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45
145.
“학교요?”
서인나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듣던 나는 그렇게 물었다.
이번 사건 현장은 학교였다.
충청남도 서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뭔가 일이 발생했다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 학교 학생 중 하나가 직접 신고했어. 자기 학교에 뭔가 있다고 말이야.”
“뭔가 있다니…”
나는 사건 파일을 펼쳐 보았다.
그런데 파일에는 신고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진행하던 학생 중 하나가 밤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피해는 가벼운 부상에서 끝났지만, 그 학생을 구조한 신고자가 그곳에서 무언가를 봤다고 진술했다는 내용.
“어… 이게 전부에요?”
“지금은 그렇지. 그래도 그냥 넘길만한 일은 아니야.”
“이유가 있습니까?”
“그걸 신고한 게 일반인이 아니거든. 이름을 봐.”
그녀의 말에 나는 그제야 신고한 사람의 신상을 확인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자세히 보지 않았었는데.
거기 적힌 이름은 어딘가 익숙한 것이었다.
“연지우?”
“지난번 저주 사건 때, 너랑 권태수 할아범이 만났던 여자애 있잖니. 설마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솔직히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얘가 직접 신고를 했다는 겁니까?”
“맞아. 그러니 신고 내용이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가볍게 넘길 수는 없지. 그 아이는 개안에 성공한 인원이잖니.”
그건 서인나의 말대로였다.
연지우는 저주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으나, 사건이 해결되며 붙잡혀 있던 조직에서 해방.
지금은 별일 없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터였다.
다만 그녀는 사건 당시에도 개안 상태였기에, 일반인과는 달리 마의 존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연지우가 직접 신고를 할 정도라면, 뭐가 있긴 있다는 이야기.
“거기다 하필이면 현장이 학교라서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야. 시간 끌어서 좋을 게 없지.”
“학교는 뭐가 다릅니까?”
“다르다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데다 그게 전부 학생들이라는 게 문제지. 이번에는 다행히 가벼운 부상에서 끝났지만, 만에 하나 사망 사건이라도 일어났다가는 난리가 나지 않겠어?”
그건 그랬다.
희생자가 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매스컴이 반응할 확률도 높고.
학교라는 특성상 목격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자세한 건 현장에서 직접 알아봐야 해. 이제 막 신고가 들어온 건이라 사전 조사된 게 거의 없거든. 학교에는 정식으로 방문 요청을 해둘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갈 인원은…”
서인나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슬쩍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건… 당연히 권태수였다.
“그렇게 가고 싶어요?”
“…험”
서인나의 물음에 그는 괜히 헛기침만 하며, 내가 들고 있던 사건 파일을 가져가 펼쳐보았다.
이에 서인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태수 할아범이랑 같이 가 봐.”
그렇게 나는 권태수와 함께 오랜만에 서산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날 오후, 서산 시내의 한 카페.
나는 거기서 권태수와 함께 연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안에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입은 경찰복 때문에 묘하게 시선이 끌리고 있었다.
“…이런 데 자주 오세요?”
나는 카페라테를 홀짝이며 권태수에게 말했다.
권태수가 시킨 음료는 화이트 프라푸 어쩌고 하는, 10글자가 넘는 이름을 가진 커피였다.
아니, 커피가 맞긴 한가?
나는 그런 게 메뉴에 있는 줄도 몰랐건만.
조금 전 그는 익숙하게 저 긴 이름의 음료를 주문한 것은 물론, 나도 안 쓰는 멤버십 카드까지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곳이 지극히 익숙하다는 이야기.
겉보기에는 카페가 아니라 다방에서 우롱차를 시킬 것 같은 비주얼인데, 의외의 모습이었다.
“내 손녀랑 자주 오지. 그 아이가 이런 걸 좋아해서 말이네.”
“아하…”
“그런데 이 학생은 언제 오는가?”
“약속시간이 다 됐으니, 곧 오겠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내 말이 끝나자마자, 카페의 입구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모습이 나타났다.
연지우였다.
“아, 아저씨! 할아버지도!”
그녀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몇 개월 만에 보는 연지우는 뼈 밖에 남아 있지 않던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키도 좀 큰 것 같고.
그야 당연했다.
더 이상 저주를 실행하지도 않는데다, 조직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마음고생도 크게 덜었을 테니.
이어서 연지우와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는 갑자기 나를 노려보았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 뒤로 연락 한 번을 안 해요?”
