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0
10.
10.
“여기까지가 연수원 수료 후, 여러분들이 선택하실 수 있는 직장입니다. 그럼 다음은 각 취직처에 맞는 조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수연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A반을 바라보았다.
“먼저 A반 여러분들에게는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연수원을 수료만 하신다면, 아무런 제한 없이 원하는 곳에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걱정할 게 없다는 뜻이었다.
하긴, 나를 이곳에 오게 한 소피아도 경찰로 채용하려 했으니 당연한 일인가.
그리고 그녀는 강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B반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B반은 연수원 수료 시 A에서 F까지 평가가 나눠지게 됩니다. 이때 경찰에 지원할 수 있는 등급은 A 뿐, 또한 D등급 이하는 공인 기관에도 지원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C반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서는 은은한 혐오가 묻어나왔다.
“마지막으로 C반은 선택권이 없습니다. C반의 경우 합격과 불합격으로 평가되며, 합격하더라도 원하는 기관에 의해 차출이 될 예정이니 그리 알아두시길.”
듣고 나니 각 반마다 상당한 수준의 차별이 있었다.
나야 A반이니 별 상관은 없었지만, 다른 반들은 어떨까.
그런 생각에 슬쩍 옆쪽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B반이나 C반이나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특히 C반 놈들 중 몇몇은 조교들 때문에 억누르고 있을 뿐.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놈들도 보였다.
저래서야 퇴마사로 써먹을 수나 있을까.
사고만 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C반의 누군가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
그건 어떤 여성이었다.
나이는 결코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보기에는 10대, 높이 생각해도 20대 초반.
앉아있는 순서로 생각하면 6번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지극히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고서도 아무 반응 없이, 텅 빈 시선을 돌린다.
“그럼 오전 교육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수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교들은 B반과 C반을 이동시켰다.
순식간에 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남은 것은 A반 뿐이었다.
***
그 후로 2주일이 지났다.
연수원의 교육은 이론과 실습의 반복이었다.
특히 실습은 무기 훈련과 한을 이용한 퇴마가 주를 이뤘다.
거기에 매일 이뤄지는 체력 단련까지 더해진 덕분일까.
어느새 교육생들은 무기를 들면 그럭저럭 자세는 나오는 수준에는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쓰레기 같던 체력을 한층 개선했고.
휘익!
옅은 바람 소리를 내며, 스패너가 실습의 목표인 한을 때렸다.
“기이이이-”
그러자 검은 그림자 같은 그것은 몽둥이에 맞은 비닐봉지처럼 찌그러지더니, 그대로 소멸했다.
“쉽구만.”
레벨 9.
즉 령이 되기 직전의 한이었지만 딱 한방이었다.
내 몽키 스패너가 강력한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체력이 갖춰지자 내가 기억하는 전투 기술들이 비로소 힘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이제 이 정도로는 운동도 되지 않을 지경.
“레벨 5라···”
내 성장에 비해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느렸다.
레벨 1에서 하나만 잡아도 2가 되길래 빠를 줄 알았건만.
지난 2주간 10마리가 넘는 한을 때려죽여도 이제야 5레벨.
겨우 세 단계밖에 오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에 비해 5레벨이었던 이현석은 10, 8이었던 김다영은 벌써 12.
초기 레벨도 더 낮았는데 성장도 느리다 보니 오히려 레벨 차이는 더 벌어진 상태.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음?”
그런데 그때 갑자기 조용하던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개방됐다고 한 이후, 변화가 없어서 있는 줄도 잊어버릴 정도였는데.
이제서야 뭔가 생긴 건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못 보던 퀘스트들이 세 개나 떠 있었다.
응?
퀘스트를 읽어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번째 퀘스트야, 뭐.
레벨 10이 되라는 간단명료한 조건. 따라서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다만 그 앞에 붙은 F는···랭크인가?
분명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가들이 받는 의뢰의 랭크가 저랬다.
기본 랭크가 가장 낮은 F에서 시작해 A까지.
물론 나는 용사였기에 그 윗단계인 S나 더블, 혹은 트리플 S는 물론 최고 랭크인 Ex까지 클리어한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F랭크라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저 레벨만 달성하면 되는 퀘스트니, 그만큼 쉽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의뢰?”
이수연의 의뢰라니.
이수연과는 최근까지도 개인 훈련 때마다 1대1로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녀에게서 의뢰를 받은 기억은 없었다.
