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37
137.
공장 부지에서 돌아가는 길.
나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진유나가 운전하는 차에, 이현아와 함께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커다란 트럭 한 대가 그런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다.
화랑 소속의 대형 화물 트럭.
그것도 동물을 운반하는 트럭이었다.
거기에 타고 있는 건, 당연히 하얀 고라니인 백록이다.
그놈을 옮기기 위해 이현아가 직접 부른 것이었다.
“화랑에는 저런 차도 있었네요.”
그냥 보기에는 뒤쪽이 천막으로 가려진 평범한 화물 트럭이지만.
백록을 태울 때 보았던 그 내부는 튼튼한 우리로 되어 있어, 동물을 옮기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마치 동물원에나 있을 법한 차량.
하지만 이현아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영물이나 신수 중에는 대형 동물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가끔은…괴이를 포획해야 할 때도 있어요. 주술의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요. 그러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필요하게 되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뜻.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거, 하루만 맡아주실 수 있습니까?”
백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자 이현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마든지요.”
“감사합니다.”
차량은 조용히 도로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제 남은 것은 경찰청장에게 사건을 직접 보고하는 일뿐.
하지만 경찰청에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이, 아이템 창을 열어 인검의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인검에는 어느새 세 가지의 스킬이 추가되어 있었다.
– 부동의 악귀 : 시전 시 5초 간 이동 불가. 이동 불가 상태에서 피격 시 모든 데미지 50% 경감.
– 도깨비들의 왕 : 도깨비, 오니 특성을 가진 모든 적의 능력치 삭감, 위압 발동.
– 머리를 짓누르는 자 : 다음 자신의 공격에 두억시니의 저주를 담는다. 영력 소모 10. 머리에 적중 시 즉사 저주 발동. 즉사 효과는 상대의 저주 저항에 따라 성공 확률이 결정된다.
“……”
추가된 스킬은 세 개였다.
그 첫 번째인 부동의 악귀는 방어형 스킬로 보였다.
하지만 그 효과에 비해, 5초 동안 이동 불가라는 페널티는 상당히 큰 편.
평상시에 남발할 스킬은 아닌가.
그나마 결정적인 순간에, 적의 큰 기술을 막는 용도로는 쓸만했다.
그리고 그다음.
도깨비들의 왕은, 이제는 익숙한 왕 계열의 스킬이었다.
다만 도깨비나 오니는 모두 괴이이기에, 놈들의 왕이 된다고 해서 영물인 백록처럼 그들이 무조건 따를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흠…”
마지막 하나인 ‘머리를 짓누르는 자’는 그 효과부터가 지금까지의 스킬과는 결이 달랐다.
즉사 저주를 담은 액티브 스킬이라.
머리에 적중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스쳐도 발동되는 셈이니 성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저주 계열의 스킬이 아닌가.
령이나 괴이는 몰라도, 마인을 상대로는 꽤 유용한 스킬이었다.
마인들은 자신들이 저주를 사용할지언정, 경찰이나 퇴마사를 상대로 저주 저항을 챙기는 일은 드물다.
그러니 이 스킬은 그 허점을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
물론 동시에 일반적인 퇴마사에게는 저주란 경계의 대상이다.
쓸데없이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긴 해야겠지.
“……”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메인 퀘스트 보상이었다.
그 보상으로 나온 것은, 티켓처럼 생긴 어떤 아이템 하나.
오랜만에 보는 뽑기권인가 싶었는데, 선택권이었다.
그나저나 레어 등급의 소모품이라.
등급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건…역시 욕심인가.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선택 가능한 리스트를 확인했다.
1. 레어 등급 스킬 뽑기권
2. 레어 등급 아이템 뽑기권
3. 공격 강화의 물약
4. 방어 강화의 물약
5. …
그러자 역시나.
리스트의 숫자는 50개가 넘어갔지만, 예상대로 유용해 보이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쓸만한 건 강화 계열의 물약.
그리고 회복 포션이었다.
“…포션이라.”
회복 아이템이라면 만약을 위한 보험으로는 딱 좋긴 했다.
별 게 없다면 저걸로 해야겠군.
나는 그렇게 후보를 하나 선정해두고 리스트를 쭉쭉 넘겼다.
그런데 그중에, 마침 필요하던 게 있었다.
58. 청두더지의 비서
– 특정 신역으로 통하는 통로를 생성합니다.
– 통로는 24시간 후 사라집니다.
“오…”
쉽게 말해 신역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언젠가 꼭 가야 하지만, 갈 수 없는 신역이 존재했다.
바로 현무의 신역.
전에 철책에서의 사건을 해결하던 중에 잠시 확인해 본 결과, 현무의 신역은 철책에서도 더욱 북쪽에 있었다.
