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52
152.
“음?”
서브 퀘스트의 완료 로그는 단 두 줄이 끝이었다.
현무를 얻은 순간에 비해, 오히려 조용한 보상.
그래서 나는 우선 강화되었다는 아이템을 확인하기로 했다.
원래 ‘주조된 신의 그릇’은 사방신의 분령을 얻을 때마다 이를 보관하고, 관련 스킬을 제공해주던 아이템이었으나.
레전더리 영혼 아이템
신의 영혼을 얻거나, 신을 쓰러뜨렸을 경우 신성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보유한 신성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신격을 부여한다.
– 현재 축적된 신성 : 17
– 부여된 신격 : 최하급
“신격…?”
그것이 이렇게 진화해 있었다.
이름은 물론 에픽 아이템이던 것이 레전더리로 바뀌어 있었고.
기존에 제공해주던 스킬 외에도 처음 보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또한 설명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그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신격에 신성이라니.
게다가 벌써 17이라는 신성이 쌓여 있었다.
저건 어디서 온 건가 하는 의문을 품자, 친절하게도 그 수치에 대한 상세 설명이 출력되었다.
사방신이 각각 3씩, 그리고 치우가 2, 파주주가 3.
그렇게 해서 17이란다.
“그리 높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사방신에게서 받은 것은 분령이고, 파주주 역시 본체가 아닌 화신을 쓰러뜨려서인지 얻은 신성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리고 치우는 괴이와 인간으로서의 전승이 섞여 있어서인지, 더욱 낮았고.
그나마 내가 만났던 고위 신은 캄보디아의 나가 정도였지만, 그건 아예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하긴 나가는 영혼을 얻은 것도, 쓰러뜨린 것도 아니었으니 당연한가.
“근데 이건 어디다 쓰는 거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런저런 창을 확인해 보았다.
그 답은 상태 창에 있었다.
지난번,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고 추가된 침식 저항.
이계의 신들에 저항할 수 있다는 그 침식 저항 수치가 딱 신성 수치만큼 올라가 있었다.
“흠…”
그걸 보며 나는 침음을 흘렸다.
사교가 부리는 이계의 신은 기존의 전승을 부정한다.
그렇기에 그 권능에 저항하는 방법인 침식 저항은 사교를 상대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힘이다.
아무리 나에게 검술이 있다지만, 모든 전승을 부정 당한 채 다수의 적과 맞붙는다면 충분히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침식 저항을 올리는 방법이 신성, 즉 신격을 가진 존재를 쓰러뜨리는 거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신격을 가진 존재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찾는다 해도, 악신이 아니라 선한 신격이라면 쓰러뜨리기도 애매하다.
선신은 전승과 마찬가지로 재앙을 막고 악신과 그 수하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신을 마구잡이로 쓰러뜨려 신격을 높이라는 건가?
“…아니지.”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아마 이건 일반적인 전승의 신을 사냥하라는 게 아닐 것이다.
사냥하는 대상은 사교가 만든 이계의 신들.
분명 그것들을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놈들에 대한 저항이 강해지는 시스템이겠지.
“그럼 이건…”
그렇게 이해한 나는 상태 창에도 표시된 최하급 신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상세 정보가 나타났다.
신성 20 미만의, 이제 막 태어난 미약한 신격.
아직 보유한 권능은 없다.
신격을 가지지 못한 권능에 조금 저항할 수 있다.
최하급이라서일까.
아직 권능에 저항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
결국 신성을 높여 침식 저항을 올리다 보면 신격 역시 승급하게 되고, 권능도 얻게 되는 모양.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면…이제는 하다 하다 나보고 신까지 해먹으라는 건가?
“…말은 번지르르하네.”
겨우 서브 퀘스트의 보상을 이해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물론 지금까지도 내가 신격을 내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존재의 전승을 빌렸던 것뿐이다.
나를 만났던 이무기가 나를 청룡의 사도라고 칭했던 것처럼, 청룡 자체가 아닌 그 권위를 대변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퀘스트가 나 자신이 신격을 가지고, 신이 되라고 하고 있었다.
그럼 이다음에는 뭔가.
신성을 높여 좀 더 높은 신격을 갖추게 되면?
그다음에는 알아서 전승을 만들기라도 하라는 건가.
“……”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펼쳐져 있던 창들을 모두 닫았다.
신이라는 이름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아서였을까.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보상에 대한 것도, 신격을 가졌다는 데 대한 흥분도 아니었다.
그저 의심만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의심은 이내 나에게 신격을 부여하려는 존재에게 향했다.
바로 퀘스트.
처음부터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나에게 발생하는 퀘스트에는 분명 그 방향성이 있었다.
특히 메인 퀘스트가 그랬다.
