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43
143.
“여긴 뭐하는 데야?”
수도원은 회색의 벽돌을 쌓아 올린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담보다 키가 큰 나무를 심어서, 밖에서 보면 이중으로 가려져 있는 형태였다.
또한 그 입구는 자동차 2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그곳을 막고 있는 문은 창살처럼 만들어진 검은 문이었고, 그 뒤로는 석상과 돌길이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영화에나 나오는 고급 저택의 입구 같은 모습.
그러나 이내 평범한 저택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그중 하나는, 그런 입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나무 위에 있는 까치였다.
마치 자연의 일부인 양, 놈은 녹음 속에서 눈을 빛내며 가만히 주변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건 평범한 까치가 아니었다.
그 머리 위에는 분명 레벨이 박혀 있었고.
목 부근에는 끈에 매달린 작은 종이가 보였는데, 아무래도 작게 접은 부적 같았다.
또한, 살아있는 생물이라기에는 묘하게 생기가 없어서 신수나 영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식신인가?”
마치 감시 카메라처럼 입구를 감시하는 식신.
하지만 놈들이 입구에 깔아둔 감시 수단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문 건너편에 놓인 석상은 절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사천왕상 중 하나였다.
그 발판에는 알 수 없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 역시 주술의 일종인 듯 보였다.
또한, 문에 걸려있는 작은 장식은, 8장의 날개에 둘러싸인 작은 눈알로.
그건 다름 아닌 기독교의 천사를 상징하는 조각상이었다.
“식신은 역천도당, 천사는 교회, 거기에 석상은 법당 쪽인가.”
나는 그것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각 세력의 감시 주술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벽과 문이 서 있는 땅바닥에는 복잡한 주술의 술식과 부적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술식의 규모나 동원된 부적의 숫자가 상당했다.
꽤 큰 규모의 결계.
하지만 나는 이 수도원을 발견하기까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나는 그런 의문과 함께 잠시 디버프 면역 스킬인 빛의 심장을 비활성화해 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눈에 보이던 벽과 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높은 절벽이 생겨나 있었다.
환상이나 환혹 계열의 주술 결계.
그것도 일반인은 물론, 퇴마사의 눈조차 속일 수 있는 강력한 것이었다.
그런 게 이 수도원을 숨기고 있었다니.
그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내가 제대로 찾아오기는 했다는 말.
“……”
나는 곧바로 내가 가진 유일한 은폐 스킬을 사용했다.
그건 .
내가 가진 전승은 물론, 중급 인식 저해라는 버프로 나의 존재감 자체를 대부분 지울 수 있는 스킬로.
이거라면 입구에 정직하게 걸어 들어가지 않는 한, 놈들의 감시 주술에 감지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정면돌파는… 위험한가.”
꼭꼭 숨겨진 은신처와 각종 감시 주술까지.
조금 전에 처리했던 마인 조직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마도 여기부터는 분명 사교의 영역으로, 만만치 않은 마인들이 모여있을 터.
그러니 그 숫자나 레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금, 놈들의 감시망에 걸리는 건 전혀 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벽을 따라 빙 돌며 빈틈을 찾기 시작했다.
저렇게 감시 주술이 덕지덕지 발려 있는 정문이 아닌, 다른 입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쯤이면 되겠지.”
나는 정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췄다.
화살표는 분명 수도원을 감싸고 있는 벽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벽으로 둘러싸인 수도원의 부지 자체가 상당히 넓었다.
거의 산의 봉우리 하나를 통째로 감싸고 있는 수준.
그래서일까.
정문에서 멀어질수록 감시 주술에 의한 경계는 점점 소홀해지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식신이라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저것들 하나하나가 다 영력을 소모하여 만들어지고, 그 영력이 떨어지면 또 충전을 해줘야 한다.
즉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무한히 만들 수는 없다는 말.
그래서인지 정문 근처에는 빽빽하게 깔려있던 식신의 숫자는 어느 순간부터 줄어들더니.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는 넓은 간격을 두고 겨우 하나씩만 배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딱 담을 넘거나, 부수고 들어오는 상대만 겨우 포착할 수 있는 정도.
그렇다면…
“……”
나는 조용히 검을 꺼냈다.
그 검이 향한 곳은 지면.
이윽고 검에서는 거대 지렁이의 투명한 체액이 흘러나왔고, 거기에 닿은 땅은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며 금방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백호의 권능으로 인검을 조종해 그 통로를 벽 안쪽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람 하나가 드나들 수 있는 땅굴 하나가 완성되었고.
