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63
163.
잠시 후.
“…알겠습니다.”
서인나와 통화를 마친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폰을 내려두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내용은 지극히 불길했던 내 예상대로였다.
“지금 막 제가 담당이 된 것 같습니다.”
그건 팀장인 서인나의 판단이 아닌, 경찰청장인 김준성에서 내려온 명령이었다.
그 사정은 대충 짐작이 갔다.
관리부에서 이 정도의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그 아저씨에게 보고가 들어갔을 테고.
자연스럽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파악한 그가 아예 사건 담당을 나로 지정한 것이리라.
“아… 이제 연락을 받으셨군요.”
“그렇게 됐습니다.”
나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다소 갑작스럽기는 했지만…불만을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대신 원래 맡을 예정이었던 사건들 몇 개가 다른 팀으로 넘어갔으니.
그 덕분에 이 일이 빨리만 끝난다면, 이번 주 업무량 자체는 줄어든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서인나는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였고.
“그보다 불가사리에 대한 단서는 있습니까?”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사건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다.
나도 야근하기는 싫으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 봐야겠지.
“단서…라기보다는, 굴이 있죠.”
“굴이요?”
“예, 불가사리가 파놓은…굴요.”
그러면서 하수정은 또 다른 CCTV 영상을 태블릿에 틀었다.
그건 조금 전의 녹화 본과는 달리 실시간 영상으로, 카메라는 새하얀 벽에 뚫린 커다란 동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건 귀물동 2층 끝 부분의 영상인데…그곳에 불가사리가 빠져나가며 파놓은 굴이 있어요. 아마 이걸 따라가면… 불가사리와 만나게 되겠죠.”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관리부에 불가사리가 어떻게 들어왔나 했더니.
아예 굴을 파고들어 왔던 건가.
“불가사리가 굴도 파는군요.”
“아무래도… 철을 먹는 괴물이니까요.”
모든 철은 결국 땅에서 나듯, 오행에서 금과 토는 서로 상생의 관계다.
그래서 금속의 속성을 가진 불가사리 역시 땅과 친숙하다는 말.
“지하를 돌아다니다가 이 시설의 철 냄새를 맡은 거겠지요. 불가사리 대책이 부족했습니다. 보완 공사에서는…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보다… 이것도 알려드려야겠군요.”
“이건 뭡니까?”
“이번에 유실된 걸로 확인된… 신기와, 귀물들입니다.”
그녀가 내민 리스트의 개수는 스물이 넘었다.
불가사리 녀석, 많이도 처먹었네.
“원래 불가사리는 까다로운 괴이지만… 이것들을 흡수하며 그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월광 비늘과 피를 먹는 귀창부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이 화령의 방패입니다.”
화령의 방패는 신기였다.
신기로서의 등급은 그리 높지는 않았던 모양이지만, 그 이름대로 방패가 가진 힘은 딱 하나였다.
바로 화염을 막아내는 것.
하지만 이는 불가사리의 약점을 막아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불가사리의 어원인 불가살에는… 죽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불만이 그것을 죽일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말장난이지만…그 자체가 전승이 되어 구현된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오행에서의… 상극을 포함하기도 하고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그런 불가사리가 이 신기의 힘을 흡수했다면, 놈이 가진 유일한 약점조차 공략할 수 없다는 말.
게다가 불가사리가 가진 불사는, 내가 끊어낼 수 있는 불사와는 그 성격이 다소 달랐다.
다른 놈들의 불사가 아무리 심한 부상을 입어도 곧바로 재생하거나 죽지 않는 것이라면.
불가사리는 강력한 방어력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기에 불사라고 불린다.
즉 검으로도 베이지 않는 더럽게 단단한 놈이라는 뜻.
“그러니… 지금 그 불가사리를 퇴마하는 건 쉽지 않으실 텐데…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그녀의 말대로 상성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지금의 불가사리는 이론상 무적이었으니.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방법은 있었다.
“뭐, 일단 굴부터 조사해봐야죠.”
