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65
165.
강철을 퇴마한 후,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나설 때와는 달리 지금은 영롱한 하늘빛의 구슬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그건 당연히 강철이 봉인되어 있던 여의주였다.
“흠…”
놈은 60 레벨이 넘는 괴이였다.
그런데 강철은 나를 보고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게 봉인의 후유증인 건지, 아니면 그렇게나 청룡을 무서워했던 건지.
이는 알 수 없었으나, 덕분에 일은 쉽게 끝났으니 나에게는 어찌 되던 좋은 일이었다.
“그보다…”
나는 여의주를 잠시 옆에 내려두고, 인검의 상태 창에 눈을 돌렸다.
관리부의 일을 해결하고, 여의주를 얻을 때까지 제대로 여유가 나지 않아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었던 내용.
즉 불가사리를 퇴마하고 그 인이 새겨지며 얻은 새로운 스킬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스킬의 내용 자체는 무척이나 짧았다.
– 철을 먹는 괴물 : 인검의 특수 강화 기능 추가
특수 강화 기능이라.
역시…매직 큐브의 강화와 관련이 있는 듯싶다.
그래서 나는 강화 창을 열고, 인검을 선택했다.
그러자 강화 버튼의 색깔이 바뀌며 인검의 강화 재료로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아이템들이 옆에 표시되었고.
이 리스트를 확인한 나는 바로 특수 강화 기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신기로 인검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건가.”
강화 재료로 소모되는 아이템들은 모두 내가 가진 신기들이었다.
또 그 강화 효과는 불가사리의 능력을 생각하면 금방 추측할 수 있었다.
즉 불가사리가 신기와 귀물을 먹고 그 힘을 흡수한 것처럼, 이 인검 역시 마찬가지의 강화가 가능하다는 뜻.
이건…뜻밖의 수확이었다.
지금까지는 추가로 신기를 얻어도 직접 사용할 게 아니라면 쓸 곳이 없어, 따로 챙기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이 스킬이라면 그런 신기라도 충분히 활용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지금 나에게는 그 힘을 꼭 활용해야 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신기가 하나 있지 않던가.
외신을 살해하는 북아메리카 신화의 신, 나예네즈가니의 검을 녹여 만든 권총이었다.
비록 지금은 총의 형태가 되어, 그 전승이 부정된 상태지만.
이를 인검이 흡수한다면, 다시 검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나예네즈가니의 힘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특수 강화에 쓸 줄은 모르고, 그저 언젠가 제작 레시피가 뜨기를 바라며 구해놓은 물건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때가 오기를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를 시험 삼아 인검의 특수 강화에 써보기로 했다.
“……”
그런데 두 신기를 강화 창에 올려두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망가진 권총 하나를 사는데 얼마가 들었는지, 뒤늦게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검을 한 번 강화하는데, 30억이라.
현질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곧 고개를 젓고, 바로 강화 버튼을 선택했다.
그러자 잠깐 화려한 이펙트가 지나가더니, 이내 그 결과가 눈앞에 드러났다.
– 외신을 죽인 네 개의 칼날 : 선택한 스킬을 외신 전용의 스킬로 변화시킨다. 사용 횟수는 4회.
나예네즈가니가 외신인 예이초를 죽일 때 던졌다는, 네 개의 번개에서 전승된 스킬인가.
게다가 그 효과는 예상보다 특이했다.
스킬을 외신 전용으로 변화시킨다고?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지?
“흠…”
내가 그런 의문과 함께 스킬을 빤히 바라보자, 곧 도움말이 출력되었다.
외신 전용으로 변한 스킬은, 이계의 존재가 아닌 다른 적에게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놈들이 사용하는 전승 부정의 효과를 받지 않아서, 침식 저항이 부족해도 그 위력이 줄어들지언정 반드시 사용할 수는 있었다.
게다가 변화한 스킬은 그 효과 역시 외신 전용에 걸맞게 변한다는 모양이었다.
“…이런 게 필요하긴 했지.”
내가 이계의 존재를 처리한 것은 딱 두 번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놈들을 상대했지만.
이제는 분명 그 구도가 달라질 터였다.
사교의 간부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가 내가 가진 전투력을 직접 목격했으니.
그래서 나에게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그 여자의 예상과 대책을 뛰어넘을만한 무기가.
“……”
그 때문에 나는 이 스킬을 쉽게 사용할 수가 없었다.
되돌릴 수도 없고, 횟수 제한까지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이 스킬은 꽤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듯싶었다.
“일단…이 정도로 됐고.”
그래서 당장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맺은 나는 눈앞에 펼쳐진 각종 창들을 휙휙 다 치워버렸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있었다.
바로 켕켕이.
나는 곧바로 켕켕이를 불렀다.
“켕!”
