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06
106.
그 시각.
“어…?”
이제 막 마역으로 진입한 김다영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붉은 바위가 깔려있는 바위산.
분명 마역이었지만, 이 을씨년스러운 마역에 서 있는 것은 지금 김다영 혼자였다.
“아무도…없어?”
분명 모두 같이 들어왔을 텐데.
혹시 나 혼자 떨어져 버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김다영은 지침대로 통신을 시도했고, 이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
그러자 불안함이 그녀의 마음을 잠시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김다영은 고개를 휘저으며 그것을 떨쳐내고, 먼저 지형을 살폈다.
그녀는 경사진 산등성이에 있었다.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멀리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곳에 산의 봉우리가 있는 듯했다.
“먼저…”
김다영은 등 뒤에 맨 태도를 꺼내 들었다.
검을 쥔 손끝이 미약하게 떨린다.
김다영은 이제는 익숙해진 검의 손잡이를 꼭 잡고, 봉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안개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짙어졌다.
그렇다면 높은 곳으로 가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한 것이었다.
어쩌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다른 인원들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가보자.”
그래서 그녀는 바위산 꼭대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처음에는 그나마 완만하던 경사는 이내 점점 급해지고, 안개 역시 서서히 옅어져 가던 찰나.
“어…?”
고요함만이 가득하던 그녀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파열음.
안개 너머에서 무언가 땅을 내려치고, 바위를 부수는 소리였다.
누군가 싸우고 있는 걸까.
이에 김다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 방향으로 뛰어갔다.
괴이와 싸우고 있는 동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기에.
그러자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이내 그 실체가 드러났다.
“다영아!”
그렇게 말한 것은 임희수였다.
김다영과 같은 LB 아카데미 소속의 4학년 여성 퇴마사로, 이번 작전에 함께 참가한 동료.
그리고 그런 임희수의 앞에 있는 것은 거대한 지네였다.
새까만 몸에 붙은 시뻘건 다리들이 정신없이 꿈틀거린다.
김다영은 그 징그러운 괴물을 보며 혐오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쥐고 있는 검이 살짝 흔들린다.
“갈게요!”
하지만 김다영은 망설이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움직여 그녀는 지네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언제나처럼 그 혐오감과 두려움은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지며, 정체 모를 고양감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흔들리던 태도의 끝에 맺히는 날카로운 예기.
그것은 그대로 눈앞에 있는 지네의 몸통을 갈랐다.
“시이이!”
촤아악!
통쾌한 절삭음과 함께 지네의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지네는 거대한 몸통만큼이나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조차 김다영의 참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한편 김다영은 그 검은 체액을 정면에서 뒤집어썼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적의 피를 봤다는 사실이 더 큰 흥분을 불러왔고, 그녀는 미친 것처럼 태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키이-”
그러자 임희수와 지네가 길항하던 전황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지네는 새로 나타난 김다영의 폭거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단단한 외피를 치즈처럼 가르는 그 참격 앞에서는 지네의 몸통도 다리도, 그저 표적에 불과했기에.
“시이-!”
몸통 끝이 통째로 잘려나가는 고통에 지네가 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놈은 자신이 지상으로 올라왔던 구멍을 찾아 거기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본능적으로 불리함을 감지하고 퇴각을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머리가 땅에 닿기 직전.
“지금!”
어느새 임희수가 놈의 앞에 와 있었다.
그대로 임희수의 창은 땅으로 내려온 지네의 머리를 꿰뚫었고 그게 지네의 마지막이었다.
지네는 그대로 숨통이 끊어져 땅바닥에 늘어졌다.
임희수는 지네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김다영을 돌아보았다.
“다영아! 덕분에 살았어!”
임희수는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하지만 지네가 죽으며, 그 눈빛에서 광기가 사그라든 김다영은 쉽게 웃지 못했다.
이미 마약처럼 머릿속을 뒤흔들던 고양감과 흥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혐오감.
그녀는 자신이 뒤집어쓴 지네의 체액을 바라보았다.
불쾌한 냄새가 나는 그 찐득거리는 액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태도를 든 그녀의 팔에서는 고통이 느껴졌다.
잠깐이지만 한계까지 움직인 근육이 이제야 삐걱대는 것이었다.
“다영아, 왜 그래? 어디 다쳤어?”
그런 김다영을 향해 임희수가 물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임희수의 표정에 김다영은 그저 쓴웃음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것보다 선배님, 피가…”
“아, 이거. 처음에 당한 거야. 갑자기 땅에서 튀어 올라올 줄은 몰랐거든.”
임희수의 팔에는 무언가에 쥐어뜯긴 듯한 상처가 있었다.
그리 심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질병의 악령이 서식한다는 마역이다.
