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67
167.
그 후, 에스더와의 이야기를 마친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걸어왔던 긴 복도를 다시 되돌아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던 교회 안과는 전혀 다른, 소란스러운 서울 시내의 소음이 귀에 들어왔다.
고작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뿐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풍경이다.
한편 그런 교회의 문을 나서는 내 뒤에는 모니카가 있었다.
“…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모니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연 것은 교회에서 조금 멀어지고 나서였다.
모니카의 첫 마디는,
“오랜만이야, 강진우.”
단순한 인사였다.
그제야 나는 모니카와 시선만 주고받았을 뿐.
평범한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에스더에게만 집중을 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교회에서는 잘 나가는 거 같던데.”
모니카의 성장은 레벨이 보이는 나만이 가늠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모니카가 속한 교회에서도 그녀의 엄청난 성장을 체감하고 있었다.
또한 그 어떤 퇴마 단체보다도 실력순으로 배치되는 교회의 계급 덕분에.
지금 모니카의 계급은 몇 단계나 높아져서, 어느새 장로 바로 아래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했던가.
경찰로 치면 지방경찰청장 바로 아래쯤 있는 것이니,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너 정도는… 아니야.”
“난 아직 경감인데?”
“그래도, 강하잖아. 계급은 중요하지 않아.”
모니카는 단언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계급은 중요하다.
월급이라는 점에서 보면 특히 그랬다.
물론… 그만큼 성가신 일도 늘어나기에, 좋다고만은 볼 수 없지만.
“그보다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
“알려주고 싶은 거?”
“계시라는 말, 알아?”
이어서 모니카는 그 계시에 관한 예시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에스더는 그 계시 때문에 나에게 이번 일을 맡긴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물건의 말을 듣는다고?”
“그녀의 성물은… 틀리지 않아. 그래서, 위험할 거야.”
“위험? 어째서?”
에스더의 계시는 내가 이사카르의 지파장을 이긴다고 예측했다는 모양이었다.
한데 그것이 틀리지 않는다면, 결국 내가 이긴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모니카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어떻게 이기는지는 몰라. 다치거나, 같이 죽을 수도 있어. 계시가 예측하는 건… 교회의 승리뿐이니까.”
교회의 승리라.
나는 그 승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뿐이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어째서 그 자존심 높은 교회의 지파장이 나를 이번 일에 끌어들인 건지 대충 알 것도 같았다.
나를 필승의 비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면, 한 번 정도 고개를 숙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일 테니.
그러다 문득 모니카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런데 왜 모니카는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걸까.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해도 되냐?”
“안 돼. 하지만, 하고 싶었어. 넌… 고마운 사람이니까.”
내가 자신을 키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모니카가 말했다.
이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원수 갚는다는 일은 잘되고 있냐?”
“…아직.”
그녀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마인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왔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찾는 마인의 능력은 위장.
즉 타인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도플갱어 같은 놈이었기에 그 추적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는데.
“하지만 단서는 찾았어.”
마침내 그 꼬리를 잡은 건지, 모니카가 말했다.
“단서?”
“아무래도… 기업에 들어간 것 같아.”
“기업? 기업 어디?”
“그것까지는 아직 몰라. 그래도… 거의 다 왔어.”
그건 모니카의 말대로였다.
기업 소속의 외인 기관은 겨우 셋뿐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에 몸을 숨기고 있다면, 이제는 거의 찾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내가 보기에는 이제부터가 시작 같은데.”
그건 해당 기업의 협조가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화랑이라면 모를까.
다른 두 개의 기업 소속의 퇴마사라면, 그럴듯한 이유 없이는 경찰 신분인 나조차도 쉽게 접촉할 수가 없다.
그러니 교회 소속의 모니카에게는 이 이상의 추적인 힘들 터.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그럼에도 모니카는 그렇게 말했다.
