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74
174.
채챙!
내 가슴팍을 노리고 날아온 궁니르를 인검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그 검은 투창은 내 검과 부딪히고도 튕겨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끝을 누가 잡고 있는 것처럼, 허공에 박혀 내 검을 짓눌렀다.
내가 조금만 힘을 풀어버린다면 그대로 내 심장을 꿰뚫을 기세로.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원인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게 한번 던져지면 목표에 반드시 적중한다고 하는 궁니르의 전승인가.
“쯧…!”
나는 혀를 차며, 체나가히의 석체 스킬을 사용했다.
쿠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에서 거대한 바위가 솟아올라 궁니르를 완전히 밀어냈다.
그제서야 궁니르는 겨우 포기하고 떨어져 나가, 어느새 시야 안으로 들어온 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 위로, 한 노인이 서 있었다.
“……”
오딘은 긴 수염이 난, 표독스러운 인상의 노인이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창, 궁니르가 쥐어져 있었고 다른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저 지팡이는… 분명 감반테인이겠지.
거인에게 받았다는, 마법의 지팡이로 알려진 물건이었다.
오딘의 마법을 상징하는 것과 같은, 궁니르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신의 병기.
창 말고도 까다로운 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말을 타고 있지 않은 건 다행인가.
오딘이 탄다는 말은 역시 신화 속에서도 가장 강력한 신마였으니.
또한, 그 오딘은 역시 환영 같은 건지, 그 얼굴에는 이렇다 할 표정이 없었다.
탓!
나는 오딘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늑대 가죽을 걸치고 놈에게 질주했다.
오딘은 언제나 회수 가능한 투창부터, 그 투창이 만드는 번개, 그리고 마법 등 수많은 원거리 견제 수단을 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나에게는 위력적이라고 할 정도의 원거리 무기는 하나도 없었다.
기껏해야 바위를 만들어 던지거나, 격이 떨어진 청룡의 벼락을 떨구는 정도.
그러니 거리를 두고 있어봐야 나에게 좋을 게 없다.
그렇게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놈도 아는 건지.
파지직!
곧바로 오딘이 내 접근을 견제했다.
그의 손에 들린 궁니르가 전격을 토해냈다.
모든 것을 태워 없앤다는 신의 번개가 아홉 갈래.
그 아홉 개의 섬광이 나를 찌르기 위해 번뜩였다.
동시에 반대편의 감반테인은 신성한 푸른 불꽃을 넓게 일으켰다.
그건 번개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덮쳐오는 해일처럼 나와 오딘 사이를 가르며 거대한 화염 벽을 만들었다.
“흠…”
과연, 놈의 초격은 예상대로였다.
번개는 궁니르의 가장 대표적인 권능이기에.
그리고 이곳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서리 거인의 아버지, 이미르이기에.
번개와 화염이 내 앞을 가로막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유를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오딘은 그 신화에서부터 온갖 잡기와 전법에 능한 신이다.
특히 전략가로서의 면모 역시 갖고 있어, 전투에 대한 지혜 역시 뛰어나다.
그러니 놈에게 생각할 시간을 너무 많이 주는 건, 좋지 않을 테니.
그래서 나는 속도를 높였다.
각력을 한계까지 강화시킨 근육이 비명을 내질렀다.
빠득, 뿌득하는 이상한 소리에 더해, 근육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이 찾아왔다.
곧이어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풍압과 함께.
쿠르르르릉!
전격의 폭풍이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홉 갈래의 번개가 동시에 내 몸을 꿰뚫는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고통조차 없었다.
그 신의 번개는 나를 태우기는커녕, 일부가 오히려 청룡의 권능에 흡수되어 내 검에 휘감겼다.
이어서, 푸른 화염의 해일이 나를 덮쳤다.
거기서 피어오른 이글거리는 열기는 몇 초 만에 발밑에 있던 두꺼운 얼음은 물론 그 아래의 바위까지 시뻘겋게 녹여버렸지만.
그 벽에 정면으로 부딪친 나는 잠시 온실에 들어온 것 같은 따뜻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화악!
순식간에 나는 그 화염벽마저 돌파해, 질주했다.
그러자 겨우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오딘이 있었다.
“…!”
이에 무표정한 인형과 같던 오딘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야 아무리 지혜로운 전략가라고 해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아예 제 공격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나는 곧바로 오딘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이어지는 놈의 대응은 냉정했다.
내 접근을 견제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있는 건지.
창과 지팡이를 양손에 든 채, 근접 교전을 준비한 것이었다.
“하…!”
하지만 나는 그런 오딘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쌍검도 아니고, 창과 지팡이를 한 손에 든 채 근접 전투를 벌이겠다고?
저런 식의 무장은 수많은 전장을 지나쳐온 나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야 단순히 실력이 뛰어나고 말고를 떠나서, 비효율적이었으니까.
물론 이를 다루는 오딘은 무신의 지위까지 갖고 있기에, 능숙하게 다룰 자신은 있겠지만.
“어디서 건방지게.”
그건 어디까지나 열등한 실력을 가진 상대를 농락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훅!
