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46
146.
“혹시 자살했다는 분과 친분이 있으셨습니까?”
“아니요. 그전까지는 이름도 모르는 아이였어요.”
최수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그분이 당시에 왜 자살을 선택한 건지도 모르시겠군요.”
“네. 그런데… 실은 그때도 지금이랑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비슷한 일이요?”
“그러니까 그 아이가 자살하기 직전까지… 학교에서 괴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처럼.”
“……”
그 말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내심 당시 자살했던 학생이 원인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그 추측을 부정하는 증언이었다.
나는 이를 기억하며, 질문을 이었다.
“그럼 어떤 괴담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일치하는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그게…”
최수정은 이어서 몇 가지 이상 현상을 괴담과 연결했다.
그렇게 그녀가 말한 것은 총 6가지.
먼저 과학실과, 음악실에 관련된 괴담은 연지우에게 들었던 내용과 일치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화장실 괴담으로.
한밤중에 학교 건물 4층 화장실 맨 끝 칸에 문이 잠겨있고, 안에서는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늘어난다는 계단 괴담, 도서실에 상반신만 있는 귀신이 나온다는 도서실 괴담, 마지막으로 운동장의 동상이 움직인다는 동상 괴담까지.
어찌 보면 뻔하디뻔한 괴담을 모아놓은 셈이었으나, 최수정은 이 모든 괴담이 지금 목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억나는 건 이 정도네요.”
“그런데… 7대 불가사의 아니었나요?”
그녀가 말한 것은 전부 여섯 개.
7대라기에는 하나가 부족했다.
그러자 최수정은 담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7번째가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아, 대신 7번째 괴담을 알면 죽는다는 이야기는 있었어요.”
“…그렇군요.”
그 또한 뻔한 괴담이었다.
그 뒤로도 몇 개의 질문을 더 해봤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질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밤에는 저희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경비분들은 들어오지 마시고, 교문만 지키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 드릴게요.”
최수정과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곧바로 교무실을 나왔고,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지우가 잽싸게 따라붙었다.
“선생님이 뭐라고 그래요?”
“됐으니까, 따라오기나 해.”
우리는 학교 건물을 나와, 다시 경찰차로 돌아갔다.
나는 그곳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며, 권태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질문에 권태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
“18년 전에 죽은 학생은 원인이 아닌 것 같구만. 오히려 희생자라고 봐야겠지.”
“역시 그렇죠?”
그 학생이 죽기 전에도 괴담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 힌트였다.
모든 마의 시작은 죽음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령이나 괴이가 관련되어 있고.
만약 그 학생이 원인이라면, 그의 죽음 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야 했다.
그래서 권태수는 연지우에게 물었다.
“지우 학생. 이 학교 역사가 얼마나 되는가?”
“어…엄청 긴데. 70년도 넘을 걸요?”
“쯧! 번거롭게 됐구만.”
권태수가 혀를 차며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는 나 역시 동감이었다.
18년 전에 죽은 그 학생이 원인이 아닌 희생자라면, 결국 그 전에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전에 해당하는 기간이 70년이 넘는다는 말이었으니.
게다가 그 70년이라는 시간은 대한민국에 있어서 격변기 그 자체가 아니던가.
일제강점기부터 6.25 전쟁과 독재 정권 등, 무슨 일이 벌어졌을만한 역사적 사건 자체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걸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하나.”
그래서 나는 폰으로 경찰청 DB에 접속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권태수가 조용히 덧붙였다.
“18년 단위로 찾아보게.”
“응? 지금 욕하신 거예요?”
“허! 욕은 무슨!”
연지우의 말에 권태수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우 학생, 지박령이라고 아는가?”
“네. 그…땅에 사는 거.”
“사는 게 아니라 묶인 거지. 놈들은 땅에 속박되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령이야. 그런데 령 중에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에 묶인 령들도 있네. 그것들을 일정한 주기를 갖고 나타나는 령이라고 해서 주기령이라고 하지.”
주기령이라.
나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지우는 물론 최수정 역시 이 학교에서 몇 년을 보냈지만, 이번 같은 사건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사건이 18년 전에 있었다면.
그게 18년 주기로 등장하는 주기령이라는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대로 그 주기를 기준으로 경찰의 DB를 뒤지기 시작했고.
“…진짜 있네요.”
정말로 성과가 있었다.
36년 전, 그리고 54년 전의 기록에 이 학교에서 죽은 학생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사인은 전부 자살.
누가 보더라도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 기록이었다.
“와… 할아버지, 이거 어떻게 알았어요?”
“험험… 다 경험이 아니겠나.”