하수정과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나는 곧바로 굴이 있는, 귀물동 2층 끝으로 향했다.
아직 습격의 혼란이 남아 있는 귀물동에서는 여러 직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그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지나, 굴 안으로 들어갔다.
CCTV 영상으로 확인했던 불가사리의 크기는 대충 봐도 5미터가 넘었다.
그래서 놈이 뚫고 간 굴은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충분히 넓었고.
이를 따라 올라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간에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나는 하수정이 잠시 빌려준 위치 신호기를 보며 말했다.
과학과 주술이 교묘하게 뒤섞인 LB 아카데미의 물건으로, 지하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는 기기라고 했던가.
반쯤은 굴이 무너질 것을 염두에 둔, 흉흉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
나는 불가사리가 파놓은 굴을 따라 지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겨우 몇 초 만에 뒤쪽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은 지워지고, 고요하고 축축한 지하의 침묵만이 감돈다.
화륵!
또한 그 위로 짙은 어둠이 함께 덮였기에, 나는 인검을 횃불처럼 밝히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흠…”
나름대로 평탄하게 이어지던 굴은 이내 구불거리며 휘어지기 시작했다.
옆으로는 물론이고, 아래나 위로 급하게 꺾여 마치 지하에 절벽을 만들어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래서야… 지하에서 산을 타는 기분인데.
하지만 그렇게 불규칙하게 이어지던 급경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검기만 하던 굴의 색깔이 회색으로 바뀌었다.
이건 돌인가?
색은 물론 주변 벽의 재질까지 흙에서 돌로 변해 있었다.
아무래도 불가사리는 이 거대한 암반까지도 파고 들어간 모양.
그리고 그런 암반 지대 안에는 거대한 공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긴…”
그 공동의 크기는 인검에 붙은 주작의 불꽃을 키워봐도, 반대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그야말로 깊은 지하에 만들어진 광장.
또한, 그 생김새는 돌을 억지로 깎아 만든 것으로, 척 보기에도 자연스러운 공동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여기가 불가사리의 둥지인가.
나는 이곳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느새 관리부에서는 꽤 멀리 나와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관리부와 근방의 작은 도시 사이에 있는 숲의 지하.
“…위험했네.”
그 위치를 확인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불가사리가 관리부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면.
놈을 맞이해야 했던 것은 평범한 소도시였으리라.
그리고 만약 그 도시의 지하에서 불가사리가 날뛰었다면, 이는 관리부 내부를 수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겠지.
그럼 그나마 관리부를 습격해줘서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공동을 밝히며 그 광장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얼마 안 가 그 광장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금속 괴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우우우-”
흉포한 맹수가 바늘이 달린 중갑을 입은 모습이 이러할까.
그 특이한 생김새의 괴이는 당연히 불가사리였다.
관리부에서의 포식이 꽤 만족스러웠던 건지.
놈은 제 둥지에서 편하게 퍼질러 자고 있었다.
불꽃을 휘감은 내가 놈의 머리맡까지 다가가도 반응하지 않을 정도의 숙면이었다.
심지어는 내가 그 앞에서 검을 흔들어봐도.
그저 호랑이와 고슴도치의 얼굴을 섞어 놓은 듯한 못생긴 면상은 돌풍처럼 커다란 숨소리만 낼 뿐이었다.
“……”
그 모습을 보자, 괜히 짜증이 났다.
내가 뭐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 사건의 근원이 너무 편하게 늘어진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그 분노를 담은 일격을 준비했다.
내가 먼저 사용한 스킬은 소화액이었다.
불가사리처럼 땅과 금속을 집어먹던 거대 지렁이의 체액.
이거라면 아무리 불가사리의 몸이라도, 아슬아슬하게 녹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두억시니의 저주가 깃들었다.
귀물을 먹어치울 정도의 괴이라면 저주 내성이 있을 테니 즉사를 노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 해도 머리를 부수는 두억시니의 힘이 담긴 일격은 놈의 투구만은 확실히 쪼개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모자라지.”
