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73
173.
– 스킨워커
뒤집어쓴 가죽에 따라 특정 기술 습득, 혹은 능력치 상승.
현재 보유 중인 가죽 : 코요테, 늑대.
“스킨워커라…”
그건 라이칸스로프가 변화한 스킬이었다.
스킨워커는 나예네즈가니처럼 나바호 인디언 설화에 등장하는 악역 중 하나다.
사악한 주술을 사용한다는 마녀의 일종으로, 짐승의 가죽과 그 영혼을 뒤집어쓰고 짐승의 힘을 얻는다는 자들.
따져 보자면 인디언 설화의 늑대인간과 같은 존재였다.
또한 코요테를 부린다고도 하던데, 그래서 늑대 가죽에 더해 코요테 가죽이 있는 건가.
“……”
나는 직접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먼저 늑대 가죽.
원래 각력을 강화시켜 속도를 증가시킨다는 그것은, 짐승 가죽 모양의 후드처럼 나에게 입혀졌다.
그러자 로그가 한 줄 추가되었다.
외신 전용 스킬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는 로그는 무시한 채 내 모습을 살폈다.
스킨 워커라는 이름치고는… 무섭다기보다는 요상한 생김새였다.
후드 위에 동물 머리가 있는 것이, 묘하게 동물 잠옷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정도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다음은 코요테 가죽을 입어 봤는데, 이번에는 능력치 추가 대신 스킬이 생겼다.
“죽은 척?”
코요테는 사냥할 때, 죽은 척을 하고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다고 하던데.
거기서 따온 스킬인지, 바닥에 누워있으면 상대에게 나를 시체로 인식하게 하는 스킬이란다.
이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정면 승부가 힘든 적을 상대로는 이런 속임수도 필요한 법이니.
이를 확인한 나는 다음 스킬을 살폈다.
두억시니의 부동의 악귀가 변화한 스킬이었다.
– 체나가히의 석체
바위를 생성 및 조작한다.
체나가히는 나예네즈가니에 의해 퇴치된 외신 중 하나였다.
온몸이 돌로 이루어져, 사람을 깔아뭉개 죽이는 괴물.
그 전승을 재현한 스킬의 설명은 지극히 간단했고, 또 그렇기에 활용 범위는 넓어 보였다.
바위를 만들어 방벽을 세울 수도 있고, 여차하면 갑옷을 만들어 입을 수도, 혹은 공격에 활용할 수도 있었으니.
“이런 식인가.”
두 스킬을 살펴보고 나자, 이제야 나예네즈가니의 전승이 스킬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는지 알 것 같았다.
기존의 스킬을 인디언 설화의 비슷한 전승으로 치환하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태양신의 후예’에 스킬을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겠다.
나예네즈가니의 아버지 역시 태양신이자, 인디언 신화의 주신이었으니.
하지만 나는 이를 기억만 해둔 채로 모든 창을 닫았다.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는 움직일 때였다.
“그럼…”
나는 곧바로 탑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역시 이계의 신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로그가 나타났다.
이계 신의 권능이 탑의 권능으로 바뀐 것뿐인가.
거기에 저항 수치가 올라가며 1/4 확률로 전승들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전승 중에는 청룡의 벼락 부름이나, 백호의 금속 조작 등 유용한 전승도 있었지만.
그 출력 역시 1/4이 되었기에 그리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
나는 계속해서 깜깜한 탑 내부를 걸어갔다.
그렇게 채 다섯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바사삭.
발에서는 돌 바닥을 밟는 소리가 아닌,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시야가 일변한다.
어느새 내가 선 곳은… 드넓은 초원이었다.
청명한 햇빛이 주변을 비춘다.
거기에 옅은 산들바람은 시원하게 피부를 쓸어넘겼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평화로운 걸 넘어서, 아름답기까지 한 풍경.
여기가 첫 번째 시련의 장소인가.
먼저 나는 석판을 찾았다.
이 탑을 조사했던 인원의 보고에 의하면.
시련의 장소에는 항상 작은 석판이 있는데, 그 석판에는 재현해야 할 신화의 내용이 간단히 적혀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첫 시련은 대부분 지극히 간단했다.
