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72
172.
나는 그 길로 경찰청장실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까워져 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경찰청장실에는 당연하다는 듯 불이 켜져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경찰청장실의 갈색 문.
그리고 거기에 노크하자,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왔나?”
김준성 경찰청장의 목소리였으나, 정작 문을 연 것은 그가 아니었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사람은 인천경찰청장인 최덕철.
그 외에도 방안에 있는 긴 테이블에는 네다섯 명 정도, 다른 경찰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어째… 내가 들어올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좀 있다 와야 합니까?”
“아니야. 다들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물론 일하다 온 건 알고 있어. 탓하는 건 아니니, 어서 앉기나 하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대사였지만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 아저씨들 틈바구니로 들어갔다.
내 자리는 문을 열어준 최덕철 바로 옆이었다.
최덕철은 내가 자리에 앉자 가볍게 말을 걸어왔다.
“강 경감, 오랜만이구만. 내가 준 검은 부숴 먹었다지?”
“아, 그렇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하! 죄송할 게 뭐 있나.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도 너희 팀장이 신기 부숴 먹기로는 유명해서 하나 정도는 티도 안 나.”
“……”
껄껄 웃으며 말한 최덕철은 테이블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이제 보니, 그곳에는 서인나의 모습이 있었다.
다른 간부들은 물론 서인나까지 부르다니.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내 의문을 알아챈 김준성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필요해서 불렀네. 전에 말했다시피, 이제 사교에 대한 대응에는 조직적으로 임할 생각이야. 자네의 도움으로 사교가 심은 스파이도 쳐낼 수 있었으니까.”
그건 더 이상 사교에 대한 것이 경찰 내에서 기밀로 취급되지는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 모두가 이미 사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건가.
어쩐지 서인나의 눈빛이 조금 날카롭다 싶었다.
“자네가 왔으니 일단 탑에 관해 이야기해야겠군. 먼저, 탑이 발견된 건 5일 전의 일이네.”
“5일 전이요?”
“그래. 그동안 자네에게 알리지 않았던 건, 탑의 기초 조사를 위해서였네. 사교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누군가를 그곳에 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 않나.”
김준성의 말은 타당했다.
그저 전처럼 탑의 건설을 저지하는 수준이면 모를까.
이미 탑이 완성된 이상,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말이었으니.
“그래서 지난 며칠간 그 조사가 진행됐고, 결과가 나왔네. 이번에도 화랑이 도와줬지. 그런데… 일단 탑부터가 제대로 된 건물이 아니야. 이걸 보게.”
김준성은 그렇게 말하며 사진 하나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건 지상에서 탑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 탑은 이상하리만치 높았다.
마치 전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탑처럼, 그 꼭대기는 구름에 가려져 정말로 하늘에 닿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완성된 탑은 모종의 방법으로 보호되는 걸 확인했어. 최소한… 미사일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더군.”
이렇게 젓가락처럼 길기만 한 탑이 미사일을 버티는 건가.
하기야 사교 놈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지난번 군대에 의해 건설이 저지되면서 배운 게 있을 것이다.
당연히 물리적인 대책도 착실히 세워뒀으리라.
“그런데 이상한 점은… 탑에는 기본 경비 인원조차 없다는 거였네. 오히려 들어오라는 듯 활짝 문까지 열려 있더군.”
“……”
“그래서 조사 인원은 결국 탑 내부까지 들어갔어.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나? 탑에서 나온 그들이 새로운 전승을 얻었네. 탑의 보상이라고 하더군.”
“보상이요?”
“이건 그냥 건물이 아니야.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마역과 같은 이계와 다름이 없어. 거기다 탑 안에서는 특정 신화가 재현되는 듯해.”
그렇게 말하며 김준성은 나에게 몇 장의 자료를 넘겼다.
그건 탑의 조사 결과가 적힌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핀란드 북쪽에 세워졌다던 그 탑의 내부에서는 북유럽 신화가 재현된다고 한다.
탑의 입장 인원이 특정 신화의 주인공이 되어, 신화 속 영웅이 겪었던 시련들을 하나하나 타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련은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것에서 시작해 점점 어려워지고.
시련을 극복하고, 완벽하게 재현에 성공할 경우에는 해당하는 영웅의 전승이 주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에는 별다른 패널티 없이 그저 탑에서 자동으로 쫓겨나게 된다는 모양.
그것만으로도 헛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무슨 게임처럼 전승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자료의 뒤쪽에는 더욱 놀라운 정보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더 중요한 건… 전승을 얻는 게 퇴마사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세.”
아무리 북극 근처의 오지라도, 하늘까지 닿는 탑은 너무나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모습에 이끌려 소수의 일반인이 탑까지 도달했고, 그들 중 일부가 탑에 들어갔는데.
그들조차 탑에서 전승을 얻을 수 있었다고, 조사 자료에는 적혀 있었다.
즉 일반인이 탑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만으로, 개안과 동시에 퇴마사로서의 힘까지 얻게 된 것.