불가사리는 겉을 단단한 갑옷으로 두르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안에 부드러운 속살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강도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불가사리는 사실상 몸 전체가 금속으로 이루어진 괴이다.
그래서 이 두 개의 스킬은 놈의 방어를 무너뜨리는 것이 그 목적이고.
이제는 실제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스킬이 필요했다.
하지만 냉기도 번개도, 그리고 화염조차 이놈에게는 효과적이지 않다.
그래서 그런 속성에 기댄 공격보다는 오히려 순수한 화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폭탄 같은 것 말이다.
“그래, 폭탄 좋지.”
그래서 나는 청령을 불러, 검에 둘렀다.
령을 사역하는 현무의 스킬과 령을 해방하여 폭발시킬 수 있는 아수라의 전승.
그 둘을 이용한 영혼 폭탄이었다.
그리고 그 폭탄의 연료로 사용되는 것은 10 마리의 청령.
지난번 출장에서 흡혈귀가 된 담피르를 상대할 때, 셋만으로 놈을 끝장낼 정도의 화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화력의 세 배.
“버틸 수 있겠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검을 쥐었다.
그리고 곧바로 온 힘을 다해 그것을 곤히 자는 놈의 머리에 찔러 넣었다.
사람 몸통보다 큰 머리통에 인검이 이쑤시개처럼 박혔다.
모든 금속을 녹이는 소화액에 두억시니의 힘까지 실려 있었건만.
불가사리는 얼마나 그 머리 통이 단단한지, 손이 얼얼할 정도로 쉽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한편,
“쿠으…?”
제 미간에 칼이 박히고서야 불가사리가 눈을 떴다.
눈동자까지 강철로 만들어진 괴물이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머리에 절반 이상이 박힌 검과 나를 향한 그 시선에는 고통보다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너무 늦었어.”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검에 서려 있던 영혼이 폭발했다.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진 것 같은 맹렬한 폭발이었다.
그 폭발의 방향을 온전히 조절할 수 있음에도 그 후폭풍에 귀가 먹먹해지고, 내 몸이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그리고 그 폭발에 휘말린 불가사리의 머리는,
“거어어어억-”
당연히 통째로 날아갔다.
사방으로 놈의 머리였던 금속 조각이 비산했다.
한편 터져나간 머리 때문에 절단면이 드러난 불가사리의 목에서는 녹물 같은 것을 철철 흘렸고.
성대인지 식도인지 모를 구멍에서는 고통에 절은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어어어억!”
놈은 죽지 않았다.
머리가 날아갔으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터인데.
불가사리는 마치 눈먼 맹수가 포악함을 감추지 못하듯, 사방에 제 발톱을 휘두르며 발악했다.
역시 불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의 생명력.
하지만 이미 머리가 날아가서야, 놈은 나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니 다음은… 그저 똑같은 작업을 반복할 뿐.
“그럼 한 방 더 간다.”
나는 다시 검에 청령을 둘렀다.
이번에는… 13마리.
이제는 더욱 커다란 몸통을 날려야 할 테니 조금 전보다 강한 화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몇 번의 폭발이 깊은 지하의 공동을 울렸다.
그 결과 불가사리는 제 몸이 산산조각이 났고, 그제야 겨우 움직임을 멈췄다.
어느새 인검에는 불가사리의 인이 새겨져 있었다.
* * *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다시 관리부로 돌아와 하수정을 만났다.
“끝나셨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에게 불가사리에 대한 정보를 전했다.
“굴을 따라가면… 둥지가 있다. 이 위치는 위험했군요. 하지만 이 정도면… 불가사리의 잔해를… 회수할 수도 있겠네요.”
어디다 쓰려는 건지는 몰라도 하수정은 산산조각이 난 불가사리의 몸에 관심을 보였다.
모아서 무기라도 만들 셈인가.
그걸 어떻게 쓰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사건의 종료를 확인받고 귀물동을 나섰다.