“내가 왜 연락을 하냐?”
“당연히 해야죠! 그날, 어? 막 조폭들 다 같이 두드려 팬 사이잖아요!”
“다 같이 두드려 패긴 무슨.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커피나 시켜.”
“사주게요? 여기 비싼데.”
“비싸도 설마 경찰이 학생한테 사라고 하겠냐.”
“오, 땡큐요.”
“험… 그럼 케이크는 내가 사겠네.”
“케이크까지? 진짜요?”
그렇게 말하며 권태수는 연지우와 함께 주문을 위해 계산대로 갔다.
그리고 곧 그 둘은 커피와 케이크를 하나씩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이후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한동안 연지우가 떠드는 시시콜콜한 근황을 들었다.
“흠…”
확인해보니 그녀의 생활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모양.
그래서일까.
연지우는 원래부터 그리 어두운 성격은 아니었지만, 겨우 몇 개월 사이에 훨씬 더 밝아져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권태수도 안심한 눈치였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때였다.
“나머지는 차에서 이야기하자.”
“네? 왜요?”
“학교에 무슨 일이 있다며. 그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
“아… 넵.”
내 말에 연지우는 얌전히 카페를 나와 경찰차로 이동했다.
그리고 경찰차에 탄 그녀는 곧장 차 내부를 관찰했다.
“여긴 그대로네요.”
“경찰차가 바뀔 게 뭐 있냐. 그보다, 학교에서 뭘 봤길래 신고까지 한 거야?”
“그게… 유령 같은 게 있어요.”
“유령?”
“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없었거든요? 근데-”
이후 연지우는 한동안 그 유령에 대해 설명했다.
그 유령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일로.
연지우는 이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자신이 아닌,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던 다른 학생이었다고 했다.
“저희 학교는 11시까지 야자를 할 수 있거든요. 근데 그 시간 다 채워서 야자하고 가는 애들 중에 하나가, 과학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거에요.”
“이상한 소리?”
“네. 막 덜그럭거리고, 그런 소리.”
“흔한 괴담 같네.”
“그죠? 저도 그래서 처음엔 그냥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과학실 문을 열어 보니까, 과학실이 난장판이 되어 있더래요. 그거 보고 선생님이 막 화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도둑이 들어온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고.”
연지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퇴마인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증언은 이어졌다.
“근데 그날부터 자꾸 야자하는 애들이 비슷한 소리를 하는 거에요. 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느니, 불 꺼진 화장실 문이 덜컹거린다느니. 그래서 제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 거죠.”
“허어, 위험하게스리.”
“그렇다고 놔두면 친구들이 위험해지잖아요.”
권태수의 염려에 연지우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속에서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넌 야자 안 하냐? 너 지금 고3이지? 대학 안 가?”
“아니, 어떻게 우리 엄마랑 똑같은 소리를 하세요?”
연지우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저 대학 안 갈 거에요. 퇴마사 시켜준다면서요.”
“설마 그거 믿고 안 가는 거냐?”
“뭐, 그것만은 아니고요…”
그녀는 약간 주눅이 든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공부를 좀 못해요.”
“안 한 게 아니라?”
“하긴 했거든요? 그것도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내 말에 연지우는 눈을 뾰족하게 뜨며 쏘아붙였다.
이에 나는 슬쩍 그 말의 참과 거짓을 분별해 봤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말은 진실이었다.
“제가 거기 잡혀 있을 때…거기서 빠져나오려면 공부라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교 1등 찍고, 막 변호사도 되고 판사도 되고 해서, 그놈들 싹 다 잡아넣을 거라고. 그래서 고1 때 진짜 공부 열심히 했거든요?”
“……”
“근데 모의고사 보면 국영수 중에 5등급 안에 들어가는 게 없어서…포기했어요. 직접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하는 게.”
“…음”
그런 거라면 나도 할 말이 없었다.
대충 해본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동아줄을 붙잡듯이 공부에 매달렸는데, 이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알 정도라면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럼. 퇴마사도 해보면 나쁠 건 없지.”
그래서일까.
평소에는 퇴마사 같은 거 왜 시키려 드냐고 툴툴대던 권태수조차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연지우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죠? 어차피 퇴마사 할 거니까, 안 해도 되죠?”
“다른 건 안 해도 되는데, 국어는 해야지. 서류 볼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그리고 국사랑 세계사도 알아두는 게 좋고.”
“그건 왜요?”
“가끔 거기 나오는 사람들이랑 싸우거든.”
