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2
12.
12.
“형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아니, 전에 뵀을 때보다 더 수척해지셨네.”
최덕철의 방에 들어온 백민성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최덕철은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워계십시오, 형님!”
“누가 니 형님이야, 이 새끼야!”
최덕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내 가슴을 움켜쥐며 고개를 떨궜다.
“진정하십시오, 몸도 안 좋으신데. 물이라도 갖다 드립니까?”
백민성이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덕철은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왜 또 왔어?”
“형님 보려고 온 거지,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하! 또 무슨 사고나 쳤겠지. 미리 말해두지만 나 이제 뒷방 늙은이 다 됐어. 뭔진 몰라도 못 도와줘.”
“아, 거. 그런 거 아닙니다.”
최덕철과 백민성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선후배 사이였다.
소위 말하는 학연.
최덕철은 그런 것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백민성은 달랐다.
경찰이 된 후로 백민성은 선후배의 연을 운운하며 최덕철에게 달라붙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그럼 뭔데?”
“그게···이것 좀 보십시오.”
백민성은 슬쩍 눈치를 보더니, 나무 상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안에 든 것은 낡은 화살.
강진우가 해주의 화살이라 칭했던 것이었다.
“이게 뭐냐?”
“이게 저주를 풀어주는 신기랍니다.”
“뭐?”
최덕철은 어이없는 시선으로 낡은 화살과 백민성은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저주를 풀어주는 신기?
그런 게 있었으면 자기가 진작에 알아서 찾아 썼을 것이다.
그래서 최덕철은 금방 일의 전말을 추리해냈다.
이 한심한 놈이 어디서 나쁜 놈들에게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너 이 새끼, 사기당했구만. 야, 이 새끼야! 경찰이라는 놈이 사기나 당하고 돌아다니냐!”
“그런 거 아닙니다! 뭔 사깁니까? 이거 연수원에 있던 겁니다!”
“이 미친놈! 그 말을 믿으라고? 솔직히 말해! 이거 어디서 얼마 주고 사왔어? 내 이 사기꾼 새끼들을 그냥···!”
호통을 치던 최덕철이 또 다시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이고···죽겄네.”
“그러게 흥분하지 마시라니깐.”
그 말에 최덕철은 사나운 눈빛으로 백민성을 바라보았다.
백민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습니다. 다 설명드릴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입니다.”
백민성이 천천히 이야기를 풀었다.
그걸 다 듣고 나서야, 최덕철은 오해를 풀었다.
“연수원 교육생이 발견했다라···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것다.”
“그죠? 사기 당한 거 아니라니깐.”
“근데 민성아. 내 저주는 그 정도로 해주될 게 아니다. 오죽하면 경찰 병원의 최장미, 그년도 안 된다고 하더라.”
최장미라면 경찰 소속의 가장 뛰어난 해주사.
해주의 영역에서는 한국을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이었다.
그녀가 손을 놓은 이상, 저주를 해주 할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압니다, 형님.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도는 무슨···”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형님도 이대로 물러나는 건 싫으시지 않습니까.”
“······”
백민성의 말에 최덕철은 말없이 화살을 노려보았다.
그의 말대로 지금 여기서 퇴마사 직을 내려놓는 것은 최덕철 역시 내키지 않았다.
단지 출세를 위해서였다면, 여기서 만족할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강해지는 것이 목표였다면 여기서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뼛속부터 경찰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사회의 나쁜 놈들을 뿌리 뽑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아직 남은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화살로 손을 뻗었다.
“후우···그래,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그렇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형님.”
“근데 민성아.”
“예?”
“이거 어떻게 쓰는 거냐?”
“어떻게요? 어, 그게···”
백민성이 말을 망설였다.
생각해보니, 이수연에게 화살의 사용법까지는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어이구, 멍청한 놈.”
“지금 전화라도···”
“됐다, 이 새끼야. 내가 알아서 해볼게.”
최덕철은 파주의 화살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묵직한 영력이 화살에서 느껴졌다.
해주의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신기임에는 확실하다는 말.
그래서 최덕철은 가만히 화살의 영력, 그 흐름을 분석했다.
웬만한 퇴마사에게는 불가능한 일.
하지만 1급 퇴마 경찰인 그는 저주로 망가진 몸으로도 그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
“이거 그냥 찌르는 것 같은데.”
“예?”
결론을 내린 최덕철은 과감히 낡은 화살을 자신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화살의 영력이 화살촉을 타고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영력이 사라진 화살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형님? 된 겁니까?”
백민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덕철의 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몸 위의 흑빛은 사라지는 일이 없었다.
저주가 풀리지 않았다는 뜻.
