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35
135.
“봉인석이 정확히 뭡니까?”
이름만 들어도 뭔지는 대충 알 것 같았지만.
나는 만약을 위해 이현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봉인석은 토속 신상을 토대로 한 봉인 주술 중 하나에요. 령이나 괴이를 부적이나 구슬, 혹은 바위 안에 가두는 술법이죠.”
과연, 내가 예상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현아의 말이 이어졌다.
“다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방법이기도 해요. 마를 일정 조건 아래 가둬두는 봉인보다는, 그냥 퇴마해버리는 게 훨씬 깔끔하니까요. 하지만 봉인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이현아는 두 동강이 난 비석을 살폈다.
그 위에는 빼곡히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 역시 세월의 흐름 속에 닳아 희미해져 있었다.
그 희미한 흔적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그 글자가 한자라는 것.
찾아보면 몇 개 아는 한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연히 내가 읽을 수는 없었다.
“봉인 주술은 퇴마사의 실력과 그 위력이 비례하지 않아요. 주술만 성공한다면, 퇴마사보다 훨씬 강한 마를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죠. 그래서 퇴마 주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자주 쓰였다고 들었어요.”
“과거라면… 언제쯤을 말하는 겁니까?”
“주술이 처음 정립된 건 삼국 시대. 그 후 고려 시대에 가장 활발하게 쓰이다가, 국가에서 지역마다 퇴마 가문을 배정한 조선에 들어와서는 점차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형태가 남아있는 걸 보면, 이 봉인석은 조선 시대에 만들어졌을 거예요.”
그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시대.
그러니까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봉인석이다, 이건가.
“그럼 원래 뭐가 봉인되어 있던 건지는 알 수 있습니까?”
“그건 비석에 새겨진 봉인 주술을 읽어 봐야 해요. 진 대리?”
이현아는 자신의 뒤에 선 진유나를 불렀다.
“예.”
진유나는 짧게 대답하고는 자연스럽게 비석 앞에 섰다.
그녀는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관찰했다.
“어때?”
“…이 정도면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진유나는 부서진 비석을 살펴보며 해독을 시작했다.
그녀가 비석에 집중하는 사이.
“그나저나 봉인의 규모가 작지 않네요. 주변에 미친 영향도 꽤 커 보이고요.”
이현아가 봉인석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봉인석이 놓인 곳을 중심으로 약 5미터 반경의 땅은 그저 색이 죽은 검은 흙뿐이었다.
이렇게 인적이 드문 깊은 숲 속에 있음에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것이다.
“전에 괴이가 봉인된 봉인석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봉인석이 작은 아이만 했는데, 이건 그 두 배도 넘는군요.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머리가 날아간 두 장승을 바라보았다.
“이 장승들 역시 마찬가지예요. 장승은 원래 마을의 출입을 관장하는 수호신으로, 악귀와 액운을 쫓는 의미죠. 그런 장승을 봉인 도구의 일부로 사용했다는 건, 비석만으로는 부족했다는 의미일 거예요.”
결국 그만큼 강력한 마가 봉인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을 들인 봉인석은 지금 완전히 깨져 있었다.
이제 보니 봉인석의 절단면의 생김새가 다소 어색했다.
거칠게 갈려나간 것은 봉인석의 안쪽.
바깥쪽은 오히려 깨끗하게 쪼개져, 마치 안쪽에서부터 깨진 듯 보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봉인을 깬 것이 아니라.
안에 있던 것이 약해진 봉인을 스스로 부수고 나왔다는 건가.
나는 뒤쪽에 가만히 앉아 있는 백록과 켕켕이를 바라보았다.
“켕…”
백록은 물론이고 켕켕이마저 묘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백호와 함께 있는 저 둘마저 불안하게 하는 걸까.
그때 진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습니다.”
그 말에 나와 이현아는 비석으로 다가갔다.
진유나는 그 비석에 새겨진 한자 중 하나를 가리켰다.
흐릿한 한자.
하지만 겨우 첫 글자는 나도 알 수 있었다.
머리 두.
두…뭐시기라는 괴이인가.
“두억신…!”
곧장 그 답이 이현아에게서 나왔다.
두억신.
머리를 짓누르는 귀신이라는 뜻으로, 흔히 두억시니라 불리는 놈이었다.
“두억시니라…”
두억시니에 대한 전승은 그 이름에 비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설이 있는데, 불교의 야차가 그 유래라는 것이 가장 흔한 설이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피가 묻은 방망이를 들고 있는 도깨비들의 왕으로.
야차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싸움꾼 같은 괴이.
하지만 두억시니의 전승은 그런 전투광의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봉인 아래 있던 게 두억시니라면, 너무 위험해요.”
