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27
127.
“군대…?”
나는 사건 파일의 제목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사건은 군대에서 일어난 듯 보였다.
그러자 서인나가 곧바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 그것도 GOP에서 일어난 사건이야.”
“GOP요?”
그 철책선을 말하는 건가.
나도 군대는 갔다 왔지만, 그렇게 최전방에 있던 것은 아니라 현역 때도 안 가본 곳이었다.
그런데 거기를 이제 가게 될 줄이야.
“군대에서 벌어진 사건까지 저희가 맡는 겁니까?”
“그럼. 사실 은근히 자주 가는 곳이야. 겨우 수십 년 전에 전쟁이 있었던 데다가, 비무장지대는 장기간 방치된 곳이기도 하니까. 종종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있거든.”
그 부분은 다소 뜻밖이었다.
경찰이라면 취급이 민간인과 같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GOP까지 들어가서 수사를 하라니.
물론 퇴마라는 특수성이 있긴 해도, 괜찮은 건가.
“군대는 퇴마사를 따로 고용하지 않나 보죠?”
그래서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서인나는 애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군대에 퇴마사가 직접 소속되는 건 협정 위반이거든.”
“협정이요?”
“퇴마에 관련된 힘은 군사적으로 사용하지 말자, 뭐 그런 식의 국제 협정 같은 거야.”
대충 뭔지는 알 것 같았다.
특정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협정도 있다는데, 그것의 퇴마 버전인 모양.
“그게 잘 지켜지나요?”
“물론 아니지. 진짜 전쟁이 터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있는 거잖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은 국제적으로 적과의 교전권을 인정받는 교전 단체다.
비록 그 목적이 치안 유지에 있다고는 하나, 전쟁 시에는 언제든 동원될 수 있다는 말.
즉 퇴마 경찰을 운영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단지 퇴마 사건의 해결만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퇴마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어쨌든…그래서 우리가 군대에 가는 일이 많은 거야. 사건의 해결은 물론이고, 보안 때문에 방문하는 일도 많지. 퇴마사가 잠입을 시도할 경우, 그걸 막는 건 같은 퇴마사가 해야 하니까. 나만 해도 그 철책 주변에 깔아둔 결계가 수십 개도 넘을걸?”
서인나는 이미 몇 번이나 이와 비슷한 곳에 가 본 건지 그렇게 말했다.
이에 나는 씁쓸한 시선을 파일로 향했다.
“흠…”
사건의 내용 자체는 단순했다.
GOP를 감시하고 있는 카메라.
그중 한 대의 카메라에서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러 방문하면, 영상은 한번 깜빡이고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단다.
“생각보다 소소하네요?”
GOP에서 일어난 퇴마 사건이라길래, 한밤중에 유령이 총이라도 쏘나 싶었지만.
사건은 말 그대로 카메라의 영상이 이상하다는 게 전부였다.
“아직은 그렇지. 하지만 그냥 놔둘 수는 없어. 무엇보다 거긴 민감한 구역이니까.”
“……”
“그리고 퇴마의 관점에서도, 영상이 지속적으로 왜곡되는 건 위험한 일이야. 카메라는 곧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 같아. 그래서 그 영상을 조작하는 행위는 역으로 현실을 침식하려는 시도와 마찬가지거든. 아직은 아무 일이 없더라도, 곧 현실에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
영상의 왜곡은 단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건가.
서인나의 설명은 이어졌다.
“또 령일 가능성이 높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 영상을 왜곡하는 괴이가 없는 것도 아니고…어쩌면 북한 쪽에서 장난치는 걸 수도 있거든. 어떻게든 결계를 뚫고 주술을 건 다음, 우리 측의 대응을 지켜보는 거지.”
“그렇게까지 합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런 이유로, 이 사건은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해. 그래서 널 보내는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서인나는 사무실에 있던 권태수를 불렀다.
“할아범! 할아범도 가는 거에요. 알죠?”
“알고 있네. 군대에는 맨날 나만 데려가지 않나.”
“그야 할아범이 그쪽 사람들이랑 친하니까 그렇죠.”
그러자 권태수는 툴툴거리면서도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가지. 부대는 어딘가?”
“…강원도 쪽이네요.”
“아, 여기구먼. 알겠네.”
우리는 곧바로 사건 현장으로 출발했다.
강원도의 깊은 산 속.
그리고 그 안으로 더욱 들어가자 곧 민간인 통제선이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군대 측의 안내자를 따라가야 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나는 타고 온 차량을 지정된 위치에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곧 그 안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남성으로, 원사 계급의 군인이었다.