백민성의 눈동자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이고···제가 괜한 짓을 했나 봅니다, 형님.”
“아니, 아니다.”
“감싸주실 거 없습니다, 형님. 제가 좀 더 알아보고 왔어야-”
“그게 아니라고, 새끼야.”
최덕철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직도 저주에 의한 검은 반점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렇게나 자신을 옳아매던 저주가 확연히 약해져 있음을.
“해주는 아니다. 그런데 저주를 약화시켰어.”
“그럼 효과가 있는 겁니까?”
“그런 셈···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겨우 앉아있던 최덕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확실히 몸이 가볍구만. 민성아, 다시 병원에 좀 가야겠다. 차 갖고 왔지?”
“갖고야 왔는데···”
“그럼 가자.”
최덕철이 적당히 외출복을 꺼내 입더니,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며칠 전만 해도 부축이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몸이었건만.
그 뒤를 멍하니 바라보는 백민성의 귀에 호통이 떨어졌다.
“민성아! 안 오냐!”
“아, 예! 갑니다!”
백민성은 부랴부랴 최덕철의 뒤를 따랐다.
***
연수원의 신기 창고에 갔다 온 다음날.
오늘 교육은 이수연의 예고대로 대련이었다.
“대련은 각 반의 인원끼리 진행됩니다. B,C반은 번호순으로, 그리고 A반은 저희가 따로 작성한 명단이 있으니 그쪽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수연의 말과 함께 보급된 태블릿에 그 명단이라는 게 배포되었다.
그리고 내 상대는 역시 김다영.
퀘스트의 내용 대로였다.
한편 반마다 진행되기 때문인지, B반과 C반은 넓은 강당의 반대편으로 이동.
결국 남은 것은 A반 뿐이었다.
“잘 부탁드려요.”
“저야말로 살살 부탁드립니다. 그런데···별로 안 무서워 하시네요?”
김다영이 령을 베던 모습을 떠올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야 진우 씨는 귀신이 아니잖아요.”
하긴.
김다영은 원래 의사였었지.
령이라면 모를까.
사람을 상대로 칼 쓰는 걸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현석이 눈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두 분이서 붙으시는 겁니까? 재미있겠네요.”
“그럼 현석 씨는 누구랑 붙으세요?”
김다영이 그렇게 묻는 사이, 나는 직접 명단을 확인했다.
이현석의 상대는 다름 아닌 편입생, 모니카였다.
“저분이 상대라면 긴장 좀 되시겠네요.”
내가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모니카의 실력은 진짜였다.
눈에 보이는 레벨만 22.
주무장인 창으로 한을 찢어발기는 일격은 내 눈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훌륭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훈련 받은 병사 정도라면.
모니카는 정식 기사 수준에 이르러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명단에는 11명인 A반의 숫자를 맞추기 위해 모니카만 2번 대련을 펼치게 되어 있었다.
“최선을 다해 봐야죠. 이 참에 한 수 배워야겠군요. 좀 대화할 기회를 주지는 않는 분이시니까요.”
이현석은 그래도 자신이 있는 듯, 허허 웃으며 말했다.
A반은 보통 비슷한 세대끼리 어울리는데, 그 중에 모니카는 혼자 고립된 상태였다.
아니, 그걸 고립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항상 사방에 말을 걸지 말라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설령 누군가, 특히 김다영이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봐도 쌀쌀맞게 답할 뿐.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쉽게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애초에 외국인인데다 우리 셋을 제외하면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 벌써 시작하나 봅니다.”
첫 순서는 바로 그 모니카와 40대의 여성이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분명 유일하게 총을 사용하는 여자였던가.
모니카와 여자는 서로 훈련용 보호 장비를 입고 마주섰다.
방탄 갑옷에 헬맷을 착용한 것 같은 모습.
한편 여자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은 권총과, 고무탄이었다.
고무탄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안전을 위해서였지만.
어차피 령은 영력이나 퇴마사에 이능에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것을 실은 총알이 굳이 실탄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편 여성과 대치한 모니카 역시 창을 꺼내 들었다.
신기가 아닌, 연수원에서 지급되는 평범한 창이었다.
“준비되셨으면, 시작하겠습니다.”
이수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니카가 질주했다.
10여 미터의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졌고.
동시에 권총도 탄을 쏟아낸다.
총을 쏘는 여자의 능력은 마비독.
총알 하나하나에 능력을 부여할 수가 있으며, 거기에 한발이라도 스친다면 령조차 마비시킬 수 있는 이능이었다.
그에 비해 모니카의 능력은 비교적 단순했다.
전투 감각.