연지우의 말에 권태수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연지우는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근데 그럼… 이대로 있으면 우리 학교에서도 누가 자살한다는 거에요?”
“우리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렇겠지.”
“……”
내 말에 다소 가볍던 연지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야 당장 자기와 친한 친구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54년 전에 죽은 그 사람이 원인인 거죠?”
“그건 모르지. 그전에도 있었는데, 단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걸 수도 있으니까.”
54년으로부터 다시 18년 전, 즉 72년 전에도 이 학교는 존재했다.
다만 그 당시의 기록은 경찰 DB에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야 경찰이라는 조직이 생기기도 전의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또한 54년 전의 기록조차도 자살로 누가 사망했다는, 단 한 줄이 전부였다.
그러니 그 원인이 누구인지, 언제부터인지는 아직 확답할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연지우가 물었다.
원인이 된 사람에 대해서는 이 이상의 추적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남은 단서는 있었다.
“뭐… 괴담 쪽을 확인해봐야지.”
나는 경찰차 안에 보관해두고 있던 인검을 가리켰다.
그러자 연지우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학교에는 마침내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사람 한 명 남지 않은 학교 내부에는 작은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학교 앞 운동장에 선 나는 이제 막 돌아오는 권태수에게 물었다.
“다 끝나셨어요?”
“그래, 다 됐네. 그럼 시작하지.”
그는 도술을 이용해 일종의 결계를 펼치고 오는 길이었다.
교문 쪽에는 경비가 있는데다, 여기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학교가 아니던가.
그러니 최소한의 눈속임은 해둬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내 옆에 선 연지우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소리 내지 말고 내 옆에만 붙어있으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어서인지, 입을 열지는 않았다.
“저거부터 확인하죠.”
우리는 먼저 학교 건물 앞에 있는 동상으로 접근했다.
그건 특별한 위인의 동상이 아닌, 어떤 여학생이 책을 읽고 있는 동상이었다.
낮에 들었던 괴담에 의하면 딱 자정이 되는 순간, 이 동상이 책을 넘긴단다.
그래서 나는 그 자정을 기다렸고.
“헉…!”
곧 무언가를 발견한 연지우가 숨을 삼켰다.
자정이 겨우 몇 초 앞으로 다가오자, 황령 하나가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더니 동상 안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이에 나는 동상을 성화로 휘감았다.
키아아아아!
그러자 기껏해야 20레벨 대의 황령은 짧은 귀곡만을 남긴 채, 그대로 소멸했다.
그리고 자정이 되자, 당연히 황령이 소멸한 동상은 쥐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뭐야, 이게 끝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연지우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그야 눈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허무한 결말이었으니.
하지만 이건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결코 끝이 아니었다.
“이건… 좋지 않구먼.”
“왜요? 방금 그 유령, 죽은 거 아니에요?”
“퇴마가 되긴 했지. 한데 저건 원인이 된 령이 아닐 게야. 아마 진짜 원령의 조종을 받은 것이겠지.”
권태수의 말대로였다.
이 순간 내 눈에는 자정이 되면서 등장한 몇 개의 령이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전부 각각의 괴담을 재현하기 위해 동원된 령들.
하지만 그 말은 저 뒤에, 령들을 통솔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었다.
“같은 령을 부리는 원령이 있다면, 그건 보통 놈이 아니야. 훨씬 위험한 놈이지.”
“아하…”
“그러니까 조용히 있어.”
“넵.”
그 후로 우리는 과학실과 음악실 등.
학교를 돌며 괴담을 재현하려 하는 령들을 퇴마했다.
놈들을 퇴마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껏해야 황령 수준의 적이었으니.
다만.
“우아악…!”
령들이 나올 때마다 내 옆에서 깜짝깜짝 놀라는 연지우가 거슬렸다.
하지만 자기가 말하고 싶어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놀라서 소리를 내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도서실에 있던, 상반신만 남아서 턱을 괸 채 두 팔꿈치로 책상 위를 맹렬히 달려오던 그놈은 내가 보기에도 좀 그랬으니.
그렇게 우리는 여섯 번째 괴담인 4층 화장실까지 도달했다.
거기에 가보니 정말로 마지막 칸만 문이 닫혀 있었고, 그 안에서는 여성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그 입구에 선 연지우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령들 때문인지, 공포감이 한껏 차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연지우에게 말했다.
“따라와 봐.”
“왜… 왜요…?”
“퇴마사가 귀신을 무서워해서야 되겠냐.”
내 말에 반박도 못 하고 연지우는 나를 따라 화장실 칸 앞에 섰다.
“문…열게요?”
“열기 전에, 아래에 있는 틈으로 안에 뭐가 있는지 봐라.”