한결같은 그녀의 태도에 나는 옅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 어쩌면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
그저 모니카를 격려하기 위한 빈말은 아니었다.
화랑을 제외한 나머지 두 기업 소속의 퇴마 단체는 사교와 연결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경찰도 대기업을 상대로 쉽게 일을 벌일 수 없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지만.
이제 사교가 본격적으로 설치기 시작했으니, 경찰은 머지않아 그들과 담판을 벌이려 할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모니카에게 해줄 일이 있다면, 그저 그 자리에 그녀를 초대해주는 것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뭔가 찾게 되면, 알려주겠다고.”
하지만 지금부터 기대하게 할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그러자 모니카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로부터 3일 후, 자정이 조금 덜 된 시각.
나는 이사카르 지파가 점거하고 있다는 빌딩 근처에 와 있었다.
서 있는 위치는… 목적지와 마주 보고 있는, 또 다른 빌딩의 옥상.
그곳에서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은 모니카, 그리고 미카엘이었다.
“오셨습니까.”
베냐민 지파의 10 장로 중 가장 강한 전력인 그는, 무려 오늘 나를 보좌하기 위해 교회에서 온전히 빼놓은 인력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보디가드인 셈.
그래서인지 나를 만나고 나서부터 미카엘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원래부터 웃음기가 없는 아저씨이긴 했지만, 지금은 아예 가면을 쓴 것처럼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보니 에스더도 이런 분위기였는데, 교회에서는 따로 포커페이스 교육이라도 해주는 건가.
어쨌든 그런 분위기의 미카엘은 나에게 오늘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면, 우선 빌딩을 중심으로 장막을 칠 겁니다.”
“장막이요?”
“모세의 성막. 사람들의 눈을 가릴 성물입니다.”
퇴마의 비닉을 위해 교회의 성물을 동원한다더니, 그 이야기인가.
그런 생각과 함께 빌딩 아래쪽을 노려보니 과연.
어둠 속에서 몇몇 퇴마사들의 레벨 표시가 지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결계… 같은 것도 깔린 건가요?”
“그 정도는, 물론입니다.”
미카엘은 당연하다는 듯 그리 말했다.
사람을 물리는 결계.
그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던 행인과 차량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물론.
조금 전만 해도 불이 켜져 있던 빌딩들이 하나씩 어둠으로 물들어갔으니.
“성막이 완성된 후에는 저 사탄의 자식들도 이상을 눈치챌 겁니다. 그러니 성전은 그 직후 개막하겠지요.”
“그럼 저희는요?”
“그 뒤에 참전합니다. 그 시간은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전투가 시작된 후, 느긋하게 들어간다라.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닦아놓은 길을 걸어만 가면 되는 건가.
나야 잡스러운 전투를 회피할 수 있다니 나쁠 건 없었지만, 나를 보좌하는 미카엘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슬쩍 그의 속내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상한 작전이네요.”
“……”
“기왕이면 같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나?”
교회의 계획에 불만을 표하는 내 말에 미카엘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는 듯한 태도였다.
“강진우 경감에게 맡긴 임무가 뭔지는, 사전에 지파장 님께서 미리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그것부터가 이상하다는 거죠. 보스 앞까지 길을 뚫어줄 테니, 슥 가서 보스만 죽이고 오라는 게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이, 하늘의 뜻입니다.”
“그러지 마시고. 기왕 하는 거같이 하시죠. 저도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서요.”
내 말에 미카엘의 입술이 살짝 떨려왔다.
아직까지도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 있었다.
역시 미카엘도 이 작전이라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모양.
그러나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평정을 되찾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됐습니다.”
“진짜요?”
“당신에게 조력이 허락된 것은… 모니카뿐입니다.”
“모니카는 왜요?”
“이사카르의 지파장이 가진 전승은 특히 남성에게 효과적입니다. 그러니 모니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파장이 갖고 있다는 이세벨과 살로메의 전승.