가슴의 명찰을 보니, 최수혁이라는 이름.
그는 나보다도 내 옆에 있던 권태수를 보며 먼저 반응했다.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한동안 안 뵀더니 더 젊어지신 것 같네.”
“빈말은. 그동안 잘 지냈나?”
“저야 항상 똑같죠. 군인이 뭐 있겠습니까.”
껄껄거리며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서인나의 말대로, 저 원사는 권태수와 친분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었어요? 서인나인가 하는 걔는 어디 가고.”
최수혁이 나를 보며 말했다.
“담당자가 바뀐 게 아니라 팀원이 늘어난 거네. 이 사람이 이번 사건 담당자일세.”
“아, 그래요? 이름이…”
“강진우 경감이라고 합니다. 말씀은 편하게 하시죠.”
이어서 그는 나와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들어보니 그는 이 사단의 주임원사라고 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여기서는 저랑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다 알고 있네. 내가 몇 번을 와봤는데.”
“그런데 그때마다 멋대로 행동하지 않으셨습니까.”
권태수와 티격태격하며 그가 우리를 태운 것은 국방색으로 칠해진 군용 차량이었다.
흔히 봤던 레토나 계열이 아니라, 평범한 승합차에 색만 바꾼 차량.
나와 권태수는 최수혁과 함께 그 차를 타고,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디부터 가면 되나?”
어디부터라.
퀘스트의 화살표는,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인 사항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영상부터 확인하고 싶습니다.”
“음, 알겠네.”
그렇게 잠시 후.
우리가 탄 차량은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어떤 군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높은 회색의 담벼락과 그 위로 솟아있는 감시탑.
그리고 그 위에 둘러쳐진 철조망까지.
그걸 보니 이제야 비로소 군대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가슴이 답답해졌다.
“……”
한편 군부대는 군부대가 으레 그렇듯, 평범하게 허름한 곳이었다.
오래된 컨테이너 건물들 몇 개와,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건물이 하나.
그리고 최수혁은 그 멀쩡해 보이는 건물 안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하지만 그 도중, 눈에 보이는 사람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군인들이 별로 없네요?”
“전부 내보냈지. 사람 많아서 좋을 거 없잖아?”
우리가 온다는 말에 미리 사람을 물린 모양.
이어서 그는 컴퓨터 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그럼 영상은 이걸로 보면 돼. 파일에 간단히 상황 설명도 정리해놨고. 전 밖에서 기다릴 테니, 궁금한 거 있으면 부르세요, 형님.”
최수혁은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방을 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분은 퇴마사 아니죠?”
“당연한 걸 묻는군.”
“자리를 뜨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요.”
“그야 저놈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니까. 나랑 괜히 친하겠나?”
권태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퇴마사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군대와 접촉해오면서, 부대 이곳저곳에서 퇴마 경찰의 수사 방식에 익숙해진 군인들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럼 영상부터 보죠.”
문제가 되는 영상은 컴퓨터에 동영상 파일로 저장된 상태였다.
나는 그것 중 하나를 틀었다.
그러자 곧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진 철책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록된 시간은…7일 전, 새벽 2시.
“……”
나는 가만히 그 영상을 노려보았다.
처음 몇 초 동안, 영상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아무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곧 철책을 밝히던 조명 하나가 고장 난 형광등처럼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몇 분 후.
그 깜빡임이 멈춘 것은 군인 하나가 조명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 속에 등장하기 직전이었다.
같이 정리된 상황 설명을 보니, 이때 현장에 갔던 군인은 조명이 깜빡이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음날까지 같은 현상이 벌어지지도 않았고.
“이것만으로는 애매하구먼.”
“그러게요.”
그래서 나는 다음 영상을 틀었다.
영상은 총 10여 개로, 최근 일주일 사이에 찍힌 영상들이었다.
그것들을 확인해보니, 발생한 이상 현상은 한둘이 아니었다.
조명이 깜빡이거나 꺼지는 것은 물론, 아예 카메라가 고장 난 것처럼 영상이 찌그러지기도 했다.
또한 그 현상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심해져 갔는데.
심지어 이틀 전 영상에서는, 꺼진 조명 아래에서 검은 그림자 같은 인영이 보이기까지 했다.
“허어, 저건 문제가 있구만.”
그 모습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권태수가 그렇게 말했다.
“문제요?”
“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나. 이제 눈치 볼 게 없다는 게지. 아마 그다음 영상에서는 더 심한 게 있을 걸세. 한번 틀어보게.”