즉… 정말로 북한에 있던가, 아니면 잘해봐야 압록강 너머의 중국 땅이나 러시아에 있다는 뜻.
북한에 있다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중국이나 러시아에 있다고 해도 쉽게 가기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그런데 이 아이템이라면, 그런 고민이 필요가 없어지는 셈.
“…좋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굳이 지금 아이템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현무의 신역에 가는 것은 당장은 아니다.
현무는 사방신 중에서도 가장 강한 음기를 다스리며, 얼음을 관장한다고도 한다.
그러니 최소한 얼음에 대한 대책을 세운 뒤에 가는 것이 현명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템 창을 닫았다.
차창 밖을 보니, 어느새 내가 탄 차량은 서울 시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 * *
그리고 얼마 후, 경찰청장실.
“…이상입니다.”
그곳에서 강진우가 사건에 대한 보고를 마쳤다.
두억시니를 퇴마하고, 백록까지 포획했다는 완벽한 성과.
“수고했네. 훌륭하게 처리했군.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좋네.”
그래서 김준성은 그저 그의 공적을 치하하고는, 바로 그에게 퇴근을 명령했다.
그러자 강진우는 꾸벅 인사를 한 후, 바람처럼 사라졌다.
유독 그가 청장실을 나가는 걸음이 빨라 보였지만.
김준성은 담담한 얼굴로 자신의 옆에 있던 이성민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어떠십니까?”
“흠…”
이성민은 대답 대신 침음만을 흘렸다.
강진우의 말을 믿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은인의 말을 아무 증거도 없이 의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괴이가 아닐 텐데.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제 손녀인 이현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가 정말로 두억시니를 잡았다고?”
“예.”
“어떻게 싸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라.”
처음부터 이러려고 이현아를 같이 보냈다.
하지만 이현아는 설명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여기, 영상이 있어요.”
“…그걸 찍을 생각을 했다고?”
이성민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강진우가 두억시니와 싸웠다면, 그 자리에 있었을 이현아나 진유나도 안전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오히려 여차하면 그를 지원하러 나서야 할 것들이 겨우 스마트폰이나 쳐다보고 있었다니.
그는 잠깐 손녀를 한심하게 바라보고는 그 폰을 낚아챘다.
하지만 곧 그 영상을 본 이성민은 그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
영상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화염과 번개, 금속에 이어 땅을 녹이는 독까지.
영상 속의 강진우는 자신이 가진 수많은 전승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차례차례 꺼내 보였다.
“그저 숫자만 많은,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닌 모양이군요.”
옆에서 그걸 같이 바라보던 김준성이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강진우가 가진 전승들은 어설픈 것들만을 모아놓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부동의 전승을 가진 두억시니가 스스로 회피할 만큼, 하나하나가 상당한 격을 가진 전승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두억시니와의 공방.
그것을 보던 이성민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허…!”
지금은 은퇴했지만 수십 년간 퇴마사로 활동했던 이성민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 사이에서 빛나는 강진우가 갖춘 무도의 소양은, 경이적이라는 말조차도 모자랐다.
그리고 영상의 끝에서 두억시니의 방망이와 머리를 베어내는 순간에는 그조차 입을 떡 하니 벌렸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검술만은… 이 나라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놀란 것은 이성민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 부하의 유능함에 흐뭇해하기만 하던 김준성조차도 영상이 끝날 때쯤에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지 보유하고 있던 전승이 많고, 훌륭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전승들의 빛을 일제히 바래게 할 정도의 무도.
이 두 사람은 거기에 주목하고 있었다.
“무신의 전승일 겁니다.”
김준성이 말했다.
이성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도대체 어떤 무신이 저런 격을 갖고 있다는 건가?”
“저 수준이라면, 최소한 하나 이상의 문명권을 지배했던 신화의 주신 급이 아니겠습니까?”
전승이 재현하는 위력은 시대가 오래되면서도 구체적이고, 동시에 널리 퍼진 전승일수록 그 위력이 강하다.
그렇기에 저 정도의 검술이라면 최소한 천 년 이상의 역사와 한 지역이나 국가가 아닌 문명권 전체에 퍼진 전승이어야 했다.
예를 들면 인도 신화나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그리고 그만한 인지도를 가진 신화 중 신화의 주신이자, 군신에 해당하는 신 중 가능성이 높은 것은,
“…오딘인가?”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이었다.
전쟁의 신이자 전사의 신이기도 한 오딘이라면 과연, 그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신격이긴 했다.
하지만.
