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66
166.
“흠…”
기독교의 금서라면 나도 마침 필요하던 것이었다.
금서를 모으는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에스토니아에서 만났던 마녀인 바바 야가는 기독교의 금서가 다른 종교의 금서를 해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즉 33%에 머물러 있는 금서의 해석률 자체를 높여줄 수 있다는 말.
그래서 기독교의 금서는 내게 다른 금서보다도 그 중요도가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교회가 먼저 금서의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무슨 일이 있나.”
나로서는 반길만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의아한 일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기독교의 금서는 묵시록에 실린, 신이 숨겨놓은 말세의 비밀을 파헤친 것이다.
교회의 폐쇄적인 성향을 생각한다면 결코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일 터.
그런 교회가 금서와 관련된 사건에 스스로 외부인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일텐데.
“……”
나는 그런 의문과 함께 사건 파일을 펼쳐보았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수십 명에 달하는 마인에 관한 정보였다.
그들은 전부 교회의 대적자인 이단, 그중에서도 이사카르 지파 소속의 마인들이었는데.
과연 그 마인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지파를 이끄는 10 장로는 물론, 그 핵심인 지파장까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그들이 전부 한국에서 목격되었다는 듯 했다.
즉 이사카르 지파 전체가 이 나라에 들어왔다는 뜻.
게다가.
“…대형 빌딩이라.”
놈들은 과감하게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고층 빌딩을 제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사교와 관련이 있는 건가.”
뜬금 없는 가정만은 아니었다.
사교와 이사카르 지파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었으니.
무엇보다 이사카르 지파는 묵시록을 자신들의 손으로 재현하여 신을 재림, 스스로 말세를 불러오는 것이 목표인 이단이다.
따라서 놈들은 사교가 이계의 신과 접촉했을 때도 그 과정에 상당히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신의 강림과 관련된 전승에 한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놈들일테니.
그리고 그런 사교는 기업 소속의 퇴마 단체와도 인연이 있다.
그러니 사교가 다리가 된다면, 이단에게 빌딩 하나를 빌려주는 정도는 어렵지도 않은 일일 터.
“……”
한편 교회는 그런 이사카르 지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자료에 나와있지 않았다.
대신 나를 교회로 초대했다.
친절히 여기에 자신들의 속내를 적어둘 정도로 경찰을 신뢰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신중한 건 좋은 거지.”
교회답다면 교회다운 일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일을 덮었다.
아무래도 교회에 가봐야 할 듯 했다.
* * *
그 시각, 서울에 위치한 제 1 교회의 내부.
그곳에서 한국 교회를 총괄하는 베냐민 지파의 수장, 에스더는 10명의 장로들과 함께 있었다.
교회의 대적자인 이단, 그중에서도 이사카르 지파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그게…진심이십니까?”
그런 회의 중 장로 중 하나가 에스더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조금 전, 에스더가 제시한 작전은 교회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것이었다.
“제가 농담이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에스더의 목소리에 정작 말을 꺼낸 장로는 움츠러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단심문회를 담당하는 미카엘이 앞으로 나섰다.
“저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해를 구하고자 한 말이 아닙니다.”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건 잘못된 일입니다.”
“그걸 판단하는 건 당신의 권한이 아닙니다, 미카엘 장로.”
대화를 나누는 둘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평안했다.
높낮이조차 거의 없는 대화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미카엘의 눈빛만큼은 더없이 무겁게 에스더를 향했다.
“그러면 말씀해주십시오. 어째서 저희가 이 성전에서 불신자를 앞세워야만 하는 겁니까?”
에스더는 말했다.
이번 성전, 즉 이사카르 지파와의 전투에서 장로들이 할 일은 단 하나.
교회 소속도 아닌 강진우를 이사카르의 심장부까지 무사히 데려가는 일이라고.
미카엘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경찰의 실력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 불신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떻게 교회가 그런 그를 보필하듯 성전을 수행한다는 건가.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단호했다.
“그것이 최후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유일하다니…설마, 계시가 내린 것입니까?”
또 다른 장로가 눈을 부릅 뜨며 물었다.
이에 에스더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반응에 장로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퍼져나갔다.
계시는 에스더를 비롯해, 교회의 몇몇만이 가지고 있는 미래시의 능력이다.
그중에서도 지혜를 상징하는 에스더의 성물은 전투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승리하는 전략을 예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떠올린 미카엘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씀은…저희만으로는 이사카르 지파에게 패배한다는 겁니까?”
“……”
에스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답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가 이런 계시를 받았다는 것은 성물이 교회의 패배를 예측했다는 것이었으니.
그래서 미카엘은 이를 악물었다.
다른 장로는 물론이고, 자신이 그 이단에게 패배할 거라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건 인정할 수-”
“입에서 나오는 것을 조심하세요, 미카엘. 이건 내 뜻이 아닙니다.”
에스더의 말에 미카엘은 물론이고, 다른 장로들조차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녀에게 반박한다는 것은 곧 계시를 반박한다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성물의 계시는 곧 신의 말씀.
성도가 되어 이를 반박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미카엘은 그 이상 분노하기보다도 오히려 허탈한 얼굴로 침묵했다.
한동안 무거운 고요함이 지나가고 에스더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예리코 성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생각하세요. 원래 주의 뜻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미카엘은 목구멍에서 목소리를 짜내듯, 겨우 답했다.
에스더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곧 그들은 본격적인 작전 회의로 넘어갔다.
* * *
그날 오후.
내가 교회에 도착하자 나를 맞이한 것은 두 사람이었다.
“……”
먼저 눈으로만 인사한 것은 모니카.
최근까지도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던 그녀와의 만남은 그리 놀랄 것도 아니었다.