길이의 이점을 이용한 궁니르의 참격이 내 옷자락을 스쳤다.
거기에는 시야를 가리기 위함인지 섬뜩할 정도의 전격이 실려 있었으나.
그 정도의 꼼수는 한때 지겨울 정도로 당해본 것이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곧바로 내뻗은 내 검을 오딘은 지팡이로 막았다.
그리고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파열음이 한동안 설원을 채웠다.
“…제법이네.”
그렇게 직접 칼을 맞대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역시 무신은 무신인 건지, 오딘의 무도는 말 그대로 극에 달해 있었다.
겨우 한 손에 들린 창이건만 그 찌르기는 섬전과 같았고, 거기에 담긴 속도와 힘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팡이 역시 마찬가지.
분명 전투가 아닌 마법 사용에 특화된 무기일 텐데, 그게 오딘의 손에 들어가니 더없이 완벽한 병기처럼 움직였다.
막아내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묵직한 둔격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
틈이 생길 때마다 마법까지 운용하며 전투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그 센스에는 나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두 무기의 연계가 어찌나 뛰어나던지.
마치 창과 지팡이를 동시에 사용하는 오랜 무도가 존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
그렇게 나는 오딘과 수십 합이 넘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나는 아직 한 번도 놈에게 일격을 가하지 못했으나.
“이제 슬슬 쫄릴 텐데?”
그건 오딘이 유리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오딘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퍼부어, 가까스로 내 접근을 차단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단지 내가 들어가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깡!
내지른 궁니르의 참격이 빗나가고, 찰나의 빈틈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그 안으로 파고드는 대신 그 신창을 검으로 후려쳤다.
겨우 이거밖에 안 되냐는 듯.
제자를 혼내는 스승처럼.
이에 오딘의 지팡이가 화를 내듯 휘둘러졌지만 내 눈에는 너무 뻔한 공격이었다.
훙!
몸을 살짝 비튼 것만으로 그 둔기는 선풍을 일으키며 스쳐 갔다.
그렇게 나는 오히려 딱 창과 마법을 활용할 수 있을, 오딘에게 철저히 유리한 거리를 유지해 주고 있었다.
이런 나의 배려를, 오딘이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
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무신이, 제 오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그리고 내 오만이, 오딘의 오만을 목 졸라 질식시키는 것을.
“……”
그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내 검이 놈의 창을 다섯 번 정도 두드려주었을 때였다.
끝내 제 자존심이 상한 건지 놈이 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옆으로 내던진 것이었다.
그제야 오딘은 궁니르를 공손히 두 손으로 잡고, 나를 겨눴다.
전형적인 창사의 자세.
그래, 그렇게 나오셔야지.
나는 검을 고쳐잡았고.
그 순간, 오딘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쐐액!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의 연격이 쏟아져 내렸다.
전부 다 같은 찌르기 같았지만, 실상 그 속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것은 검으로 쳐내려 하자 궤도가 뱀처럼 휘어졌고, 또 어떤 것은 그 검과 부딪히며 힘 싸움을 벌였다.
제각각 저마다의 묘리를 담고 있는 오의.
그런 창격의 세례를 받고서야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이제야 나도 조금 할 맛이 났다.
떨어지는 궁니르를 일검으로 떨쳐낸다.
두 냉병기의 충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굉음과 함께, 처음으로 오딘의 창이 크게 튕겨져나갔다.
그 사이 나는 오딘을 향해 한 발짝 전진했다.
그러자 놈의 창은 더욱 열심히 움직였다.
초 단위로 쏟아지던 공격이 이제 거의 기관총처럼 쏘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공격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전진했다.
놈의 낯빛이 굳었다.
처음부터 무표정이긴 했지만, 그렇게 지혜로운 놈이라면 이제 직감했을 수밖에 없었다.
나와 본인 사이에 있는 격차를.
또 자신의 패배를.
“…!”
그래서일까.
오딘이 내 검의 사정권에 들어오기 직전, 궁니르가 전격을 휘감고 나에게 쇄도했다.
지금까지 온갖 기교를 다 부리던 것과는 다른 정직한 찌르기.
이에 나는 이를 쳐내려 했으나, 그것을 단번에 떨쳐낼 수가 없었다.
창이 허공에 박힌 것 같은, 익숙한 감각.
그리고 그 상태에서 오딘의 모습이 멀어졌다.
오딘은 제 손으로 창을 쥐고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나에게 냅다 집어 던지고 후퇴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조금 전에 던졌던 지팡이, 감반테인이 허공을 날아 오딘의 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에 나는 냉소를 머금었다.
오딘은 발할라에서 싸우다 죽은 용맹한 전사들을 모은다는 신이었지만.
정작 본인이 그렇게 용맹한 전사라고 할 수는 없는 신이었다.
오히려 오딘은 용맹보다는 교활한 계책을 숨긴 음흉한 쪽으로.
전쟁에서는 거짓말의 신인 로키조차 속이는 전략을 짠다고 하던가.
그렇기에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도주를 택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던바.
쿠르르릉!
그래서 나는 곧바로 오딘과 감반테인 사이에 바위를 생성했다.
