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48
148.
그로부터 몇 주 후.
지겹던 여름도 끝나고 서서히 가을이 되어 가는, 내가 경찰이 된 지도 1년이 막 지난 시점.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서 서인나 팀장에게 새로운 사건에 대한 정보를 건네받고 있었다.
“법당의 요청이요?”
“그래, 공식 협조 요청이야.”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법당에서 보내왔다는 사건 자료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이번에 퇴마해야 할 괴이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귀불?”
“쉽게 말해 귀신 들린 불상이지. 들어는 봤니?”
“이름은 들어 봤는데요.”
“그리 흔한 괴이는 아니야.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20년 만에 발견됐다고 하더라고.”
이어서 서인나는 귀불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귀불은 불상의 형태를 취해, 부처의 흉내를 내는 괴이의 일종이다.
단순히 말로 현혹하는 것을 넘어, 어느 정도 신통력을 지니고 있어서 자신에게 기원을 바치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 후에는 결국 그 소원을 빈 사람을 유인해 잡아먹는단다.
“파계승 중 하나가 작은 절에서 귀불을 이용해 신도를 모으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사건 파악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망자가 꽤 나왔어.”
그 내용은 사건 자료에도 나와 있었다.
파계승이 버려진 절에 터를 잡고, 거기에 귀불을 놓은 것이 약 1년 전.
하지만 놈이 어찌나 조심스럽게 일을 벌였던지, 그 정체는 쉽게 탄로 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귀불에 의해 희생된 일반인만 30명도 넘는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지금 그 귀불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았어. 절의 신도는 물론 놈을 제어하던 파계승까지 먹어치우고 자취를 감췄거든. 그 때문에 수사는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고.”
“음… 난리가 났겠네요.”
퇴마에 대한 치안이 비교적 괜찮은 한국에서, 조직도 아닌 단독 범행으로 이 정도의 인명 피해가 나오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거기다 하필이면 범인이 파계승이 아닌가.
파계승에 관한 조사와 처벌에 한해서는, 경찰보다도 법당이 우선권을 가진다.
그러나 모든 권리에는 결국 의무가 따르는 법.
그 파계승의 범죄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면, 법당 역시 그 책임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 그게 법당 쪽에서 협조 요청을 보낸 진짜 이유야. 아무리 법당이라도, 이 정도 인명피해가 나온 사건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이야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법당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만에 하나라도 수사가 늦어진다면, 그 비난을 피할 수가 없을 테니.
스스로 경찰의 감시자를 불러서라도 그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럼… 먼저 사건 현장부터 봐야겠네요.”
본래 귀불을 놓고 있었다는 버려진 절.
뭐가 되었든 수사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그 위치는, 충청북도 끝에 있는 어느 산이었다.
몇 시간 후.
현장 근처에 도착한 나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녹음이 짙은, 깊은 산 속.
외부에서 여기로 이어지는 길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산길이 전부였다.
또한, 그 산길조차 끊어지는 지점에는 절의 입구임을 상징하는 일주문이 있었고.
그 문 뒤로는 산 위쪽으로 이어지는 높은 계단이 보였다.
현장은… 저 위인가.
한편 그런 일주문 옆으로는 또 다른 차량과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그건 나를 기다리고 있던 법당 측의 인원.
그녀는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강 경감님.”
그건 나에게 불교의 전승을 전수해주던 차서현이었다.
나 역시 그녀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법당에서는 차서현 씨가 나오신 건가요?”
“예. 부족하지만, 오늘은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오는 걸 알고 계셨어요?”
“그야… 저희 쪽에서 그렇게 요청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차서현은 자연스럽게 그리 말했다.
법당에서는 나를 지명해서 협조 요청을 했던 모양이었다.
“거기까지는 못 들어서요. 그런데 굳이 저를 왜…?”
“수사를 잘하시지 않습니까. 법당에서도 강 경감님의 실력은 꽤 알려진 편입니다. 맡은 사건을 쉽고 빠르게 해결하신다고.”
무슨 대출 광고 문구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농담으로 한 말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일단 현장으로 가보죠.”
“예.”
그 후, 우리는 사건이 벌어진 절로 향했다.
절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절의 이름이 걸려 있어야 할 문이 박살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그런 문의 잔해를 넘어, 절의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하지만 그곳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건물이 대부분 부서져 있었고, 그 위로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이건… 좀 이상하네요.”
그걸 보며 나는 말했다.
