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19
119.
다음날.
“안녕하십니까.”
파출소에 출근한 나는 곧바로 서인나를 찾았다.
어제 있었던 금서 회수 건에 대한 보고를 위해서였다.
“혹시 어제 사건이 있었던 거, 들으셨습니까?”
“응? 아, 그래. 아침부터 메일에 전화도 오더라. 외인기관을 습격한 마인을 잡았다며?”
벌써 서인나에게도 소식이 전달된 건지, 그녀는 이미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다.
내 보고를 들은 그녀는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했어. 부산청에서도 고마워하는 것 같더라. 네 지원이 없었으면 퇴마 경찰 한 팀 전체가 위험할 뻔했다고.”
“뭐…위험하긴했죠.”
어제 나보다 먼저 마인을 쫓던 그 경찰들의 이야기였다.
마인을 앞에 두고 한 명 빼고는 전부 다 의식을 잃은 셈이니, 죽다 살아온 기분이겠지.
“근데 좀 이상한 보고도 있었어.”
“이상한 보고요?”
“늑대인간이 나왔다고 하던데?”
아, 그 비명을 질렀던 여자의 보고 내용인가.
어차피 이미 다 봤을 테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그거 접니다.”
“너라고?”
“예. 신기의 힘이죠.”
나는 인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서인나는 사정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검은 늑대인간의 전승을 끌어모아 사용했던 마인, 사브리나를 잡은 후 화인 그룹에서 나에게 경찰을 통해 정식으로 넘겨준 물건이다.
그 사실은 서인나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에, 인검과 늑대인간의 관계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놈들이 뭘 줬나 했더니, 위험한 걸 줬네. 그러니까…늑대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거니?”
“예.”
“혹시 자주 변했어? 몸은 괜찮고?”
“몸은 괜찮습니다. 어제 처음 써본 거고요. 문제가 있습니까?”
내 말에 서인나는 안심하는 듯한 한숨을 푹 쉬었다.
“그야 늑대인간의 전승은 대부분 부정적이거든. 그래서 마인들조차 그 힘에 손을 댔다가는 이성을 잃거나 폭주하는 게 대부분이야. 물론 사브리나 같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전승은 말이지-”
서인나는 라이칸스로프의 전승을 몇 개나 더 설명했다.
그녀의 말대로 전부 부정적인 내용뿐이었다.
“그러니까 자주 사용하지는 마. 늑대인간은 어디까지나 괴이의 일종이고, 그 전승을 빌리는 건 위험한 일이야.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부작용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거든.”
“예. 참고하겠습니다.”
서인나는 나를 염려하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도 그 스킬을 즐겨 사용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녀의 염려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인나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근데 넌 주말에 퇴마하는 일이 많더라. 혹시 주말에도 일하고 싶니?”
큰일날 소리를.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우연입니다.”
“우연은. 이번에도 금서를 찾으러 간 거잖니.”
“알고 계셨어요?”
“그야 금서를 추적하는 건 경찰도 마찬가지니까. 사브리나도 이번 놈도, 굳이 주말에 시간을 빼서 잡으러 간 마인들이 전부 금서와 연관되어 있으면 모를 수가 없지.”
하긴 그것도 그런가.
금서에 대한 정보를 교회만 갖고 있었을 리는 없다.
오히려 정보 자체는 경찰 쪽이 더 풍부하게 갖추고 있겠지.
하지만 내가 금서를 찾아다니는 걸 알면서도, 서인나는 그리 부정적인 얼굴이 아니었다.
“근데 뭐라고는 안 하시네요?”
“그야…만약 다른 놈이 그러고 다녔으면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서라도 말렸을 거야. 금서는 나도 거의 아는 게 없을 정도로 미지에 싸인 위험이니까. 근데…너는 모르겠단 말이지.”
“모르다니요?”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내가 아는 게 많잖니? 그래서 보통 뭔가 꾸미고 있는 놈들은 하는 짓만 봐도 그 목적이 빤히 보이거든. 전승의 재현에는 그만큼 필요한 게 많으니까.”
“……”
“그런데 넌 아니더라. 무슨 사건 하나 해결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능력이 하나씩 생기고 있잖니. 요즘에는 식신도 부리고 물 위도 걷는다면서. 누구는 몇 년째 석궁에 부적이나 달아 던지고 있는데.”
“제가 평범하지는 않죠.”
내가 뻔뻔스럽게 그리 말하자 서인나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너는…다른 사람이 전승 한번 재현하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고 하는 소리니?”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자고 일어나면 전승이 하나씩 생기는데.”
“…진짜로?”
“거짓말입니다.”
내 말에 서인나는 쯧-하며 혀를 찼다.
