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00
100.
“…저주 대행업체요?”
나는 서인나가 넘긴 사건 파일을 훑어보며 물었다.
그러자 서인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번에도 성가신 사건이 들어왔어. 이거 봐봐.”
그녀가 내민 것은 스마트 폰이었다.
거기에는 하나의 아이콘이 떠 있었다.
“이게 뭡니까?”
“이건 범행에 쓰인 어플이야. 그 저주 대행업체가 뿌린 거지. 겉으로는 평범한 커뮤니케이션 어플이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저주를 의뢰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 그걸 이용해 놈들은 이 어플을 사용해서 저주 의뢰를 받고, 이를 실행하고 있지.”
서인나는 직접 저주 의뢰 페이지로 접속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이름과 나이, 주소 등을 입력하는 칸이 보였다.
아래쪽에는 전송 버튼과 함께, 저주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적혀 있었다.
“의뢰면…돈은 받고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추적이 쉽지가 않아. 과금 방식이 코인, 즉 가상 화폐거든.”
서인나가 전송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과금 안내 창이 출력되었다.
거기에는 정말로 특정 코인을 요구하고 있었다.
“잔머리가 뛰어난 놈들이야. 그래서 그런 건지, 이 저주 대행이 생각보다 오래된 거더라고. 어플이 마켓에 올라온 건 반년 전. 하지만 그전까지 사용한 걸로 보이는 사이트도 발견됐어. 그리고 그 사이트가 생긴 건 3년도 더 된 일이지.”
3년이라.
하루에 한 명씩만 저주를 걸어도 천 명이 넘게 저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피해자가 많겠네요?”
“숫자는 많아. 아직 우리 쪽에서도 전부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야. 원래 사람이 사용하는 저주는 효과가 그리 강하지 않거든.”
“범인의 주술 수준이 떨어지는 겁니까?”
“그것보다는…저주가 가진 특성 때문이지.”
서인나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저주는 어디까지나 령이나 괴이가 사용하는 힘이고, 인간이 쓸만한 게 아니야. 그중에서도 치명적인 건, 저주는 사용하는 술자에게도 반드시 반동이 찾아온다는 점. 만약 상대를 죽일 정도의 저주를 사용하려면, 결국 저주를 거는 본인도 죽음을 각오해야 해.”
상대를 저주하는 만큼 본인도 피해를 받는다는 건가.
생각보다 심한 페널티였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걸로 장사가 돼요?”
저주로 의뢰받은 사람의 팔을 부러뜨리기라도 하면 본인의 팔도 부러진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했다가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저주를 거는 본인이 한 달도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
“사실 거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야. 이놈들도 그걸 알고, 일부러 술식의 일부를 의뢰인에게 떠넘기고 있어.”
“떠넘겨요?”
“그래. 간단한 예를 들면…저주 인형에 대한 건 알지? 짚단으로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에 못을 박으면 못 박힌 신체 부위가 아프다던가 하는 저주 방식.”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퇴마사가 된 이후 알게 된 저주라기보다는, 워낙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방법이었다.
“이놈들은 인형에 저주를 걸지만, 그걸 실행하지는 않고 그 직전 단계에서 봉인 부적을 붙여. 그리고 그 인형을 의뢰인에게 보내서, 부적에 이름을 적고 태우라고 지시하는 거야. 그런 식으로 저주의 주체를 범인이 아닌 의뢰인으로 바꿔치기하는 거지.”
결국 의뢰인이라는 가해자조차도,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범죄 방식이었다.
“그렇게 처리하면 실제로 범인에게 가는 반동은 크게 떨어져. 반대로 의뢰인은 그 저주의 반동을 그대로 뒤집어쓰게 되고. 그래서 놈들의 저주에는 한계가 없지.”
“그렇게 하면 의뢰인이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은 숨기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저주는 의뢰한 사람에게도 업보로 돌아간다. 그건 놈들이 내건 주의사항에도 분명히 적혀있어.”
“……”
결국 의뢰자가 자신이 피해를 보는 걸 알면서도, 저주 의뢰를 신청한다는 뜻이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누가 신청할까 싶은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조차도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었다.
서인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파멸시켜서라도 원망하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하니까. 보통 잃을 게 없는 사람이 그렇지.”
“그건 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인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최근까지는 저주의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어. 몸을 사리고 있던 건지, 최소한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지.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것도 지극히 노골적인 죽음이었어.”
“노골적이요?”
“그래. 한달 전부터 이놈들이 과금 방식을 바꿨거든. 과금 액수에 따라 저주의 강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거야.”