게다가 그 다음 퀘스트는 더더욱 황당했다.
김다영에게서 승리하라고?
승리를 위해서는 일단 싸워야 한다.
그런데 내가 김다영과 왜 싸운다는 건가.
게다가 퀘스트는 무려 D랭크.
“뭘 어쩌라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혀를 찼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교육은 끝나 있었다.
오늘도 역시 B,C반은 교육이 끝나자 마자 우루루 강당을 빠져나갔고.
남은 A반도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에 나도 방에 가서 더 고민을 해볼까 하던 찰나.
“강진우 씨. 잠시 괜찮으십니까?”
이수연이 말을 걸어왔다.
“예, 말씀하시죠.”
“전에 약속했던 보상에 대해 이야기 드리려고 합니다.”
보상?
아, 그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첫 실습에서 한이 령으로 변하며 내가 다칠 뻔한 일에 대한 보상이었다.
“아, 예.”
“그럼 이쪽으로.”
이수연은 강당 구석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나를 데려갔다.
나는 그녀와 작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이수연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연수원장님에게 그 일을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 내용은-”
이수연의 설명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미사어구가 붙긴 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첫 번째는 돈이었다.
가장 빠르고 간편한 해결책.
그리고 두 번째는 신기였다.
연수원에서 보관 중인 신기가 있는데, 그 중 3개가 문제가 있어 봉인되어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연수원이 보관 중인 신기 중 원하는 것을 내어주겠다는 것.
참고로 신기의 가치를 물어봤더니 내가 받을 돈에 비하면 몇 배는 더 귀한 것들이라고 한다.
“흠···”
나는 고민하는 척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수연의 제안 자체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신기의 봉인 해제에 실패하더라도 돈은 받을 수 있다니, 굳이 두 번째 제안을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내 생각에 걸리는 것은···다름 아닌 퀘스트였다.
이수연의 의뢰를 달성하라는 게 이거였나?
진짜라면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 퀘스트를 주는 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확인을 위해 이수연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뜬금없긴 한데, 혹시 다음 실습이 뭡니까?”
“예?”
진짜 뜬금없긴 했는지 이수연은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대련입니다. 퇴마사들은 종종 대인전을 겪기도 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생들끼리 대인전을 연습하는 거죠.”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퀘스트의 내용이 맞다면, 나는 거기에서 김다영과 대련을 펼치게 된다는 말.
“하···!”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표정을 정리했다.
이수연이 알고 있는 내 능력은 대상이 품고 있는 영력을 보는 것만으로 측정 및 분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개인 훈련 때 주워들은 바로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가치가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미래가 보이네 어쩌네 했다가는 좋을 게 없었다.
사람 능력이라는 게, 원래 적당히 뛰어난 정도가 딱 좋다.
엄청 뛰어난 능력은 오히려 독.
용사였을 때는 그걸 몰라서 설치다가 꽤 크게 데였었지.
그래서 나는 조용히 퀘스트나 수행하기로 했다.
“그보다 그 봉인된 신기라는 거, 확인은 해보죠. 지금 바로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이수연을 따라서 연수원 내에 다른 건물로 이동했다.
A반이 기숙사와 개인 훈련장으로 쓰는 것과 강의실로 쓰이는 건물.
평소에는 이 둘 사이만 왔다 갔다 해서 잘 몰랐지만.
작은 언덕 하나를 넘자, 연수원 부지 안쪽이 보였고 거기에는 또 다른 건물도 많았다.
이수연은 그중에서 네모반듯하게 생긴 1층짜리 건물에 들어갔다.
딱 봐도 창고로 쓰이는 건물이었다.
“이것들입니다.”
안쪽에서 이수연은 금방 봉인된 신기를 꺼내왔다.
첫 번째는 단검이었다.
검신이 반투명한 초록색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외형.
거기에 손잡이에도 초록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에메랄드라던가, 뭐 그런 건가?
그리고 두 번째는 흉갑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중세식 흉갑이 아닌, 특수부대가 끼고 있을 것만 같은 지극히 현대적인 디자인의 검은색 흉갑.
마지막은 화살이었다.
다른 것들에 비해 확연히 낡아 보이는 그 화살은 녹슨 화살촉이 겨우 달려있는 모양새였다.
