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69
169.
“아니…길을 잃은 건 아니겠어. 누구보다도 빨리 나를 찾아왔으니까.”
살로메는 나뿐만이 아니라 모니카까지 시야에 담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잠시 모니카가 든 창에 닿았다.
“모세의 지팡이…네가 교회에 들어왔다는 그 아이였구나.”
“나를, 알아?”
“물론이야. 나는 동료보다 적에 대해 잘 아는 편이라서. 특히…까다로운 성물에 대해서는 해박하지.”
살로메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적이라는 말에 모니카의 얼굴에 긴장이 드리워졌다.
교회 소속인 그녀에게는 지파장이라는 살로메의 지위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자리가 가진 무게를, 나보다는 몇 배는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모세의 10가지 재앙을 담은 성물. 하지만 교회 역사에 기록된 그 어떤 사용자조차도 모든 재앙을 불러내지는 못했던, 곤란한 물건이지. 그래서 나는 네게 기대가 컸어. 온 세상을 암흑으로 덮었던, 그리고 장자를 죽였던 아버지의 재앙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궁금했으니까.”
살로메는 계속해서 모니카의 성물에 대해 말을 이었고.
나는 그 사이 그녀가 걸친 무장에 주목했다.
살로메는 사막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검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어느 호텔의 디너 파티에나 입고 갈만한 그것의 정체는 이세벨의 드레스라는 이름의 신기였다.
생각할 것도 없이 이세벨의 권능을 담고 있으리라.
그 외에 반지나 목걸이 등의 장신구는 평범한 물건인가.
다만, 그중에 왼쪽의 귀걸이만이 붉게 빛났다.
저쪽이 살로메의 신기인가.
“너무 빤히 바라보네.”
살로메가 내 시선을 눈치챈 건지, 요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물론 너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강진우 경감. 보는 것만으로 인간의 강함을 간파한다지?”
이어서 그녀의 손에 나타난 것은 검이었다.
이집트 관련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는, 휘어진 형태의 날을 지닌 코페쉬라 불리는 낫칼.
그것은 세례자 요한의 목을 자른 처형자의 검으로, 이 역시 살로메의 전승과 관련이 있었다.
벌써 강력한 신기가 세 개.
하지만 그조차도 부족했다.
확실히 하나하나가 교회에게는 치명적인 전승이긴 해도.
에스더가 선뜻 금서까지 내어주기로 약속할만한 것은 아니다.
분명 살로메에게는 사교와 접촉하고, 그로 인해 강화된 금서가 쥐여준 묵시록의 전승이 있을 터.
한편 살로메는 검을 한쪽으로 늘어뜨린 채 나를 향해 걸어왔다.
“말해봐. 나는 어느 정도나 강해?”
“91 레벨.”
내 즉답에 살로메는 다소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그야 저 숫자만 보고는 알아먹지 못할 테니.
“…넌?”
“58.”
“차이가 많이 나네.”
지극히 상식적인 살로메의 지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0 레벨이 넘는 격차.
기초 능력치부터가 너무 차이 난다.
아무리 온갖 신기와 전승을 사용해 따라잡으려 해도 힘들 정도로.
“그런데 뭘 믿고 내 앞에 나타난 거야?”
“글쎄. 물약?”
그래서 나는 도핑을 시작했다.
교회의 요청을 받은 후 3일.
지파장이라는, 교회의 최강자 중 하나와의 전투를 앞둔 나는 놀고만 있지 않았다.
그야 90 레벨 전후의 적을 상대로는 나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으니.
그래서 나는 미리 관리부에게 연락하고, 찾아가기까지 해서 여러 제작 재료를 다시 한 번 공수했다.
온갖 소모품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소모품은 만드는 수고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만드는 재료는 온갖 신수의 깃털이나 이빨 등.
관리부에 있는 신수라도 한번 얻고 나면 최소한 몇 개월은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에 비해 소모품의 지속 시간은 길어야 30분 전후.
그러니 지속 사용을 위한 효율은 그야말로 지하에 처박혀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지만.
단 하루, 단 한 번의 전투를 위해서라면 사용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물약이라니?”
살로메가 되묻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 필요 없었다.
아이템 창에 있던 온갖 물약들이 주르륵 사라진다.
그리고 그 효과는 나의 모든 능력치를 일시에 끌어올렸다.
90 레벨에 해당하는 살로메에게도 비빌 수 있을 정도로.
쾅!
땅을 박찼다.
그러자 전에 없던 폭발적인 추진력이 내 몸을 살로메 쪽으로 집어 던졌다.
극단적인 가속.
그 때문에 동체 시력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풍경이 늘어지고, 풍압이 단단한 벽처럼 온몸을 압박한다.
하지만 내가 그 속도에 당황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익숙했다.