“어쨌든, 너에 대한 건 사실 전에도 몇 번 위쪽에서도 말이 나왔었어. 하지만 당분간 지켜보자고 하시더라고.”
“누가요?”
“너한테 코트 주신 분이.”
경찰청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직접 본 적도 없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그리고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해. 그래서 웬만한 일에는 신경을 안 쓰려고 하니까, 늑대인간 같이 눈에 띄는 건 삼가주렴.”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답하고,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해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 뒤를 서인나가 붙잡았다.
“어디 가니?”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럼. 신경은 안 써도 일은 줘야지. 자, 새로운 사건이야.”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사건 자료를 나에게 넘겼다.
새로운 일감의 등장에 나는 씁쓸한 시선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저주받은 내비게이션?”
사건 개요는 이랬다.
충청도의 한 시골에서 최근 몇 주 사이, 차량 세 대가 각기 다른 날 저수지에 빠져 사고가 났다고 한다.
원래 저수지는 도로와 인접해 있지만, 저수지와 도로 사이가 높은 수풀에 가려져서, 자주 사고가 나던 곳.
그래서 두 번째 사고까지는 일반 경찰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었다.
또한 운전자들은 모두 익사 상태로 발견된 탓에 그저 운전 미숙으로 추정되던 와중.
마지막 세 번째 차량에 탑승해있던 운전자의 부인이자, 유일한 동승자 한 명이 생존하면서 사건이 퇴마 경찰 쪽으로 넘어왔다.
그 생존자의 증언으로는 차량은 유독 어두운 밤,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운전하고 있었는데.
저수지에 빠지기 직전, 내비게이션이 그 쪽 방향을 가리켰다는 것이었다.
“흔한 괴담이지?”
그 말대로였다.
인터넷에서 예전에 떠돌았던 괴담을 들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괴담은 그리 근거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야. 이런 일이 은근히 많거든.”
“그래요?”
“이런 경우에는 보통 내비를 조사하면 답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아니라더라. 먼저 조사한 퇴마 경찰들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리고 저수지에서도.”
사건의 흉기와 다름없는 사고 차량과 사건 현장인 저수지에서 건진 게 없다니.
결국 아무런 단서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저한테 온 거군요.”
“그렇지. 이런 게 특기잖니.”
“……”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게 내 특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실적들을 보면 할 말이 없었기에 나는 계속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도 다른 단서가 없는 건 아니야. 무엇보다 피해자들 간의 공통점이 있어.”
“아, 그렇네요.”
나는 사건 자료를 보며 말했다.
사망한 세 명의 피해자는 전부 40대 초중반의 비슷한 나이대였다.
거기다 저수지 근처의 작은 마을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
사고 당시 저수지를 지나게 된 것도 다 고향의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이것만으로는 조사가 힘든데요.”
“그거야 그렇지. 일단 사고 차량부터 둘러봐. 분석팀이 이미 조사는 끝냈지만, 혹시 모르잖니. 그다음에는 저수지도 직접 조사해보고.”
역시 그게 최선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이번 사건을 같이 담당하게 된 나하정과 파출소를 나섰다.
그리고 우리는 사고 차량이 보관되어 있다는, 경찰 소속의 한 수사 센터의 창고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 만난 것은 분석팀의 소피아였다.
“오랜만이군요.”
분석팀의 소피아가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했다.
여전히 위화감이 가득한 모습의 그녀는 나와 악수를 하고는, 뒤에 있던 나하정에게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오신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혹시 저희를 기다리신 건가요?”
“하하, 그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런 차량은 경찰청 내부에는 들일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이곳은 분석팀에서도 자주 출장을 나오는 곳이죠.”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창고의 구석으로 데려갔다.
“사건 차량은 이쪽입니다. 오른쪽이 가장 처음 사건, 왼쪽이 가장 마지막 사건의 사고 차량이죠. 당시 피해자들이 갖고 있던 물건은 그 뒤쪽에 다 챙겨놨습니다. 그럼, 편히 둘러보시길.”
소피아는 일이 바쁜지 그대로 떠나갔고, 나는 차량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음…”
차량의 안과 밖, 그리고 따로 떼어져 나온 내비게이션을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강조 표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여기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는 뜻.
“저는 이거…그냥 봐서는 모르겠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나하정의 말에 나는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경감님은 아시는 거 아니었나요?”
“설마요.”
그래서 나는 차에서 눈을 떼고 뒤로 돌았다.
피해자들이 갖고 있었다는 물건을 정리해뒀다는 곳이었다.
평범한 옷가지나 신용카드, 지갑 같은 귀중품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나란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딱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도장?”
그건 강조 표시가 된 옥색의 도장이었다.
도장에는 피해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손잡이 부근에는 무슨 중학교 졸업 기념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학교에서 뿌린 졸업 선물 같은 건가.