“……”
이에 나는 자연히 전에 만났던 사교 소속의 여자가 한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는 나에게, 세계를 바꾸기 위해 자신들이 퇴마의 비닉을 없애겠다고 단언했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다고도 했고.
그런데… 그게 설마 이런 방식일 줄이야.
“사교가 헛소리를 한 건 아니었나 보네요.”
“…그런 셈이지.”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서 나는 김준성에게 물었다.
그 여자의 말대로, 이 탑의 존재는 세계를 바꿀 정도의 파급이 있었다.
만약 그 누구의 죽음도 요구하지 않고, 퇴마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퇴마의 비닉을 유지할 가장 중요한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었으니.
그래서일까.
김준성은 무거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직은 모르네. 이건 나 혼자 정할 일도 아니고, 그럴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을 모았고, 일단 움직일 방향을 정했지.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정보가 필요해.”
“청장님 말씀대로다. 이 탑이란 건, 가볍게 볼 일은 아니야. 게다가 이 모든 일에는 사교가 개입해 있다지?”
옆에서 끼어든 것은 최덕철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말이 이어졌다.
“사교는 뭔 신이라는 놈과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순수한 목적으로 전승을 나눠주고 있는 건 아닐 거다. 분명 그 속내가 있겠지. 그러니 먼저 우리는 그 목적을 알아내야 한다.”
목적이라.
그리고 보니 나도 사교의 목적만 알고 있을 뿐.
정작 그 사교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이계의 외신이 가진 목적은 알지 못했다.
사교는 이 탑을 통해 세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거기에 그 외신의 의도가 겹쳐 있다면… 쉽사리 전승을 취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 방법인데… 역시 탑에 들어가 보는 수밖에는 없어. 일단은 아예 전담팀을 만들어서 그 전부를 투입할 생각이네.”
김준성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건네준 탑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탑 내부에서는 기존에 얻었던 전승이 힘을 잃는다고 되어 있었다.
즉 사교 놈들이 행사했던 이계 신의 권능처럼, 탑 안에서는 모든 전승이 부정된다는 뜻.
그러니 정작 경찰에서 날고 기는 인원들을 추린다 한들 사실상 본인이 가진 힘의 반도 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최덕철에게서 나왔다.
“어차피 탑에서 진행되는 신화의 재현은 개인마다 이뤄진다는데… 여러 명을 투입할 필요가 있습니까?”
“있지. 시련에 실패하게 되면 중간에 밖으로 나오게 되지 않나. 기왕이면 여럿을 투입하는 게 확률이 올라가는 셈이야.”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사교라는 놈들이 탑에 무슨 장난을 쳐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요?”
그 말에 김준성은 침음을 흘렸다.
그야 최덕철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으니까.
또 이를 김준성도 생각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소수만 투입하자니,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 판단한 거겠지.
“그러면 다들,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보나?”
이어지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야 저들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닐 테니.
그래서 나는 목소리를 냈다.
“그냥 저 혼자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잠시, 테이블 위로 침묵이 흘렀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묘한 미소가 섞여 있었다.
냉소는 아니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들.
이에 곧 옆에 있던 최덕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내가 뭐랬수. 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고 했잖습니까!”
“……”
하지만 김준성은 한숨과 함께 침묵했다.
이번에도 반복되는 나의 단독 행동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다는 모양이었다.
“어째서… 라고 묻는 것도 쓸데없는 짓이겠군.”
그러나 그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나만 투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야 유일하게 사교와의 전투에 경험이 있는 것도.
그로 인해 전승을 부정하는 그들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니.
“…면목이 없군. 좋아, 그렇게 하게.”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몇 마디는 더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런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던 걸까.
“왜, 내가 너무 쉽게 허락한 것 같아 이상한가?”
김준성이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이 이어졌다.
“이상할 건 없네. 자네는 교회의 지파장을 쓰러뜨리지 않았나. 설령 이단이라고 해도, 지파장은 교회 전체에서도 위에서 두 번째 계급이야. 무력만큼은… 우리 경찰의 지방청장들과 동급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지. 자네는 그런 인물을 쓰러뜨린 거야.”
아무래도 교회의 의뢰로 살로메를 쓰러뜨렸던 것이 그의 인식에 변화를 준 모양이었다.
그건 내가 처리해온 그 어떤 사건보다도, 나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였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경찰청장이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서인나가 있었다.
그러자 서인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강 경감.”
“예?”
“축하해. 이번 임무가 끝나면, 너 승진이야.”
“승진이요?”
서인나는 시원섭섭한 얼굴로,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승진이라니.
이 심각한 와중에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서인나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졌다.
“안 그래도 최근에는 청장님에게 직접 받은 임무가 많았잖니. 거기에 이단의 지파장까지 잡았고. 이제 내 밑에서 소소한 사건이나 처리하는 건… 솔직히 인력 낭비지.”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직접 건의했어. 이럴 거면 그냥 네 팀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이야.”
내 팀?
