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6
16.
16.
“내가 상대! 물러서!”
튀어나온 령을 향해 모니카가 달려갔다.
새파란 령의 팔이 기괴하게 꺾인다.
놈은 팔 끝에 달린 뾰족한 얼음을 철퇴처럼 휘둘렀다.
거기에 실린 힘은 사람 하나를 곤죽으로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지만.
깡!
모니카의 창은 거친 파열음을 동반하며, 그 얼음 뭉치를 쳐냈다.
전투 감각이라는 그녀의 이능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창술 때문인지는 몰라도 완벽한 각도였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갔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령의 팔은 하나가 아니다.
두 팔에 얼음덩이를 달고 있는 놈의 한쪽 팔을 저리 강하게 쳐낸다면.
상대는 그 반동을 이용하기가 너무나도 쉬웠다.
“크아아아아아아!”
내 예상대로 령은 몸을 비틀며 반대쪽 팔을 내뻗었다.
반대쪽에 있는 것은 얼음으로 빚어진 대검.
그것이 하나로 이어진 두 개의 추처럼 반격해왔다.
그 기세가 제법 빠르고 날카롭다.
내가 알던 몬스터로 치자면, 데스 나이트 정도는 아니지만 평범한 스켈레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건···위험하려나.
잠깐 모니카의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위는 내 예상 이상이었다.
“-!”
사나운 바람 소리와 함께 푸른 대검이 허공을 갈랐다.
모니카가 자세를 낮추며 대검의 경로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공세로 전환했다.
령의 입장에서는 두 번의 큰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셈.
당연히 빈틈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모니카는 그 사이를 파고 들었다.
창 끝에 빛이 모여든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내뻗어진 그것은 그대로 령의 가슴을 꿰뚫었다.
“키이익···!”
괴상한 소음과 함께 령이 움직임을 멈췄다.
령의 상체 위로 깨진 얼음처럼 금이 갔다.
그러나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령의 입이 기괴하게 벌어졌다.
“조심해!”
“카아아아아!”
나의 경고와 령의 입에서 푸른 냉기가 쏟아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모니카는 곧바로 거리를 벌렸다.
가히 초월적인 반응 속도였지만, 령은 그것조차 예상했던걸까.
놈은 그대로 모니카에게 돌격.
냉기를 두른 몸을 아직 자세를 정비하지 못한 그녀에게 들이박았다.
“큭···!”
짧은 신음과 함께 모니카가 몇 미터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잠깐 쓰러져 있던 그녀는 곧 다시 일어나기는 했지만,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방해된다는 듯 빠지라고 하더니.
이래서야···내가 나서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
모니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그녀의 신기가 이에 반응했다.
***
“큭···!”
모니카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일반적인 퇴마사와 필적한다는 황령.
그 수준은 과연, 교육생인 모니카가 쉽게 볼 레벨이 아니었다.
“공격은 분명···!”
모니카의 일격은 놈의 가슴을 정확히 꿰뚫었다.
하지만 령은 그대로 소멸하지 않았다.
분명 영력을 담은 공격이었지만 단번에 퇴마할 만큼 치명적인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는 뜻.
그렇다면···놈은 단순한 영체가 아니라는 걸까.
모니카는 잠깐 동안 그 의문에 대해 생각했고, 답은 금방 나왔다.
령에 이른 영혼 중에서는 가끔 자신의 시체를 소유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령은 영체와 육신이 뒤섞인 중간체의 성향을 갖게 되고.
이 때는 영력에도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갖게 된다고 했던가.
바로 얼마 전, 연수원에서의 이론 교육 시간에 배운 기억이었다.
이에 모니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연수원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그저 한국에서 엑소시스트로 활동하기 위해서 억지로 수료하게 된 과정.
모니카에게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그건 자만이었던 모양이었다.
“후우···”
짧은 반성과 함께 모니카는 힘겹게 땅을 짚고 일어섰다.
령과 접촉한 부위가 서서히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한다.
아마 령을 퇴마하지 못한다면 이대로 온몸이 얼어붙게 되리라.
하지만 창을 고쳐쥔 그녀의 머릿속에 이미 그럴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황령과 다시 마주 선 모니카는 묵묵히 시동구를 읊었다.
“온 누리에 나 같은 신은 없나니.”
그러자 그녀의 성물, 모세의 지팡이가 반응했다.
그저 조용히 영력을 받아들이고 있던 그것은 마치 시동이 걸린 엔진처럼 흔들거렸다.
폭발적인 영력이 사방으로 위압감을 내뿜었다.
“강의 짐승이 너희를 썩게 하리라.”
지하를 잠식하고 있던 냉기가 가셨다.