“그리고 보니…”
나는 챙겨온 사건 자료를 꺼내 들었다.
역시 사망한 피해자 셋은 모두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
그러나 그건 별로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전부 크지도 않은 시골 마을의 고향 친구가 아니던가.
그들이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는 건…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내가 도장을 확인하자, 퀘스트가 제공하는 화살표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이 중학교가 뭔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
나는 그렇게만 기억하고 다시 강조 표시가 사라진 도장을 내려놓았다.
“벌써 가시게요?”
떠날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며 나하정이 말했다.
그야 화살표의 방향도 바뀌었으니, 이제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예. 저수지를 살펴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목적지를 지정했다.
화살표는 저수지가 있는, 충청남도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몇 시간 후.
우리는 사건 현장인 저수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여기가 아니야?”
화살표는 저수지를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그럼 여기에는…아무것도 없다는 건가.
“안 둘러보세요?”
저수지에 도착하고도 멀뚱히 서 있던 나에게 나하정이 물었다.
그래도 기왕 왔으니, 일단 뭐든 보는 척이라도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저수지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저수지는 흔히 생각하는 둥근 형태가 아닌 한쪽 끝이 삐죽 튀어나온 형태로.
그 튀어나온 부분을 도로가 감싸고 있어 분명 운전에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한 곳이었다.
이 정도면 어째서 사고가 잦은 곳인지 알만도 하군.
또한 저수지의 넓이는 예상보다 넓었다.
가로로 긴 형태지만, 그 폭은 100미터가 넘는다.
저 정도 넓이라면 수심도 상당히 깊을 테니 사망자가 나온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가.
그렇게 저수지를 바라보던 중, 나하정이 입을 열었다.
“팀장님께 들었어요. 요즘 물 위도 걷는다면서요?”
“예, 그렇게 됐습니다.”
“이런 호수를 조사하기에는 유용한 능력이네요.”
그거야 그렇지.
그래서 나는 저수지 주변을 맴돌다가, 직접 그 위로 발을 디뎠다.
그렇게 저수지 중앙 부근으로 걸어가는데.
“…음?”
저 깊은 호수 바닥 밑에 레벨 표시가 보였다.
그 레벨은 23.
그리 높지는 않은 레벨이었지만, 놈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이 저수지에 사는 놈이라면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건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한데.”
만약 저게 내비게이션 사건의 원흉이라면, 지박령일 가능성이 높았다.
일반적인 괴이는 내비게이션 따위를 조종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박령이 아니라면 살해 장소를 이 저수지로 한정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지박령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저 영역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공격해 오는 것이 그놈들인데.
“그래서 발견하지 못한 건가.”
퇴마 경찰들이 저수지의 조사를 마치고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게 이 때문인 듯 보였다.
호수 바닥에 가만히 숨어 있는 지박령, 혹은 괴이라면 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테니.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나하정에게 대기하라는 말을 해두고는, 인검을 뽑았다.
“이대로 끝낼 수도 있긴 한데.”
23 레벨 수준의 지박령이라면 그대로 저수지에 벼락을 떨어뜨려 한방에 골로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화살표가 이곳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정체만 확인해보자는 생각으로, 인검에 전격을 실었다.
그리고 그것을 저수지로 흘려 놈을 타격했다.
그러자.
“끼아아아아!”
호수의 밑바닥에서부터 소름 끼치는 귀곡이 울려 퍼졌다.
역시나 지박령이었나.
이어서 잠잠하던 호수에서 창백하고 깡마른 손이 튀어나와 내 발목을 잡았다.
나를 저수지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물귀신의 패턴.
이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못 들어갈 것도 없지.”
내 말과 동시에, 내 몸은 그대로 수면 아래로 꺼졌다.
그렇게 몇 미터를 내려가자, 눈앞에 지박령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어떤 여성의 모습을 한 령.
머리는 산발에, 얼굴은 끔찍하게 일그러져 원형을 찾을 수 없었지만.
그 령이 입은 옷만큼은 특히 눈에 띄었다.
그건 분명 교복이었다.
“……”
한편 나와 마주 본 령은 바로 공격해오지도 않고, 오히려 발목에 감긴 손을 풀었다.
그리고는,
“끼아아아아!”
나를 향해 귀곡을 내뱉었다.
살려줄 테니 그냥 가라는 건가?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잠시 내가 령을 바라보자, 령은 이내 나에게서 이상함을 눈치챘다.
물귀신에게 끌려온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멀쩡히, 마치 호수 속에 서 있는 듯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나가의 스킬을 얻은 나에게는 호수 위나 바닥이나 다를 게 없었으니.
“그래서…넌 뭐냐?”
물 속에서 똑똑히 울리는 내 목소리에 령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좀 놀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