“와…미친. 진짜요? 막 세종대왕이랑 싸우고 그래요?”
“아니, 그건 아니고.”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어느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었다.
“그보다 하던 이야기나 계속해 봐. 그래서 하지도 않는 야자 하는 척하면서 학교에서 뭘 봤는데?”
“그게… 음악실만 확인해 봤는데요. 진짜로 유령이 피아노 치고 있더라고요.”
“유령이?”
“네. 근데 곧바로 휙 사라져서, 잘은 못 봤어요. 바로 다른 곳도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그날 옆 반 애 하나가 계단에서 쓰러져 있던 걸 발견해서 못했어요. 그때부터 야자도 금지됐고.”
그 쓰러져 있었다는 학생이 이번에 나왔다는 부상자인가.
연지우의 말만 들어서는 아직 원인이 뭐라고 확답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역시 현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권태수를 바라보았다.
“학교에 가봐야겠네요.”
“그래, 알겠네.”
이어서 나는 연지우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리라고 해도 안 내릴 건데요.”
그래, 그렇겠지.
나도 그녀에게 내리라는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퇴마사의 길을 지망하는 그녀에게는 오늘이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날일 테니.
“아니, 안전벨트 매라고.”
“아, 넵.”
그렇게 차는 연지우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향했다.
역시 경찰 쪽에서 미리 연락이 가 있던 건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교사의 인솔을 받아 교무실까지 도착했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교사였다.
“경찰에서 오신 분들이시죠?”
“예. 강진우 경감이라고 합니다.”
“권태수이올시다.”
“반갑습니다. 저는 최수정입니다. 국어 교사고, 3학년 주임을 맡고 있죠.”
나와 권태수를 향해 인사를 건넨 그녀는 자연스럽게 우리 옆에 있는 연지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지우야. 넌 왜 여기 있니?”
“어…그게…”
“최초 신고자 분은 잠시 나가 계시죠.”
내 말에 연지우는 입을 삐쭉 내밀며 불만을 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사 앞에서 연지우와 함께 경찰이 증언을 듣는 건 여러모로 그림이 이상했으니.
그 정도 눈치는 있는 건지, 연지우는 곧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교무실을 나섰다.
“그럼 먼저-”
나는 최수정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전부 조사를 나온 경찰이 던질 법한 뻔한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그 뻔한 질문들 속에서도 의외로 건질 것이 있었다.
“그 정체불명의 소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요?”
“예.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도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요즘에는 밤에 학교에 남는 것도 무섭고, 경비분들도 당직을 서려고 하지 않아서…”
“혹시 원인으로 짐작 가시는 건 없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그럼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적은요?”
“과거에요…?”
내 말에 그녀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게…”
그리고 겨우 입술을 떼나 싶었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비슷한 일은 없었어요.”
“지금 뭔가 말씀하시려던 거 같은데요.”
“그냥 이상한 생각이었어요. 과거에 비슷한 일은 전혀 없었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관없습니다. 저희에게는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 부디 들려주시죠.”
내 말에 그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경관님도 학교 괴담 같은 건 아시죠?”
“물론입니다.”
“그냥 이번 일들이 학생 때 들었던 괴담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학생 때요?”
“제가 사실 이 학교 출신이거든요. 그러니까…18년 전에 졸업했죠.”
“아, 그러셨군요.”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때는 학교에 7대 불가사의니 뭐니 하는 괴담이 한참 떠돌았어요. 저도 사실 대부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그때 들었던 괴담과 비슷해서…”
그녀는 헛소리해서 부끄럽다는 듯 말끝을 흐렸지만, 나에게는 그 말이 결코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다른 학교라면 모를까.
과거에 이 학교에 실존했던 괴담이라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으니.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는 모자랐다.
그래서 내가 다음 질문을 고려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던 권태수가 입을 열었다.
“내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는가?”
“예. 말씀하세요.”
“지금부터 18년 전이면 2000년대 초반일 텐데… 그때 괴담이 유행했다고?”
권태수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나야 그땐 초등학생 때였으니, 고등학교에 괴담이 크게 유행했다는 게 이상하다는 걸 몰랐지만.
그 시대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권태수에게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요. 그때 마침 학교에 흉흉한 일이 있었거든요.”
“흉흉한 일…?”
“저랑 동급생이던 학생 하나가… 스스로 교실 창문에서 떨어져 자살했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제야 모자란 부분이 조금 채워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