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13
113.
미카엘과 나는 차를 타고 영흥도로 향했다.
이동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이무기의 말대로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다만,
“음?”
차가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위를 지나는 순간, 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다른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다리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한산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무엇보다 확연한 변화는 바로 공기였다.
바다 위를 건너는 다리 위에서 마치 사막의 삭풍과 같은, 메마르고 건조한 바람이 지나친다.
호흡을 할 때마다 목구멍에 작은 손바닥이 달라붙는 듯한 혐오감.
“…결계입니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운전만 하던 운전사가 그렇게 말하며 차를 세웠다.
내 눈에 보이는 그의 레벨은 30대 중반.
아마도 운전사지만, 그 역시 교회의 퇴마사로 보였다.
한편 그의 말을 들은 미카엘은 짧은 침음을 흘리더니 말을 이었다.
“들어오는 길목을 마역화하여 출입을 제한했나. 독사의 자식치고는 현명하구나.”
그는 냉소를 지으며 이곳에 깔린 결계를 그렇게 평했다.
마역이라.
그리고 보니 이 꺼림칙한 공기는 분명 마역의 것과 비슷했다.
마역은 본래 사람을 배척하고 마를 부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본능적인 공포를, 아무리 퇴마사라도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마의 공간.
괴주는 그 특성을 이용해, 섬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 가지. 머리가 있다면, 섬 입구에 괴이를 두지는 않았을 테니.”
미카엘의 말에 차는 다시 움직였다.
그대로 우리는 다리를 건넜고 섬의 안쪽으로 진입했다.
그의 말대로 결계 안쪽의 섬 입구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다리 근처에 있는 이런저런 건물들에서는 평소처럼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당연히 여러 사람들의 모습도 있었다.
다만 모두 밝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야 결계로 인해 이상할 정도로 외부에서 사람이 안 오고 있을 테니, 당연한 일.
또한,
“괴이가 근처에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이 근방에는 괴이가 없었다.
내 말에 미카엘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섬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위치는 인적이 드문, 섬 끝에 있는 작은 산이었다.
그리 높지도 않은 동산이건만.
그곳에서는 마치 마물이 서식하는 설산처럼 불길한 대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다리에 있던 결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밀도의 마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명백한 위험지역.
이에 미카엘은 차를 세웠다.
“여기서부터는 걷는 게 좋을 듯합니다.”
미카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물을 개방할 것이다. 수습을 준비해라.”
미카엘은 운전사에게 그렇게 말했다.
운전사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럼 가시죠.”
이어서 미카엘은 유유자적한 걸음으로 앞으로 향했다.
시간은 늦은 오후.
하늘에는 주황빛의 노을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산속에는 벌써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
나는 미카엘의 뒤를 따라 천천히 산을 올랐다.
어느새 더욱 짙어진 나무 그늘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하지만 그 어두운 고요함 속에서는 이내, 적을 의미하는 레벨 표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보이는 것은 셋.
40부터 50 전후의 레벨을 가진, 중형급 괴이였다.
“나타났습니다.”
“흠…”
미카엘은 알았다는 듯 고개만 끄덕이고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괴이들 역시 거리를 두고 우리를 감시할 뿐, 먼저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그 의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뭇잎에 가려진 어둠 속.
그 너머에 숨은 레벨 표시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좀 많아졌는데요?”
그 숫자는 금세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카엘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렇습니까?”
우리가 딱 동산의 꼭대기에 올랐을 때.
그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침 해도 이제 막 수평선을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산에는 완연하게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괴이들이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시이익!”
중형 괴이들이 사방에서 일제히 우리를 덮쳐왔다.
어둠 속에 숨어있던 놈들의 모습이 이제야 보였다.
그 형태는 곤충과 동물, 괴물 등 다양했고 크기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저절로 검에 손이 갔지만, 미카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 옆에 계십시오.”
그는 자신의 품에서 주먹만 한 무언가를 꺼냈다.
붉은색 천에 휘감겨 있던 그것은, 다름 아닌 돌이었다.