독과 질병을 조심해야 하는 이곳에서, 저런 부상은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법이니까.
“괜찮아요?”
“괜찮아야지. 다른 사람들을 찾기 전에는.”
임희수의 담담한 말에 김다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수단을 가진 다른 동료와 합류하기 전에는 걱정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럼 올라가자. 다영이 너도 꼭대기로 향하고 있던 거지?”
“네. 뭐라도 보이지 않을까 해서.”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조심해야 해. 어쩌면 마역의 주인이 저 위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건…그렇네요.”
김다영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고, 임희수는 그런 김다영을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몰랐는데, 너 꽤 소심하구나?”
“제가요?”
“2학년 학생회장이라고 하면 아카데미에서는 유명하잖아. 그래서 마역의 주인 정도는 혼자서 때려잡으려고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말에 김다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광전사니, 전투광이니.
임희수의 말대로 김다영은 그런 식으로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정작 본인은 그럴 의지조차 별로 없다고 해도, 실제로 싸우는 모습은 그와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래도 선배님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나도 운이 좋았어. 아마 다들 전혀 다른 곳에 떨어진 건 아닌가 봐.”
“다른 사람들도 금방 만날 수 있겠죠?”
그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며 그들은 마침내 산꼭대기에 다다랐다.
걱정과는 달리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주변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완전히 걷히며, 시야가 트인다.
마치 구름 위로 올라온 듯한 착각.
하지만 김다영이 그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은 결코 희망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임희수가 그런 목소리를 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하얀 바다와 같은 안개.
그리고 저 멀리, 드문드문 산의 봉우리도 보인다.
사진이나 풍경화 속에서만 봐왔던 아름다운 풍경.
하지만 문제는 그 넓이였다.
안개가 깔린 드넓은 산맥은 지평선 너머까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이렇게 넓다고?”
마역은 일반적으로 닫힌 공간이다.
그래서 보통 실내의 형태인 경우가 많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의 마을이나 산에 국한되는 등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의 눈에 보이는 마역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을 확인해도 똑같은 풍경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봐서는 마역의 끝을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
저게 환상이 아니라면 지금까지는 관측된 적이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마역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넓은 마역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다니.
“……”
이에 김다영과 임희수는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고요한 침묵만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 * *
“아니, 이거 어디까지 가는 거야?”
나는 여전히 앞을 가리키고 있는 녹색의 화살표를 보며 말했다.
마역에 들어온 이후, 이 화살표를 따라간 것이 벌써 몇 시간 째였다.
거리로 따져도 20Km 이상 움직였을 텐데.
그동안 사람을 만나기는커녕, 괴이 무리만 몇 번을 마주쳤다.
괴이야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 마역의 크기가 마음에 걸렸다.
마역치고는 넓어도 너무 넓었으니까.
“흠…”
그래서 나는 토벌 작전 전에 공부해왔던 내용을 떠올렸다.
먼저 마역의 형태는 현실의 공간이 왜곡되는 등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그 주인을 상징한다.
그런 점에서 LB 아카데미가 마역의 주인이 질병과 관련된 악령이라고 추측한 이유는 바로 마역의 입구 때문이었다.
붉은색으로 둥글게 뚫린 입구의 형태는 종기와 같은 피부병을 상징한다고 하던가.
그런 점에서 이 마역을 만든 질병은 피부와 관련이 있었다.
또한 이 드넓은 마역의 넓이는 그만큼 넓게 퍼진 질병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거기에 더해 이 정도의 마역을 구축할 정도라면, 그만한 업을 쌓은, 즉 수많은 죽음을 불러온 질병이라는 걸 의미했다.
“넓게 퍼지고, 사람을 많이 죽인 병이라…”
그럼 그만큼 유명하다는 건데.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었다.
많은 사람을 죽인 것치고는 마역 자체가 가진 독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곳에는 그저 독을 가진 괴이가 드문드문 서식할 뿐.
마역이라는 환경 자체가 가진 독성은 전무한 상태였으니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모순되는 듯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의외로 바로 그 점이 힌트였다.
나는 얼마 안 있어 여기에 해당하는 질병을 하나 떠올렸다.
“마마인가?”
즉 천연두.
과거에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던 치명적인 전염병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백신의 발견으로 인해 완전히 박멸된 질병이었다.
그리고 그런 천연두가 가진 역사는, 이런 마역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과거 천연두에 의해 수많은 죽음이 쌓여 만들어진 악령이 눈을 떴지만.
천연두가 인간에게 정복당한 탓에, 질병으로서의 전승 자체가 부정되었다.
그래서 이토록 넓은 마역은 만들었지만, 거기에 독과 질병을 싣지는 못했다는 건가.
“천연두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일리가 있는 추측이었다.
