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59
159.
“저는 이번 게 마음에 드네요.”
“이번이라면… 저거 말인가요?”
뜻밖이라는 듯, 이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이번 경매 물품은 다름 아닌 총이었으니.
“총도 사용하시나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이현아는 그렇게 물었지만, 사실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총도 아니었다.
푸른색의 빛을 품은 매직 등급의 권총은 그 일부가 파손되어 있다.
나는 쓸 수도 없고, 쓰려고 해도 따로 수리해야 하겠지.
한편 사회자는 그것이 미국, 서부 시대의 유물로 추측되고 있다는 설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설명대로, 내 눈에 보이는 아이템의 이름은 서부 시대의 유명한 사설 경비 기업이자 범죄자 사냥꾼 조직, 핑커톤과 관련이 있었다.
그만큼 인지도가 있는 신기라는 뜻.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했다.
이는 단지 총을 사용할 수 있는 퇴마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용하실 게 아니라면… 어쩌시려고요?”
서부 시대라 칭해지는 시기는 19세기 말로, 고작해야 200년 전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다른 신화나 설화와 같은 신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주술이나 전승이 파고들 틈이 별로 없다.
즉 퇴마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시대라는 것.
그래서 서부 시대의 유물은 신기로 쓰려 해도 영력이 그다지 담겨 있지 않아 강하지 않고.
주술 재료로 쓰려고 해도, 서부 시대를 기반으로 한 주술이 없었다.
그나마 그 당시 죽어나갔던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남긴 한이 령과 괴이를 불렀고.
그런 괴이에게는 효과적인 면을 갖고 있어, 미국에서 종종 사용되는 게 전부라고 하던가.
하지만 그조차도 일부가 파손된 신기였으니, 정작 미국 기업에서 나온 인원들조차 큰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침 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저게 좋겠네요.”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현아는 내 의도를 모르겠다는 눈치였지만, 별말 없이 경매 입찰을 준비했다.
그러나 내가 저 권총을 구하고자 하는 이유는 확고했다.
핑커톤의 처형자라 이름 붙여진 아이템의 설명 가장 아래, 이런 내용이 있었다.
– 나예네즈가니 (봉인됨)
나예네즈가니의 검을 녹여 만들어져, 그 힘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침입자들의 무기가 되어, 그 전승은 부정된 상태다.
나예네즈가니.
그건 북아메리카 원주민 중, 나바호족의 설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이다.
나바호족 설화는 태양신을 중심으로 신들이 늘어선, 비교적 흔한 다신교의 형태를 띠지만, 다른 신화나 전승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신화 속의 주적이 평범한 악신이 아니라는 것.
그 악신은 아나예라고 하는 종족인데, 나바호족은 이를 악신일 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신, 즉 외계의 신이라 칭했다.
그리고 나예네즈가니는 이 아나예의 우두머리인 가장 큰 외계의 신, 예이초를 쓰러뜨린 신으로.
나예네즈가니라는 이름의 뜻은 무려 ‘외신 살해자’였다.
“……”
사교와의 전투 이후.
나는 줄곧 놈들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될만한 전승을 찾았지만, 당연히 그런 전승은 흔치 않았다.
다른 세계의 신에 대항하는 전승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러던 중 겨우 찾아낸 것이 바로 이 나바호족의 설화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전승은 현재까지 거의 이어지지 않았다.
북아메리카 대륙이 서부 개척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었고.
그 때문에 전승의 맥 자체가 끊어지며 관련 주술은 물론, 신기까지도 대부분 유실된 탓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남아있었을 줄이야.
비록 이를 있는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구해놓는 것이 중요했다.
언제 관련 레시피가 나올지도 모르고, 레시피가 아니더라도 설명창에 표시되어 있다는 건 나예네즈가니의 힘을 되찾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었으니.
어찌 되었건 이계의 신과 관련된 사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유용한 재료가 될 수 있는 셈.
그래서 나는 이를 이현아게 부탁하고 조용히 경매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음…?”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던 경매가 계속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경쟁자는 다름 아닌 유아연이었다.
그 정신 나간 여자가 이현아와 함께 경매에 참여하여 권총의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었다.
“…심심풀이는 아닌가.”
유아연의 자리는 내가 있는 곳에서 꽤 떨어져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장난질을 치는 건 아니라는 뜻.
그리고 설령 내 말을 들었다 해도, 이런 식의 견제는 의미가 없다.
애초에 나한테 이런 장난을 쳐서 얻을 이득이 뭐라고.
게다가 경매에 참여하는 유아연의 시선은 사막처럼 메말라 있다.