근접전에서 보다 정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육체 강화 계열의 이능.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모니카가 불리하겠지만.
터텅!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모니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고무탄을 창으로 쳐내고 있었다.
“와아···!”
김다영이 탄성을 내뱉었다.
아무리 고무탄이라고 해도 총알을 냉병기로 막다니.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고무탄은 모니카의 돌진을 막지 못했고, 대결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총을 쏴도 총알을 쳐내며 돌격해 오는 상대다.
사수가 무슨 반항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삐–
어느새 모니카의 창끝이 상대의 가슴팍에 닿아있었다.
이에 충격을 감지한 보호 장비에서는 경고음이 터져나왔고.
“네, 거기까지.”
이수연은 자연스럽게 대련의 끝을 선언했다.
그리고는 패배한 여자를 향해 지금처럼 원거리 공격이 쉽지 않은 상대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몇 가지 피드백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수연 역시 모니카의 전투력에는 다소 놀란 얼굴이었다.
“진짜 엄청나네요. 창으로 총알을 막는 게 말이 돼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있어 보이던 이현석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하기야 권총을 든 상대도 저렇게 압도하는데, 같이 근거리 전투를 펼쳐야 하는 입장에서는 갑갑하겠지.
“그럼 다음 순서는-”
계속해서 대련이 이어졌다.
두, 세 팀이 더 지나가자 이번에는 나와 김다영의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스패너를 들고 김다영과 마주 섰다.
김다영의 클레이모어가 스산하게 번뜩였다.
김다영에게 승리하라는 퀘스트는 D랭크.
F랭크보다 2단계나 높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김다영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말이겠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바로 어제, 이수영의 의뢰를 해결하라는 퀘스트를 깨고 얻은 보상 때문이었다.
임의의 특성이 패시브 스킬로 등록됩니다.
뽑기권이라니.
그야말로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뽑기권은 퀘스트 보상으로 개방된 인벤토리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하급이라는 말이 거슬렸지만, 특성이 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특성은 신기, 그것도 에픽 아이템에만 붙어있던 특수한 옵션.
거기에 사실상 에픽 아이템의 핵심 옵션이기도 했으니.
이를 패시브 스킬로 얻게 된다면, 설령 하급이라고 해도 에픽 아이템 하나를 더 가지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니 보나마나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겠지.
“그럼 두 분은 준비해 주십시오.”
“아, 예.”
그래서 나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며 조용히 그 뽑기권을 사용했다.
그러자 눈앞에서 갈색의 슬롯 머신이 나오더니,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빠밤-하는 팡파레와 함께 슬롯 머신이 은빛으로 바뀌었다.
“호오···”
보아하니 뽑기 결과에 따라 슬롯 머신의 색깔이 정해지는 모양이었다.
이러면 최소한 최하급은 아니라는 건데.
하지만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또 한번의 팡파레가 들리고 슬롯 머신이 금빛으로 바뀌었다.
하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엄청 좋은 게 나올 징조.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슬롯 머신을 바라보았고, 곧 그 결과가 나왔다.
“오오!”
환하게 빛나는 금빛 물결과 함께 특성이 로그에 표시되었다.
마나의 가호? 거기에 A급이라고?
듣기만 하면 엄청 좋아 보이는 특성이었다.
그래.
내가 마나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진짜 좋은 거라고 생각했겠지.
나는 곧바로 스킬창에 추가된 마나의 가호 스킬을 노려보았다.
특성 [마나의 가호]
– 마나량 +50%
– 마법에 의한 모든 피해 10% 감소
– 모든 마력 소모량 20% 감소
– 모든 마법 스킬 +1
“···조졌네.”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조졌다.
아무 것도 모르고 보면 사기 특성처럼 보이지만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마나가 없으니까.
마나만 없나? 마법도 없다.
그런데 마법 스킬 올리고 마나량을 %로 늘려서 어쩌자는 건가.
아니, 그보다도 이거 퀘스트 보상이잖아.
근데 보상으로 쓰지도 못하는 걸 줘?
이건 사기잖아!
“강진우 씨. 준비되셨습니까?”
“아···예.”
이수연의 물음에 나는 떨떠름하게 답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자, 마주 보고 있던 김다영이 싱긋 웃었다.
한손에는 150cm 짜리 흉기를 들고서.
“그럼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김다영의 능력은 검사.
검을 잘 다루게 되고, 또한 검격 자체가 강해지는 능력.
그 이능은 내 눈으로 봐도 거짓이 아니었고.
이를 유감없이 발휘한 거대한 칼날이 나에게 쇄도해왔다.
“씨발···”
그 심상치 않은 참격에 입에서 저절로 욕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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