그러나 내 기억보다는 못했기에, 오히려 헛웃음만이 나왔다.
나름대로 오랜 기간 준비한 비장의 수였는데.
이래도 그 당시의 나를 따라잡기는커녕, 비교조차 할 수 없었으니.
“하-”
나는 그 찰나의 시간 속에서 그런 잡념을 떠올리면서 혀를 찼다.
그리고 내 검은 조용히 살로메의 목을 노렸다.
인검이 늘어진 공간을 타고 뱀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역시라고 해야 할지.
“…!”
살로메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놀라움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챙!
살로메의 목을 향하던 내 검은 그녀의 낫칼에 튕겨져나갔다.
검을 쥔 손이 찌르르 울린다.
초월적인 완력.
아니, 완력만이 아닌가.
손에서부터 팔을 타고 고통이 느껴졌다.
못 버틸 정도는 아니지만…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아마도 저 검에 새겨진 전승의 힘이리라.
“너…어떻게!”
한편 나를 보며 살로메가 경악하며 말했다.
그녀의 저 놀라움에는 여러 원인이 있었다.
내 힘도, 속도도 그녀의 예상과는 크게 다를 테니.
거기에 지금 내 로그 창에 올라가고 있는, 수많은 디버프 무효화 메시지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악을 비웃어줄 시간조차 나에게는 없었다.
지금도 소모품의 지속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검을 내뻗었다.
* * *
“……”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작된 전투에, 모니카는 숨을 삼켰다.
수많은 파열음이 삭막한 사막을 휘젓는다.
모래밖에 없는 바닥이 단순한 검격에 깊숙이 갈라지고, 발을 딛고 있던 바닥은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크게 파였다.
그 안에 특별한 주술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힘과 신기의 능력에 의존할 뿐인 단순한 전투.
그럼에도 허공에서 격돌하는 두 검은 마치 매번 미사일이 폭발하는 것처럼 공간을 울렸다.
이에 모니카는 자신도 모르게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원래라면 그녀도 저 전투에 함께해야 했다.
하지만 전투가 개시되자마자, 그녀는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싸움에 자신이 낄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모니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벌써 그녀의 성물이 품고 있는 7개의 재앙을 개방했다.
천 년이 넘는 교회 역사 속에서 여기까지 도달한 것은 역대 두 번째.
성물을 받은 지 겨우 2년 남짓한 시간을 고려한다면 실로 위대하기까지 하다고 할 수 있는 성과였다.
그 때문에 그 자존심이 높은 교회조차도 그런 모니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은 정식으로 그녀에게 추기경이라는 자리까지 내주었다.
그래서일까.
모니카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이제는 저 남자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쾅! 콰쾅!
눈앞에서 연이어 터지는 굉음은 그 안일했던 모니카의 자신감을 비웃고 있었다.
움직임, 속도, 완력.
그 어떤 것 하나조차 모니카에게는 따라갈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옆에서 전투를 거드는 것조차도, 그녀에게는 불가능했다.
“……”
그렇기에 모니카는 그저 침통한 표정으로 전투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모니카의 좌절조차 눈앞에 있는 또 다른 한 여자.
“너…어떻게…!”
살로메의 경악에 비한다면, 폭풍 앞의 산들바람에 불과했다.
그녀는 모니카처럼 경험이 없어 미숙한 퇴마사가 아니었다.
교회와 퇴마사, 그리고 그들이 가진 힘과 전승, 거기에 신기까지.
그 모든 분야에 오랜 기간 쌓아온 지식이 있었고, 자신의 몸으로 체득한 지혜가 있었다.
그렇기에 살로메는 단 한 번도 강진우와의 전투에서 승패를 가늠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가치가 없었으니까.
물론 그가 교회의 숨겨진 비수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살로메는 그 비수를 숨길만 한 적, 미카엘을 먼저 치워버렸다.
미카엘은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 성별조차 없는 대천사의 전승은, 살로메에게는 상성에서부터 불리했으니.
하지만 그런 미카엘이 사라진 이상 강진우는 그저 왕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노출된 암살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제 모습을 드러낸 암살자를 두려워할 정도로 살로메는 약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두 개의 전승은 모두 요부의 특성을 가져, 남자에게 강하다.
특히 이스라엘의 왕을 유혹해 악마 숭배자로 만들었던 이세벨의 권능은 더욱 그랬다.
어설픈 퇴마사라면 그저 살로메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지배되고.
미카엘 정도의 광신도조차 그 전의를 일부 상실할 정도가 아니던가.
그리고 살로메의 전승은 또 어떤가.
세례자의 목을 자른 처형자의 낫칼은 살로메의 귀걸이와 함께 사용하면 남성에게는 저주와 같은 효과를 낸다.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검이 스스로 치명적인 일격을 만들어내며.
