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50
150.
“우어어…”
우미보즈의 거대한 형상이 서서히 옅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녹은 얼음처럼 흘러내리더니, 이내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검게 변색된 부서진 불상뿐.
그 불상은 더 움직이지도 않았고 레벨 표시도 없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괴이가 소멸하며,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끝났네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차서현은 이어서 조용해진 절 안을 뛰어다니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당에 지원을 요청하고, 쓰러진 승려들을 수습하는 등.
부지런하게도 벌써 뒤처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척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귀불과 우미보즈.
그 괴이들은 인검에 새겨질 정도의 괴이는 아닌지, 인검과 관련된 퀘스트가 반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전승이 서로 얽혀 있던 덕분에, 또 다른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제작 레시피와 그 재료를 주는 퀘스트였다.
새롭게 아이템 창에 추가된 제작 재료는 귀불의 핵과 우미보즈의 그림자.
두 괴이의 전승이 섞여버린 퀘스트였기에, 두 개나 주는 건가.
또한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그 두 아이템은 전에 얻은 우렁이 껍질처럼,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보였다.
그럼 이걸로 만들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나는 새롭게 추가된 레시피들을 훑어 보았다.
“……”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귀불과 우미보즈로 만들 수 있는 장비들.
그것들을 보니, 대충 두 괴이가 가진 힘의 방향성이 보였다.
우미보즈의 경우에는 바다와 물에 저항력을 갖게 하는 쪽.
그리고 귀불은 현혹이나 환상 등, 정신 방어에 특화된 쪽이었다.
뭐, 나쁜 건 아니다만… 냉정히 말해 나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바다와 물에 대해서는 나가의 전승이 있었고.
정신 방어 쪽은 아예 디버프를 무시하는 스킬을 갖고 있었으니.
하지만 벌써 세 종류의 제작 레시피를 얻어서일까.
레시피는 그 괴이에 특화된 장비 외에도 몇 개가 더 있었다.
귀불의 핵 + 우미보즈의 그림자 + 나찰의 창
– 불교 관련 전승의 효과 1단계 증폭
귀빌이나 우미보즈가 모두 불교와 연관된 괴이이기 때문일까.
불교와 관련된 전승을 전부 강화시켜 주는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었다.
당연히 이를 보유하고 있는 나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만한 아이템.
다만,
“나찰의 창이라…”
없는 재료가 하나 보였다.
그걸 어떻게 구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 마침 차서현이 다가왔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승려분들은 괜찮으세요?”
“예. 다행히도 크게 다치신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이 금방 해결된데다 추가적인 피해자도 없다면, 경찰이나 법당에는 최선의 결과였으니.
“그럼 이제 돌아가시죠. 여기에는 곧 저희 측 인원이 도착할 겁니다.”
차서현의 말에 나는 그녀와 함께 차량을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산길을 걸어가던 도중.
나는 슬쩍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나찰이라는 괴이를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나찰은 괴이이기도 하지만, 불교의 호법신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그 창이 필요해서요.”
“아, 혹시 주술 재료로 쓰시려는 겁니까?”
주술이 아니라 제작이긴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곧바로 차서현의 말이 이어졌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물론 나찰을 퇴마하는 것이지만, 놈은 국내에 서식하는 괴이가 아닙니다. 최소한 중국이나 인도에서 찾아야 할 텐데, 그조차 그리 쉽지는 않겠죠.”
“그럼…”
“…다소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차라리 구입을 하시는 게 낫다고 봅니다.”
“구입? 그걸 사라고요?”
“예. 믿을 만한 거래처를 찾는 게 힘든 일이긴 하지만, 직접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실 겁니다.”
제작 재료를 그냥 돈 주고 사라는 건가.
하긴, 나야 괴이를 죽이면 아이템이 떨어지는 데 집중해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냥 거래를 하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한 방법이었다.
“가격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글쎄요. 다만 귀물 취급을 받는 재료는 아니라, 다소 가격이 나가긴 할 겁니다.”
비싸다는 뜻.
하지만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화랑의 이현아 전무.
그녀에게는 예전에 사브리나를 처리해주면서 쌓아둔 빚이 있다.