겉으로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회색빛의 돌.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그것은 붉은색의 빛깔을 가진, 에픽 등급의 신기였다.
그 이름은 .
이어서 미카엘은 그것을 두 손으로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소서.”
미카엘의 말과 함께 하늘의 색이 변했다.
노을이 지고 있던, 까맣게 물들던 하늘이 다시 새빨갛게 타올랐고.
그 하늘은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그건 이 산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화염이었다.
“저건…”
그 모습에 나는 이내 엘리야의 제단석이 가진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엘리야라는 이름이 큰 힌트였다.
거기에 제단석이라면 그가 가진 전승 중.
가장 유명한 일화인 엘리야와 바알 선지자들의 전승에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그 전승 속에서 엘리야는 이교도의 신인 바알의 사제들 수백 명을 상대로 대결을 벌인다.
방법은 각각 제단을 쌓고 제물을 바친 후, 각자 신을 불러 그 제물에 불을 붙이는 것.
하지만 그 대결에서 수백 명의 사제가 목놓아 부른 바알은 끝내 응답하지 않는다.
이에 엘리야는 12 지파를 상징하는 12 개의 돌로 제단을 쌓고 홀로 신을 부른다.
그러자 그의 부름에 응답한 신이 거대한 불을 하늘에서 내려, 제단과 제물을 불태웠다는 전승이었다.
“……”
그리고 지금 그 전승을 재현하는 거대한 화염이 땅으로 내려왔다.
선명한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선혈과 같은 불길.
그것의 화력은 화염에 면역인 나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역시 90 레벨의 퇴마사인가.
이 정도의 화염이라면, 과연 신의 힘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키이이이-”
이윽고 그 신의 불꽃은 산이라는 제단 위에 쌓인 수많은 제물들, 즉 괴이들을 남김없이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 넘실거리는 화염의 맹공에 휩쓸린 괴이들은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속수무책으로 불태워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에 이르던 괴이들이 녹아 없어지고, 녹음이 짙던 작은 동산은 아무것도 없는 잿더미로 변한다.
“주여…”
한편 미카엘은 눈을 감은 채 성호를 긋고 있었다.
어차피 이 화염 속에서 살아 있을 괴이는 없다는 듯, 자신만만한 모습.
하지만 나는 그게 그리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달달하네.”
나는 산과 괴이를 태우고 사라져가는 불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버스의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저 많은 괴이들을 나보고 잡으라고 했다면, 상당히 고생해야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이 격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 괴이라서 얻는 것도 별로 없었겠지.
그런데 그걸 한방에 싹 다 태워주니,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끝났군요.”
화염이 완전히 사라지고, 민둥산으로 변한 풍경을 바라보며 미카엘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삭막한 풍경에 먼저 걱정이 앞섰다.
이 섬에는 아직 사람들이 있을 텐데, 너무 눈에 띄는 행각을 벌인 게 아닌가?
“그런데 이거…괜찮은 겁니까?”
“물론입니다.”
이에 미카엘은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답했다.
“이미 저희는 수습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찰 측에서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보니 여기 오기 전에, 벌써 그는 운전사에게 수습하라는 말을 했었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뭘 어떻게 수습할지는 몰라도, 알아서 하겠다니 다행이었다.
“그런데…이렇게 되고도 이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미카엘이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화살표를 호출했고, 스마트폰의 지도를 띄워 그 방향을 확인했다.
그건 동산에서 이어지는 해수욕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다 쪽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안내해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하지만 달이 비치는 그 바다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저놈…”
남자의 레벨은 43.
결코 높은 레벨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닷속에 숨어, 그의 발아래를 받치고 있는 괴물은 달랐다.
88 레벨.
레벨이 2배도 넘게 차이가 나는 괴이를 밟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놈이 괴주라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오, 벌써 왔어?”
괴주는 우리를 보며 껄렁하게 말했다.
늙은 노승의 모습이었던 망현과는 달리, 그는 20대 후반으로 비교적 젊은 데다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 반대의, 딱 해변에서 돌아다니는 양아치 같은 차림새였다.
“네가 괴주인가?”
“다 알면서 와놓고는, 뭘 묻냐.”