이를 막아선다 해도, 그 권능은 방어를 꿰뚫고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뒤흔드는 것이다.
그런데.
“큭…!”
그 모든 권능은 강진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마치 전승이 부정된 것처럼, 처형자의 낫칼이 강진우의 검을 맹렬히 후려쳐도 그의 검 끝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촤악!
끝내 살로메의 어깨를 강진우의 검이 스쳤다.
비록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나, 인간의 감정에 특히 민감한 살로메는 충분히 직감할 수 있었다.
그 검격에는 일말의 자비조차 없었다.
그 안에 조용히 서려 있는 것은 얼음보다 차가운 살의뿐.
남성에게…아니, 인간에게 이 정도의 살의를 받아본 적이 얼마 만인지.
“넌 도대체…”
단순히 신체 능력에서는 미세하게 그녀가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강진우의 검이었다.
그의 검술은 종잡을 수 없었다.
그것은 화려하다 싶으면서도 유려했고, 교활하게 움직이나 싶다가도 패도적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전승을 가져온 건지.
그 격은 지파장인 그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래서 살로메는 결국 근접전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나마 앞서 가는 신체 능력과 처형자의 검이 가진 전승 덕분에 몇 합이라도 받아낼 수 있었던 거지.
이 이상 검을 부딪쳤다가는 곧 자신의 목이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진우는 그 뒤를 바로 쫓아왔다.
마치 거리를 벌린 살로메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
“아니, 어쩌면…이미 알고 있을까?”
그렇게 중얼거린 살로메는 미련 없이 숨기고 있던 마지막 전승을 개방했다.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른 검은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강진우의 검을 막아섰다.
* * *
“음…?”
살로메를 쫓던 나는 검을 흩뿌리고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발밑에서 튀어나온 것은 검은 가시나무.
스스로 움직이며 불길하게 빛나는 게, 척 보기에도 평범한 가시나무는 아니었다.
역시나 감추고 있던 전승이 있었나.
하지만 가시나무라니, 당장 떠오르는 게 없어 모니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도 확신할 수는 없었는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체를 모른다면…일단 태워야 하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시나무는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살로메가 다시 제 모습을 드러냈다.
“……”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새로운 전승을 꺼내 든 살로메의 겉모습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도, 들고 있던 검도 그대로.
다만 다른 손에 새롭게 금잔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금잔을 든 여성, 거기에 묵시록의 전승이라.
거기까지 가면 떠오르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대탕녀 바빌론…?”
모니카가 중얼거렸다.
모든 탕녀의 어미이며, 묵시록의 짐승을 탄 존재.
기독교에 대적하는 모든 악을 상징하는 여자였다.
그러나…대탕녀의 전승은 딱 잘라 말해 나에게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묵시록에 기록된 그 능력은 살로메나 이세벨의 권능의 상위 호환에 불과했기에.
오히려 나에게는 대탕녀 바빌론이 타고 있었다는 종말의 짐승이 더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귀주라는 마인이 조종하던 그 종말의 짐승은 이미 오래전에 미카엘에 의해 패퇴했다.
그럼…생각보다 만만한 적인가?
그때,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살로메는 제 금잔을 기울였다.
거기에서는 새빨간 피 대신, 타르와 같은 시꺼먼 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빚어내는 것은…어떤 인영.
“온 땅의 탕녀들과 흉측한 것들의 어미, 대바빌론. 너희 교회는 이를 모든 음란과 죄의 상징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검은 새의 머리를 한, 일종의 수인이었다.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으며, 아래로는 새의 날개와 같은 망토를 두른 무언가.
하지만 그 검은 날개가 펼쳐지고, 이어서 붉은 눈이 뜨이자 나는 저 수인의 정체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을 불러 깨울 우리가 과연 그 정도에서 만족했을까?”
소환수의 일종이라서일까.
놈의 머리 위에는 레벨은 물론, 친절하게 그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하르파스.
솔로몬이 봉인했다는 72 악마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아예 모든 악마의 어미가 됐다…그런 건가?”
“이해가 빠르네?”
살로메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그렇게 말했다.
귀주가 레비아탄을 종말의 짐승으로 바꿨듯.
살로메 역시 대탕녀 바빌론의 전승을 일부 비틀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귀주에 비해 무척이나 성가셨다.
기독교에서 악마는 타락한 천사, 그 자체다.
그렇기에 악마 하나하나가 천사와 대등하고, 대악마라 불리는 것들 역시 대천사와 동급인 존재.
그런데 아몬, 레라지에, 아스모데우스, 벨리알 등.
그런 악마가 지금 살로메가 기울인 금잔에서, 말 그대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건 좀 빡센데.”
순식간에 수십으로 늘어가는 그 검은 형체들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