그 빚을 값비싼 물건으로 받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아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상황이 바뀌었다.
화인 그룹의 이성민 회장과 경찰청장, 그 두 사람이 나를 믿고 비밀스러운 사건을 맡긴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두 사람과의 인연이 생긴 셈으로.
그 둘의 협조가 있다면 이현아에게 나찰의 창을 받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사치품도 아니고, 내가 강해지기 위한 주술 재료가 아닌가.
나를 필두로 사교를 상대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일이리라.
“흠…”
그럼 이건 이현아에게 사달라고 해야지.
괜찮은 결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은 레시피들을 훑어보았다.
남은 것은 소소한 소모품들.
있다면 좋긴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서는 효과가 일시적이기에 대부분 효율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하나.
마침 내게 필요한 것이 있었다.
우렁이 껍질 + 귀불의 핵 + 설돈의 털
– 2시간 동안, 얼음 속성 저항력을 크게 높인다.
얼음 속성 저항력을 높이는 소모품.
안 그래도 현무의 신역에 가야 하는데.
아직 얼음 면역 스킬을 얻지 못한 나에게는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만한 것이었다.
물론 제작 재료 중에 설돈의 털은 내 수중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방법이 있었다.
설돈은 그 이름 그대로 눈 돼지라는 뜻으로 얼음을 먹는, 푸른 털 위로 하얀 줄무늬가 새겨진 멧돼지다.
주로 한겨울에 큰 눈이 내릴 지역에 나타나, 이를 대비하라고 알려준다는 영물.
그리고 나는 그런 설돈을 관리부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아니, 봤다 뿐일까.
관리부 직원들의 말을 듣지 않고 벽에 계속 박치기를 하는 놈의 행동을 교정시키기까지 했었다.
그러니 김다영을 통해 그 털을 좀 보내달라고 하면, 거절하지는 않겠지.
“…좋네.”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장비와 아이템이 두 개나 있었다.
사건을 맡았을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
하지만 이조차 끝은 아니었다.
사건이 법당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받아야 할 게 하나 있었으니.
“법당까지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내 말에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차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팔부신중의 전승을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그중 네 번째…아수라.
그래서 나는 먼저 아수라 전승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에 대해 차서현에게 물었다.
“아수라는 쓰러뜨린 마를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를 축약하면, 령이나 괴이를 쓰러뜨리면 쓰러뜨릴수록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버프 같은 느낌.
그리고 마치 필살기처럼 그 힘을 한번에 해방하여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단다.
과연… 날뛰면 날뛸수록 강해지는 게 아수라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능력.
그렇게 나는 그날.
법당에 들려 아수라의 전승을 얻고, 늦은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 * *
그리고 며칠 후.
주말을 맞이한 나는 방안에서 현무의 신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지금 막 만든 얼어붙은 갑각 5개를 보며 중얼거렸다.
내 요청에 관리부에서 보내준 설돈의 털을 전부 투자하여 만든 것이었다.
하나에 지속 시간이 2시간이니, 총 10시간.
이 정도면 다른 신역에 머물렀던 시간과 비교해 봤을 때, 충분히 여유로운 수준이었다.
거기에 또 필요한 것은… 청두더지의 비서.
– 특정 신역으로 통하는 통로를 생성합니다.
– 통로는 24시간 후 사라집니다.
레어 등급 소모품 선택권에서 얻은 것으로, 현무의 신역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 주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인검과 코트까지 챙기고, 그 비서를 사용했다.
그러자 쿠구구구-하며 땅을 파는 듯한 낮은 소리가 나더니.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 난데없이 구멍이 생겨났다.
이게 현무의 신역으로 통하는 통로라는 건가.
“근데 여기 3층인데.”
설마 아래층 천장이 뚫려있지는 않겠지.
나는 그런 걱정과 함께 구멍에 손만 넣어 이리저리 휘저어 보았다.
하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물리적으로 뚫린 게 아닌, 다른 신역의 입구처럼 공간 자체가 비틀렸다는 뜻.
그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까맣게 변하고, 젖은 흙냄새가 느껴진다.