또 천연두는 온몸에 수포를 만든다고도 하니, 입구와도 관련이 있고.
공부가 도움이 된 건지, 성공적으로 그 정체를 알아내긴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 넓은 마역에서 사람을 찾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으니.
그래서 나는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가 마침내 김다영에게 도달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의 이야기였다.
* * *
“하…후…”
새까만 뱀 형태의 괴이를 벤 김다영이 숨을 몰아쉬었다.
뱀의 머리가 잘리며, 시뻘건 피가 솟구치고 그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황무지 위에는 머리 없는 뱀의 사체가 다섯이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뱀을 베어내고, 더 이상 적을 감지하지 못한 김다영의 눈동자는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고.
“아…으…”
그녀는 온몸의 근육이 뜯겨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마역에 들어온 것이 벌써 3일째.
그동안 김다영은 계속해서 동료를 찾기 위해 움직였지만,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무리 걸어도 보이는 것은 안개와 황무지뿐.
“……”
마역에서의 3일간.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은 미리 챙겨온 비상식량으로 보충했다.
이 위험한 마역에서 편히 잘 수는 없었기에, 이곳에서 그녀가 눈을 붙인 것은 채 1시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조차도 김다영은 괜찮았다.
연속되는 전투로 그녀의 신체는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버틸만했다.
그러나 정말 그녀에게 부담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김다영의 동료인 임희수였다.
“으윽…”
임희수는 죽어가고 있었다.
첫날에 지네에게 당한 그 상처는 지네의 독니가 만든 것이었고, 이로 인해 중독된 것이었다.
그 후 임희수와 김다영은 만약을 위해 챙겨왔던 각종 해독제나 독성에 효과가 있는 주술들을 사용해봤지만.
지네의 독이 얼마나 독하던지 그저 시간 끌기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발로 걷지도 못하는 그녀를 김다영은 자신의 손으로 업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간이 없었다.
한때 의사였던 그녀였기에, 임희수가 죽음에 가까워져 가는 것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임희수를 최대한 빨리 다른 동료에게 데리고 가는 것뿐.
“……”
그래서 김다영은 말없이 황무지를 걸었다.
수십 시간이 넘게 쉬지 못한 다리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그저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내, 버티지 못한 다리가 끝내 주저앉았다.
“앗…!”
가까스로 땅을 짚었지만, 그 상태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돌부리에 찍힌 무릎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김다영은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는 김다영이 우는소리를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걸 듣고 괴이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그래서 김다영은 겨우 임희수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엎어졌다.
“하아…”
지친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
그녀는 안개를 바라보며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사실 그녀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유령은 무서웠고, 괴이는 징그러웠다.
연수원에서 LB 아카데미를 선택했던 것도 싸우지 않을 수 있는 연구직을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아카데미에서 그녀는 연구직을 선택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싫어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그 전투력은 같은 경력의 다른 퇴마사보다 훨씬 우수했고, 그 힘으로 수많은 령과 괴이를 퇴마하며 그 사실을 인정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퇴마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 당시.
강력한 퇴마사는 그만큼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어느 선배 퇴마사가 했던 말이 결정타였다.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어 의사의 길을 선택했던 김다영에게 있어서는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던 말.
하지만 그때의 그 선택을 김다영은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그녀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자신은 한 번도 제대로 싸운 적이 없었다.
자신은 강한 게 아니었다.
항상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걸 극복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때마다 그저 차오르는 고양감에 몸을 맡겼을 뿐.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전혀 제어되지 않는 그 광기는 연속되는 전투에서 힘을 절약할 수 없었고, 한계가 찾아왔다.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는데도.
“……”
김다영이 억지로 몸을 일으킨 그때였다.
조용하던 땅이 흔들렸다.
그 진동을 감지한 김다영의 눈에 절망감이 들어찼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 알기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태도를 뽑았다.
그걸 완전히 들지도 못해 바닥에 끌며 김다영은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자,
“시이이이-”
땅에서 첫날부터 김다영을 괴롭히던 그 지네가 또다시 튀어나왔다.
단 한 마리.
이에 김다영은 놈을 노려보았다.
하나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 전의 불안을 씻어내는 익숙한 고양감이 밀려왔다.
이것만 있다면 어떻게든-
“어…?”
갑자기 이성이 돌아온 김다영이 중얼거렸다.
밀려오던 광기는 마치 정신력조차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하는 듯.
한순간 건전지가 다한 것처럼 끊어졌다.
“어째서…!”
예상치 못한 일에 두려움과 혼란이 김다영의 눈동자에 가득 찼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지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거대한 턱을 김다영을 향해 떨어뜨렸다.
그렇게 김다영이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찰나.
콰르르릉!
하늘에서 떨어진 새하얀 벼락이 지네를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