누군가는 로키의 아내 역할을 맡아 다친 로키를 간병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식물의 여신, 난나가 되어 그저 자라나는 식물을 바라보고 있던 게 전부였다고 하는 등.
즉 다들 재현한 신화의 내용은 달랐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쉬웠다는 점은 같았다.
그런데.
“음…?”
석판을 찾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화는 아스가르드의 문지기, 헤임달과 거짓말의 신인 로키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로키가 여신 프레이야의 목걸이를 훔쳤고, 헤임달은 그런 로키를 뒤쫓아와 끝내 그를 잡아온다는 에피소드.
그런데 문제는 내가 헤임달이 아닌, 로키 역할을 맡는 듯했다.
어찌 보면 그냥 가만히 있다 잡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서 간단하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어째… 수상한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건 결국 헤임달이 때리는 대로 처맞으라는 말이었다.
신화 속에서도 헤임달은 로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그를 잡아온 것이니.
두두두두-
그때 마침 초원의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신화 속의 명마인 금색의 갈기를 가진 말, 굴톱프를 타고 헤임달이 오고 있었다.
놈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은색의 대검.
이 역시 신성한 숫양의 뿔을 다듬어 만들었다는 신의 무기였다.
“……”
이에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탑이 원하는 건 신화의 재현이었지만, 얌전히 맞아주는 건 역시 너무 수상했기에.
게다가 놈의 기세도 심상치 않았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흉흉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오고 있었으니.
저대로 공격해 올 셈인가.
그래서 나는 우선 놈의 의도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말을 탄 헤임달의 검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처형대의 칼날처럼 내려왔다.
챙!
거대한 힘이 내 검과 부딪치며,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허…!”
놈의 공격을 받아낸 나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이건… 목이 날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단번에 몸이 쪼개질 수준의 참격이었다.
그런데 이걸 맞고 있으라고?
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메인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첫 번째 시련 : 헤임달의 환영을 쓰러뜨리세요.
역시 그러면 그렇지.
초장부터 탑이 장난질을 쳤다는 이야기였지만, 오히려 속은 시원했다.
신화의 재현이고 나발이고, 그냥 앞에서 설치는 저 환영을 베어버리면 되는 일이었으니.
“……”
어느새 내 옆을 치고 지나갔던 헤임달은 기수를 돌려, 다시 이쪽으로 말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 얼굴은 인형처럼 아무 표정도 짓고 있지 않았다.
그저 말 위에서 오만하게 이쪽을 내려다볼 뿐.
“하, 건방지네.”
그러나 기마 전투에는 나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야 나도 이세계에서는 말을 탔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는 않았으니까.
말을 탄 기사가 땅을 걷는 보병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은 당연히 검을 내뻗는 타이밍이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보병의 옆을 지나가는 찰나를 노려야 하는 것.
말로는 쉽지만, 그 타이밍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나도 꽤 고생했었다.
물론 저 헤임달의 환영이 그 기본을 놓치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는 그 타이밍을 이쪽에서 어긋나게 할 방법이 있었다.
바로 스킨워커.
나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내 몸 위로 늑대 가죽이 얹어지며, 각력을 강화하는 스킬의 효과가 발동되었다.
“히이이잉!”
헤임달의 황금 갈기의 말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바로 근처까지 돌진해왔다.
유효 거리 안에 들어온 놈은 근엄하게 검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쾅!
그때 나는 이미 온 힘을 다해 땅을 차고 있었다.
뿌득-하고 순간적으로 각력을 강화시킨 다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고통은 없으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내 몸이 포탄처럼 전방으로 쏘아졌다.
“허…!”
나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풍압에 감탄을 내뱉었다.
각력 강화라고 하기에 어느 정도인가 했는데, 그 출력이 내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았다면, 나조차 타이밍을 놓칠 뻔했을 정도로.
“-!”
눈 깜짝하기도 전에 헤임달의 말이 코앞까지 와 있었다.
아직 놈은 검을 채 들어 올리지도 못한 상태로, 그런 나를 보고만 있을 뿐이었고.
촤아악!