저렇게 진지한 걸 봐서는… 저 여자도 나처럼 이 경매 물품에 대해 뭔가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어머…”
그렇게 진행되는 경매 중,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시예가 그런 소리를 냈다.
권총의 경매 시작가는 500만 원이었으나 입찰가가 어느새 5천을 돌파했다.
본래라면 천만 원도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5배가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경매 참가자들은 이현아와 유아연을 향해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내더니.
“…1억 나왔습니다.”
입찰가가 억대를 넘어가자, 오히려 표정이 심각해졌다.
유아연도 이현아도 이곳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들이다.
그러니 그런 둘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건, 분명 자신들이 모르는 저 유물의 가치를 저들이 알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참여자들은 쉽게 경매에 끼어들지 못했다.
이현아는 물론, 유아연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이 입찰가를 올리더라도, 망설이지도 않고 더 높게 입찰을 하는 행위가 반복되더니.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었다.
“파… 팔억 오천 나왔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 입찰가는 오늘 경매 최고가를 돌파했다.
썩 괜찮아 보였던 에픽 등급의 갑옷과 투구 세트가 팔렸던 가격이었다.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서울에 내 집 마련도 할 수 있는 돈.
이쯤 되자 나도 살짝 쫄리기 시작했다.
이거… 입찰이 되더라도 진짜 받아도 되는 건가.
구경자의 입장에서 여유롭게 지켜보던 한시예조차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래서 슬쩍 이현아의 눈치를 살폈다.
내 부탁 때문에 곤란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러나…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녀의 얼굴에는 놀랍도록 감정이 없었다.
“음…”
입찰가가 올라가면,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성민 같은 표정으로 이현아는 입찰 버튼을 눌렀다.
그 사이 오히려 침음을 흘리는 그녀에게서는 권태롭다는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마치 이 경매장을 버튼 몇 번 누르면, 알아서 신기가 튀어나오는 자판기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태도.
그래서일까.
무슨 리듬 게임이라도 하듯 박자에 맞춰 올라가던 입찰가가 먼저 멈춰 서게 된 것은, 유아연 쪽이었다.
“……”
입찰가는 20억이 넘어가 있었다.
그 상식을 벗어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지금까지 한 번도 이쪽을 돌아보지 않던 유아연이 마침내 고개를 돌려 이현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입찰가를 올렸지만, 이에 이현아는 무표정하게 다시 한 번 버튼을 누를 뿐.
거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유아연이 아무리 강력한 퇴마사라고 한들, 이 경매에서는 이현아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얼마 안 있어 결국 ‘핑커톤의 처형자’의 경매가 종료되었다.
승자는 당연히 이현아였고, 그 결과 나는 성공적으로 제작 재료를 얻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여기에… 반포 자이를 녹여야 한다고?”
30억에 육박하는 막판 입찰가였다.
외신 살해자고 나발이고, 내 돈 주고는 죽어도 못 낼 가격.
그러나 이현아는 나찰의 창을 입찰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승리했다는 것에 기뻐했다.
과연… 평소에는 잘 티가 나지 않아도 재벌가의 손녀라는 건가.
나와는 금전 감각이 제법 거리가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결국, 모든 물품의 경매가 종료되었고, 나는 경매장을 나왔다.
“오늘도 재미있었네~”
함께 나온 한시예가 느긋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경매 막바지에 나온 레어 등급 갑옷을 나름대로 싼 가격에 구매한 덕분에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에 이현아가 답했다.
“저도요. 대표님은 바로 들어가실 건가요?”
“그래야지. 요즘에는 일이 너무 밀려 있어서-”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로비를 둘러보았다.
경매에 참여했던 다른 퇴마사들도 제각각 모여 경매장을 떠나고 있었다.
혹시나 시비를 걸러 오지 않을까 싶었던 유아연은 경매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경매 물품은 필요 없다 생각한 건지, 도중에 돌아간 모양이다.
“그럼 들어가세요~”
그리고 잠시 후에는 한시예와도 헤어지고, 나와 이현아 둘만이 남게 되었다.
나는 옅은 미소와 함께 한시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오늘 저 때문에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래도 그 가격은 좀…”
“아, 그거. 약간 비싸긴 했죠?”
약간이 아니었지.
하지만 이현아는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오늘 강 경감님께 원하는 물품을 사드리는 건 제 독단이 아니라서.”
“그렇습니까?”
“네. 저희 할아버지… 그러니까 회장님의 뜻이에요.”
그 회장 할아버지가?
나와는 협력 관계에 있는 사이니, 내게 도움을 주는 것이 이상할 건 없었지만.
