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
전직 용사가 퇴마를 너무 잘함 1-203完 ⓒE787
이세계 구원에 실패하고 현실로 돌아온지 2년.
취직 자리를 알아보던 나에게 경찰들이 퇴마를 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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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눈앞에 있던 쇠창살을 걷어찼다.
하지만 거기서는 텅-하는 힘 빠진 소리만 날 뿐.
부서지기는커녕 흠집도 나지 않는다.
괜히 걷어찬 발만 아파왔다.
화풀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나는 창살에서 멀어져,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온 몸을 파고 들었다.
“개 같은 인생···”
나는 지금 유치장에 있었다.
여기엔 왜 끌려왔냐고?
나도 모른다.
단지 짐작할 수 있는 건, 내가 살인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설명이라도 제대로 해주던가, 빌어처먹을 짭새 새끼들.”
조금 전까지 이어지던 경찰들의 말이 떠올라 짜증이 치밀었다.
오늘 아침.
경찰 놈들은 다짜고짜 나를 체포하고서는 취조를 시작했다.
그들은 나를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황당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래, 내가 살인 용의자가 된 건 만 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놈들은···
“지들도 누가 죽었는지 모르면서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
살인의 피해자가 누군지도 알지 못했다.
즉 피해자도 없는데, 놈들은 내가 살인을 했다고 단정 짓고 있던 것.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천벌이라도 내린 건가?
그래, 그럴 만은 하다. 착하게 만 살아온 건 아니었으니.
근데 이런 식으로는 아니지.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강진우 씨?”
그때 유치장 문 너머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얼굴을 쳐다본 나는 표정을 찌푸렸다.
또 경찰 놈이었다.
입에서는 자동으로 짜증이 튀어나왔다.
“강진우 씨는 얼어죽을! 당신은 또 뭐야?”
나이는 최소 50대 중반.
나를 취조하던 놈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혹시 상급자인가?
재빨리 그의 옷을 살펴보았다.
경찰들의 계급장은 잘 모르지만, 일단 개수가 많았다.
오각형이 네 개.
네 개면 뭐지? 높은 건가?
그렇게 머리를 굴리는 사이.
“저는 이충석 서장이라고 합니다.”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내 귀에는 이름보다도 서장이라는 두 글자만이 들려왔다.
“아, 서장.”
계급을 들은 나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서장이라면 이 건물에서는 가장 높은 계급의 경찰이라는 뜻이었다.
자연스럽게 짜증이 가라앉았고, 나는 이성을 되찾았다.
“서장님. 제 얘기 좀 들어보십쇼. 아까부터 말했지만 나는 아무런 짓도 안 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봐, 어서 이거 열어 드려.”
서장의 말에 또 다른 경찰이 유치장 문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러더니 문은 그대로 스르륵 열렸다.
서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사과를 하고, 유치장의 문이 열리고.
그게 뜻하는 바는 확실했다.
역시 경찰의 삽질이었던 것이다.
“하···! 내 그럴 줄 알았지.”
나는 유치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왔고, 곧바로 서장을 노려보았다.
“아니, 서장님. 지금 오해라고 하셨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고 끝날 일이 아니죠. 저 오늘 취업 면접이었다고요. 제가 그거 합격하겠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이거 어쩌실 건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거짓말이었다.
오늘 있을 면접은 대기업 쪽 계열사.
내 스펙으로는 설령 면접을 봤어도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서류 심사에서 붙은 게 기적일 정도였기에, 실망감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억울하다는 심정을 담아 강력하게 말했고, 서장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제 집무실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나는 안내를 받아 서장실로 이동했다.
비싸 보이는 원목 가구와 책상,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검은 명패까지.
내가 갇혀 있던 유치장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나는 서장과 중앙에 있는 소파에 마주 앉았다.
“그래서 어쩌시려고요?”
나는 서장을 떠보았다.
조금 전까지 누명을 쓰고 있던 나를 서장실까지 끌고 왔다.
다른 건 몰라도, 뭔가 아쉬운 게 있다는 뜻이었다.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건가?
하지만 용의자로 취조 받은 건, 결국 경찰이 수사 중 벌어진 일이다.
특별히 보상 받을 길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자 서장은 곤란한 얼굴로 또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보상 문제에 대해 의논 드리고 싶습니다.”
보상을 해주겠다고?
진짜?
“다만 이 문제는 제가 아니라 다른 분과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다른 분이요?”
“예. 다만 그분의 외모가 일반적이지 않아서···부디 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예?”
“경무관님, 들어오시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서장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뒤에서 나타난 것은 웬 꼬마였다.
그것도 인형 같이 생긴 금발의 흰 피부, 녹색 눈을 가진 서양인.
나이는 10살이 좀 넘어 보였다.
이 삭막한 경찰서에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의 아이.
뒤로는 가방까지 메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따님이신가요?”
“아닙니다. 이분이 말씀드린 경무관님이십니다.”
어이없는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고 서장과 소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내가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 찰나, 소녀가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제가 설명하죠. 서장님은 나가 계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소녀의 명령에 서장은 공손히 인사하고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어이가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소녀는 내 앞에 와서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경찰청 특수범죄수사본부 소속의 소피아라고 합니다.”
소피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외모에 걸맞는 작고 앙증맞은 손바닥이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맞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런 꼬마 애를 데려와서 뭐하자는 거지?