마치 게임의 그것처럼 사교라는 특정 집단을 상대로 연속해서 발생하는 퀘스트.
이를 두고 단순히 퇴마사가 가진 능력의 일환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 그 궤가 달랐다.
할 수 있는 것도 너무나 많고, 무엇보다 퀘스트는 미래를 예지하지 못한다면 알 수 없는 것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표시가 되곤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나에게 미래 예지의 능력이 없는데, 퀘스트에게는 있다니.
그래서 의심이 되었다.
이 퀘스트의 출처는 도대체 어디일까.
그런데 그걸 왜 하필 나에게 주는 거지?
목적이 뭐길래?
그러자 의심의 꼬리를 물고,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전부 다 몇 번씩은 떠올려 보았고, 그때마다 대답하지 못했던 의문들.
그리고 그런 의문들 중에는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단 말이지.”
퀘스트는 그저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나를 이해하고 있었다.
단순히 비위를 잘 맞춘다는 뜻이 아니다.
한때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 결국 파탄에 이르렀던 용사 시절의 경험.
그 경험에서 내가 배운 것은 단 하나였다.
아무도 믿지 못해도 내가 가진 힘만은 믿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모든 것에 실패했던 그 당시에도, 오직 힘으로 복수만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퀘스트는 그런 내 성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만약 퀘스트가 나를 돈이나 명예, 사람으로 움직이려 했다면, 나는 절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퀘스트는 아니었다.
놈이 제시한 건 오로지 힘이었다.
퀘스트 하나를 해결할 때마다 전승과 아이템을 주고.
그 다음 퀘스트에서는 더욱 강하고 새로운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도 퀘스트를 억지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단지 얼굴도 모르는 놈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 싫다고 아무 힘도 얻지 못한 채 머무르는 것보다는.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그놈의 대가리를 깨버릴 힘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퀘스트 뒤에 숨은 존재는 모습은커녕 그 존재조차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대신 오히려 이제는 나보고 신의 힘을 얻으라고 종용을 하고 있다.
그저 아직 넌 부족하니, 더욱 강해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나 강한 놈인가?”
모르겠다.
당연히 알 수가 없었다.
어느새 답답해진 심정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깊게 생각할 것이 없었다.
지금은 가진 힘도 충분치도 않고, 무엇보다 정보도 부족하다.
그러니 아직은… 지켜보아야 할 때였다.
“…잠이나 자자.”
그렇게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 * *
다음주 월요일, 파출소의 사무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 드립니다.”
나는 내 책상에 앉은 채, 이제 막 이현아와의 통화를 끝내고 있었다.
지난번에 그녀에게 사달라고 했던 나타의 창.
그 매물이 아쉽게도 아직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잠시 말미를 달라는 통화였고, 나는 당연히 이를 허락했다.
그야 안 사준다는 것도 아니고, 물건이 없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
그렇게 폰을 내려놓은 나는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사무실에는 다른 네 사람의 모습은 있었지만 서인나 팀장은 자리에 없었다.
경찰서에서 주관하는 무슨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에 오전에는 그쪽으로 간 것이었다.
그 덕분에 월요일 오전이지만, 나는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시간은 채 몇 시간을 가지 못했다.
“팀장님, 오셨어요?”
“어, 그래. 다들 주말은 잘 보냈니?”
점심 시간이 되기 조금 전, 서인나가 돌아왔다.
그리고 회의에서 돌아온 그녀는 이내 경찰청에서 들고 온 업무를 차례차례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가져온 업무의 양이 꽤 되는 모양.
그래서 나는 판결을 기다리는 사형수라도 된 것처럼 조용히 내 차례를 기다렸고.
“강 경감은 이거.”
곧 그녀는 두꺼운 파일 하나와 함께 푸른색의 봉투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파일은 그렇다 쳐도 이 봉투는 뭐지?
“이게 뭡니까?”
“강 경감은 외국 출장 건이야.”
봉투가 뭔가 했더니, 비행기 표였나.
벌써 세 번째 외국 출장.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기에,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어디입니까?”
“에스토니아라는 곳인데, 알고 있니?”
아쉽게도 기억에 없는 나라였다.
이름만 봐서는 이세계에 있을 법한 도시 이름인데.
“모르겠네요.”
“러시아 옆에 있는 발트 3국 중 하나야. 유럽에서는 북동쪽에 있는 나라지.”
유럽에서 북동쪽이라.
그렇게 말하니 대충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내용이 많나 보네요?”
나는 사건 파일을 보며 말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사건은 대부분 정보가 많지 않은 편인데 반해, 이번에는 그 내용이 꽤 튼실해 보였다.
이에 서인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에는 사건에 얽힌 게 좀 많거든. 먼저, 문제가 되는 건 스트리고이라는 괴이야.”