그 둘은 악녀임과 동시에 요부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남성에 특화된 권능 역시도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한 예를 들면 서큐버스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마침 적당한 모니카를 붙여준 건가.
아니면 이조차도 계시의 일환일까.
“시간이 되었군.”
그 때 미카엘이 중얼거렸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
그런 자정의 종로 거리에는 지금 지나가는 차량 한 대, 사람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이사카르의 빌딩을 제외하고는 한 블록 자체가 정전된 것처럼 깜깜하다.
그럼에도 아무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결계 밖에서는 차량과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다.
마치 정말 커다란 장막에 가려진 것처럼.
내가 그 풍경을 새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이.
콰과과광!
어디선가 레이저처럼 일직선으로 발사된 선명한 빛의 기둥이 빌딩 입구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탄 삼아, 백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나이도 성별도 무장도 제각각인 사람들이지만 전부 사제복을 입은, 교회의 퇴마사들이었다.
“……”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그 모습을 미카엘은 복잡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또한, 모니카는 미카엘만큼 열정적인 눈빛은 아니었지만, 그저 진지하게 경계에 힘쓰고 있었다.
쾅! 쿠르릉!
빌딩에서 빛이 번쩍이고, 땅이 흔들렸다.
도대체 안에서 얼마나 격정적으로 싸우고 있길래.
내가 있는 다른 빌딩의 꼭대기까지 종종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러다 빌딩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음…?”
갑자기 계속해서 이어지던 전투의 소음이 뚝 끊겼다.
마치 잘 듣고 있던 라디오를 중간에 꺼버린 것처럼 어색하게.
이에 나는 미카엘을 돌아보았다.
그의 귀에는 지금 경호원들이 자주 쓰는 무전기가 걸려 있었다.
나에게는 지급되지 않은 물건으로 미카엘이 교회 측과 연락을 주고받는 용도였다.
그러니 저 안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지금 바로 알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예상대로.
“…내려가 봐야겠군요.”
미카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어서 미련 없이 빌딩 아래로 뛰어내린 그는, 곧 전에 보았던 불병거를 타고 다시 나타났다.
“타시죠.”
“아, 예.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답니까?”
“글쎄요.”
애매한 대답에 나는 대뜸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교회라도 같이 일을 하는데, 이 정도 물음조차 거부할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그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저도 모릅니다.”
“몰라요?”
“한순간에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전부다.”
그는 귀에서 무전기를 빼내, 불병거 밖으로 던져버렸다.
경찰관 앞에서 쓰레기 불법 투기라니, 배짱이 좋군.
하지만 딱지는 나중에 떼기로 하고, 나는 그의 말에 집중했다.
미카엘의 말은… 저 빌딩에 진입한 그 많은 퇴마사 중 연락이 되는 게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였으니.
“일단 상황을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불병거가 움직였다.
화염을 두른 말이 허공을 박차고 내달린다.
그 덕분에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던 빌딩의 코앞까지는 금방이었다.
그리고 그 입구에 선 나와 미카엘은 동시에 어떤 이상을 감지했다.
“흠…”
“이건…”
딱 건물 내부에 해당하는 경계부터 공간이 단절되어 있었다.
흔히 마역이나, 혹은 신역에서 자주 보던 느낌.
그러나 이건 그 둘 중 어떤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슷한 느낌으로 치면…사교의 영역.
그때 사교의 사절이라는 그 여자를 만났던 그 공간과 유사했다.
그렇다는 건 일종의 가상 공간을 만드는 주술인가.
“마역 같은 거네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평가했다.
결국. 그 본질은 셋 다 유사했으니.
차이가 있다면 마역이나 신역과는 달리, 이쪽은 퇴마사들이 쉽게 감지할 수 없다는 것 정도였다.
즉 이사카르 지파는 그 주술을 사교에게 전달받고, 이 빌딩 안에 함정처럼 만들어둔 모양.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대담하게도 대도시 한가운데에 제 거점을 만든 놈들이 아닌가.
