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1
11.
11.
과연 신기라고 불릴 정도의 아이템들이라서 그런가.
수십 종의 아이템이 창고를 장식하고 있었지만, 매직템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가장 많은 게 레어템.
드문드문 붉은색의 에픽템도 보였다.
“그럼···바로 아니, 아니지.”
나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아이템을 향해 곧바로 가려다, 생각을 바꿨다.
아무리 파템이라도 좋은 게 있을 수 있다.
바로 조금 전, 이수연에게서 배운 교훈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입구에서부터 차례대로 모든 아이템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처음은 보랏빛의 레어 아이템인 푸른색의 검이었다.
대충 보니 적당한 능력치에 적에게 냉기 데미지를 추가로 주는 검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스패너보다 좋았다.
하지만 딱 그 정도.
굳이 이걸 선택할 메리트는 크지 않아 보였다.
다음은···활인가.
그렇게 10여 개의 아이템의 설명을 읽고 지나쳤다.
그러다가 겨우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그건 에픽 등급인 하얀 장갑이었다.
에픽 아이템
방어력 20
힘 +2
민첩 +4
특성 [신속] 획득
– 모든 속도 +10%
– 민첩 +20
– 공격 시 10% 확률로 20초 간 모든 속도 +30%
– 피격 시 10% 확률로 20초 간 모든 속도 +30%
가죽 장갑 계열
“호오···”
에픽 아이템들은 특성이 붙어있는 건가.
붙어 있는 능력치는 특별할 게 없었지만, 속도 위주의 특성이 붙어 있었다.
거기다 민첩의 상승량이 엄청났다.
지금 갖고 있는 스패너에 붙은 민첩이 5.
그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진 것이 체감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장갑에 붙은 민첩은 무려 24다.
이 정도면 내가 가진 검술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게 없다면 이걸 선택해도 되겠군.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이 장갑을 일단 머릿속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눈에 띈 또 다른 아이템은, 역시 에픽 아이템인 시뻘건 철퇴였다.
에픽 아이템
공격력 1-30
힘 +10
화염 저항 +30%
특성 [화염 전사] 획득
– 모든 무기 공격력 +50
– 화염 강타 +3
– 화염 갑옷 +2
– 습득한 모든 화염 계열 스킬 +1
둔기 계열
에픽 등급답게 상당히 좋은 데미지를 갖고 있었다.
데미지 간격이 크긴 하지만, 특성의 효과를 합치면 평균으로 따져도 내 스패너의 3배가 넘었다.
거기에 새로운 스킬을 두 개나 주는 특성까지 갖고 있었고 힘 +10은 덤이었다.
“엄청 좋네.”
이미 무기는 갖추고 있어서 방어구를 선택하려 했던 내 결심까지 흔들 정도.
그래서 나는 그것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계속 창고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창고를 거의 다 돌았을 때.
작게 연두색으로 빛나는 반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연두색?”
처음 보는 색상이었다.
혹시 붉은색의 에픽 등급 이상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는 아이템의 설명창을 바라보았다.
세트 아이템
영력 +10
생명력 흡수 10%
특성 [영의 인도자] 획득
– 혼령 계열 몬스터에게 가하는 전투 데미지 +100%
– 혼령 감지 +1
– 2세트 해금
– 3세트 해금
반지 계열
연두색이 뭔가 했더니, 세트 아이템이었구나.
하지만 그것보다도 장비의 옵션이 적절했다.
영력이 올라가는 장비라니.
게다가 혼령 계열 몬스터라면 역시 령이니 한이니 하는 건 전부 다 포함이 될 테니, 데미지도 올라가고.
거기다 혼령 감지라는 스킬까지 있었다.
“이거 한번 껴봐도 되나요?”
“네, 그 정도는 문제 없습니다.”
나는 이수연에게 허락을 받고 반지를 손에 껴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스킬창이 반짝이며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는 것을 알려왔다.
나는 혼령 감지 스킬의 설명을 띄웠다.
일종의 레이더 같은 스킬이었다.
이건 상당히 유용해 보이는데.
“흠···”
그래서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결국 내가 점 찍어 놓은 세 개의 아이템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는, 이거였다.
“이 반지로 할게요.”
사실 지금 당장 쓰기에는 다른 두 장비가 더 좋았다.