그 팀을 이끄는 사람이 어떤 꼴로 일하는지를 봐왔기에, 결코 반갑지 않은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에게는 역시 좀 이른 감이-”
“아니야. 마침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네. 그래서 서인나 경정의 요청은 바로 수락했지.”
그러나 서인나의 말을 김준성이 거들었다.
“자네에게는 조금 특별한 팀을 맡길 생각이야. 사교에 특화된 팀 말이야. 그러니 이번 임무는 믿고 맡겨두겠네.”
이제 보니, 이미 이야기는 전부 끝난 상태인 듯 보였다.
나만 빼고 말이다.
하지만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경찰은 물론 그 어떤 회사에서도, 누군가 승진하고 말고의 결정에는 당연히 당사자의 의견 따위는 반영되지 않으니까.
거기다 왜 승진 같은 걸 시켰냐고 따지기도 그렇고.
“허! 임용되고 2년도 안 돼서 경정이야? 초고속 승진이구만!”
한편 그런 내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최덕철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서 자기가 내 나이 때는 어땠다는 등, 묻지도 않은 과거 이야기를 꺼냈지만, 갑자기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한 내 귀에는 거의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서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이 심야의 회의는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전 시작 날짜는 곧 알려주지. 아마 며칠 후쯤 될 거야.”
결국, 그 탑에 들어가는 것은 나로 결정이 되었다.
이는 내가 의도했던 결말이지만, 그 뒤에 있을 일을 생각하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걱정해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나는 그저, 생각을 비우고 탑에 들어갈 날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 * *
그리고 며칠 뒤.
“…이게 탑인가.”
나는 핀란드에 있다는 사교의 탑에 도착해 있었다.
겉모습은 회색의 벽돌을 쌓아 만들어졌을 뿐인 회색의 탑으로, 사진으로 본 것과 똑같았다.
또한, 지금 그 탑의 입구는 누구나 들어와도 된다는 듯 크게 열려 있다.
아니, 열려 있다고 해야 할까.
아예 문이 달려있지 않았다.
그 안으로 보이는 것은 짙은 그림자뿐.
나는 그런 입구를 가리키는 퀘스트의 화살표를 확인했다.
완성된 탑을 정복하라는 메인 퀘스트.
그리고 현재 그 퀘스트가 만들어낸 화살표는 총 3개였다.
즉 완성된 탑이 최소한 3개가 있다는 뜻.
“……”
나는 그 입구 앞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 탑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탑 내부에서는 이계의 신이 가진 권능에 의해, 개인이 가진 모든 전승이 부정된다.
그렇기에 나는 미리 외신 살해자, 나예네즈가니의 전승을 사용해 내가 가진 스킬을 외신 전용의 스킬로 바꿔둬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교체될 스킬은 사전에 생각해 둔 후보가 있었다.
먼저 ‘라이칸스로프’.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그 스킬은 강력하지만, 외관 때문에 자주 사용하지는 못하는 스킬이었다.
그다음은 페루의 황제 미라를 퇴마하고 얻은, 금광을 탐지한다는 ‘황금 제국의 황제’와 태양과 관련된 전승을 증폭시킨다는 ‘태양신의 황제’.
태양신의 황제는 나에게 태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승이 없어 현재 아무 효과가 없었고.
그나마 금광을 탐지하는 스킬은 돈을 버는데 쓸모는 있겠으나…당장은 돈이 급한 게 아니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두억시니의 스킬인 ‘부동의 악귀’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 불가 상태에서 데미지를 경감한다는 그 스킬은 내 전투 경향과 비교하면 너무 수동적인 면이 있었으니까.
“마침 딱 네 개긴 한데…”
외신을 죽인 네 개의 칼날의 사용 조건은 4회.
하지만 그 전부를 사용하는 것은, 역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변화한 스킬의 위력을 직접 사용해 봐야 했다.
그래야 그 후에 공격이나 방어, 혹은 유틸성 등에서 정확히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판단하고.
이를 채워넣을 스킬을 선택하는 게 좋을 테니.
그래서 나는 일단 두 개의 스킬만 변화시키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공격적인 것보다는…”
모든 전승이 부정될 경우, 내게 시급한 것은 공격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격적인 측면은 빛의 검 스킬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족한 것은… 방어.
비록 용사 스킬이 특정 속성에 대한 면역을 제공해주고는 있지만.
냉정히 말해 가장 단순한 물리력에는 현재 아무런 방어 대책이 없었다.
만약 사교의 놈들을 만났을 때도, 그들이 이계 신의 화신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권총을 들고 있었다면 그게 몇 배는 더 위험했을 테지.
그 때문에 내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라이칸스로프’와 ‘부동의 악귀’였다.
굳이 계열을 나눠보자면 각각 버프형과 방어형 스킬로.
그나마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 판단되는 것들이었다.
아쉽게도 다른 두 스킬은… 변화한다고 해도 어떤 형식으로 변화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두 개의 스킬에 나예네즈가니의 전승을 사용했다.
그러자 곧바로, 변화한 스킬의 내용이 로그 창 위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