미카엘의 말에 괴주는 경박하게 답했다.
이에 미카엘은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도망치기 전에 잡을 수 있었나. 이 또한 주의 뜻이리라.”
“뭐? 도망?”
괴주가 낄낄대며 웃었다.
“도망을 왜 치냐? 내가 괜히 여기서 너희를 기다린 줄 알아?”
그의 시선이 미카엘에게 박혔다.
“너희 교회가 개입하리라는 건 이미 예상했다. 생각보다 거물이 오긴 했지만, 더 재미있겠네.”
나름대로 준비한 수가 있다는 말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곧장 놈의 발아래 있던 바다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들어 올린 머리만 해수욕장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거대했다.
마치 깊은 바다처럼 짙푸른 빛깔을 가진 악어 같은 형상.
“…레비아탄?”
그 모습을 보며 미카엘은 유대 전승 속 괴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이야, 괜히 10 장로가 아니야. 한 번에 알아보네.”
“그 혐오스러운 짐승을 꺼냈는가.”
미카엘의 표정이 사정없이 찌그러졌다.
“그래, 너희 교회 놈들을 족치기에는 딱 좋은 놈이지. 안 그러냐?”
레비아탄이라면 구약 성서에 나오는 괴물이었다.
유대 신화에서는 거대한 바다의 지배자로 등장하나, 그 명맥은 묵시록까지 이어져 종말 속 짐승의 원전 격인 괴물이다.
그래서 레비아탄은 악마와 사탄을 상징하기도 하며, 그렇기에 교회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적이나 마찬가지.
그게 아니더라도 괴이 중에서는 최상급에 이른다고 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그 상대가 미카엘이라고 해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괴주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놈은 미카엘을 볼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거물이 둘이나 올 줄은 몰랐네.”
거물이라니.
내가 말인가?
아직 그렇게 불린 적은 처음이지만, 나는 뻔뻔하게 답했다.
“불만이냐?”
그는 내 말에 냉소를 흘렸다.
“망현을 잡은 놈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지. 아껴두려고 한 건데…별 수 없는 거 아니겠냐.”
그의 말과 함께 레비아탄의 입이 열렸다.
그러자 그 거대한 입에서 또 다른 괴이 하나가 나타났다.
그건 로봇처럼 보일 정도로 온몸에 화려한 금속제 붉은 갑옷을 뒤덮은 괴수였다.
무기는 거대한 도끼.
또한 갑옷 위에는 위협적인 가시가 몇 개나 나 있었다.
그리고 투구 옆으로는 안에서부터 나온 뿔이 보인다.
갑옷의 형태를 보면…동양 쪽 괴이인가.
“뭔, 비스트 마스터가 따로 없네.”
끝도 없이 등장하는 괴이를 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놈의 레벨은 73.
레비아탄 정도는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그 붉은 갑옷은 레비아탄의 입속에서부터 모래사장까지 먼 거리를 한 번에 점프해서 날아왔다.
3미터에 달하는 그 금속 괴물이 땅을 딛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사장이 흔들렸다.
“……”
한편 미카엘은 그 붉은 갑옷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는 조금 전과는 다른, 황금색으로 빛나는 또 다른 성물을 꺼내 들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와 동시에,
“크오오오오오!”
레비아탄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해안가에서 멀어졌다.
그러자 역시나.
“네놈!”
미카엘은 괴주를 쫓기 위해 바다로 돌진했다.
나처럼 물 위를 걷기라도 하려는 건가 싶은 찰나.
그의 앞으로 갑자기 불타는 병거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등장한 그것은 허공에서 미카엘을 태우더니, 순식간에 레비아탄과 바다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저것도…엘리야 전승인가.
확실치는 않았다.
“쯧…”
그래서 나는 미카엘에게서 눈을 떼고, 혼자 남은 붉은 갑옷을 보며 혀를 찼다.
이제 남은 건 저놈과 나뿐.
쫓아가려면 쫓아갈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건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검을 고쳐 잡았다.
그러자 붉은 갑옷이 모래를 박차고 나에게 돌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