힘과 민첩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능력치가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근접 전투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반지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아이템이 가진 방향성 때문이었다.
혼자서 영력이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혼령에 집중된 특성까지.
전부 퇴마사를 밀어주려고 만든 효과가 아닌가.
거기에 이건 세트 아이템이었다.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하나라도 더 찾을 수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리라.
즉 아이템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한 셈.
“역시···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내가 반지를 고르자, 이수연이 그렇게 말했다.
“역시라고요?”
“예. 이곳에서 보관 중인 신기는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하신 선배님들이 남긴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 반지를 남기신 분은 한때 경찰청장까지 지냈던 분이죠. 상당히 강력한 퇴마사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유명한 사람이 남기고 간 유물 같은 건가.
나는 다시 한번 신기를 둘러보았다.
미련이 남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신기를 여기 모아두는 이유가 뭔가요? 귀한 거라면서. 쓰는 게 낫지 않나?”
“이곳에 있는 신기는 그렇게 상급의 물품이 아닙니다. 물론 좋긴 하지만, 효과가 가볍거나 애매한 것들 뿐이죠.”
상급이 아니라고?
아니, 다른 경찰들은 얼마나 좋은 걸 쓰길래.
“그래도 저 철퇴는 좋아 보이던데요?”
“아, 화염에 강해지는 효과를 갖고 있긴 하죠. 하지만 공격력이 약해서 무기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공격력이 약하다고요?”
“예. 저게 강력해 보여도, 보유하고 계신 몽키 스패너와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이상한 소리였다.
공격력이 내가 든 스패너의 세 배가 넘는데 차이가 없다니.
그 의문을 곱씹던 나는 금방 그 괴리의 정체를 알아챘다.
바로 아이템이 가진 특성.
그 특성을 제외한다면 저 붉은 철퇴는 이수연의 말대로 화염 저항을 가진 어정쩡한 공격력의 철퇴일 뿐이다.
그렇다면 저 특성이라는 건 나에게 보일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식되지도 적용되지도 않는다는 건가.
그래서 나는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고르려고 했던 하얀 장갑을 가리켰다.
“아, 어쩐지. 이 장갑도 예쁘긴 한데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맞습니다. 역시 정확하시군요. 그건 품고 있는 영력은 상당하지만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된 물품입니다.”
이수연은 순진하게 그렇게 답했고, 이걸로 확실해졌다.
특성이라 적혀 있는 것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효과였다.
이것도 내가 가진 능력의 힘인가?
“이런, 시간이 늦었군요. 그럼 강진우 씨. 보상은 그 반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수연의 말에 나는 복잡한 심경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눈앞에 창 하나가 더 떴다.
이수연의 의뢰를 완수하라는 퀘스트.
그 퀘스트의 보상이 나와 있었다.
***
“···이상입니다.”
연수원장실.
이수연은 오늘도 백민성에게 일간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백민성이 반응한 것은, 강진우에 의해 사용처가 밝혀진 해주의 화살에 대해서였다.
“여기에 해주의 효과가 있다고?”
강진우가 신기의 봉인을 해제했다는 말에도 고개만 끄덕이던 그가 반색하며 물었다.
그는 이수연이 보고를 위해 가져온 해주의 화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예. 영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봉인되었다고 판단했던 물품이었습니다. 강진우의 말로는 해주가 가능하지만 한번 쓰면 사라지는 소모품이라고 하더군요.”
“흠···믿을 만 한 건가?”
백민성은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말했다.
일반적인 퇴마사들도 신기를 사용하다 보면 그 용도를 어느 정도는 체감한다.
특히 뛰어난 퇴마사라면 만지는 것만으로도 감이 오는 정도.
하지만 결국 직감에 의한 것이지,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갖고 있다고는 써봐야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그는 봉인을 풀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신뢰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만. 그럼 그 단검을 꺼내보게.”
그 말에 이수연은 녹색의 단검을 내보였다.
강진우의 말로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들어진 검신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라도 신기를 부수는 것은 이수연의 권한 밖의 일.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말을 돌렸다.
그러나 백민성은 아니었다.
“이경감, 검신을 부숴보게. 내가 허가하지.”
그 말에 이수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물론 연수원이 보관 중인 신기의 관리 권한은 연수원장인 백민성에게 있다.