그 대신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후덥지근한 열기.
그것도 습도가 높아, 숨이 막힐 것처럼 답답한 열기였다.
그 열기에 땅에 맺혀있던 서리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진다.
“시, 싫어! 추워! 춥다고!”
령이 발광했다.
하지만 기분 나쁜 열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열기 속에서 나타난 것은 한 쌍의 노란색 눈동자.
그 크기는 사람의 손톱만 했다.
그것은 마치 역병처럼 소리도 없이 바닥과 벽, 천장에 퍼져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개의 눈동자가 령을 바라본다.
그리고.
“————-”
그것들이 울기 시작했다.
수많은 개구리가 만들어내는 소음은 머릿속을 뒤흔드는 굉음이 되었다.
“기아아아아악!”
령은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다가, 문득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모니카에 의해 뚫렸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조금 전만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상처.
그러나 어느새 그 상처는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그저 껍데기인 시체가 아니라,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영체 자체가 부패한다.
그 있을 수 없는 일에 령은 비명을 질렀다.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죽음.
그 허무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또 다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사방으로 목이 터져라 귀곡을 내뱉던 령은 이내 그 분노를 모니카에게 향했다.
모든 것이 저 여자 때문이었다.
저 여자만 없으면 이 고통에서도, 이 두려움에서도 해방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령은 자신의 팔을 휘두르며 모니카에게 돌진했고.
쇄도하는 녹색의 섬광이 그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
“······”
나는 서서히 소멸하는 령을 바라보았다.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던 령은 몸의 대부분이 연기처럼 사라져갔고.
이내 남는 것은 얼음이 맺힌 새하얀 백골 뿐이었다.
결국 이것도 누군가의 시체였다는 건가.
“후우···”
창을 거둔 모니카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보았던 모니카의 전투는 꽤나 신선했다.
령이 장악하고 있던 주변의 냉기를 몰아낸 열풍.
그리고 그 열풍 속에서 생겨난 개구리.
거기에 령을 부패시키기 시작했던 능력까지.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술이나 무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저게 신기가 가진 진짜 힘.
과연, 교회는 신기로 먹고 사는 곳이라고 하더니 사기템이 따로 없었다.
“괜찮아?”
어느새 내 앞까지 온 모니카가 말했다.
언뜻 친절해 보이는 물음이었지만, 그 시선은 묘하게 나를 아래로 보고 있었다.
어때, 나 세지?
그렇게 묻는 것 같은 얼굴.
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한 게 이럴려고 그런 거 였나.
편해서 좋긴 했지만 은근히 약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너야말로 괜찮냐? 좀 전에 맞고 날아갔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몸을 살폈다.
왼팔 부근의 검은 수녀복이 찢겨져, 안의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피부.
아까 그 얼음 덩어리 놈이 한 짓이니, 아마 동상 직전의 상태로 보였다.
내 시선에 모니카는 얼른 상처 부분을 손으로 가렸다.
“이건,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령은 소멸. 그러니 그 힘도 사라져.”
“그러냐. 그럼···이 해골은 어떻게 하지?”
나는 령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백골을 가리켰다.
모니카의 눈동자가 미약하게 흔들렸다.
“수습, 해야지.”
모니카는 자신의 신기를 감싸고 있던 검은 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자신이 쓰러뜨린 백골을 하나 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그럼 난 주변 좀 둘러보고 있을게.”
“주변···?”
“정찰 말이야.”
마음대로 하라는 듯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뒤돌아서, 내 의식을 시야에 보이는 게임 프레임으로 향했다.
먼저 로그창.
거기에는 기분 좋은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20레벨이 넘어가는 황령이라 그런 건지, 상당히 많은 경험치를 얻은 모양이었다.
무려 2레벨 업.
가만히 싸움 구경만 했는데 9레벨이 된 셈이었다.
“개꿀이구만.”
레벨이 오르면 단순히 숫자만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게임처럼 체력이나 근력 등.
캐릭터 창에 표시된 능력치들이 조금씩 올랐다.
현재 전반적인 능력치는 10 전후.
다만 영력만 9에 머무르고 있었다.
분명 레벨 7일 때는 영력이 7이었는데, 레벨당 1씩 오르는 건가.
또한 구석에 보이는 HP바의 수치도 조금 올라 있었다.
전부 1에서 많아봐야 3 정도의 변화였지만, 바닥을 기고 있던 육체에는 한층 도움이 되리라.
하지만 게임 화면의 변화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령이 쓰러진 직후부터 퀘스트 아이콘이 번쩍이고 있었다.
– 난이도 지정을 위한 퀘스트 아이템이 필드에 드랍되었습니다!
