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11
111.
올고이 호르호이를 처리한 나는 보고를 위해 먼저 파출소에 들렀다.
“이게 그 인장이니?”
“예.”
보고를 들은 서인나는 우리가 가져온 인장을 노려보았다.
인장은 법당이 아닌, 경찰 쪽에서 회수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파계승과 관련되어 법당의 주관 아래 있지만.
교회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 건이기에, 그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찰로 증거 물품이 넘어간 것이었다.
“알겠어. 이건 내가 위쪽으로 보낼게.”
“조사에 오래 걸릴까요?”
내 물음에 서인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교회는 빨리 움직여 줄 거야. 교회는 폐쇄적인 만큼, 자신들의 전승이 밖으로 새는 걸 아주 경계하거든. 그런데 그걸 불교와 엮었다니. 발작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뭐, 느린 것보다야 차라리 잘 됐네요”
“아마 길어봐야 일주일, 빠르면 2,3일 안에 답이 돌아올 거야. 그쪽에서도 정확한 경위를 알기 위해서는 경찰에 정보 요청을 해야 할 테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건 내가 처리할 테니, 이만 가 봐. 벌써 많이 늦었네.”
이어서 서인나는 그렇게 말하며 바로 퇴근을 허가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파출소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서현을 만났다.
“교회 쪽의 협력은 가능한 겁니까?”
“네. 그쪽에는 저희가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한 번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강 경감님은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다음 일정이라.
하긴, 교회의 답변을 기다리느라 하루나 이틀 정도 내 일정이 비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교회가 언제 반응할지 모르는데, 나를 다른 사건에 투입하기는 껄끄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대기 상태일 거 같네요.”
“그렇군요. 실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같은 처지인 차서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서로 여유가 생긴 셈이었으니, 나에게는 마침 잘 된 일이었다.
“그럼 내일 가루라 전승 좀 전수해주시죠.”
“아, 그 일이 남았었군요. 알겠습니다. 저는 법당에 머물고 있으니, 언제든 편한 시간에 찾아오시면 됩니다.”
내일 약속까지 잡은 나는 차서현과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아까 미뤄 두었던, 레벨 업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하기로 했다.
10 레벨마다 용사 스킬 중 하나를 랜덤으로 주는 퀘스트.
기왕이면…얼음 속성 면역 스킬인 ‘빙한의 지배자’가 좋을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나온 것은,
“이거…”
아쉽게도 바라던 스킬은 아니었다.
대군주라는 뜻의 스킬로, 이세계에서는 상위 마족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스킬이었다.
로드나 킹, 혹은 대족장 등.
원래는 한 종족을 이끄는 마족의 통솔 능력을 상실하게 하는 효과였는데.
이걸 여기서 어떻게 쓰라는 걸까.
내가 그런 의문을 갖자마자, 스킬 창에 설명이 추가되었다.
상대가 가진 왕의 격을 상실시킨다. 왕과 관련된 모든 전승 부정.
“아하…”
이게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구나.
효과 자체는 이세계에서와 비슷했다.
다만 그 효용성 자체는 많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전승의 주인공이 왕인 경우는 굳이 셀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내가 가진 스킬만 해도 그렇지 않던가.
주작은 새의 왕, 라이칸스로프는 늑대의 왕이라며 왕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스킬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 스킬을 전부 무효화시킬 수 있다면, 분명 효과적인 디버프임에는 확실했다.
“뭐, 나쁘지는 않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킬 창을 닫았다.
늦은 저녁, 길가에 보이는 가로등이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어제의 약속대로 법당에 와 있었다.
그런 법당의 훈련실 안에서 나와 독대한 차서현이 입을 열었다.
“가루라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차서현의 물음에 나는 어제 잠깐 찾아보았던 가루라에 대한 정보를 입에 담았다.
가루라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수로, 전승 속에서는 나가의 천적으로 묘사된다.
용과 뱀을 잡아먹는 새로,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깃털을 가졌으며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을 가졌다.
또한, 인도 신화의 주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신수이기도 한 존재.
이에 차서현은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인도 신화에서는 그렇습니다만, 법당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불교에 귀의한 가루라는 용으로 비유되는, 중생을 속박하는 세상의 번뇌를 깨부수는 호법신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부처님에게 혼이 날 정도로 다소 과격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구원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과격하지만 강력한 구원자라.
