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40
140.
“반복 퀘스트라…”
아무래도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된 모양이었다.
나는 그 로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퀘스트 창을 열었다.
– 전승이 비틀린 존재의 소멸, 혹은 전승의 개선.
보상 : 제작 레시피, 제작 재료
퀘스트 내용 자체는 금방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 보상은 조금 미묘했다.
제작 레시피.
사실, 지금까지 제작 기능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야 딱히 뭘 만들 것도 없었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으니.
그래서 그 방법을 이제야 알려주겠다는 건가.
“…알려줄 거면 빨리 알려주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매직 큐브의 제작 창을 불러왔다.
그러자 거기에는 정말로 우렁각시와 관련된 몇 가지의 레시피가 추가되어 있었다.
우렁이 방패나 우렁각시의 항아리 투구 등의 장비부터.
심지어는 스킬까지도 제작이 가능했다.
장비야 그렇다 쳐도 스킬이라니.
스킬까지도 제작이 가능했던 건가.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제작 기능인만큼 그 재료가 필요했는데, 나에게는 지금 재료가 딱 하나밖에 없었다.
– 우렁각시의 전승이 담긴 커다란 우렁이의 껍질이다. 반복 퀘스트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 제작 재료 아이템.
– 제작 재료로 사용해도 소모되지 않는다.
재료로 사용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 좋았지만, 이 껍질 달랑 하나로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레시피를 하나하나 살펴본 나는, 의외로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직 등급 이상의 방패 + 우렁이 껍질
에픽 등급 이상의 투구 + 우렁이 껍질
장비의 경우, 대부분의 레시피가 이런 식이었다.
우렁이 껍질만 있으면, 다른 신기와 합쳐 우렁이 세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셈.
또한 다른 물품의 제작 재료로 그 우렁이 세트가 들어가는 등.
레시피는 우렁이 껍질을 중심으로 흔한 아이템과 합쳐 여러 제작 아이템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흠…”
물론 그중에는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존재했다.
특히 레시피 중에는 우렁각시 본체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있었는데, 그 재료만 10가지가 넘었다.
또한 재료 이름도 우렁이 껍질을 제외하고는 용궁의 정기가 어쩌고 하는, 도통 영문 모를 재료뿐이었고.
그래서 나는 우선 당장 만들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유용한 것부터 찾아보았다.
그러자 마침 딱 적당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렁각시의 항아리 파편 + 우렁이 껍질
– 비전투 상태에서 활성화 시, 중급 인식 저해 상태에 진입. 적에게 발견될 확률 하락.
– 자신이 품은 전승의 격을 숨길 수 있다.
그건 잠입 같은 걸 할 때, 은폐에 도움을 줄 만한 소소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은폐 효과 자체보다도, 두 번째 효과에 눈이 갔다.
바로 전승의 격을 숨길 수 있다는 점.
안 그래도 이런 스킬이 필요하기는 했다.
청룡이나 백호 등, 그 신격의 효과는 지금도 톡톡히 보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 힘을 숨겨야 할 때도 있을 테니.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 스킬을 제작해보기로 했다.
재료는 전부 나에게 있었다.
항아리 파편은… 지금 당장에라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
“……”
나는 내 손에 들린 항아리를 바라보았다.
한때 귀물이었던 우렁각시의 항아리는 검은빛이 사라진 채, 평범한 아이템 판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아리의 손잡이를 뚝-하고 부러뜨렸다.
어차피 관리부 측에서는 우렁각시의 소멸만 요청한 게 전부였으니, 항아리가 좀 부서져도 크게 상관은 없으리라.
그리고 이를 재료로 스킬을 제작하자, 문제없이 새로운 스킬이 스킬 창에 추가되었다.
“나쁘지 않네.”
그렇게 성공적으로 첫 레시피 제작을 끝마친 그 순간.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밖에서는 하수정 외에도 몇 명의 경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내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듯 보였다.
“벌써 끝나신… 건가요? 몸은 괜찮으신지…?”
하수정이 조심스럽게 방 내부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아, 예. 괜찮습니다. 우렁각시는 무사히 제거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대뜸 항아리를 내밀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물러섰다.
그러나 그 항아리의 뚜껑이 열려있고, 또 그것이 비어있다는 걸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다.
예상대로 그 손잡이가 부러져 있는 건,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정말로 우렁각시가… 어떻게 된 건가요?”
