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41
141.
“신이라면… 어느 정도의 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내가 직접 봤던, 여러 신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신이라는 건 다 같이 신이라 불리긴 해도, 그 격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세계를 마음대로 창조하고, 파괴할 수 있는 유일신부터.
그런 세상의 한 부분만을 주관하는 비교적 작은 신격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중에 후자는 나도 이미 여러 번 보았다.
사방신 역시 그쪽에 속하고, 무신인 치우는 아예 싸워서 이기기까지도 했다.
또한 한 국가의 시초였던 캄보디아의 나가는 그 중간쯤에 속하는 신격.
그에 비해 절대신에 속하는 존재는…나도 딱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세계의 신이었으니, 봤다고 하는 것도 애매한가.
“물론 기독교의 신 같은 걸 말하는 건 아니네. 만약 전지전능의 신격이 현현했다면, 저항조차 무의미할 테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역시 이세계의 신과 싸웠을 때는 그렇게나 강한 힘을 갖추고도 고생깨나 했었다.
그년은 전지전능도 아니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럽게 강하고, 더럽게 끈질겼다.
육체가 파괴되어도 죽지 않아서, 신격이 담긴 영혼을 산산조각내고 나서야 비로소 조용해졌으니.
만약 그런 상대가 다시 한 번 등장한다면, 용사의 힘을 잃은 지금은 이길 수 없겠지.
“그럼 그냥 강한 적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강하다기보다는… 신이라는 건 그 이상의 문제야. 신 자체의 전력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네. 신은 단지 도구에 불과하거든.”
“도구요?”
“그래, 신화를 만들어내는 도구.”
김준성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퇴마사들이 사용하는 전승 중에 가장 격이 높은 건 당연히 신화지. 그리고 신을 만들고 이를 제어할 수 있다는 건 그 신화를 직접 쓸 수 있다는 뜻이네. 그럼 그게 결국 무슨 이야기겠나.”
“놈들이 제 입맛대로 만든 전승을 양산하고 있다는 거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이성민이 말을 거들었다.
김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의 말씀대로네. 전승의 양산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야. 폭력 조직이 무기 공장을 차린 것과 다름이 없어. 여러 특성을 가진 전승을 쉽게 얻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강력한 마인들도 쉽게 만들어낼 테니.”
“……”
“게다가 그런 전승은 상대하기도 까다롭네. 기존의 전승은 아무리 강력해도 신화와 설화 속에 그 약점이 잠재되어 있어. 그래서 전력이 부족하더라도 이를 공략할 수 있지. 하지만 단지 병기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에 그런 약점 같은 게 존재하겠나?”
김준성의 말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는,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파일에 꽂힌 사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 사진의 빛이 신입니까?”
“그렇게 추정하고 있네. 또 사교들이 알 수 없는 전승을 사용하는 것도 목격됐어. 아직 형태도 갖추지 못한 초반 단계이긴 하지만, 벌써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는 거지.”
나는 파일을 넘겨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경찰청장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았다.
또 이 사건의 스케일도.
이대로 사교를 그냥 놔둔다면, 그들의 신화는 점점 발전할 거고.
이는 놈들에게 더 큰 힘이 되어 퇴마 업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내 예상보다도 훨씬 큰 사건.
다만… 거기에서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걸 해결하는데 왜 나를 부른 건가.
“사건 내용은 알겠습니다. 그런데…왜 접니까?”
“그건…”
내 질문에 김준성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강 경감은 애초에 사교가 만들어진 목적이 뭔지 아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교의 목적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지난번, 지하에 있던 절에서 망현을 잡았을 때였다.
시체들을 조종해 그 믿음을 모으던 시염사.
그 믿음을 모으고 있던 이유는 자신들의 신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니.
“신을 만드는 거였죠.”
“그렇지. 그런데 이제 그 첫 번째 단계가 성공했네. 그럼 그다음은 뭐겠나.”
신을 만든 다음?
그건…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굳이 사교가 아니더라도 그 다음 단계는 어떤 종교라도 마찬가지였다.
신이 있고, 그 신화가 있다면 남은 것은 그것을 신봉할 신자를 모으는 것뿐.
“포교겠네요.”
“맞네. 그리고 그 말대로, 이미 온갖 기관 곳곳에 사교들이 숨어들었어. 심지어는 우리 경찰 내부에도 말이지.”
경찰 내부의 스파이라.