땅에서부터 튀어나온 바위가 지팡이와 그 주인 사이를 가로막는다.
비록 지팡이는 곧바로 공중으로 튀어 올라 바위를 넘어서려 했지만.
그 덕분에 오딘이 감반테인을 제 손에 쥐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더 소모되리라.
그리고 나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쾅!
강화된 각력으로 땅을 찼다.
순식간에 아무 무기도 들지 않은 오딘의 모습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런 나를 앞에 두고도 오딘은 당황하지 않는다.
그야 이조차도, 놈의 계략이었으니까.
휘익!
내 등 뒤로 오딘의 궁니르가 제 주인에게 되돌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놈에게 닿기 전에 그것이 내 심장을 꿰뚫을 테지.
그래서 나는 몸을 비틀었다.
그 상태에서 한팔만 뻗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창날을 쥐었다.
“칫…!”
단번에 손바닥이 날에 베여, 핏물이 날렸다.
그러나 쇄도하던 창의 위력은 거기까지였다.
원래라면 내 손을 꿰뚫고, 이어서 심장을 찔러야 할 그 창은 곧바로 모든 추진력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
오딘은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표정해야 할 그 환영의 표정은 왜인지, 잔뜩 찡그린 것만 같았다.
그야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비수이자, 제 상징과도 같은 신창을 나에게 빼앗겼으니 오죽할까.
그러나 그 환영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내 검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촤아악!
검이 오딘의 몸을 양단했다.
그러자 그 환영은 첫 번째 시련에서 그랬듯, 신기루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후…”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딘이라서 그런가.
이번에는 나름대로 강한 적이었다.
그래서 부상까지 입었고.
궁니르에 베인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거기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한순간이긴 해도, 신화 속 무기에 베인 상처였으니까.
“근데 이건 왜 안 나와.”
거기에 붙일 반창고도 없어 대충 손을 털어버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오딘을 쓰러뜨렸는데, 다음 단계로 가라는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차피 전승은 버리고 갈 거니 상관없지만 길 안내를 안 해주는 건 곤란한데.
“…어떻게 좀 해 봐.”
그래서 나는 조용히 퀘스트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무렇지 않게, 퀘스트의 내비게이션이 활성화되었다.
커다란 화살표가 이 설산에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표시해주었다.
“반응 한 번 빠르네.”
나는 쓰게 웃으며 그 화살표를 따라 걸어갔다.
* * *
사교가 세운 탑에는 경비 인력이 없다.
그야 탑을 세운 사교의 목적은 누구나 탑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기에.
안내원을 세우지는 못할망정, 누군가 오는 것을 막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신 탑을 건설했던 사교의 인원들은 전부 그 관리자로서, 여전히 탑에 머물고 있다.
탑은 방문자에게 전승을 내어준다.
그리고 방문자에 따라 어떤 전승을 줄지는 어디까지나 탑의 의지.
그래서 관리자들은 그 탑의 의지, 즉 외신과 소통하며 방문자들을 감시하거나 적당한 전승을 내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탑의 관리실 내부에는 지금, 스산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
오딘이 돌파당했다.
그 간단한 사실에 그곳에 있는 십수 명의 사교도 중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곳에 있는 것은 물론 오딘의 본체가 아닌 그 환영이다.
그러나 외신의 권능으로 재현한 그 환영의 재현도는 절대 낮지 않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본체의 80% 이상.
그런데 그런 오딘의 환영이, 어떤 동양인 남자에 의해 어이없이 돌파당한 것이었다.
“사제님의 말씀대로다. 저자는 위험해. 탑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사교도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저 동양인에 대한 정보는 이미 그들에게 넘어와 있었다.
이계 신의 권능이 먹히지 않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사교에서는 저 동양인에 대한 말살 명령이 내려와 있었고.
이들은 탑을 이용해 그 명령을 수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 동양인은 그들의 생각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어쩌지?”
“다음 단계를 준비하자.”
“다음이라면… 라그나로크를 재현하려고?”
말을 꺼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를 막을 방법은 북유럽 신화에서도 가장 위험한 에피소드인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 밖에 없었다.
이에 곧바로 사교의 관리자들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놈이 움직인다.”
그 동양인이 있는 설산의 모습은, 탑의 권능에 의해 그들의 화면에 깨끗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오딘을 쓰러뜨린 그는 지금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 얼어 죽을 만한 눈보라 속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서, 더 깊은 설산 속으로 향했다.
“어쩌려는 거지?”
“안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시간을 끌었어.”
그렇게 판단한 관리자들은 업무를 서둘렀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콰과광!
난데없이 그 동양인이 설산의 한가운데에 검격을 박아넣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땅을 파려는 건가?”
그때까지만 해도 관리자들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대부분의 관리자조차 몰랐으니까.
다만.
“설마…!”
단 한 명의 사교만이 그의 의도를 간파하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곧 그 검격에 맞은 땅이 부자연스럽게 흔들렸고.
그제야 비로소 그들 전부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마치 지면이 통째로 가라앉는 것처럼.
설산의 풍경 전체가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