나는 이를 통해, 수도원의 부지로 발을 디뎠다.
“흠…”
예상대로 놈들의 식신은 나를 감지하지 못했다.
땅굴 덕분에 아무런 소란도 일으키지 않고 들어온 점도 있지만.
우렁이 스킬의 효과인 중급 인식 저해라는 버프가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수도원으로 들어온 나는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보인 것은…
“뭐야, 저거.”
탑이었다.
비록 이제 쌓아올린 건물의 높이는 약 6층 정도로, 아직 공사 중인 상태였지만.
그 바닥은 반듯한 원형으로, 그 전체적인 생김새는 현대적인 건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비슷한 것을 찾자면 이세계의 마탑처럼 생긴 건물.
왜 저런 게 여기 있는 걸까.
“……”
나는 그런 의문과 함께 탑을 조용히 노려보았다.
그 안에는 20여 명의 마인들이 보였다.
전부 50 레벨 이상.
역시나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강조 표시가 된 마인은 딱 하나뿐이었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놈.
저놈이 박성덕일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전에 일단은 다른 놈들을 치워놔야 했다.
“흠…”
그래서 나는 방법을 고심했고, 이내 그것을 떠올렸다.
마침 놈들이 전부 탑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힌트였다.
거기서 무얼하고 있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한 건물에 몰려있다는 건, 몰살시키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망설이지 않고, 떠올린 방법을 그대로 실행하기로 했다.
“먼저…”
금속을 조종하는 백호의 권능을 발동했다.
저게 얼마나 주술적인 의미를 가진 탑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결국 저 탑 역시 일반 건물들과 건축 방식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는 말.
그렇기에 나는 이 순간, 그 탑에 박힌 모든 철근 하나하나를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그러자 단번에 탑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흔들렸다.
안에 있던 마인들이 이상을 감지하고 움직였지만, 이미 놈들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수백 개에 이르는 철근이 동시에 탑을 지탱하고 있던 콘크리트를 깨부순다.
이에 탑의 천장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그 잔해에 깔린 마인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흠…”
나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원래라면 철근 몇 개는 몰라도 이렇게 수많은 철근을 동시에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교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그럴만한 출력, 즉 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시적이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마후라가의 전승이 있었다.
그것은 전승 개방 시, 30초간은 영력이 소모되지 않는 효과로.
나는 그 힘을 빌려 그 동안에는 탑에 박혀 있는 모든 철근을 내 멋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콰르르르르-
채 10초도 버티지 못한 6층짜리 탑은 여지없이 붕괴했다.
그 안에 있던 마인들은 탑의 잔해에 떠밀렸고 그중 몇몇은 그대로 사망했다.
하지만 당연히 대부분은 살아남았다.
저놈들 역시 중급 이상의 마인들이 아니던가.
그 내구성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건물에 깔려 죽은 놈들이 운이 없는 것이었다.
“아윽…! 이게… 갑자기 무슨-”
무너진 탑의 잔해 속에서 마인 하나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나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컥…!”
아직 내 영향력 아래에 있는, 10가닥이 넘는 철근이 놈의 몸을 꿰뚫었다.
그놈만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막 일어서려는 놈은 물론, 아직 잔해 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놈에게도 예외 없이 철근을 발사했다.
건물을 무너뜨렸던 수많은 철근이 이번에는 탑의 잔해를 찌르며 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수많은 촉수가 땅에 뿌리를 내리는 듯한 기괴한 광경이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순식간에 마인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마후라가의 지속 시간이 끝나자.
“허억…헉… 이게 무슨…!”
그 철근의 소나기 속에서 살아남은 건 딱 하나뿐이었다.
처음부터 강조 표시가 되어 있던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
그리고 그의 옆에는 철근을 막아낸, 거대한 검은 호랑이가 서 있었다.
“흑호…?”
그것은 과거, 수많은 사람을 잡아먹었던 괴이의 이름이었다.
괴이에 속하는 흑호를 다루는 걸 보면, 역천도당 쪽인가.
또한 놈의 레벨은 71이었다.
이곳에 있던 마인들 중에는 가장 높은 레벨.
아무래도 놈은 운이 좋게 탑이 무너지기 전 흑호를 불렀고.
이를 이용해 내 공격을 버티고 살아남은 듯 보였다.
강조 표시가 되어 있어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다만, 나름대로 실력이 있던 모양.