하지만 만약 이를 파손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백민성이었다.
만에 하나 강진우가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을 터.
평소 그녀가 알던 백민성은 절대 그런 도박을 하지 않는다.
그저 윗선에 줄을 대고 무난하게 직무를 수행하다 승진하는 것을 노리는 인간이었을텐데.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백민성의 명령을 거부할 이유는 되지 않았기에 이수연은 곧바로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또 다른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영력을 실어, 그대로 녹색의 단검을 내려쳤다.
그러자 청명한 소리와 함께 반투명한 보석은 깨져나갔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단도의 손잡이 뿐이었다.
“···이게 다인가?”
손잡이만 남은 단도를 보며, 백민성이 말했다.
강진우의 말대로라면 저 보석 아래에 진짜 검신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이수연이 직접 그 녹색 단도를 잡았다.
그리고 거기에 영력을 불어넣자,
“이건···!”
하늘거리는 녹색의 검신이 나타났다.
이 정도면 단도를 쥔 이수연은 물론 백민성도 그 검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검신 자체가, 영력으로 빚어진 것이었다.
이른바 검령.
사물에 영력을 실어 베는 것보다 령을 상대하기에는 훨씬 더 적합한 형태.
때문에 검령을 가진 신기는 상당히 귀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런 연수원 창고에 굴러다니던 봉인된 신기 중 하나였다니.
“보물이 하나가 아니었군.”
백민성이 눈을 빛냈다.
강진우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럼 이제 이 신기들은 본청에 올리겠습니다.”
이수연이 말했다.
봉인이 해제된 신기나 새로 발견된 신기는 보고를 위해 본청에 보내는 것이 먼저였다.
하지만 정작 백민성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니, 기다리게.”
그는 들고 있던 해주의 화살을 쓱 자신의 책상 서랍으로 가져갔다.
이수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원장님?”
“본청에 올리는 건 갑옷만으로 하지.”
“어째서입니까?”
“마침 단검이 아닌가. 자네도 신기를 다룬 적은 별로 없을 테지.”
그건 사실이었다.
이수연의 주무기는 단검.
하지만 신기라고 불릴 정도로 영력이 강하게 담긴 무기는 사용하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 단검 형태의 신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기를 얻는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줄 아나? 어림도 없어. 그 안에 담긴 힘이 어떤 건지, 직접 알아내야 하거든. 그러니 이번 기회에 신기를 사용하면서 그 점을 배워보게. 흔치 않은 기회가 아닌가.”
백민성의 말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미 이수연은 그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 화살로 뭘 하려고 그러십니까?”
“그건 자네가 신경 쓸 필요 없지. 알겠으면 나가보게.”
이수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성격에 백민성이 뇌물처럼 건네는 이 단검을 받을 리가 없었다.
만약 이수연이 상관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
하지만 이수연은 연수원의 교관에 불과했고, 백민성은 연수원장이었다.
애초에 백민성의 권한이라면 핑계를 대며 신기의 보고를 미루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때문에 이수연은 하는 수 없이 그의 명령에 따랐다.
그리고 그녀가 나간 연수원장실에서 백민성은 조용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서울의 어느 고급 한옥 주택.
그 가장 안쪽의 넓은 방 안에서 거구의 사내가 신음을 토했다.
“크윽···”
사내의 이름은 최덕철.
경찰 조직 전체에서도 9명 밖에 없다는 치안정감 계급의 1급 퇴마 경찰이었다.
경찰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최상위급의 퇴마사.
하지만 지금 그 피부 위는 마치 먹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새까맣고 이질적이게 변해 있었다.
그 변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병 수준이 아니라 거의 인간의 피부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
그것은 6개월 전.
인천 지역에 출몰한 괴이를 퇴마하다 얻은 부상, 정확히는 저주였다.
최덕철은 피부는 물론 깊은 몸 안에서까지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누가 온다고?”
“백민성 치안감입니다.”
“백민성이가? 뭣하러?”
“그건 저도 잘···”
부하의 어설픈 대답에 최덕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반년 전이라면 당장 가서 뒤통수를 때렸을 그였지만.
“끙···!”
심대한 고통을 참고 있을 뿐인 그는 갑갑한 신음과 함께 돌아누울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덕철이 형님! 계십니까!”
정말로 백민성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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