이현아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두억시니와 관련된 설화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어느 잔칫집에 아무도 모르는 소년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 소년은 집 마당에 들어와 있었지만 아무리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었고, 이에 집주인은 소년을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소년을 밀어내고, 밧줄로 잡아끌어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여러 장정이 몽둥이를 들고 때렸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소년이 비범한 존재라는 걸 깨닫고 엎드려 빌었고, 그제야 소년은 그 집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그 다음 날부터 그곳에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잔칫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깨져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마가 퇴치되는 것도, 혼이 나서 쫓겨가는 것도 아니라 뜬금없이 나타나 사람들을 다 죽이고 사라졌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
그래서일까.
“일단 철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흔치 않게 진유나가 의견을 냈다.
그녀는 비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비석에 새겨진 내용을 보면 두억시니는 소년의 모습을 한 괴이로, 이 일대의 마을 십수 개는 물론 퇴마사도 여럿 없앤 죄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진유나는 가장 끝에 새겨진 한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엇보다 이 봉인석을 만든 건 서울과 경기를 담당하던 퇴마사 가문입니다. 그들이 여기까지 와서 봉인석을 만든 걸 보면, 아마 충청도를 관할하던 가문이 두억시니를 감당하지 못해 지원을 부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나야 조선 시대의 퇴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수도를 지키는 퇴마 가문이라면 분명 그 실력이 가장 뛰어날 터였다.
그래서 충청도의 지원에 직접 내려오기까지 했지만, 그런 퇴마사조차 두억시니를 봉인한 게 전부였다는 건가.
“그럼… 어쩌시겠어요?”
이현아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대답보다도 퀘스트의 화살표를 확인했다.
여전히 화살표는 숲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곧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온 거, 그냥 치우고 가죠.”
“예?”
“퇴마하고 가자고요. 그럼, 갑시다.”
나는 깨진 봉인석을 떠나,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그 뒤를 이현아가 따라왔다.
“너무 위험해요. 두억시니는 강력한 저주를-”
“너무 위험하면 저도 안 가죠.”
내 말에 이현아는 할 말을 잃었다는 얼굴이었다.
전승 속에서 두억시니는 직접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저주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인다.
하지만 당연히 그 힘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저주건 병이건, 나는 그걸 무시할 스킬이 있으니.
그렇다면 남은 건 놈의 강력한 힘, 즉 전투에 관련된 전승뿐.
그러나 그 분야라면 나도 자신이 있었다.
“알겠어요.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회사에 지원은 요청해 둘게요.”
이현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직접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강진우가 경찰청장실을 떠나고, 몇 시간이나 지난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이성민 회장은 경찰청장실에 머물고 있었다.
그건 그가 고민하던, 또 다른 사건 때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사건에 대해 전해 들은 김준성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눈동자만은 진중하게 가라앉아서, 그의 심중을 대변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놈들이 사용하는 힘은 기존에 알려진 전승이 아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러니 이 일은 김 청장이라도 마음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 그 사교 놈들이 이 경찰에도 손을 뻗고 있을 테니.”
“……”
자신의 치하에 있는 경찰 조직에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 이성민의 말에 김준성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성민이 가져온 사건을 종합하면 경찰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 확실해 보였으니.
“그래서… 그 일을 강 경감에게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그가 이번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러겠지.”
그것이 이성민이 강진우에게 일을 맡기려는 이유였다.
사건의 수사를 위해서는 경찰의 도움이 꼭 필요했지만.
지금 같아서는 오히려 경찰에 오래 재직한 퇴마 경찰일수록 믿기가 더 힘들었다.
그나마 이성민이 예전부터 직접 알고 지내던 김준성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는 경찰 조직 자체를 신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김준성은 반대도 하지 못하고, 담담히 우려만을 전했다.
“강 경감의 실력이 경력에 비해 엄청난 건 맞지만, 아직 임용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 겁니다.”
“그러니 나도 이렇게 시험을 내본 거 아닌가.”
“……”
“그리고 난 그에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누가 그놈들을 전부 쓸어달라고 하나? 수사해서 그 몸뚱이만 밝혀내라고. 그럼 나머지는 내가 도울 거고, 물론 자네도 나서야지.”
이성민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이성민도, 김준성도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강력한 괴이를 퇴마하는 것보다, 길이 안 보이는 난해한 수사가 더 막막한 법이다.
아무리 수사가 특기라고 한들, 그게 어찌 쉽기만 할까.
그렇게 잠시 어색한 침묵이 지나가려 할 때.
“흠…?”
이성민에게 연락이 왔다.
마침 강진우와 같이 간 이현아의 전화였다.
시간상으로는 이제 막 도착해서 현장에 진입했을 시각.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그런 생각과 함께 이성민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뭐라… 벌써?”
예상치 못했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이성민이 강진우에게 낸 시험은 공장 부지와 관련된 진실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공장 부지를 점거한 백록을 조사하고, 어떻게든 백록과 접촉하여, 백록이 거기에 있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
그의 수사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딱 알맞은 시험이었다.