서인나의 말대로 어플에는 여러 가지의 저주가 나열되어 있었다.
소소하게는 열병을 앓게 하거나, 악몽을 꾸게 하는 것부터.
과금액이 높아질수록 상대를 불구로 만들거나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의 저주도 보였다.
“…생각보다 비싸네요.”
“그래. 그래서 대부분 처음에는 시시한 저주로 시작하지. 그쪽은 과금액이 비싸지도 않고, 죄책감도 덜 하거든. 하지만 그걸 통해 이 저주가 진짜라고 믿게 된 사람들이 문제야. 결국 원한이 깊어지게 되면, 그다음 단계의 저주를 의뢰하게 되거든.”
서인나의 말을 들으며 어플 내부에서 정보를 찾아보았다.
심각한 저주일수록 과금액은 급격히 올라갔지만.
결국 사망자가 나왔다는 말은 누군가 그 돈을 주고 의뢰를 신청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사실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사망자의 얼굴을 광고처럼 걸어두고, 자신들의 저주를 홍보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래서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어. 빨리 찾아서 처벌해야지.”
“그렇겠네요. 근데…단서가 이게 전부입니까?”
사건 파일에도 서인나의 설명에도 단서라고 할 것은 딱 하나.
바로 사건의 피해자들이었다.
그중 몇몇은 해주를 위해 경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라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저주 어플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리 확실한 단서라고는 할 수 없을 터인데.
하지만 내 말에 서인나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괜히 그게 너한테 갔겠니? 강 경감이 이런 거 잘 찾는다고, 이미 경찰 내부에 소문이 파다해.”
“……”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이래서 군대도 일도 중간만 가는 게 좋은 건데.
하지만 어차피 뒤늦은 후회일 뿐이었기에, 나는 별말 없이 사건 파일을 덮었다.
이제는 몸을 움직여야 할 때였다.
“그리고 추가로 파견할 건…태수 할아범! 오늘은 강 경감이랑 같이 가요.”
“이 늙은이한테 또 무슨 궂은일을 시키려 그러나.”
그리고 그런 나에게 붙은 것은 권태수.
나는 그와 함께 피해자들이 있다는 경찰 병원으로 이동했다.
어느새 생성된 퀘스트의 화살표 역시 경찰 병원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후.
“다음은 301호…아, 이쪽이네.”
나는 간호사에게 확인한 피해자의 병실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조용히 따라오던 권태수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소득이 없구먼.”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는 모두 6명.
그 6명은 각각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가는 사람은 그중 네 번째 피해자였다.
이미 만난 세 명의 피해자에게서는 이렇다 할 단서를 얻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일반인인 그들에게는 저주의 존재를 대놓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악몽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누군가 의도적으로 환각제를 먹인 것 같다는 정황이 있어 찾아왔다는 등의 핑계를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퇴마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다 보니, 질문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죠. 계속 갑시다.”
권태수는 짐짓 헛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은 눈치였지만, 나는 그리 초조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야 화살표가 이 병원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결국 이 피해자들 중 누군가는, 분명 다음 단계로 가는 단서를 쥐고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이름이…신정섭인가.”
피해자는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저주의 효과는 심한 열병과 환각.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저주의 정도가 강했고 또 저주의 시작은 3주 전으로, 가장 최근에 저주가 시작된 사람이었다.
나는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4인실의 병실에는 신정섭 한 명만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실례합니다. 신정섭 씨, 맞으십니까?”
“어…예. 맞는데요.”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그는 일순 귀찮다는 시선을 보내왔지만, 내가 경찰복을 입고 있다는 걸 알자 곧 눈빛이 바뀌었다.
이에 나는 그에게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이번에도 레퍼토리는 조금 전과 비슷했다.
당신이 아프고 환각이 보였던 건 단순한 병이 아니다.
그건 일종의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투약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게…정말입니까?”
신정섭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입은 경찰복은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그럴듯한 신빙성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그런 정황이 있어 현재 수사 중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아, 예. 그러시죠.”
“그럼 먼저…증상이 시작된 게 3주 전 화요일, 맞으십니까?”
“예.”
“그 당시 모르는 사람에게 음료수나 음식을 받은 적은요?”
“그건…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에게 경찰이 할 법한 통상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런 질문들 사이에 하나둘, 진짜 필요한 질문을 끼워 넣었다.
“그럼 혹시 신정섭 씨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나, 혹은 원한을 살 만한 사건이 있습니까?”
“원한이요?”