나는 계속해서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아쉽게도 포섭이 어렵지는 않았을 거야. 새로운 신화는 단지 힘만을 상징하는 게 아니니까. 비약을 좀 하자면, 그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이네. 생각해보게. 만약 사교의 신이 강해지고, 그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한다면? 만병통치약도 만들 수 있고, 인간에게 영생을 줄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그야 사교의 신이 정말 전지전능의 신격에 도달한다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까.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김준성 역시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말했다시피, 이건 비약일세. 진짜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경찰도 퇴마가 아니라 신을 만들고 있었겠지. 하지만 그 대상과 효과를 한정하면, 상당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 그리고 그게 놈들이 내거는 미끼일세.”
“……”
“모든 인간의 영생이 아닌 한 사람의 여생을 몇십 년 정도 늘리고, 모든 병의 치료가 아니라 누군가 걸린 병의 악화를 막는 정도는…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까.”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왜 대기업까지 사교에 협력했나 했더니.
그 정도의 미끼라면 분명 넘어갈 사람이 한둘이 아니리라.
“그러니까… 스파이가 걱정돼서 절 부르셨다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 거기에 충분한 능력도 갖췄고.”
“그럼 제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확신하시는 건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네의 직급이야. 자네는 사교가 포섭하기에 직급이 너무 낮아. 경찰 내부의 정보를 빼돌리는데 있어서는 부적합하지.”
“……”
그건 더없이 맞는 말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경찰의 향후 작전 정보 따위가 필요한 사교의 입장에서 나는 그리 쓸모 있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김준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네의 능력일세.”
“제 능력이요?”
“그래. 자네는 이미 수많은 전승을 갖고 있지 않나.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더욱 늘려갈 수도 있지. 그래서 나는 사교가 미끼로 내어주는 전승이 자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네.”
그것 역시 그럴듯한 이유였다.
사실 그것 말고도 이성민 회장의 추천도 있었겠지만, 경찰청장은 그 이야기까지 꺼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건 참고 사항일 뿐이라는 건가.
그야 실제로 경찰 조직을 통솔하고 있는 건 그일 테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뭡니까?”
“먼저 화인 그룹 쪽을 파헤쳐 줬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김준성은 이성민 회장을 바라보았다.
이성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사교가 우리 화인 그룹을 노리고 있다. 그것도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라, 음흉한 뒷공작을 펼치면서.”
“뒷공작이요?”
“그래, 그 첫 시도는 자네도 잘 알 텐데. 사브리나라고 하면 기억하겠지?”
사브리나라면 화인 그룹의 퇴마사 기관인 화랑과 밀거래를 하려고 했던 늑대인간 마인이었다.
당시에는 밀거래 정황을 그냥 덮어주기로 하고 지나갔었는데.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니 이성민은 이미 그 일을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때 그 사브리나와 거래하려던 화랑 소속의 퇴마사가 있지 않았나? 어설픈 내 손녀는 그걸 그냥 넘어갔다만, 나는 계속해서 그 마인과 거래를 하려 한 놈을 조사했다. 그리고 최근 그놈이 사교의 끄나풀이라는 걸 알아냈지.”
이성민의 말은 사교가 일부러 화랑에 스파이를 심고.
그 스파이를 이용해 마인과 신기를 밀거래, 이를 빌미 삼아 화랑의 외인 기관 자격을 박탈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사건이 커지기 전에 자네가 사브리나를 치워줘서 천만다행이었어. 하마터면 놈들의 계략에 그대로 당할 뻔했으니. 이놈이라면 내 말도 듣지 않고 다짜고짜 원칙대로 처리하려 했을 거야.”
이성민은 김준성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김준성은 그저 소리 없이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래서 자네에게 맡기고 싶은 일은 그때 그 퇴마사…박성덕이라는 놈을 찾아줬으면 하는 거다. 그놈은 분명 화랑 내부의 다른 스파이와도 연관이 있겠지. 이 기회에 화랑에서 사교 놈들을 뿌리 뽑아야 해.”
이성민은 이어서 사브리나와의 거래를 주선했던 박성덕은 그 후 화랑에서 해고되고.
특정 마인 단체와의 접촉하더니 돌연 행방이 묘연해 졌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람 찾기인가.
다행히도 마인 단체라는 단서가 있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이성민과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그는 화랑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청장실을 나갔다.
김준성과 둘만 남게 된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경찰은…괜찮은 겁니까?”
그는 화인 그룹을 먼저 도우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경찰 내부에도 스파이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방치한 채 화랑 쪽을 뒤져도 되는 걸까.