그러자 꼬리가 6개가 된 흰 여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채처럼 펼쳐진 꼬리.
그 하나하나가 부드럽고 실크처럼 반짝거려서, 마치 화려한 예술작품처럼 보이는 꼬리였다.
“그냥 주면 되는 건가.”
내가 여의주를 얻은 후, 퀘스트에는 그걸 그냥 넘겨주라고만 나와 있었다.
나는 켕켕이 앞에 여의주를 내밀었다.
강철의 신통력을 온전히 간직한 데다, 이를 빛 속성으로 정화까지 한 것이었다.
그래서 하늘색의 여의주는 중앙에서 밝은 빛이 빛나며, 마치 태양이 비치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켕?”
한편 그 앞에선 켕켕이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듯.
자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야…지금의 켕켕이한테는 좀 크긴 했다.
제 몸통보다 커다란 여의주였으니.
하지만 여우구슬에 크기가 중요하지는 않겠지.
“이게 이제 네 여우구슬이야.”
내 말에 켕켕이는 여의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몇 번 맡더니, 이내 손을 내미는 것처럼 제 앞발바닥을 여의주에 올렸다.
그러자 여의주의 빛이 커지며 켕켕이를 뒤덮었고.
로그 창에는 그런 로그가 나타났다.
또 빛에 휩싸여 있던 켕켕이는…어느새 정말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허…”
그건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머리카락은 켕켕이의 털처럼 새하얗고, 입고 있는 옷은 선녀의 날개옷.
이건 로그의 내용대로인가.
그리고 보니…선녀가 되는 조건 중 하나는 여의주를 갖는 것이었던가.
운이 좋게 앞뒤가 맞아떨어진 모양이었다.
게다가 선녀라면 나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서브 퀘스트의 마지막 목표는 등선.
즉 켕켕이가 여우 신선인 선호가 되는 것이었으니, 선녀라면 그 중간 단계로는 썩 어울리는 것이었다.
“근데 말은 할 수 있나?”
켕켕이는 선녀가 되어서도 그 예쁜 꼬리는 여전했다.
그리고 특유의 여우 귀도.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그렇게 물었지만, 그 순간 켕켕이의 눈이 떠졌다.
그 루비 같은 붉은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향했다.
“말, 할 수 있어!”
“그건 잘 됐네.”
겉모습과 똑 닮은 귀여운 목소리였다.
설마 켕켕이와 의사소통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나는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기억해?”
“응! 주인님!”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주인이라.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리 좋아하는 호칭은 아니었다.
그 기색을 알아챈 건지.
“주인…싫어?”
켕켕이는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그렇게 물었다.
“싫은 편이지.”
“왜?”
“안 좋은 기억이 있거든.”
예전에도 나를 주인이라 부르던 놈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세계의 소환수들.
당시에는 유일하게 나를 배신하지 않았던 놈들이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종국에는…모두 싸우다 죽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주인이라는 호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바꿀게!”
그러자 켕켕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티 없이 순진한 미소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적절한 호칭을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런 어린아이가 경찰을 부르는 호칭은 하나밖에는 없었으니.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라.”
“응! 아저씨!”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호칭이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그럼…”
나는 켕켕이에게 다음 질문을 이어가려다, 문득 말을 멈췄다.
바로 이름 때문이었다.
여우일 때는 애완동물 같은 이름이라도 상관이 없었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켕켕이라니.
아무래도 제대로 된 이름을 주는 게 낫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켕켕이에게 물었다.
“혹시 이름 있어?”
“켕켕이!”
“…그거 말고.”
내 말에 켕켕이의 고개가 좌우로 한 번씩 갸웃거렸다.
그리고 겨우 생각났다는 듯, 켕켕이는 눈을 반짝였다.
“아! 예전에 선도성모님이 지어준 이름도 있어.”
“뭔데?”
“서연선녀.”
서연은 선도성모가 자리 잡았던 산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
그 산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던 건가.
아무래도 선도성모 역시, 켕켕이를 꽤나 아꼈던 모양.
그렇다면 그 이름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럼 이제 네 이름은 이제 서연으로 하자.”
“서연? 좋아!”
내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던 서연은 곧 살짝 가라앉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근데 그러면…켕켕이는?”
뜻밖에도 켕켕이라는 이름이 아쉬운 건지, 서연은 그렇게 말했다.
“켕켕이라는 이름이 좋아?”
“응! 아저씨가 처음으로 붙여준 이름이니까.”
서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단지 내가 붙여준 이름이라는 것만으로 그리 좋아하니, 왜인지 좀 미안해졌다.
그땐 그냥 적당히 붙인 거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냥 없애라고 하기도 그렇고.
잠깐 생각하던 나는 곧 괜찮은 방안을 떠올렸다.
