐?] [대장님은 천재의 두뇌를 가지고 있는 원시인에게 컴퓨터를 던져주면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모르는 건 모르는 겁니다. 모르는 분야를 알려면 연구를 해야 하지요.]리케는 그렇게 말했지만 자존심이 상했는지 대뜸 종합적인 분야에 전부 대응이 가능한 연구소를 짓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녀석이 그 계획에 할당한 부지를 보니 그걸 짓고 있다간 또 한세월일 것 같아 제지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안 그래도 넘버링 녀석들을 못 찾고 있는데 이상한 데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는 없다.]잔챙이들이 없어서 찾기 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꼭꼭 숨은 건지 아니면 아예 아데카를 떠난 건지 넘버링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저 멀리 떠났던 드론들이 군단의 잔챙이들의 모습이 인근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가져옴으로써 불온함을 부추기는 중이었다.
아예 전멸한 것이 아니던가 아니면 다시 생산해서 이쪽으로 즉시 파견한 것이던가.
본래 이 근방에 자리 잡고 있던 군단은 내가 염소대가리를 죽이고 잡아먹으면서 와해되었을 것이다.
다른 지휘관이 와서 장악했을 수는 있지만 그랬다면 그 뒤로 나를 잡으러 왔어야 한다.
하지만 고대의 우주선이 떠나기까지 그런 낌새는 없었고, 리케의 드론이 가져온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번에 목격된 개체들이 만들어진 즉시 이쪽으로 달려온 것이라면 군단에서 이미 나를 인지하고 찾는다는 뜻이므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퀸이 여기에 머리를 들이밀고 싸움을 걸어올지도 모를 노릇이니까.
티탄들로 내 신경을 분산시키고 넘버링들과 함께 들이닥치면 손도 못 써보고 당할 가능성도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제대로 한 번 치고받는 거지 검둥이 때처럼 일방적으로 당하다 도망치는 건 질색이다.
리케의 말에 따르면 놈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세력을 넓혀온 구도가 전부 읽히는 듯했다.
그 방향은 염소대가리가 있던 대협곡 부근에서도 한참 아래쪽이었다.
그러면 그냥 다시 세력을 회복하는 와중에 이쪽 방면이 우연찮게 걸린 건가?
섣부르게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나는 직접 녀석들의 영역을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나를 찾는 거라면 분명 강력한 개체 몇은 배치를 시켜두었을 테니까.
리케의 드론은 모 만화에 나오는 스카우터 같은 기능은 없어서 오르그들이 있다는 정도만 파악할 수 있지 그 강함은 인식하지 못한다.
[리케 너는 계속해서 놈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살피고, 나이트메어 너는 날 따라와라.]나이트메어는 보금자리에 남겨둘 수가 없어서 계속 데리고 다니는 중인데 의외로 쓸모가 있었다.
녀석이 가진 능력 중 하나가 낼름이처럼 멀리서도 오르그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인데, 거기에 더해 그 강력함도 알 수 있었다.
보유한 에너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몸 옆에 보이는 색이 짙어진다고.
[…(저쪽에상당히강력한존재가있다분명이틀전에는없었던반응이다)] [색깔은?]네임드급에게 쓸 데 없이 신경쓸 필요는 없어서 색을 묻자 나이트메어는 남색에 가까운 보라색이라고 답했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넘버링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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