가끔 교회와 연관된 사건을 처리할 때는 항상 같이 했던 게 바로 그녀였으니.
그런데 그녀와 같이 있는 다른 한 사람은…나도 이름만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오셨습니까?”
그건 바로 에스더였다.
딱 잘라 말해 한국 교회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
언젠가 만날 일이 있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이야.
“그럼 이쪽으로.”
나와 짧은 인사만 나눈 에스더는 차분한 얼굴로 나를 교회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 사이 나는 에스더의 레벨을 살펴 보았다.
그런데…그 수치가 이상했다.
당연히 90 레벨 이상을 예상하고 있었건만.
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64 레벨이었다.
엄청 낮다고 할 수치는 아니었지만…교회의 수장을 맡고 있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레벨이다.
당장 내 옆에 선 모니카만 해도 벌써 60 레벨.
뭐…모니카의 경우에는 용사 스킬인 영웅의 인도자의 영향으로 성장이 과도하게 빠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니.
그렇다면 뭐지? 대리라도 세운 건가?
“……”
그런데 그때, 언제부터였는지 에스더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레벨이라는 게 보인다더니, 거짓은 아닌 모양이었군요.”
“예?”
“제 레벨이 너무 낮아 이상하게 생각하신 것 아닙니까?”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독심술이라도 쓰나?
성경이라면 그런 전승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긴 한데.
“그리 의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저를 택하신 주의 뜻이 있는 곳에 서 있을 뿐입니다.”
“…뭐라고요?”
무표정하게 말하는 에스더에게 나는 어색한 얼굴로 되물었다.
의심하지 말라는 말은 알겠는데, 그 뒤에는 뭔 소리를 덧붙인 건지.
그러자 에스더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는 제 세례명 그대로, 에스더의 성물에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한쪽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보였다.
황금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그것은 레전더리급 신기로.
아이템 설명창을 확인해보니 ‘에스더의 반지’라는 이름이었다.
“그리 전사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기에, 개인적인 강함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에스더는 성경의 인물, 그것도 구약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임에도 그 기록상 신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기적의 발현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에스더를 상징하는 말은 지혜.
즉 이 눈앞에 있는 여자는 전투원이 아니라, 전략가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는 말이었다.
“아…그렇군요.”
그래서 레벨이 낮았나.
하긴, 지휘관들이 전부 무력을 갖춘 건 아니긴 하지.
그 뒤에 나는 응접실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에스더였다.
“저희가 제공한 자료는 보셨습니까?”
“이사카르 지파와 사교에 대한 거 말이죠?”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것들이 위험하다는 건,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이사카르 지파 전체에 대한 이단 심판을 진행하려 합니다.”
“이단…심판이요?”
“좀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죠. 저희는 그 이단들과 전면전을 벌일 생각입니다.”
굉장히 직관적인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전면전이라니.
설마 내가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 의미인가?
“정면에서 쳐들어가겠다는 말입니까?”
“예.”
“그게 가능해요?”
지금 한국에 모여든 이사카르 지파의 거점은 어디 시골 산속에 박힌 동굴 같은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서울 한복판에 있는, 종로의 고층 빌딩이다.
그런데 거기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그럼에도 에스더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퇴마의 비닉에 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따로 성물이 동원될 테지요.”
에스더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성물이 뭔지 모르는 나는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을 물었다.
“경찰에서도 알고 있는 사안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렇다면야, 내가 나서서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경찰 조직이 허가했다면 그만한 근거가 있다는 말이었으니.
그래서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기서 제가 할 일은 뭡니까?”
“강진우 경감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밋밋한 에스더의 말이 이어졌다.
“이사카르 지파장의 척살입니다.”
“지파장이요?”
“예.”
“이단의 수장을 저보고 처치하라고요?”
에스더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더욱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물론 이사카르 지파의 세력은 저희 교회의 전력이 총동원되어 상대할 것입니다. 그러니-”
에스더의 말을 종합해보면, 길은 자신들이 열어줄테니 나는 보스만 때려잡으면 된다는 것.
그래서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의심이 끼어들었다.
도대체 그 지파장이라는 게 어떤 놈이길래, 교회가 스스로 이런 제안을 하게 한다는 건가.
내가 이를 묻자 에스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생각하실만 합니다. 하지만 분명 이유는 있습니다. 지파장이 가진 이세벨과 살로메의 힘 때문이죠.”
이세벨과 살로메라.
이미 알고 있던 이름들이었다.
이세벨은 이스라엘의 왕을 악마 숭배자로 만들었던 성경의 악녀로.
수많은 선지자들을 핍박하고 죽였고, 유명한 선지자인 엘리야까지 위협했던 기록을 갖고 있다.
또한 살로메는 성자의 강림을 예언했던 세례자 요한의 목을 자른 장본인으로.
그 두 가지의 전승을 구현하는 게 가능하다면 과연, 교회에게 있어서는 대적자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까다로운 적임에는 분명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희는 아직 보지 못한 사교의 전승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요.”
“그래서…제게 맡긴다고요?”
에스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에게는 벅찬 상대라서 내게 맡긴다는 말이지만, 그다지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기독교의 금서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존재가, 바로 그 지파장이었으니.
물론 지파장이라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에스더와는 달리, 전투에 특화된 놈이라면 정말 90 레벨 이상일 수도 있었으니.
“그럼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조건…이요?”
“금서는 제가 회수해가겠습니다.”
내 말에 지금까지 표정 변화가 없던 에스더의 미간이 옅게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마치 내가 이런 말을 할 거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알겠습니다.”
그녀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금서를 모으고 있다는 건 이 여자도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터.
오히려 금서를 미끼로 나를 이 작전에 부른 건, 교회의 의도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날짜는 언제죠?”
“3일 뒤, 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