“혼란스러운 모양이시군요. 죄송합니다. 제 외모가 이래서 많이들 오해를 하시죠.”
“오해요?”
“혹시 하이렌더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성인이 되기 전에 성장이 멈추는 장애입니다.”
내밀었던 손을 거두며 소피아가 말했다.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소피아가 말했던 하이렌더 증후군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그런 병이 있었나?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나는 조금 전에 돌려받았던 내 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색.
“진짜 있네.”
현실에 존재하는 장애였다.
그리고 정말로 유년기나 청소년기에서 성장이 멈추는 병이란다.
그럼 이 소녀···아니, 이 여자가 정말 경찰이라고?
거기다 겸사겸사 서장이 말했던 소피아의 직급도 검색했다.
경무관.
대충 보니, 경찰서장보다 더 높다는 것 같았다.
“진짜 경찰···이세요?”
“그렇습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나는 그 명함을 받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딱히 의심스러운 부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서장도 그렇고, 명함도 그렇고, 무엇보다 소피아의 태도가 너무 어른스러웠다.
거기다 그럴 듯한 병명도 들었고.
이래서야 완전히 믿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실례했습니다.”
“아닙니다. 한두번 있던 일도 아니라서요.”
소피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 것이, 최소한 40대 영업직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강진우 씨, 혹시 왜 경찰에 체포되었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십니까?”
“전혀요.”
그러자 소피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은 이것 때문입니다. 이게 뭔지 기억 하십니까?”
그러면서 소피아는 지갑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아무 특징도 없는 가죽 지갑.
하지만 그걸 들여다본 나는 곧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얼마 전에 공원에서 주운 건데?”
지난 주였던가.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주웠던 지갑이었다.
혹시나 싶어 안을 열어보니 이상한 카드와 약간의 돈이 들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아차 싶었다.
사실 지갑은 우체통에 넣었다.
어디서 그렇게 하기만 하면, 알아서 주인을 찾아준다고 들었거든.
근데 문제는 내가 그 안에 있던 돈은 빼고 넣었다는 것이었다.
3만원이었던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그게 왜요?”
“모르시겠지만, 이건 특별한 지갑입니다.”
“특별하다고요?”
설마 지위가 엄청 높은 사람의 지갑이었나?
근데 그런 놈이 지갑에 고작 3만원만 넣고 다녀?
나는 슬쩍 소피아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이국적인 그 눈동자는 뭘 생각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선수를 치기로 했다.
“몰랐네요. 저는 주워서 바로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열어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면 주인에게 실례라고 생각해서.”
“그러셨군요. 지갑을 주웠을 때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까?”
“아니요, 전혀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이 지갑이 왜 특별한 지를 알려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소피아는 내 폰을 가리켰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한번 찍어보십시오. 그럼 지갑의 특별함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사진?”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더니, 이상한 소리였다.
그래도 나는 소피아의 말을 따라 폰의 화면을 켰고.
카메라로 전환하자마자 소피아의 말뜻을 알게 되었다.
“어?”
테이블 위에는 분명 지갑이 있었다.
그런데 폰의 화면에는 지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는 텅 비어있을 뿐.
“아니, 이게 어떻게···이거 좀 만져봐도 됩니까?”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마음껏 확인해보라는 듯.
그래서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지갑에 손을 댔다.
분명히 만져지는 낡은 가죽의 촉감.
하지만 아무리 지갑을 들었다 놓고 흔들어 봐도 여전히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다.
“이게 뭐야. 마술이에요? 아! 무슨 특수 소재인가?”
“아닙니다. 이건 단지, 이 지갑이 현실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
“저희 쪽에서는 보통 ‘마’라고 합니다만.”
“마···?”
이해하지 못할 소리에 다시 한번 내 미간이 구겨졌다.
그걸 눈치챈 건지 소피아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소피아는 옆에 놓아두었던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작은 반지함이었다.
그 위에는 누런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아무래도 부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소피아는 내 눈앞에서 그 부적을 떼고 함을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에에에에에-]“미친, 씨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내 귀를 때렸고, 나는 깜짝 놀라 귀를 막으며 물러났다.
하지만 나타난 것은 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함에서 새어 나온 검은 연기가 형상을 이루었다.
이윽고 그것은 마치 인간의 얼굴처럼 변했고, 절규했다.
그러나 그 모든 이변은 소피아가 다시 함을 닫자,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놀라지는 않으시는군요.”
“엄청 놀랐는데요?”
“그렇습니까? 어찌 되었건, 이게 보이신다는 건 확실한가 보군요.”
나를 본 소피아는 옅게 미소 짓고 있었다.
왜인지 함정에 걸려든 기분이었다.
“그 귀신 같은 게 마라는 겁니까?”
“맞습니다. 귀신도 마의 일종이죠. 그리고 이 마를 보는 재능은 그리 흔한 재능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피아는 가방에서 이번에는 클리어 파일을 꺼냈다.
그리고 소피아는 그걸 나에게 내밀었다.
클리어 파일 안으로 보이는 그것은···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혹시 저희와 함께 일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다름 아닌 근로 계약서였다.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이미 면접에서 수십 번은 떨어졌던 터라, 나는 대답 대신 소피아가 내민 근로 계약서를 살펴보았다.
갑이니 을이니 하며 여러 장에 걸쳐 끝도 없이 쓰여 있는 계약서.
특히 중요한 연봉 부분만 찬찬히 뜯어본 나는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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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