이런 대비책 따위는, 얼마든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미카엘은 놀라지도 않고 내 말에 동의를 표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직접 들어가 봐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는 미카엘의 목소리는 어딘지 들떠 있었다.
무표정을 가장하던 얼굴도 결국 무너져, 입가가 꿈틀거린다.
“어쩌시겠습니까?”
그리고 내 의견을 물었다.
내 대답은 당연히 정해져 있었지만, 미카엘이 원하는 게 뭔지가 너무 빤히 보여 잠시 말을 망설였다.
여기서 그냥 빌딩 앞에 서 있자고 하면 이 아저씨가 무슨 표정으로 변할까.
그런 궁금증이 치솟았지만, 나는 이를 꾹 참고 해야 할 말을 전했다.
“…들어갑시다.”
우리는 빌딩으로 들어갔다.
그러마 마역이 으레 그렇듯, 단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만으로 주변의 풍경이 일변했다.
그렇게 우리가 서 있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어떤 미로의 내부였다.
앞뒤로 이어진 길을 제외하고는 천장부터 양옆까지 갈색의 벽으로 막혀 있다.
또한 그 벽 사이로는 2미터가 조금 넘는 폭을 가진 길이 깔렸고.
조금만 걸어가도 금방 두 갈래 이상의 갈림길이 나오는 전형적인 미로.
“미궁이라… 생각하는 것이 뻔하군.”
미카엘이 이를 조소했다.
그의 말대로 이 미로가 의도하는 것은 선명했다.
적 병력을 어떻게든 분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습격에 대비한 미궁이라니.
그렇다는 건… 교회의 작전이 새어나갔다는 말이 아닌가?
“교회의 습격을 미리 알고 있던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이는 당연한 조치일 뿐.”
“당연해요? 소수 정예로 암살단이 오면 어쩌려고요?”
“암살단?”
그렇게 되물은 미카엘은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버러지만도 못한 이단 쓰레기들이 상대라고 하나,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놈들의 거점에 숨어들어 누군가를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오다니.”
“아… 그래요?”
미카엘의 말에 나는 수긍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는 가능할 것 같아 던져본 말이었는데.
저렇게 반응하니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지나가려는 그때.
때마침 미로의 저 앞쪽에서 레벨 표시가 보였다.
나를 적대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시뻘건 레벨들.
아무래도 벌써부터 환영 인사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저 앞에 뭐가 있습니다.”
“허, 이런. 큰일이군요.”
내 말에 미카엘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
“강 경감님은 여기 계십시오. 저희의 작전대로라면 당신이 나설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모니카는 강 경감님을 보호하도록.”
“예.”
미카엘은 은근히 작전이라는 걸 강조하며 그렇게 말했고, 모니카는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남자는 그렇게도 싸우고 싶은 건가?
하긴… 이단심문회 소속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범죄자 검거에 힘쓰는 경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정말 왔군, 위선자의 개새끼가.”
복잡하게 얽힌 미로의 통로에서 불쑥 튀어나온 마인이 그렇게 말했다.
다행히도 그 욕은 나를 향한 게 아닌 미카엘을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폭언 앞에서도 미카엘은 오히려 자비로운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 주가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나니.”
“그 주의 얼굴을 오늘 지옥에서 보겠어.”
“실로 영광스러운 일이겠군. 하나, 나는 매일 주와 함께한다. 그러니 이 참된 복을 너희에게도 나눠주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대화가 오고 갔다.
그리고 그 끝에서 미카엘은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성물을 꺼내 들었다.
그건 갈색의 장갑으로, 다니엘의 이름이 붙은 성물이었다.
이어서 그 장갑 위로 시뻘건 불꽃이 피어났다.
“회개해라, 독사의 자식들아.”
그 화염을 마치 권투 글러브처럼 두른 미카엘을 다음 순간, 앞으로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