두더지의 비서라더니 정말 땅속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추락은 길지 않았다.
쿵!
곧 신역의 땅에 발이 닿았다.
그곳의 공기는 역시나 차가웠다. 가을이 아닌, 한겨울처럼 시리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것.
“쯧…”
나는 인검을 꺼내 들어, 그것을 백염으로 감쌌다.
그러자 겨우 내가 도착한 신역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널찍한 공간이었다.
벽과 천장은 모두 갈색의 돌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벽화가 새겨져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것도 같았다.
“…무덤?”
기억을 더듬다 보니, 그건 무슨 고분에서 발견되었다는 벽화와 흡사했다.
그렇다면 여기는 무덤 내부라는 건가.
아니, 정확히는 무덤 내부를 흉내 낸 신역이라고 봐야겠지.
“흠…”
나는 그런 무덤 내부를 걸어갔다.
한동안 걸어도 여전히 광원은 없었다.
그저 쓸쓸한 분위기의 긴 복도가 이어질 뿐.
그리고 그 복도를 벗어나니, 곧바로 운동장만 한 공터가 나왔다.
여전히 갈색의 벽으로 사방이 막힌 공간.
그런데 그 공터에는 현무는 고사하고, 웬 령들이 바글거렸다.
레벨이 낮은 백령부터, 심지어는 60 레벨이 넘는 적령까지 보였다.
이에 나는 곧바로 전투를 준비했으나.
“…안 와?”
정작 령들이 가까이 접근한 나를 보고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격할 의사는 없는 모양.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현무는 얼음, 즉 냉기를 조작하기도 하지만, 음양에서 그 속성은 태음에 속한다.
즉 가장 커다란 음기를 관장하는 존재로 현무는 음에 속하는 귀신조차 부리는 사방신이라고 하던가.
그렇기에 현무의 신역인 이곳에 있는 령들은 일반적인 령이 아닌, 현무의 권속과도 같았다.
만약 현무에게 공격의 의사가 없다면, 이 령들 역시 나를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소리.
그렇다면 나 역시 그런 령들을 먼저 공격할 이유는 없었다.
“……”
그래서 나는 적당히 경계만 하며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갔다.
령들은 그런 내 앞을 막기는커녕 스스로 길을 열며, 내가 가야 할 방향까지 알려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맥이 빠졌다.
사실 백호나 주작의 때를 생각해서 여기에서 령들이 나를 공격해오고.
내가 그것들을 전부 물리치면 현무의 분령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무력으로 시험할 생각은 없다는 건가.”
그렇게 판단한 나는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그러자 이제는 아예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 있는 것은… 조금 전에 널려 있던 령보다 훨씬 거대한 령들이었다.
전부 80 레벨 이상의 흑령들.
하나만 나와도 퇴마 경찰 수십 명이 투입되어야 하는 그런 놈들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걸 보며 내심 저것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한두 마리면 모를까.
80 레벨 이상의 적이 저렇게 몰려있다면 아무리 나라도 이길 수는 없을 테니.
“음?”
그런데 그런 흑령들 사이.
마치 자신에게 오라는 듯, 이 짙은 어둠 속에서도 보름달처럼 밝게 빛나는 가장 큰 령이 있었다.
게다가 그건 일반적인 령이 아니었다.
아예 마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은 그것은…위령.
이름 모를 어느 위인의 영혼이었다.
“……”
나는 묵묵히 흑령 사이를 걸어 그 위령의 앞까지 도달했다.
그러자 위령이 천천히 내 쪽으로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런 로그가 떠올랐다.
내 의사를 묻는 건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거부할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냥 허락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빛의 심장 스킬.
즉 디버프 면역을 해제해야 현무의 시험을 받을 수 있단다.
그 말에 나는 내심 그 시험이라는 게 어떤 건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알 것도 같네.”
왜, 자주 있지 않은가.
환상이나 그런 걸 통해 누군가의 정신력을 시험하는 일이.
그리고 그런 거라면… 나 역시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위령의 제안을 수락했다.
빛의 심장 스킬이 해제되고, 위령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의식이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