“괜찮지는 않지. 하지만 경찰에 심은 스파이를 다 솎아낸다면, 사교 쪽에서도 눈치를 챌 거야. 그리고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겠지. 그래서 나는 대신 화랑 쪽에서 먼저 끈을 잡고, 그걸 타고 조용히 올라갈 생각이네.”
경찰이 움직이는 걸 들키지 않겠다, 그건가.
그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화인 그룹은 믿을만합니까?”
이미 두 개의 대기업을 포섭한 사교였다.
그런데 왜 화인 그룹만은 포섭하는 대신 공격하고 있는 걸까.
“이건 내 주관적인 의견이네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내 질문에 김준성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이성민 회장은 마인에게 부인을 잃었네. 그때의 원한 때문에 마인과는 절대 타협을 하지 않지. 그 부분은 경찰인 내가 보더라도 꽤 극단적이야. 그리고 그런 성향을 알기에 사교 놈들도 화인 그룹을 포섭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군요.”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말.
나는 이를 기억해두기로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 질문이 끝나자 김준성은 나에게 파일 하나를 넘겼다.
“이게 이번 타겟인 마인 집단의 정보일세.”
“예.”
“보면 알겠지만, 숫자가 꽤 많아. 혼자 가야 할 텐데, 괜찮겠나?”
그의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이미 내 눈에는 새롭게 추가된 메인 퀘스트가 반짝이고 있었다.
* * *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마인 조직이 있다는 경기도 구석의 한 건물을 찾았다.
작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5층짜리 상가 건물.
범죄자들의 은신처치고는 꽤 번듯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이 건물이 몽땅…마인들의 것이라는 건가.
“……”
그중 1층에 있는 것은 평범한 골프용품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위장으로, 그 종업원부터 손님인 척 서 있는 사람까지 모두 레벨 표시가 붙어 있는 마인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에는 사람을 물리는 결계 따위는 없다.
만약 일이 벌어지면, 아예 일반인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방패로 삼겠다는 건가.
“…아깝게 됐네.”
나는 혀를 차며, 부적 하나를 꺼냈다.
붉게 빛나는 에픽 등급의 소모품.
이것은 비록 지속시간은 짧지만, 사람을 물리는 것은 물론, 빛과 소리까지 가두는 강력한 결계를 만들 수 있는 주술의 일종이었다.
비밀리에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나에게 화랑에서 차량과 함께 제공해준 물건.
나는 그걸 건물 한구석에 붙이고, 그대로 골프용품점의 정문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역시나.
“죄송합니다, 손님.”
입구 근처에 서성이던 종업원 하나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아직 준비 중이라는 미묘한 핑계로 나를 내보내려 했다.
나는 먼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이성민 회장이 제공해준 퇴마사는 아닌가.
하기야 당연히 그리 쉽게 발견할 수는 없을 터.
하지만 퀘스트의 화살표는 분명히 이 건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에 내가 찾는 사람이 있거나, 혹은 그 단서가 있다는 이야기.
“혹시 박성덕이라는 사람 아세요?”
“예…?”
내 말에 종업원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 박성덕이라는 이름에 짚이는 것이라도 있는 걸까.
곧 놈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너 뭐하는 새끼야?”
“알긴 아나 보네.”
그거면 충분했다.
그제야 놈의 시선이 내 허리에 있는 검을 인지한다.
“이 새끼, 설마-”
“응, 너무 늦었어.”
검이 번뜩였다.
눈앞에 있던 마인이, 마인이었던 것으로 변하며 바닥을 더럽혔다.
그러자 그때까지 느긋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나머지 두 명의 마인이 경악과 함께 눈을 부릅떴다.
“침입자다!”
둘 중 한 놈이 그렇게 소리치며 위층으로 올라갔고, 나머지 한 놈은 카운터 밑에서 무기를 꺼내더니 내 앞에 섰다.
34 레벨의 레벨 표시를 제 머리 위에 띄운 놈의 무기는 도끼.
후웅!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사납게 내려왔다.
도끼치고는 나름대로 빠른 속도.
그러나…그 수준은 딱 그 레벨에 맞는 수준이었다.
레벨에 비해 강하다던가.
경찰청장이 말한, 정체불명의 전승은 없어 보이는데.
“커헉!”
그래서일까.
놈은 일격에 내 칼에 맞고는 역시 마인이었던 것으로 변했다.
“저기 있다!”
그때 경고가 전해진 건지, 2층을 향하는 계단에서 마인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하지만 놈들은 전부 쓰러진 마인과 마찬가지로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사교와 그리 깊은 관계는 아닌 조직인 건지.
놈들의 전승은 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뒤져야지.”
나는 검을 고쳐잡고, 놈들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