“네놈은 뭐냐!”
그가 나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처음에는 의아함을 담고 있던 그 시선에는 이내 적대감이 들어찼다.
“이건 네가 한 짓이냐?”
그 말에는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에는 어차피 그와 나 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인검을 들고 전투 준비를 했지만.
놈은 그것 말고도 묻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었다.
“말해라!”
남자의 외침에는 나 대신 그 옆에 있던 흑호가 답했다.
“캬아아아아!”
그 집채만 한 검은 호랑이가 나에게 쇄도했다.
사납게 울부짖은 놈의 발톱과 내 검이 맞부딪혔다.
상당한 완력.
하지만 튕겨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흑호의 발톱을 힘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계속해서 놈의 안으로 파고들려는데.
“응?”
갑자기 그 앞을 령이 막아섰다.
청령.
이제보니 사방에서 청령들이 무더기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건 평범한 령이 아니었다.
전부 창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자들의 령으로, 흑호의 권속이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쯧…”
이에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 싸워도 이길 수야 있겠지만 나 혼자 저것들을 전부 상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으니.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도망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안 가. 나도 친구들 좀 부르려고 그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켕켕이를 불렀다.
작은 여우의 모습으로 등장한 켕켕이는 이내 거대한 여우 요괴의 모습으로 변했다.
“구미호 식신? 하지만 그 정도로는-”
그러자 놈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얼굴로 떠들었다.
그야 구미호만으로는 흑호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백호의 신격을 개방했다.
그 신격을 숨기고 있던 은폐 스킬이 벗겨지고, 백호의 신격에 수많은 창귀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흑호조차 움찔거리며 그 자세가 굳는다.
“이건…”
그러자 비로소 놈의 표정이 변했다.
나는 이어서 아예 백호를 불러냈다.
은색으로 빛나는 산군.
금속을 조합해 백호의 분신을 소환한다는 그 스킬은, 사방에 깔린 철근을 엮어 흑호를 먹을 강철 호랑이를 만들어냈다.
“가라.”
내 명령에 두 짐승이 움직였다.
구미호가 창귀를 찢고, 백호는 흑호의 목덜미를 씹었다.
그러자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창귀도 흑호도 제 상대를 당해낼 수가 없었으니.
그래서 나는 아무런 방해도 없이 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놀란 시선을 나에게 향할 뿐.
“……”
크게 당황하지도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 이유는… 알 것도 같았다.
흑호는 그가 역천도당이기에 갖고 있는 전승일 뿐.
그렇기에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
즉 사교에서 만들었다는 새로운 신의 전승이 아직 놈에게는 남아있을 터였다.
“쫄리면 꺼내. 이거 말고 더 있잖아.”
그러자 예상대로 놈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검은 구슬.
놈이 그걸 바닥에 던지자, 거기에서 액체 같은 것이 새어나와 형상을 이루었다.
“…뭐냐, 이건.”
그건 괴상하다는 말로도 모자를 이형의 생물체였다.
얼굴과 몸, 팔다리의 구분도 없다.
마치 어린 아이의 낙서와 같은 초현실적인 생김새.
푸른 빛을 머금은, 점성 있는 검은 액체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한,
“20 레벨…?”
그것의 레벨은 높지도 않았다.
크기도 일반 성인 정도로, 그리 대단치 않았다.
저게…새로운 전승이라고?
뭐, 외모가 꽤 새롭게 보이기는 하는데.
그 순간이었다.
“#$%#$^#$%”
그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무언가를 중얼거렸고.
그러자 주변에 있던 흑호와 청령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켕켕이와 백호 역시 그 순간 모습을 감췄다.
“음…?”
켕켕이도 백호도 무언가에 공격당해서 사라진 게 아니었다.
이건… 오히려 강제로 소환이 해제되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리고 로그 창을 바라보자, 그 예상 그대로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모든 전승을 부정하는 것.
아무래도 이게 저놈의 능력인 듯 보였다.
실제로 내가 가진 다른 전승들을 사용하려 해도, 아무것도 발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하하…당황했나?”
놈은 조금 전과 달리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넌 이미 늦었다. 그러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었어야지.”
그의 자신감은 이해가 갔다.
아무런 전승을 사용하지 못하는 퇴마사는 그 전력이 10%도 남지 않는 셈이었으니.
하지만 남자는 착각하고 있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전승만이 아니었으니까.
“……”
그래서 나는 조용히 검을 고쳐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