그의 말에 나는 가장 최근, 즉 바로 오늘 새벽에 찍힌 영상 파일을 틀었다.
그 시작은 역시 평범한 철책의 풍경.
그러나 곧 지금까지와는 명백히 다른 위화감이 그 속에 깃들었다.
“누가 있네?”
시작부터 거기에는 누군가 있었다.
밝은 철책의 조명이 아슬아슬하게 비치지 못하는 어둠 속, 까맣게 물든 철책의 건너편.
그 안에서 무언가 철책을 노려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윽고 그 검은 그림자는 천천히 조명 안쪽으로 걸어왔다.
마침내 제 모습이 드러난 검은 인영의 정체는 어떤 군인이었다.
해진 군복을 입고 검은 방탄모를 깊게 쓰고 있어, 그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윽고 철책 바로 앞까지 걸어와서는 철조망을 잡고 뒤흔들었다.
그러자 철책은 당장에라도 뽑힐 것처럼 흔들거렸고.
거기서 영상은 갑자기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령이겠죠?”
영상을 확인한 나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이에 권태수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6.25 때 남은 것 같구먼. 그때 남은 한이 수십 년 동안 업을 쌓다가 령이 된 게지.”
“이런 경우가 많나요?”
“요즘에는 좀 덜해도 예전에는 많았네. 그때 죽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쯧쯧-하고 혀를 차며 권태수는 말을 이었다.
“저런 군인의 령은 보통 매개체에 깃드네. 땅에 속하는 지박령이 아니라 제 유골이나 유품에 속박된다는 말이지.”
“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겁니까?”
“그야 이곳은 저 군인에겐 이름도 모르던 타향이 아닌가. 그런 군인이 남긴 한이라면…보통 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일세.”
권태수는 이런 사건이 익숙한 듯 그렇게 말했다.
척 보기에도 비슷한 일을 많이 처리해 본 모양.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음을 이어갔다.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먼저 소속을 잘 확인해야지.”
“소속이요?”
“우리 편이라면 가능한 유골과 유품을 챙겨주는 게 좋네.”
우리편이라.
분명 당시의 국군이나 유엔군을 말하는 것이리라.
“우리편이 아니면요?”
“당연히 냉큼 령의 모가지를 쳐버려야지. 빨갱이 새끼들이 뒤져서도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건가.
그럼 기왕이면 빨갱이 쪽이 좋겠는데.
하지만 영상만으로는 정확히 어느 소속의 군인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카메라의 영상이 왜곡되며 화질이 떨어진 건 물론.
군복은 시꺼멓게 변색되어 멀쩡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봐야 구분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영상 분석을 끝낸 우리는 곧바로 사건 현장인 철책으로 향했다.
하지만,
“…딱히 없네.”
문제가 된 철책 주변은 물론 카메라에서도 특별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카메라 속에서 이상 현상이 발견되었던 것은 모두 자정에서 새벽 5시 사이.
또한 퀘스트의 화살표는 여전히 그 어디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이건 즉,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
아무래도 자정 이후에 이 철책을 방문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 뜻을 권태수에게 전했고, 권태수는 이를 최수혁에게 말했다.
“새벽에요?”
“그래. 가능하겠나?”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요즘 부대가 뒤숭숭해서.”
부대에 귀신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카메라에 그런 영상이 보였고 그 때문에 부대에 비상이 걸려 출동했지만 사실 아무도 없었다니.
오히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리라.
“알겠네. 오늘 잠은 다 잤군.”
“그럼 이렇게 하시죠.”
그 후 나는 권태수와 최수혁에게 간단히 수사 방향을 전했다.
일단 나와 권태수는 밤 11시부터 철책 근방의 초소에서 대기.
그리고 최수혁은 카메라를 직접 감시하며, 영상에 이상이 생겼을 때 무전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
“…춥네.”
나는 이제는 쓰이지 않고 있던 낡은 초소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역시 권태수가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는 구먼.”
그는 오래전 일을 추억하듯 그렇게 말했지만, 어느새 시간은 벌써 새벽 1시 반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용한 무전기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이라고 안 나오지는 않겠죠?”
“그러지는 않을 걸세. 어제 그 정도였으니…아마 오늘은 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보이겠지.”
“그럼 그 최수혁이라는 아저씨가 졸고 있지는 않을까요.”
“허어, 그건 가능성이 있지.”
그렇게 허튼 농담을 하고 있을 때, 마침내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