귀불은 본래 사람을 현혹해, 스스로 제 몸을 바치게 하여 은밀하게 잡아먹는 괴이다.
또한 불상이 움직이지 못하듯, 귀불 역시 제 몸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기껏해야 그 표정을 바꾸거나, 한밤중에 신통력으로 제 몸이 놓일 장소를 바꾸는 게 전부.
그렇기에 전승 속에서 귀불의 토벌 방법은 그저 대낮에 그것을 끌어내 불태우는 게 끝이다.
사람의 손에 끌려 불 속에 던져지더라도 반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타서 없어진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거대 괴수가 지나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건 저희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불이 이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전승은 법당에서도 확인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과거, 이 절에 왔다 갔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귀불이 있던 것은 명백합니다.”
내가 이상한 점을 설명하자 차서현이 그렇게 답했다.
그 내용은 나도 사건 자료에서 보았다.
이 절에 한 번이라도 들렀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묘한 불상을 봤다고 말했다.
그래서 법당은 괴이를 귀불로 지정했고, 나 역시 그것이 이상할 것이 없는 결론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장을 직접 보게 되니 귀불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
어쩌면 귀불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또 설령 귀불이더라도 결코 평범한 귀불은 아니라는 뜻.
나는 중간이 뚝 하고 부러진 두꺼운 나무 기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래 신장 같은 걸 쓰지는 않겠죠?”
“그건 아닐 겁니다. 여래 신장은 법당에서도 명왕을 넘어, 과거 7불은 되어야 쓸 수 있는 전승입니다. 아무리 특이한 귀불이라고 해도 그 정도의 전승을 구현하는 것은 어렵겠지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차서현의 대답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나저나 여래 신장이 정말로 있었구나.
우연히 얻게 된 지식을 머리에 새기며, 나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기 위해 퀘스트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켰다.
“현장 조사는 어느 정도 됐습니까?”
“겨우 정리만 해둔 상태입니다.”
그녀의 말대로 현장은 한 번 정리된 상태였다.
거추장스러운 건물 잔해를 한쪽으로 치워, 그 아래에 있던 건물 바닥이 보였다.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진 상황.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화살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여긴…”
먼저 도착한 곳은 작은 규모의 건물이었다.
다른 건물들에 비해 부서진 곳도 별로 없어,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
“여기부터 조사하시는 겁니까? 귀불이 있던 대웅전은 저쪽입니다만…”
차서현이 그렇게 말했다.
귀불이 있던 곳부터 조사하는 게 맞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화살표는 이 건물을 먼저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부터 하죠. 그런데 여긴 뭐하는 곳입니까?”
“이곳은 요사채… 그러니까, 귀불에게 먹힌 파계승이 머물던 곳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내부를 조사했다.
차서현의 말대로 각종 잡스러운 생활용품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 강조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은…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어느 수첩이었다.
나는 그것을 펼쳐 보았다.
그러자 가장 먼저 삐뚤빼뚤한 글자가 보였다.
“아무렇게나 썼던 수첩인가.”
수첩은 꽤 오래된 것이었다.
또한, 거기에 적힌 내용은 일기부터 누군가의 전화번호나 정체 모를 한자, 심지어는 장바구니 목록 등 통일성이 없었다.
보통 이런 건… 스마트폰에 적지 않나.
“파계승이 나이가 좀 있었습니까?”
“맞습니다. 듣기로는 70이 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귀불을 이용해보려고 했을 겁니다. 제 몸으로 싸우기에는 너무 노쇠했으니까요.”
늙어서까지 마인으로 있다가, 결국 이용하려던 괴이에게 역으로 잡아먹혔다는 건가.
과연, 늙은 마인에 어울리는 최후였다.
그나저나… 여기에 귀불에 대한 정보가 있다니.
나는 팔랑팔랑 수첩을 넘겼다.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필요한 정보에는 강조 표시가 되어 있을 테니.
“속독 능력도 있으신 겁니까?”
그런 나를 보며 차서현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엉망진창으로 적힌 수첩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후루룩 넘기는 게, 특수한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뭐… 속독까지는 아니고, 그냥 훑어보는 게 빠른 겁니다.”
“그게 속독 아닙니까?”
생각해보니 그렇네.
하지만 타이밍 좋게 수첩에서 필요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 귀불에 대한 기록이 있네요.”
그건 파계승이 귀불을 처음 찾았을 때의 일기였다.
그 첫 문단에는 파계승이 깊은 바닷속에서 귀불을 발견했노라 쓰여 있었다.