“예. 구체적으로는 한 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던가.”
신정섭에게 저주가 실현된 것은 3주 전.
그러니 어플에 나와 있던 대로 저주의 발현까지 1주일이 걸린다면.
가해자가 저주를 의뢰한 것은 약 한 달 전이라는 말이었다.
무언가 일이 있었다면 그 당시일 가능성이 높았다.
“한 달 전이면…”
이에 신정섭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불현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러시죠?”
“아니…그, 뭔가 일이 있긴 있었는데…개인적인 일이라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그놈이 저한테 약 같은 걸 먹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놈은 아닙니다.”
신정섭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뭔 일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마주친 적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내 말은 이어졌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는 일이요?”
“그 화학 약품은 그냥 돈 주고 사는 게 아닙니다. 불법 조직에 의해 유통되고 있고, 이를 이용해 투약 의뢰도 받고 있습니다.”
“투약 의뢰…?”
“쉽게 말해 돈만 주면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약을 투약해준다는 거죠. 그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 중에는 일반 식당에서 약과 접촉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제야 신정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그동안 가해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해도, 식당 정도는 들어가 봤을 테니.
“그러니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그냥 넘어갔다가는 누군가 또다시 투약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요? 제길…”
저주로 인한 고생이 심했던 건지, 내 말에 신정섭은 표정을 잔뜩 구겼다.
그야 3주 동안이나 원인 모를 고열과 환각에 시달렸다면 그럴 만도 했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지나자 그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제 대학교 동기 중에 한성열이라는 놈이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의심 가는 사람의 신상을 나에게 밝혔다.
들어보니 신정섭과 한성열은 친한 친구였는데.
신정섭이 한 달 전, 한성열과 사귀고 있던 애인을 빼앗았다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알려주기 싫어하더니만.
그래서인지, 신정섭은 한성열의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집 주소까지 알고 있었다.
“…뭐, 그렇게 된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몸조리 잘하십시오.”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나는 곧바로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병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아니, 친우와 교제 중인 여인을 건드리다니. 뭐 저런 개새끼가 다 있는가?”
조용히 있던 권태수가 역정을 냈다.
하지만 나는 남의 연애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화살표부터 확인했다.
어느새 방향이 바뀐 화살표.
즉 남자에게서 얻은 단서만큼은, 충분히 쓸만하다는 뜻이었다.
“우선 여기로 가보죠. 서울 근방이니 그렇게 멀지는 않네요.”
“강 경감은 저런 놈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나?”
“신경 써서 뭐합니까. 결국 그 애인이라는 여자도 저 남자가 더 좋으니 따라간 건데.”
“허…말세구먼, 말세여.”
권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하지만 말세 타령을 하기에는, 저 정도 치정 싸움은 너무 흔한 이야기였다.
하다못해 전승이나 신화 속에서도 나오는 레벨인데.
“그보다 빨리 가시죠. 이 한성열이라는 사람도 상태가 정상이 아닐 테니.”
그리고 우리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아 한성열의 집에 도착했다.
그곳은 낡은 빌라였다.
그 집 문 앞에 선 나는 권태수를 돌아보았다.
“폰은 안 받죠?”
내 질문에 권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신정섭이 알려준 번호로 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성열은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현관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여전히 문은 열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집에 없는 건가 싶은 그때.
“으아아아…”
집안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정답이었나.
한성열이 정말 저주의 의뢰자였다면 그 역시 신정섭과 같은 고통을 받고 있을 터였다.
아마도 제정신으로 있기가 힘들겠지.
“이거 여실 수 있습니까?”
그래서 나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권태수에게 물었다.
요즘에는 흔한 도어락조차 달려있지 않은 문에 보이는 것은 열쇠 구멍과 손잡이뿐이었다.
“허, 날 뭐로 보고.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만. 헌데 그거 불법침입이여.”
“괜찮습니다. 책임은 제가 집니다.”
내 말에 권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그가 도술로 문을 열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 그는 굉장히 현실적인, 기다랗고 얇은 쇠막대 둘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능숙한 솜씨로 그것들을 열쇠 구멍에 집어넣어 자물쇠를 따기 시작했다.
“그런 거 갖고 다니세요?”
“이거 도술로 만든 거여! 그리고 이런 일은 나 한참 전에 손 씻었어!”
옛날에는 했다는 건가.
그리고 그 솜씨는 여전한 건지, 권태수는 금방 현관문의 자물쇠를 풀었다.
두 막대를 돌리자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우리는 곧바로 집안으로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