“스트리고이요?”
“슬라브 신화의 흡혈종, 그냥 흡혈귀의 친척쯤 되는 괴이라고 생각하면 돼.”
흡혈종이라.
그리고 보니… 드라큘라의 원산지가 동유럽이었던가.
에스토니아에서도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서인지, 비슷한 괴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조용히 이세계에서 보았던 뱀파이어들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만만한 놈들이 없던, 마족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놈들이었다.
비록 마법은 못 쓸 테지만 현실에서도 쉬운 놈들은 아니리라.
“스트리고이에 의해 작은 마을 하나가 괴멸했어.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마인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거야.”
“그렇게 복잡한 사건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 마인이 평범한 마인이라면 그랬겠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사건 파일의 중간을 펼쳤다.
거기에는 어떤 젊은 외국 여성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마인은 바바 야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인으로, 동유럽 최대의 비공식 퇴마 단체인 ‘마녀의 밤’을 이끄는 마녀들의 수장이야.”
바바 야가라고?
그건 스트리고이처럼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마녀의 이름이었다.
본래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매부리코에 아이를 잡아먹는 이미지가 씌워진 전형적인 마녀 그 자체.
하지만 그 이름을 가진 마인을, 나는 다른 경로를 통해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바바 야가는 모니카가 알려준, 금서를 가지고 있는 마인 중 하나였으니까.
“바바 야가는 상당히 특수한 마인이야. 바바 야가라는 명칭 자체가 개인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닌, 마녀의 수장을 칭하는 호칭이거든. 즉 이 여자는 이번 대의 바바 야가라는 거지. 그래서 사실 바바 야가에 대해서는 취급이 조금 애매해.”
“애매하다니요?”
“바바 야가는 마인이지만, 수배 대상은 아니야. 그녀의 통제 아래 있는 마녀들이 비밀스럽게 행동하고 정부의 제어 밖에 있을 뿐, 실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거든.”
이어서 서인나는 바바 야가가 이끄는 마녀의 밤이라는 단체에 대해 설명했다.
그건 신화나 민담 속 마녀의 전승을 따르고, 지금도 마녀라 불리는 퇴마사들이 모인 동유럽의 사설 퇴마 단체였다.
쉽게 말해 돈을 받고 퇴마를 해주는… 어찌 보면 한국의 무당과도 같은 마녀들.
그리고 몇몇 국가들에서는 그런 마녀의 밤이 나름대로 영향력을 가진 모양이었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공식 퇴마 단체의 규모가 아주 작아. 그래서 이 마녀들을 마냥 악당으로 취급할 수가 없지. 이들이 없으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퇴마에 대해서는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거든.”
“……”
“물론 역대 바바 야가 중에는 위험한 마녀도 있었고, 그 때문에 바바 야가가 마녀 사냥을 당한 적도 있었지만…이번 대의 바바 야가는 특히 온건한 편이야.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한 퇴마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한 적도 있었고. 그래서 에스토니아 정부 쪽에서도 우선 중립적인 조사를 요청하고 있어.”
먼저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바바 야가에게 죄가 있는지 아닌지를 확실히 해달라는 건가.
그 내용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바바 야가는 금서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알고 있었구나? 맞아. 바바 야가는 슬라브 신화의 금서를 소유하고 있지.”
“신화에도 금서가 있습니까?”
“없을 건 없지 않니? 신화라는 건 결국 예전에는 종교였으니까. 정확히는 사멸한 종교지.”
그건 그랬다.
지금은 신화라 불리며 종교적인 색채는 옅어졌지만.
그 신화가 남긴 유산 중에는 고대 신전도 있었으니.
오래전에는 분명 실재하는 신앙으로 존재했으리라.
“하지만 그중에서도 바바 야가의 금서는 특별해. 그 금서를 작성한 것 자체가 역대 바바 야가들이거든. 그래서 금서에 대한 이해도만큼은 그 어떤 마인보다도 뛰어날 거야. 그런 부분이 위험해서 일단은 마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거지.”
“……”
과연, 서인나의 말대로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유형이었다.
금서를 해독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마인인가.
어쩌면…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럼 출국 날짜는…”
나는 파란 봉투 안의 비행기 표를 꺼내보았다.
어쩐지 비행기 표를 같이 주더라니.
출국 날짜는 바로 내일이었다.
나는 살짝 표정을 굳혔고, 서인나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 동행하는 건 하정이야. 에스토니아는 국토의 1/3이 숲이라고 할 정도로 숲이 많은 나라지. 그러니 총이 있으면 꽤 도움이 될 거야.”
서인나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드넓은 숲 속에 숨어 있는 마녀라.
과연, 신화 속의 마녀 그 자체가 아닌가.
그렇게 나는 북유럽의 에스토니아로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