과연, 기대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계속 차서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가루라의 전승이 가진 힘은 번뇌를 부수는 것. 그중에서도 용과 같이 강력한 번뇌에 대항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를 퇴마사의 시선으로 바꾸면, 아주 강력한 마에 대항하는 힘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어…그러니까 그게 정확히 뭡니까?”
빙빙 돌리는 듯한 차서현의 말에 나는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입니다.”
“…신이요?”
“예. 가루라의 전승은 부처를 제외한 모든 신성, 특히 악신을 상대로 강한 공격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또 신의 권능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도 있죠”
뜻밖의 효과였다.
빛 속성이 언데드 몬스터에게 강한 것처럼, 신을 상대로 강한 상성을 갖게 하다니.
“좋네요, 그거.”
안 그래도 최근 신들과 맞닥뜨렸던 나에게 필요하던 전승이었다.
비록 불교 쪽의 신들에게는 효과가 통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게 어딘가.
“맞습니다. 팔부신중의 전승 중, 특히나 실전에 도움이 되는 전승입니다. 그럼 바로 전수해 드리죠.”
이후 차서현은 이번에도 난해한 동작들을 나에게 보여주었고.
나는 그것을 얼마 안 있어 전부 익혔다.
걸린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그렇게 가루라 전승을 손에 넣은 나는 다시 파출소로 돌아갔다.
* * *
서울 도심의 어느 교회.
주중 오전임에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복도를 한 남자가 걸어갔다.
그는 2미터에 이르는 키에, 안경을 쓴 차분하고 지적인 인상이었지만 묘하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30대의 남성.
복도를 뚜벅뚜벅 걷던 그는 곧 어떤 문을 향해 노크했다.
그러자 곧 문은 소리도 없이 열렸다.
“부르셨습니까, 에스더 지파장님.”
방 안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에스더.
한국 교회를 총괄하는 베냐민 지파의 지파장이었다.
“들어와서 앉으세요, 미카엘 장로.”
미카엘이라 불린 남성은 에스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하고는 조용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그러자 잠시 후 에스더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요즘 이단들 사이에서 사교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알고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미카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베냐민 지파의 10 장로 중에서도, 이단 축출 업무를 담당하는 이단심문회를 이끄는 것이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경찰 측에서 최근 발견했다는 사교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에 대해서는 얼마나 조사가 진행됐습니까?”
미카엘은 잠깐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에스더를 바라보았다.
물론 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에스더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바로 지난주에 있었던, 교회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성도 총회에서도 그런 물음이나 지시는 일절 없었건만.
그 사이 뭔가 일이 난 건가.
그렇게 짐작한 미카엘은 곧 답을 내놓았다.
“사교로 의심되는 이단들을 몇 명 찾았습니다. 대부분이 유다 지파 소속으로, 유다 지파 자체가 사교에 잠식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미카엘의 답에도 에스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만 살짝 찌푸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침묵하던 그녀는 깨끗하게 정리된 서류 몇 장을 미카엘에게 건넸다.
“이걸 보세요.”
이에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미카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건 경찰에서 보내온 사건 내용으로, 어떤 파계승에 대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
666.
교회에서 말하는 짐승의 낙인을 사용한 흔적과 그것도 모자라 그 전승을 비틀어 괴이를 조종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까지.
“이건…”
그 익히 알려진 묵시록의 전승을 떠올린 미카엘은 표정을 굳혔다.
짐승의 낙인은 분명 교회의 전승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교회에서 그 전승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전승이 기록된 묵시록이 과거가 아닌,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와 관련된 신기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또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그런 묵시록의 전승만을 적극적으로 파고든 이단이 있었으니.
“이사카르 지파가 움직였습니다.”
“……”
에스더의 말에 미카엘을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단 중에서도 이사카르 지파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이단이었다.
그들은 성경에서 세계가 멸망하는 때를 그린 묵시록을 맹신한다.
물론 교회에게 세계의 멸망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교리대로라면, 타락한 세계가 사라지고 진정한 신이 강림하는 때였으니.
하지만 이사카르 지파는 바로 그 멸망의 때를 자신의 손으로 이루려는 자들이었다.
“그들이…재앙과 관련된 단서를 찾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들은 누구보다 세계의 멸망을 바라고, 신의 강림을 갈구한다.