내가 본 이성민 회장은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즉 이 선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
그래서 나는 곧바로 이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역시나.
“강 경감님께 부탁하실 일이 있다고 하세요. 그게 뭔지는 저도 모르지만… 다음 주에 출근하시면 아시게 된다고 하시던데요?”
새로운 할 일을 의미하는 답이 되돌아왔다.
아무래도 사교와 관련된 단서를 드디어 잡아낸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성민의 입장에서는 그 전에 나를 최대한 강화시키고자 하는 건가.
그렇다면야… 나도 그 배려를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대가 없는 친절이라면 일방적으로 받기 거북하지만.
상대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래서 나는 새로 추가된 레시피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화랑이 보관하고 있는 물품 중에-”
* * *
다음날.
나는 내 방에 앉아 아이템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온 방 안에 잡동사니처럼 널린 것은 아이템 제작 재료.
어제 이현아에게 부탁한 것과 미리 관리부에 요청해 놓았던 것이 전부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그 재료들을 앞에 두고, 레시피를 따라 하나하나 제작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제작하는 것은 경험치 물약.
스킬을 얻은 후 추가된 레시피로, 제작만으로 레벨을 올리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지.
제작 가능 수량에 한계가 있어 무한정 만들 수는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러니까 이거랑… 이건가.”
필요한 재료를 선택하고 제작 버튼을 누르자, 아이템 창 안에 5개의 마녀의 경험치 물약(대)이 만들어졌다.
5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수량의 최대치.
나는 곧바로 이를 전부 사용했고, 그러자 53이었던 레벨은 어느새 57까지 올라 있었다.
이거 한 병에 거의 1레벨씩 올라간 건가.
사용 수량이 한정되어서인지, 생각보다 효과가 상당했다.
이어서 나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55 레벨이 넘었으니, 새로운 용사 스킬이 해방되기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용사 스킬은 효과가 좋았지만, 사교가 등장하면서 그 주가는 더욱 뛰었다.
사교가 부리는 이계의 신에 의해 다른 전승은 모두 부정되었지만, 용사 스킬만큼은 그 효과가 멀쩡했기에.
그래서 나는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누르고 그 보상을 확인했다.
“이게 이제야 나오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빙한의 지배자.
현무의 신역에 가기 전에 그토록 바라고 있던, 냉기 속성 면역 스킬이었다.
어째 나온 타이밍이 애매하지만… 지금도 필요한 스킬이긴 했다.
내 의지대로 냉기를 물릴 수 있는 현무의 신역 안에서조차, 사실 좀 추웠으니까.
“다음은…”
이어서 나는 잔뜩 쌓여 있는 재료로 여러 소모품을 만들었다.
전부 힘이나 민첩 등, 기초 능력치를 조금씩 올려주는 것들이었는데.
마녀의 제조법의 효과로 1회 한정 영구 적용이 되기에, 어찌 보면 영약을 제조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전부 사용한 결과.
“아라한의 전승… 조금 안 되나.”
레벨로 치면 10 레벨에 해당하는 능력치가 두루두루 올라가 있었다.
이 정도면 사교의 신에 의해 능력치를 보조하는 전승이 부정되더라도, 최소한의 대비는 되는 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재료인 나찰의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귀불과 우미보즈를 재료로 불교의 전승을 강화시켜준다는 아이템, 갱생의 불도.
만들고 보니 그건 작은 묵주 모양의 반지였다.
이를 장착하자, 예상대로 팔부신중의 효과가 강화되었다.
다만 1단계 강화라서일까.
기능적인 추가는 별로 없이, 대부분 수치적인 증가였다.
기능이 추가된 것은 긴나라의 전승뿐.
원래 소리를 통제하는 그 전승은, 이제 강력한 음파를 내보내 공격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파괴력은 시험해 봐야 알겠지만, 소리에 민감한 적을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이 정도인가.”
아이템 제작은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십 종의 아이템을 제작하다 보니, 어느새 만들 재료도 아이템도 없었다.
다만 어제 경매에서 산 아파트… 아니, 핑커톤의 처형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기왕이면 사교를 상대하기 전에 쓸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당장은 사용할 방법을 찾지 못한 탓이었다.
그야 처음 살 때부터 만약을 위해 사놓았던 거였다.
사달라고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지.
“…어쩔 수 없나.”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아이템 창을 닫았다.
이 정도면, 곧 다가올 메인 퀘스트에 대한 대비는 할 수 있을 만큼 해놓은 셈.
그래서 나는 이성민 회장이 예고했던 월요일을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