– 퀘스트 아이템을 사용하면 퀘스트의 보상이 증가합니다.
내가 굳이 정찰을 자처하며 자리를 뜬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퀘스트 아이템.
그게 뭔지는 몰라도 보상이 크게 늘어난다니, 굳이 두고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나는 LED로 어둠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전의 령을 생각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나에게는 혼령 감지 스킬이 있었다.
20미터 내의 모든 혼령을 감지하는 그 기술 덕분에 나는 안심하고 아이템 찾기에 열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응?”
나는 카지노 구석에서 강조 표시가 된 무언가를 발견했다.
정말 게임처럼, 넝마 같은 무언가의 외곽이 하얀 선으로 다시 한번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들어보니 그건 낡아 빠진 외투였다.
이게 퀘스트 아이템이라는 건가?
“아니면···”
나는 외투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속주머니에서 직사각형의 얇고 딱딱한 것이 손에 잡혔다.
그것은 카드, 정확히는 호텔의 카드키였다.
이어서 외투의 강조 표시가 사라지고, 그 강조 표시는 카드키로 옮겨갔다.
나는 카드키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거기에는 1631이라는 숫자만이 써 있을 뿐이었다.
“1631호···?”
호텔이니 그것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가야 하나 보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시신 수습을 끝낸 모니카와 함께 1631호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퀘스트에 대한 내용은 말할 수 없었기에 그저 이 카드키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애매하게 설명했지만.
“···알겠어.”
모니카는 큰 의심 없이 내 말을 믿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내 이능이 영력을 분석하는 쪽이기에, 그녀의 입장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그렇게 우리는 지하를 벗어나, 비상 계단을 이용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2층, 3층···그리고 9층까지.
슬슬 숨이 차올랐다.
하지만 모니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단을 오르다 10층에서 멈췄다.
“왜 멈췄어? 16층 가야 돼.”
내가 카드키를 흔들며 말했다.
모니카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돌렸다.
“알아. 그래도, 따라와.”
그녀는 그대로 10층으로 진입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도 모니카의 뒤를 따랐고.
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벗어나자 어두운 긴 복도가 우리를 맞았다.
여기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
호텔을 통째로 공포 영화 촬영지로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보여?”
“뭐가?”
“마의 존재들.”
모니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알려줬겠지.
“알겠어.”
모니카는 그렇게만 답하고는 그대로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가장 구석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도 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해.”
“이상하다니, 뭐가?”
“아무 것도 없어. 입구, 기억해?”
분명 호텔의 로비에는 10마리에 가까운 한과 염들이 몰려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0층까지 올라오면서, 나는 단 한 번도 혼령을 감지하지 못했다.
입구에 그렇게 많은 마가 몰려 있었는데.
왜 정작 안쪽에는 마의 흔적조차 없는 것일까.
“지하도 비슷하긴 했는데···한이나 염이 입구로 모인 건가?”
“한과 염은, 움직이지 못해. 그리고 지하에는···”
모니카가 말끝을 흐렸다.
지하에는 한과 염이 없었다.
대신 강력한 황령이 있을 뿐.
그 이유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 황령이 지하에 존재하던 한과 염을 모두 먹어치운 것이리라.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다면···
“황령이 위층까지 다 흡수를 한 건···아니겠네. 로비에는 한이 있었으니까.”
모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로비 바로 뒤에 있었으니, 황령이 위로 올라갔다면 로비를 못 보고 지나칠 리가 없었다.
따라서 놈은 지하에서 올라온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뿐.
“그럼 황령 같은 게 하나 더 있다는 말이잖아.”
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로비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긴 시간 동안 지상의 모든 층을 돌며 마를 집어 삼켰다.
그리고 그놈은 지금···이 위층 어딘가에 있다.
“조심···해야해.”
모니카가 약간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지하의 마를 흡수한 것만으로도 황령이 되었다.
그런데 지상 20층의 마를 전부 흡수했다면.
놈은 황령 이상의 괴물이 되어 있으리라.
“······”
그런 예상에 나는 미묘한 눈초리로 내 시야 속,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착각을 깨달았다.
추가된 퀘스트 설명에는 퀘스트 아이템을 사용하면 보상이 높아진다고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말만 보고 카드키를 주워왔지만.
동시에 그 퀘스트 아이템은 난이도 지정을 위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즉 보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퀘스트 역시 어려워진다는 말.
“이게 맞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니카가 열고 들어간 문을 보았다.
거기에 적힌 숫자는···1030호.
10층에는 31호가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이동.”
하지만 모니카는 눈치도 없이 나를 재촉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비상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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