“그냥 튀어나오길래 잡았죠.”
나는 적당히 답했다.
어차피 관측 장비를 사용하지는 못했을 테니,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할 것이다.
“잡았다니… 정확히 어떻게-”
“그보다, 오늘 일은 끝난 거죠?”
내 말에 하수정은 입을 몇 번 벙긋거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보고서라던가, 그런 걸 작성해야 할 테니 나에게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나에게는 퇴근이 먼저였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도 아니고.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답했고, 관리부에서의 파견 첫날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귀물 동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내가 간 곳은 관리부의 신수 동이었다.
귀물 동과는 달리 훨씬 더 밝은 분위기의 그곳에서, 나는 뜻밖의 아는 얼굴을 만났다.
“강진우 씨?”
그건 바로 김다영이었다.
LB 아카데미의 퇴마사였던 그녀는 결국 전투직을 때려치우고 관리부로 이동해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아, 파견 나오셨구나.”
“그렇게 됐습니다. 여기서 일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사실 저도 여기 온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아직 일반 연구원이고요. 그래도 덕분에 오늘 강진우 씨를 안내하게 돼서 다행이네요.”
김다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 후, 신수 동에서는 그녀의 인도를 받아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일이라는 건,
“해태가… 말을 안 듣는다고요?”
“네. 그러니까 강진우 씨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백록도 쉽게 데려오셨다면서요?”
왜인지 모르게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이 생각나는 것들이었다.
“그건 그런데…”
“그리고 인면조 하나가 요즘 밥을 안 먹어요. 그쪽도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무슨 개 훈련사도 아니고.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없었다.
나에게 그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몇몇 신수와 영물들을 돌며 그들의 행동을 교정해주고, 문제를 해결했다.
절대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백호와 주작, 청룡의 신격을 가진 내 명령을 거부할 신수나 영물은 이곳에는 없었으니.
그래서 나는 휴가차 동물원에 온 기분으로 그런 소소한 일거리를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전승과 신격을 숨겨 보기도 하면서, 겸사겸사 새로 얻은 스킬의 효능도 확인해보던 도중.
“저건…”
한 커다란 우리 안에서 나는 내가 전에 만났던 이무기를 발견했다.
김다영에 말에 의하면, 관리부에서는 무려 그놈을 신종 이무기로 취급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딴 게… 신종이요?”
“네. 새로 발견된 특수개체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본래 이무기란 신성하지만 사나운 존재다.
설령 인간에게 호의적이라도 결코 쉽게 대할 수 없는 존재로.
그들은 자존심이 강해 인간들의 속박을 받으려 하지 않고, 그래서 관리부에서도 이무기의 취급은 특히 까다로웠다.
“그런데… 저 이무기는 전혀 아니던데요?”
그녀는 이어서 이곳에서 있었던 소소한 사고에 대해 전했다.
관리부 측의 실수로 관리 인원 중 하나가 그 이무기와 직접 접촉하게 되었던 일이었다.
평범한 이무기라면 사망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그 의욕이라고는 쥐뿔도 없던 이무기는 사람과 접촉하고도 당연히 아무 일도 벌이지 않았고.
그 일을 계기로 관리부는 놈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놈의 성향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
관리부조차도 그놈이 평범한 이무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챈 것이었다.
“혹시 강진우 씨는 이무기가 왜 그러는지 알고 계시는 건가요?”
김다영은 그렇게 물었지만, 아무리 이무기와 대화가 통하는 나라고 해도 할 말은 별로 없었다.
그놈은… 뭐랄까.
그냥 원래 그런 놈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별말 없이 그 이무기가 머물고 있는 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여기에서 얼마나 처먹은 건지.
그놈은 내가 발견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살이 찐 상태였다.
“저건 뱀이 아니라 햄인데?”
동물원에서는 최소한 나뭇가지를 휘감고 있을 정도는 되었는데.
이제는 나무를 휘감기는커녕 땅바닥을 굴러다녀야 할 정도였다.
내 말에 김다영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그 점도 특이한 부분이에요. 뭐라고 해야 하나. 일단 많이 먹거든요. 거기다 엄청 통통해져서는… 용이 돼도 승천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승천?
승천을 뭐하러 하나, 저놈에게는 여기가 극락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놈은 이곳에서 너무나도 잘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럼 다음으로 갑시다.”
“네!”