이제 겨우, 내가 이곳에 왔던 목적을 위해 움직일 때였다.
“어? 강진우 씨?”
정규 퇴근 시간은 살짝 지난 시각.
하지만 여전히 뒷수습이 진행되는 신수동에는 아직 김다영이 있었다.
그야 여기도… 오늘 칼퇴하기는 힘들 테니까.
그런 씁쓸한 감정을 담아 그녀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그게…”
나는 오늘 내가 관리부에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내 용건을 이미 알고 있던 김다영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아 참, 그랬었죠! 죄송해요.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녀를 따라서 이무기가 거주 중인 신수동의 가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오늘 있었던 습격에서도 아무 일 없이 무사했던 공간.
그곳에서 이무기는… 여전히 세상 편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럼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이무기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늘어져 있던 이무기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도…동방 신의 사도님?”
나를 보더니 이무기는 흠칫 놀라며 반응했다.
그야 김다영이 내가 올 거라고 이놈에게 알려주지는 않았을 테니.
“그래, 나다.”
“아이고, 실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사다망하신 분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무기는 살이 쪄서 굴러다닐 것만 같은 몸을 겨우 가누고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공사가 다망한지는 어찌 알고 있는 건지.
“네 여의주가 필요하거든.”
“여의주요…?”
이무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나는 간단히 놈에게 여의주가 필요한 이유를 전달했다.
용이 될 이무기의 여의주를 구미호의 여우구슬로 쓴다고 하면 아무리 이놈이라도 화를 내지 않을까 했는데.
“아하, 그렇다면… 드리겠습니다.”
뜻밖에도 이무기는 너무나도 쉽게 허락했다.
“내가 할 말은 아닌데, 그렇게 쉽게 줘도 되는 물건이냐?”
“물론 아닙니다. 본래 이무기의 여의주란 그 오랜 수행 자체가 담긴 보물. 누구에게도 쉽게 넘길 물건이 아닙니다. 하지만 설령 몇백 년의 수행이 담겨 있다 해도, 이를 용들의 신께 바치는 것은 그 이상의 수행이 될 테지요.”
그러자 이무기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혀에 기름칠이라도 칠한 건지.
생색은 생색대로 내면서도 딱히 꼬투리 잡을 만한 부분도 없는 대사였다.
“그럼 잠시만…”
이어서 이무기의 목 부근이 아주 살짝 부풀어 올랐다.
이번에도 입안에서 여의주를 꺼내려는 모양이지만, 너무 살 찐 탓일까.
밖으로 느껴지는 여의주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음?”
놈이 뱉어낸 여의주는… 왜인지 모르게 지난번보다 좀 작아져 있었다.
내 기억에는 분명 어른 주먹보다도 컸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껏해야 당구공 크기였다.
“이거 좀 작지 않냐?”
“그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에 이무기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듯 애매하게 반응했다.
뭐,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 여의주를 들어봤지만.
“…뭐야, 이거.”
퀘스트에 변화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여의주를 보니 아이템 설명 창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아예 아이템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뜻.
그래서 나는 이무기를 바라보았다.
“이게 나한테 장난을 쳐?”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거 여의주 아니잖아.”
어쩐지 크기도 작더니만.
한편 내 말에 깜짝 놀란 이무기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무기가 아무리 거짓말을 하려 해도 나에게는 불망어의 전승이 있었다.
그런데.
“그럴 리가요! 이건 틀림없이 제가 품고 있던 여의주입니다!”
놈의 그 말은 진실이었다.
그렇다는 건… 여의주가 더 이상 여의주가 아니게 되었다는 건가.
“여의주가 힘을 잃는 경우가 있냐?”
“그… 그것이…”
내 질문에 이무기는 한참 동안 눈동자만 굴렸다.
그리고 겨우 나온 말은, 참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이무기가 용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 그렇게 됩니다요.”
“뭐?”
아무래도 이 이무기는, 이제 그냥 말하는 뱀이 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