“네? 왜요?”
“묻지 말고, 어서.”
연지우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할 수 없이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그녀는 바닥과 화장실 문 사이의 좁은 틈으로 그 내부를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멀리서 소극적으로 바라보던 연지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점점 그 틈에 가까이 다가갔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한참 그 안을 살펴보던 연지우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봐봐.”
“봤는데 없다니까요?”
“다시 보라니까?”
“아니, 아무리 봐도 없다니-우와아악!”
연지우가 다시 틈에 시선을 주자마자, 그녀는 기겁하며 일어났다.
그 틈 너머에는 어느새 새까만 동공을 가진 얼굴이 바짝 붙어 있었다.
그래, 보통 이런 패턴이었지.
나는 곧바로 그 틈에 검을 쑤셔 박고, 안에 숨어 있던 황령을 격퇴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고, 화장실 괴담은 사라져 있었다.
“흠, 저리 놀라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반대쪽 벽에 달라붙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연지우를 보며 권태수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퇴마사 해먹으려면 이런 건 익숙해져야죠.”
“…그 말은 또 맞는 말이구만.”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강 경감, 이제 어쩔 셈인가?”
령을 퇴치한 것은 이게 여섯 번째.
아까 교사에게 들었던 괴담으로 치면, 이게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은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리라.
“괴담에 속하는 놈들은 전부 퇴마했지만, 원령을 없애지 못하면 결국 또 다른 령들이 올 걸세.”
“그야 그렇겠죠. 그래서 7번째 괴담을 찾아보려고요.”
“7번째를? 왜?”
“아까 그 교사가 그랬잖아요. 7번째 괴담을 알면 죽는다고. 그게 무슨 말이겠습니까.”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권태수는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라, 그런 수가 있었구만. 근데 7번째는 어떻게 찾고?”
“다 찾는 수가 있죠.”
나는 퀘스트의 화살표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 화살표는 학교 건물의 어딘가를 분명히 가리키고 있었다.
“따라오시죠.”
나는 그 화살표를 향해 전진했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어느 교실.
정확히는 2학년 3반의 교실이었다.
“여기인가?”
“그런 것 같은데요.”
나는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당장은 을씨년스러운 어둠만이 깔린, 조용한 교실.
그리고 퀘스트의 화살표는 교실의 뒤쪽에 걸린, 강조 표시된 거울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울이라.
그런데 내가 그쪽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음?”
갑자기 퀘스트의 화살표와 강조 표시가 동시에 사라졌다.
설마… 원령이 이동한 건가?
하지만 내 눈에도 그런 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나?”
그때 권태수가 물었다.
그는 내 뒤를 따라 이제 막 교실에 발을 내딛던 참이었다.
나는 그를 보다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잠시만요.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가보실래요?”
그건 각종 괴담에 자주 등장하는, 괴담의 조건에 대한 것이었다.
밤중에만 등장한다는 조건에 의해 모든 학교 괴담은 낮에는 관측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일부 괴담에는 조건이 있는데.
그중 종종 쓰이는 것이, 바로 혼자 있을 때만 괴담이 발동한다는 것.
“…그러지.”
내 말에 권태수는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역시나.
다시 퀘스트의 화살표와 강조 표시가 활성화되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괴담의 정체는 2학년 3반 교실에서 혼자 저 거울을 보는 것인 듯했다.
“이번에는 저 혼자 해야 할 것 같네요. 지우랑 같이 밖에서 기다려주시죠.”
“흠… 그렇구만. 알겠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권태수는 대충 어떤 사정인지 이해했다는 듯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랜 경험 덕분에 괴담에 대해서는 나보다 정통할 테니, 아마 금방 눈치챈 것이리라.
그렇게 권태수가 교실의 문을 닫고 복도로 나갔다.
“……”
조용해진 교실 안.
나는 책상 사이를 지나서, 강조 표시된 거울 앞에 섰다.
거울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박혀 있었는데, 길이가 50cm 정도 되는 정사각형의 거울이었다.
그래서 그 거울을 들여다보자 나 외에도 뒤쪽으로 교실의 풍경이 비춰 보였는데.
“…찾았다.”
마지막 괴담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칠판 앞에 교복을 입은 어떤 여학생이 서 있었다.
그 교복은 연지우가 입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전에나 입었을 법한 교복.
거울 속의 그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흰자는 없이, 검은자밖에 없는 탁한 눈동자.
그때였다.
여학생은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내 바로 뒤에 나타났고.
챙!
나 역시 그 순간 뒤로 돌며 인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현실에 나타나 있는 그 여학생의 손톱과 인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튀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