그래서 나는 이무기에게서 그만 눈을 떼고, 다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 뒤를 김다영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이틀 후.
“그럼 다음에 봬요!”
결국 관리부에서의 파견 업무는 무사히 종료되었다.
나는 김다영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파출소로 돌아갔다.
* * *
그렇게 관리부에서의 파견 업무도 다 끝내고, 주말도 순식간에 지나간 다음 주 화요일.
나는 또 경찰청장실 앞에 와 있었다.
“흠…”
겨우 일주일 만에 경찰청장이 나를 다시 한 번 호출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서인나는 꽤 의아하게 여기는 듯했지만.
나에게만큼은 이미 예견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메인 퀘스트의 내용 자체가 이성민 회장의 시험을 통과하라는 내용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이제는 시험이 아닌, 본 임무를 나에게 전달해야 할 테지.
나는 그대로 청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역시나.
그곳에는 김준성 경찰청장 말고도 이성민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왔군. 어서 앉게.”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딱딱한 얼굴을 한 김준성이 말했다.
둘에게 간단히 예의를 차린 나는 곧바로 그 말에 따랐다.
“오늘 강 경감을 부른 이유를 혹시 짐작하고 있나?”
김준성이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에게 맡길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역시 눈치도 빠르구만.”
내 대답에 이성민이 나를 보며 말했다.
김준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췄네. 실은 강 경감에게 맡길 사건이 있어. 다만, 그 전에 대답해줘야 할 게 있네.”
이어서 김준성은 사건에 임하는 내 각오를 확인했다.
사건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든가.
그리고 기밀로 다뤄져야 하기에 절대 다른 곳에 알려서는 안된다든가.
뭐,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나 밑밥을 깔아대는 건지.
나는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의 말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김준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본론을 꺼냈다.
“사교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물론이었다.
그와 관련된 사건도 몇 개를 해결했는데.
“예.”
“최근 그 사교와 결탁한 외인기관이 발견됐네. 그런데 그게 대기업의 세력이라더군.”
“대기업… 입니까?”
그건 다소 의외의 이야기였다.
또 지하 어딘가에 처박힌 마인 단체를 끝장내러 가나 싶었는데.
의외로 거물이 연관되어 있었다.
대기업이라.
김준성이 조금 전, 보안을 그리 강조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래, 화인 그룹에서 포착한 정황이지. 그 전에… 내 대기업 중 외인 기관 인정을 받은 곳이 어디인지는 아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산과 화인, 그리고 GTW 그룹이죠.”
각각 한국에서는 1,2,3위의 대기업이었다.
이 외에는 국가에서 인정한 외인 기관 인정을 받지 못해, 그 어떤 대기업도 퇴마사들을 고용하지 못한다.
이렇게 딱 세 개의 기업만 외인 기관으로 인정받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퇴마사의 전력화를 우려한 것이었다.
모든 기업에게 퇴마사 단체의 설립을 허가할 경우, 많은 자본을 보유한 기업들이 하나로 뭉쳐 국가를 견제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저 세 개의 기업은 각각 취하고 있는 정치적 입지도 다르다.
백산의 경우에는 친기업, 화인의 경우에는 친정부. 마지막으로 GTW는 중립.
뭐, 그 속사정까지는 나도 자세히 모르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고, 서인나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 백산이 사교에 넘어갔네. 어쩌면 GTW도 개입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김준성은 화인을 제외한 나머지 둘이 모두 수상하다고 했다.
국내 최대 수준의 대기업이 둘이나 사교와 협력했다니.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일이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는 그들도 모르고 있지 않을 텐데.
“확실한 겁니까?”
그래서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건 경찰청장의 말을 의심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지만.
그는 오히려 대견하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자세가 좋군. 이게 그 증거네.”
그는 파일 하나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리고 그걸 펼치기도 전에 김준성의 말이 이어졌다.
“왜 멀쩡한 대기업이 겨우 사교 따위에 넘어갔는가. 그게 의아한 것이겠지?”
그는 내 속마음을 꿰고 있는 듯 그렇게 말했다.
딱 내가 품고 있던 의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은 간단하네. 이제는 사교 따위라고 할 수 없게 되었거든.”
그는 테이블 위의 사건 파일을 열어,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정체불명의 흰 빛덩이 하나를 두고 몇 명의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무슨 종교의식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준성에게서는 그 이상의 답변이 돌아왔다.
“놈들이… 신을 만들어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