평범한 퇴마 경찰이라면, 백록과 접촉하는 데만 족히 일주일은 걸릴 일이었으니.
그런데 이현아의 말로는… 그게 벌써 다 끝났단다.
공장 부지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고라니들은 제 털만 잔뜩 남겨둔 채로 도로에서 사라졌고.
그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부지에서는, 강진우가 식신을 보내니 백록이 제 발로 기어들어 왔다.
그뿐일까.
“보, 봉인석이라고?”
그 백록은 스스로 강진우를 안내해, 깊은 산 속에 있는 깨진 봉인석으로 데려갔다.
두억시니의 봉인석이었다.
즉 백록은 그 두억시니에게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통행을 방해해왔던 것이다.
과연, 그것은 영물이나 할 법한 기특한 일이었고.
이로써 강진우는 시험을 끝낸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이성민의 눈동자에는 실망감이 어렸다.
“그걸 본인이 잡겠다고 했다는 말이냐?”
스피커 너머에서 들려오는 긍정의 대답에, 이성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안타깝군.”
두억시니는 괴이 중에서도 상급의 괴이다.
특히 악귀임에도, 두억시니는 직접적으로 퇴치당했다는 전승보다 그저 사람을 죽이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식의 전승만이 남아있다.
그래서 약점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그저 그 존재 자체가 피할 수 없는 저주를 상징할 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두억시니는 전승 속에서 떼죽음과 전염병, 머리를 깨고 상대를 패 죽이는 것을 즐긴다는 등.
온갖 위험한 권능을 가진 까다로운 괴이가 아니던가.
한데 그런 걸 혼자 상대하겠다니.
너무 무모한 발상이었다.
“흠…”
전화를 내려놓은 이성민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시험은 탈락이었다.
무모한 사람에게는 큰일을 맡기지 못한다.
오히려 은인을 위험하게 하는 꼴이었다.
그래서 이성민은 그런 뜻을 김준성에게 전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김준성은 그런 이성민의 말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러지?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나?”
“틀렸다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지켜보라고? 지금 그가 두억시니와 싸운다고 하지 않나.”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강 경감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입니다.”
김준성은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건 조금 전에도 했던 말이었지만, 지금의 이성민에게는 사뭇 다르게 들렸다.
마치… 경험 말고는 부족한 게 없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자 이번에는 이성민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 말… 믿어도 되겠나?”
실망감이 들어차 있던 조금 전과는 달리, 흥미로움을 감춘 목소리였다.
* * *
“…뭐가 있긴 있나 보네.”
화살표를 따라 산속으로 걸어가던 나는 어떤 감각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날씨는 여름이 다 됐건만, 불어오는 바람이 몹시도 차가웠다.
그럼에도 기분 좋게 시원하지 않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하게만 느껴지는 바람.
이래서야, 싫어도 알 수 있었다.
이게 그 음기라는 건가.
과연, 귀신이나 내뿜을 듯한 냉기이긴 했다.
“……”
또 그 음기 어찌나 강한지, 내 뒤를 따르던 이현아는 미간을 찌푸렸고.
진유나는 그런 이현아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옆에 바짝 섰다.
켕켕이 역시 어느새 작아진 몸으로 내 발치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백록은.
“끼에에…”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었다.
“쯧…”
그 모습에 나는 켕켕이의 소환을 해제하고, 백록에게는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백록은 기다렸다는 듯 도망치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차피 조금 있다 다시 부르면 올 테니,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그 바람을 거슬러 이동했다.
그러자 곧 그 음산한 바람의 근원이 보였다.
그것은 깊은 골짜기 아래에 위치한 흉가.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두억시니가 만든 것인지.
흉가는 현대식 건물이 아닌, 다 쓰러져가는 옛 기와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한 지금도 해는 하늘에 떠 있지만, 그 흉가 근처만은 이상하리만치 어둡다.
그야말로 산속에 깃든 어둠, 그 자체였다.
“…두 분은 좀 떨어져 계세요.”
나는 이현아와 진유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인검을 뽑았다.
그렇게 흉가의 앞에 다가서자.
“……”
마치 전승 속의 한 장면처럼 문 앞에 한 소년이 홀연히 나타났다.
낡은 흰옷을 입고, 붉은 머리카락을 한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
놈은 흉가 안으로 향하는 문을 가로막고 나를 향해 냉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을 밀어내고, 들어가 보라는 건가?
설화 속에서 두억시니는 그 어떤 짓을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놈은 그 전승을 재현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내 앞에서 그러다가는 니 뚝배기가 깨질텐데?”
인검에 성화가 깃들었다.
부정한 것을 태우는 백염이 음기를 흔적도 없이 몰아내고, 거세게 불타오른다.
그것을 본 두억시니의 냉소가, 조금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