“원래 연수원에서 지급되는 모든 장비는 연수원 수료 시 다시 반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의 봉인을 풀어주신다면, 강진우 씨에게는 특별히 연수원 측에서 신기를 하나 증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듯 이수연이 말했다.
“봉인 해제가 가능하시겠습니까?”
“한번 볼게요.”
나는 능력을 발동했다.
봉인이 되어 있어서일까.
신기들에게서 새어 나오는 색깔은 파란색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신기들 옆으로 친절히 아이템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봉인되어 능력치를 알 수 없다.
봉인을 해제하고 싶다면 검신을 깨뜨려보자.
봉인되어 능력치를 알 수 없다.
봉인을 해제하고 싶다면 갑옷을 감추고 있는 마를 닦아내자.
매직 아이템
소모품
저주 상태를 해제한다.
단, 고급 주법 이상의 저주의 경우 저주의 효과를 한 단계 내린다.
어쩐지 퀘스트가 F랭크라더니.
봉인된 아이템은 아이템 설명에 봉인 해제 방법까지 전부 쓰여 있었다.
게다가 하나는 봉인된 아이템도 아니었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건 이 반투명한 검신을 부숴야 할 것 같고-”
나는 그것들을 적당히 이수연에게 설명했다.
단검과 갑옷에 대한 설명을 묵묵히 듣고 있던 그녀는 의외로 세 번째 아이템에 반응했다.
“여기에 해주의 효과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척 봐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봉인도 안 된 아이템이 푸른색.
결국 매직 아이템이라는 뜻이었기에 별 거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걸까.
“좋은 건가요?”
“물론입니다. 저주는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마에 속한 주술입니다. 또한 청령 이상의 상당히 강력한 놈들만이 사용하죠.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해주 자체가 특성을 가진 극소수의 퇴마사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 정도죠.”
그런 식인가.
판타지로 치면 교회의 사제가 아니면 고칠 수 없는 질병 같은 건가 보다.
“비싸겠네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랬던 교회의 사제놈들이 치료비랍시고 귀족들에게 얼마를 받아처먹었는지, 내 눈으로 보고 왔다.
그러니 저 화살도 상당한 값어치를 갖고 있겠지.
내 말에 이수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정확한 금액까지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요. 그럼 다른 것들도 확인해보겠습니다.”
이수연은 먼저 백랑의 갑옷으로 다가갔다.
검신을 깨뜨리라는 단검 쪽은 역시 위험하다고 판단했나 보다.
“마를 닦아내야 한다고 하셨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연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단검에 영력을 실어, 백랑의 갑옷에 갖다 댔다.
단검의 끝에서 휘몰아치는 맑은 영력.
그러자 그 부분의 마가 버티지 못하고 뜯겨나가고, 새하얀 갑옷의 표면이 드러났다.
“정말이었군요.”
그 후 얼마 간 이수연은 세심하게 갑옷의 마를 제거했다.
가운데에 흰색의 늑대 문양을 드러낸 그것은 곧 봉인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그것은 처음 보는 붉은 빛으로 빛나더니, 이내 아이템 설명창에 새로운 내용이 쓰여졌다.
에픽 아이템
방어력 110
모든 능력치 +10
빙결 저항 +20
특성 [백랑] 획득
– 이동 속도 +15%
– 늑대 계열 몬스터의 선공 특성 무효화
– 늑대 계열 몬스터에게 가하는 전투 데미지 +120%
– 늑대 계열 몬스터 테이밍 시 친밀도 소폭 증가
경갑 계열
에픽 아이템이라.
레어의 윗단계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신기한 효과가 잔뜩 붙어 있었다.
늑대 계열 몬스터에 한정되어 있어 그다지 쓸모는 없어보였지만.
“어떻습니까?”
“봉인은 해제된 거 같네요.”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직접 갑옷을 입어본 뒤,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효과를 확인했다.
“봉인이 해제된 게 맞군요. 신기가 영력을 방출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럼···다음엔 저거죠?”
나는 단검을 바라보았다.
이제 저걸 깨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건 제가 따로 하겠습니다. 보고를 위해서는 연수원장님 앞에서 시연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아, 뭐. 그러세요. 근데 그럼 주신다는 건···”
“물론 바로 드리겠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바로 이 안쪽이 신기를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보는 눈은 저보다 좋으실테니, 들어오셔서 직접 골라보시죠.”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창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내 눈에 보인 것은,
“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아이템들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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