그 덕분에 내 일검은 더없이 깨끗하게 헤임달이 타고 있던 말의 다리를 양단했다.
다음 순간.
콰드드드득!
다리가 잘린 말은 그대로 기울어,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던 헤임달 역시 지면에 내동댕이쳐지며 바닥을 굴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온몸의 뼈가 남아나지 않을 충돌.
그의 말인 굴톱프만 해도 땅에 머리부터 부딪혀 즉사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쯧…”
헤임달의 환영은 아무렇지 않게 제 몸을 털고 일어났다.
명색이 신의 환영인데, 낙마로 죽지는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나는 검을 고쳐 쥐고 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헤임달의 환영 역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빛의 신이자 예지의 신인 헤임달.
놈은 자신만만하게도 먼저 제 검을 움직였지만.
“…별거 아니네.”
검과 관련된 신이 아니라서일까.
내가 그 환영의 목을 치는 데에는…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툭.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잘린 환영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쿠구구구-
그 머리의 바로 옆에서 새로운 석판이 솟아오르고, 그 옆으로는 문이 생성되었다.
거기에는 다음 시련으로 향하라는 말과 함께, 보상으로 전승을 가져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전승이야?”
그건 석판 옆에 있는 작은 두루마리였다.
이렇게 보니 꼭 게임에 나오는 스킬북 같다.
이 탑의 구조도 그렇고, 이놈들도 게임을 좋아하는 건가.
이상한 일이었지만 나는 그걸 이상하다고 평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야 퀘스트부터 아이템 제작까지, 가장 게임 같은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
그런데 그때.
갑자기 퀘스트 버튼이 번쩍이더니, 메인 퀘스트 아래에 새로운 문구가 추가되었다.
“음?”
그것을 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나도 이 탑에서 주는 전승을 곧이곧대로 받아 챙길 마음은 없었다.
그야… 수상했으니까.
사교가 세운 탑에서 주는 전승은 적군이 뻔히 두고 간 식량보다도 위험했다.
그 안에 뭐가 든 줄 알고 덥석 집어먹는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과 퀘스트가 반응한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전승을 취득하면 아예 퀘스트 실패라니.
이게 도대체 뭐길래.
그런데 이상 현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비프로스트 :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신의 다리.
곧이어 석판에는 아예 탑에서 주는 전승의 정보가 표시되었다.
조사 보고서에서는 전승은 얻기 전까지는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했었는데.
거기에 그 전승의 내용은… 터무니없이 좋았다.
공간 이동 능력이라니.
그런데 그것을 퀘스트가 받아쳤다.
“…너네 서로 경쟁이라도 하냐?”
그 노골적인 반응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퀘스트가 일종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 탑에서는 유독 퀘스트 자체가 탑을 적대하고 있었다.
탑에서 아무것도 가져갈 생각은 말고, 협상할 생각도 말고, 그저 탑을 정복하라.
퀘스트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흠…”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 반응만 봐서는 퀘스트는 이 사교의 탑, 즉 외신들의 적인 듯 보였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아군일까?
아니, 그건 또 모르는 일이었다.
비록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이 있지만.
보통 그런 놈들이 더 큰 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내 경험상 없지는 않았으니.
“그래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내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퀘스트가 의심스럽다고 해도 이 사교의 탑만큼은 아니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공간 이동 능력을 끝내 무시하고, 다음 시련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휘이이이이-
살을 에는 혹한의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행히 냉기 면역은 용사 스킬이었기에, 그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설산 가운데에 있는 석판을 읽은 나는 얼굴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두 번째 시련에서 겨우 해나 달을 끄는 마차를 몰았다는데.
내가 직면한 두 번째 시련은 북유럽 신화의 창세 신화였다.
가장 거대한 거인, 이미르를 죽여서 세계를 창조했다는 오딘의 신화.
게다가 내 역할은 거기에서 오딘에게 당하는 이미르였다.
즉, 이번 상대는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이라는 말.
“…아주 작정을 했네.”
아무래도 내가 보상으로 내건 전승을 선택하지 않아서, 탑이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 직후.
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검은 번개와 같은 투창, 궁니르가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