그래서 이사카르 지파의 신도들은 묵시록에 기록된, 신의 강림을 의미하는 수많은 재앙을 스스로 일으키려 한다.
신이 강림할 때 재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재앙을 자신들의 손으로 일으켜, 역으로 신의 강림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사카르 지파는 그런 사상을 가진 탓에, 평소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기껏해야 그 침묵을 이기지 못한 몇몇 개인이 단독으로 사고를 칠 뿐.
지파 전체적으로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이사카르 지파가 움직였다는 것은, 교회에게 있어서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신호였다.
“사교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겠지요.”
“이사카르가 사교와?”
“사교는 여러 종교의 전승을 엮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매우 불쾌한 일이지만, 묵시록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이사카르 지파에게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게 아닐지.”
“……”
묵시록의 전승들은 워낙 그 스케일이 크다.
그래서 아무리 이사카르 지파라도 이를 완전히 구현할 수 없으니, 다른 종교의 힘까지 빌리려 한다는 말이었다.
이에 미카엘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감히 그 이단 놈들이…!”
뿌득-하는 소리가 그의 주먹에서 들려왔다.
차분하고 지적인 인상은 어디 가고, 어느새 거기에는 흉포한 짐승 같은 사내가 서 있었다.
“진정하세요, 미카엘.”
에스더는 그런 미카엘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번 말했지만, 당신에게는 사랑이 부족합니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성자의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흠, 아닙니다.”
에스더의 지적에 미카엘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냉정한 무표정을 되찾았다.
“그보다 이 일은 확실히 처리해야 합니다.”
“예. 물론입니다.”
“그리고…경찰에서 이번 사건을 주관하는 게 강진우 경감이라고 하더군요.”
에스더의 말에 미카엘은 자료를 들춰보았다.
강진우 경감.
온통 이단 축출에만 힘을 쏟던 그가 알고 있던 이름은 아니었다.
이에 에스더가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 쪽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인재입니다. 추적 능력은 물론 상당한 수준의 전투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아, 이단심문회에 있는 모니카의 지인이기도 합니다.”
“모니카의? 그렇군요.”
모니카라는 이름은 미카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다른 성회의 소속이었다가 최근 이단심문회로 온 인원으로.
그 경험에 비해 강력한 이단을 여럿 처치하는 등,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럼 인원 파견은 어떻게 하실 건지?”
에스더의 말에 미카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모니카를 보내는 게 맞았다.
그쪽과 인연도 있는데다, 그렇게 모자란 전력도 아니니까.
하지만…여기에 얽힌 것이 이사카르 지파인데다 그들이 자신의 전승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점이 걸렸다.
그래서 미카엘은 이내 입을 열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러자 에스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경찰 측에는 그렇게 전해두도록 하죠.”
* * *
가루라의 전승을 전수받고 이틀 뒤.
파출소로 가니, 처음 보는 커다란 남자가 하나 와 있었다.
2미터에 이르는 큰 키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그는 서인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쪽을 바라보았다.
“아, 저분이십니까?”
그리고 나를 아는 척하며 다가왔다.
이어지는 서인나의 반응을 보니, 교회에서 온 손님인 듯 보였다.
그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베냐민 지파의 장로,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강진우 경감입니다.”
장로는 교회에서 지파장 바로 아래에 있는 계급이던가.
경찰로 치면 인천경찰청장쯤 되는 위치였다.
그래서 나는 슬쩍 그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90 레벨.
역시나 높은 레벨이었다.
이제 막 45 레벨에 도달한 나의 딱 2배 수준.
그런데 이런 사람이 왜 이 작은 파출소까지 온 걸까.
하지만 그런 나의 의문은 머지않아 풀렸다.
갑자기 미카엘의 앞에서 서인나는 지난번 인장에 관한 교회의 조사 결과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이내 예상치 못했던 말을 던졌다.
“이번 사건은 이분이랑 같이 진행하게 될 거야.”
서인나는 미카엘을 보며 말했다.
미카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농담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 괴주를 추적하는데, 이 90 레벨짜리 아저씨를 데려가야 한다는 건가?
“알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기분 좋게 답했다.
그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90 레벨이 버스를 태워준다는데, 싫을 게 뭐 있나.
그래서 나는 이어지는 서인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