“그건…네 아명으로 놔두지, 뭐.”
“아명!”
서연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 후 나는 서연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시 여우로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소환되지 않았을 때는 어떤 상태인지, 또 밥은 먹어야 하는지.
전부 서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결정할 때 필요한 질문들이었다.
사람이 된 건 좋다만, 그렇게 되고 나니 동물일 때와 똑같이 대할 수가 없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다행히도 무난한 편이었다.
서연은 다시 여우로 돌아갈 수도 있었고, 소환되지 않았을 때는 잠을 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밥을 먹을 수는 있지만, 영력을 소모하기에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
즉 내가 여유 있을 때는 소환해서 놀게 해줘도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지금처럼 관리하면 된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지금보다 자주 소환해주는 선에서 마무리하면 되나.
그렇게 결론을 맺은 나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
나는 조용히 서연의 머리 위에 뜬 레벨 표시를 바라보았다.
레벨 60.
꼬리 하나에 10 레벨씩 올라가다 보니, 지금은 중급 괴이 이상의 레벨인 60이 된 것이었다.
이 정도면 무시하지 못할 전력이지만…이런 꼬마애를 앞세워 싸우는 건 그림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 서연은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나 싸운 적 많아!”
그러면서 서연은 자신이 과거, 성도성모 아래에 있을 때의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속에서는 구미호인 서연이 온갖 괴이는 물론 악령까지 사냥하는 등.
꽤 살벌한 내용까지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기억 속의 서연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닌, 완연한 성인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어렸어?”
“어리지 않았어.”
“왜?”
“꼬리가 많았으니까.”
“그럼 꼬리가 늘어나면 성장하는 거야?”
“응!”
그런 시스템인가.
결국 지금은 꼬리가 부족해서 신체와 정신 연령만 어려졌다는 뜻이었다.
그럼…전투에 투입하는 건 꼬리가 좀 더 늘어난 다음으로 해야겠군.
“이 정도면…”
대충 선녀가 된 서연에 대한 것이 정리되었다.
앞으로는 오늘 정한 방침대로 흘러가기만 하면 되겠지.
그래서 나는 마지막 남은 질문을 서연에게 던졌다.
“서연아.”
“응?”
“혹시 치킨 먹어 봤어?”
“치킨…?”
아무래도 먹어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야 아무리 성도성모라도 치킨을 사주지는 못했을 테니.
그래서 난 곧바로 배달앱을 실행시켰고.
그날, 선녀가 된 구미호라도 치킨에는 사족을 못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며칠 후.
“아, 예. 그럼 쉬세요.”
사무실에 출근한 나는 김다영과의 짧은 통화를 마치고, 폰을 내려놓았다.
김다영에게서의 연락이었다.
불가사리에게 습격당했던 관리부의 시설이 이제야 겨우 어느 정도 수습이 된 모양인지.
관리부를 대표해서 나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비록 말뿐인 감사였지만, 결국 빚을 만들어 놓은 것이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또 제작 재료가 필요하게 되면, 수많은 신수를 보관 중인 관리부를 찾아가야 했으니.
“그보다…그놈은 운도 좋네.”
나는 김다영과의 통화 중 잠깐 말이 나온, 이무기였던 뱀이 떠올라 그렇게 중얼거렸다.
불가사리를 퇴마한 그 날.
나는 관리부에 그놈이 더 이상 이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관리부에서는 그놈에 대한 신수 판별 검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정말 아무런 신통력도 검증되지 않아, 놈은 정말 그냥 뱀으로 판정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신수도 뭣도 아닌 놈은 그대로 관리부를 나가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그놈이 이무기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야 이무기를 대표하는 특성 중 하나는, 용에 대한 집착이다.
그렇기에 이무기가 용이 되려다 실패해서 괴물로 변하는 경우는 셀 필요도 없이 많다.
그러나 그에 비해 존재하는 모든 설화와 전승을 통틀어도, 이무기가 스스로 뱀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었던 것.
그래서 관리부는 놈을 특수 영물로 지정, 계속 주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놈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에게는 웃긴 결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여의주를 챙겨준 일도 있고 하니,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뭐, 그리 운이 좋은 것도 그놈 팔자일 테니까.
“쯧…”
그래서 나는 그저 혀만 한 번 차고, 오늘 새롭게 들어온 사건 파일을 넘겼다.
아침부터 서인나가 넘겨준, 두꺼운 분량의 사건 파일이었다.
이번 사건이 넘어온 것은…교회 쪽.
정확히는 정식 기관인 교회에서 나를 지목해 협력 요청을 한 사건이었다.
딱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별생각 없이 파일을 넘겼다.
그런데 거기에서 마침 눈에 띄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금서?”
교회가 협력 요청을 한 사건은, 다름 아닌 기독교의 금서와 관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