“오딘의 전승을 도대체 어디서…”
그 북유럽 모든 신들의 왕이 가진 전승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들들인 토르나 로키의 전승만 해도, 현지인 북유럽에서조차 구현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북유럽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이 한국에서 오딘이라니.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성민은 한참을 생각해도 다른 답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의문만이 깊어가던 중, 김준성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쩌다니, 뭘?”
“그에게 일을 맡기실 겁니까?”
김준성의 말에 이성민은 콧방귀를 뀌었다.
“당연한 소리를.”
생각할 것도 없었다.
강진우는 좋은 의미로, 괴물이었다.
수사 능력과 전투 능력, 그 어디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가 아니라면 안 될 정도다.
역시 꿈에 나왔던 형님께서 점지해주신 은인.
오히려 그가 경찰 소속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럼 작전은 언제부터…”
“내 조만간 다시 오지. 우리 쪽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니.”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죠.”
결정을 내린 이성민이 마침내 청장실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경찰청 복도를 나서는 길.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던 이성민은 문득 자신의 뒤를 따르는 이현아를 바라보았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어떤 가능성이 스쳤기 때문이었다.
“현아야.”
“네, 회장님.”
“넌 강진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성민의 말에 이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성인이 되고 회사 일에 종사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업무 이야기가 아니라면 말도 쉽게 붙이지 못했던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이성민에게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하지만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이성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의미가 없구만. 그는 널 어떻게 생각하지?”
“저를…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강진우가 널 좋아하느냐, 이 말이다.”
“가, 갑자기 무슨 말씀을…!”
이현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들어찼다.
하지만 이성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저 정도면 화랑이 아니라, 퇴마 업계를 좌지우지할 놈이다. 왜, 넌 싫으냐?”
“싫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서-”
“그런 관계가 아니니까 문제지! 내숭 떨지 말고 기회가 오면 잡을 준비나 하고 있거라.”
“자, 잡을 준비라니… 그게 무슨…”
이현아는 입만 몇 번 벙긋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제 손녀를 보며 이성민은 혀를 찼다.
“쯧… 저리 한심해서야.”
어렸을 때부터 너무 공부만 시켰던 탓일까.
제 할미를 닮아 외모 하나는 빼어난 편인데, 이런 부분에서는 영 숙맥이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이현아를 바라보다가 그 뒤에 선 진유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그가 진 대리한테는 관심 없던가?”
“할아버지!”
“에잉… 쯧.”
이현아가 소리를 빽 지르고 나서야, 이성민은 다시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그 뒤를 이현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뒤따랐다.
* * *
다음날.
“그래서… 이걸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파출소 앞에 선 트럭, 그 안쪽을 바라보며 서인나가 말했다.
트럭의 안에 마련된 커다란 우리 안에는 역시 하얀 고라니가 있었다.
“끼에엑!”
“어우, 울음소리 좀 봐.”
고라니의 기괴한 울음소리에 서인나는 기분 나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영물인데, 저런 취급이라니.
하지만 저 소리는 그런 취급을 받을 만도 했다.
나는 그런 고라니를 보며 물었다.
“이제 얘는 이제 어떻게 처리합니까?”
“관리부에 이야기하면 알아서 데려가긴 할 거야.”
“관리부요?”
“그래. 정확한 명칭은 영속 위험물 관리부. 일반적으로는 관리부라고만 부르지.”
서인나에게서 관리부에 대한 설명이 잠시 이어졌다.
들어보니 내가 이전에 발견했던 저주받은 전화기나 이무기 등.
선한 영물이나 신수, 혹은 파괴 불가의 귀물이나 저주받은 물건 등을 조사 및 보관하는 연구 시설이었다.
또한. 그 연구 시설이라는 특성상, 퇴마에 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LB 아카데미와 협력하여 출범한 기관으로.
실제 위치한 곳은 LB 아카데미 근처의 강원도 산속이라고 한다.
“그럼 그쪽에 통보만 하면 되겠네요.”
“흠…”
내 말에 서인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고민하던 그녀는 곧 입을 열었다.
“아니, 이번 기회에 너도 직접 들러봐.”
“제가요?”
“안 그래도 그쪽에서 너한테 몇 번인가 협조 요청을 보냈었거든. 그런데 우리가 워낙 바빴잖니. 그래서 매번 무시만 했었는데, 이번에 가보라고.”
서인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협조 요청이라니…저한테요?”
“그래. 원래 그쪽에서 너한테 관심이 많았어. 신기를 보는 것만으로 찾아내고, 귀물이나 저주도 쉽게 다루잖니. 거기서는 좋아 죽는 인재나 다름이 없지.”
“……”
“그러니 오늘부터 3일간, 파견이야.”
그렇게 나의 파견 업무가 결정되었다.
나는 짐칸에 탄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트럭을 타고 강원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