“바닷속이라… 신기하군요.”
그 내용을 본 차서현이 말했다.
귀불은 절이 아니라면 동굴이나 산간 등.
사람이 지나갈 법하면서도 신비해 보이는 장소에 자리를 잡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바닷속이라니.
또한, 이를 발견한 파계승은 원래 바닷속에 가라앉은 신기를 찾고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흠…”
그리고 한동안 그 귀불에 대한 기록이 이어졌다.
귀불은 귀불 혼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귀불 주변에는 몇 가지 소소한 유물들과 신기가 있었는데 수첩에는 그 목록도 있었다.
그 옆에 숫자도 적힌 걸 보면… 파계승은 이를 몽땅 챙기고, 전부 갖다 팔아먹은 모양.
하지만 그 목록만 봐서는 이 유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그때 차서현이 반응했다.
“이건…”
“이게 뭔지 아세요?”
“이것들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게 약탈당했던 불교의 유물들입니다. 그 뒤로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대로 유실된 줄 알았는데… 바닷속에 잠들어 있었군요.”
그녀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진왜란이라.
갑자기 오래전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앞뒤의 상황이 맞춰지는 듯했다.
“…귀불이 생각보다 엄청 오래된 건가.”
파계승이 건져 올린 귀불은 임진왜란 때의 것인 듯 보였다.
아마 그걸 보통의 불상이라 생각한 일본군이 이를 약탈하여 배에 실었고.
그 후 무슨 일이 있어 그들의 배가 침몰, 쭉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몇 가지 유물들과 함께 발견된 것이리라.
“줗은 소식은 아닙니다. 그만큼 귀불이 위험하다는 뜻이니까요. 임진왜란은 1590년대에 있던 전쟁입니다. 그러니 400년이 넘게 생존한 귀불이라는 뜻인데, 그런 귀불은 기록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차서현은 표정을 굳히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오래되고, 역사가 깊은 마는 그만큼 강력하다.
비록 아무도 모르는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기에, 귀불의 입장에서는 극심한 기아 상태였겠지만.
그것조차 지금은 전부 해소된 이후였다.
그렇게나 위험한 귀불이 지난 1년간 가만히 이 절에 앉아 있었던 것은.
은밀히 사람을 잡아먹으며 제 속을 채우고, 그 힘을 되찾기 위함이었을 테니.
“조사를 계속하죠.”
나는 강조 표시가 사라진 수첩을 닫았다.
이제 화살표는 귀불이 있던, 대웅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흠…”
대웅전 앞에 도착한 나는 침음을 흘렸다.
대웅전은 요사채와는 반대로 다른 건물 중에서도 가장 요란하게 부서져 있었다.
지붕은 물론 건물 바닥까지 박살이 나서, 그 터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작은 돌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 돌조각에서는 미약하지만 분명 검은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건 뭡니까?”
“귀물입니다.”
내 말에 차서현이 눈을 크게 떴다.
“귀물…? 그런 게 여기에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아무래도 귀불에서 떨어진 조각 같네요.”
“어떻게 단번에 그걸…?”
차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대웅전에는 당연히 이것과 비슷한 돌조각은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
그녀는 내가 그 많은 돌멩이 중, 대웅전에 발을 딛자마자 이걸 찾아낸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제 능력입니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대단하시군요.”
내 능력이 영력 탐지라는 건, 굳이 경찰이 아니더라도 외부에 알려져있다.
실제로 귀물을 찾아내 직접 처리한 사건도 많았고.
그래서 간단히 수긍한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게 있다면 켕켕이의 추적 주술을 활용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전에 추적 주술을 사용하던 걸 기억하고 있는 건지, 차서현은 그렇게 물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켕!”
곧바로 켕켕이를 불러 돌조각을 단서로 추적 주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스마트폰의 지도에는 우리가 가야 할 지점이 표시되었다.
그런데.
“여긴…”
지도에 표시된 곳은 역시 깊은 산 속이었다.
다만 경사가 거칠고 주변에 등산로도 없어서, 사람을 유인해야 하는 귀불에게는 불리한 곳.
정말 귀불이 여기에 있다는 건가.
“여기가 맞아?”
“켕!”
그래서 나는 그렇게 물었지만, 켕켕이는 문제없다는 듯 힘차게 답했다.
그렇다면…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나.
“그럼 이동합시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차서현과 함께 추적 지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는,
“음…?”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귀불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